소설리스트

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11화 (11/146)

〈 11화 〉 얼음 여왕 글라시아.

* * *

연무장의 안. 세레나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빙룡(?)의 숨결!!”

그녀의 앞에 생성된 마법진에서 얼음으로 된 용의 머리가 나와 숨결을 내뱉었다.

콰과과광!!

강대한 마법의 여파로 인해 흙먼지가 휘날렸다. 마법이 닿은 곳에 있던 훈련용 허수아비들은 산산조각나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좋아, 다음!”

“내려라, 얼음의 비!”

공중에서 생성된 마법진에서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마치 비처럼 허수아비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다음!”

“메이드(made). 아이스 드래곤!”

얼음으로 만들어진 용이 허수아비들을 휩쓸며 지나갔다. 이내 하늘로 날아오른 그것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눈송이를 흩날리며 사라졌다.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스카지나는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고는 있었지만 세레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역시 아까워. 얼음 마법 외길을 택했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강했을 텐데.’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길. 스카지나는 더 이상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이야... 대단하네.”

그들의 뒤에서 들려오는 현성의 목소리에 세레나와 스카지나는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현성은 세레나가 사용한 마법의 여파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허수아비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스카지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놀라는 중이야. 일주일 만에 이 정도니까. 선생님이 좋아서 그런 건가?”

은근슬쩍 자기 자랑을 끼워 넣는 스카지나를 보며 현성은 허, 하며 ‘그래 니 잘났다’ 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세레나는 하하... 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면 슬슬 하자, 재대련.”

“벌써?”

“벌써요?”

갑작스런 현성의 제안에 스카지나와 세레나는 너무 빠르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현성은 지금이 딱 적기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스카지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요즘 아내한테 소홀했지?”

“엇...”

현성의 말에 스카지나는 떠올렸다.

오늘 이곳에 오기 전, 아침인사를 할 때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음을.

잘 갔다 오라고 다정하게 인사는 해줬지만 그를 보는 눈빛은 싸늘했음을.

오늘은 무조건 일찍 들어가야겠다. 라고 다짐하면서 나왔음을.

현성은 당해내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루만 떨어져도 나한테 ‘혹시 당신이 소환하셨나요?’ 라는 걸로 시작해 ‘왜 소환하셨죠? 스카지나의 힘을 빌릴 만큼 약하지도 않으시면서’ 라며 편지를 보내오는 여잔데 아무리 말을 했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바깥으로 다니면...”

“오, 오케이! 오늘로 하자!”

스카지나는 느껴지는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현성의 말대로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얼음 여왕의 딸이라는 유전자에 맞게 그를 평생 얼려서 박제시켜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지..?”

스카지나가 ‘나 좀 도와줘...’ 라는 눈빛을 세레나에게 보냈다. 세레나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남은 마력을 가늠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30분 정도면 회복될 것 같아요.”

“조, 좋아!그럼 투기장으로 가자.”

투기장으로 향하던 중, 세레나가 현성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련 방식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현성은 별 생각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처럼 하지 뭐. 대신, 나는 대타출동을 쓸 거야.”

“네?”

“내가 소환한 녀석을 이기면 네 승리라는 말이야. 아. 그렇다고 수로 밀어붙일 생각은 아니니까 걱정 마.”

“아~”

‘이번엔 어떤 대단한 분이 나올까?’

고대풍룡(風?) 실레스틴과 고대빙룡(?) 스카지나. 이 둘을 소환수로 데리고 있는 현성이 그녀의 대련 상대로 소환하는 소환수는 또 어떤 대단한 분일까. 하며 기대에 찬 세레나였다.

‘수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그녀를 소환했다는 것을 알면 웃어댈 것이 뻔하지만.’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그런 짓까지 했냐며 놀림을 받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현성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걸어가는 세레나를 보며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왕 하는 대련인 거 뭘 걸고 하는 게 어때?”

투기장에 거의 도착했을 때, 스카지나가 입을 열었다.

“뭘?”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소원하나 들어주기 같은 거?”

스카지나의 얼굴에서 꿍꿍이를 느낀 현성이었지만 현성또한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었기에 승낙했다.

“난 상관없긴 한데. 세레나는?”

“저도 상관없어요!”

“좋아, 좋아! 시원해서 좋네!”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스카지나는 투기장의 문을 열었다.

* * *

“그래서, 이번엔 누굴 부를 거야?”

투기장에 들어서면서, 스카지나가 내게 물어왔다.

“이왕 소원권이 걸린 김에 졸렬하게 해보려고.”

“?”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스카지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선생님~ 준비 다 됐어요~”

몇 분 후에 마력이 회복되었는지 세레나가 투기장의 한가운데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좋아, 그럼.”

나는 스카지나에게 씩­ 웃어주며 소환마법을 영창했다.

휘이이잉!

스카지나와 합일 할 때처럼 투기장의 한가운데에 눈보라가 소용돌이형태로 몰아쳤다.

“너, 너 설마..?”

졸렬하다는 게 이런 뜻이었냐! 라며 스카지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나와라. 얼음 여왕 글라시아.”

몰아치던 눈보라의 여파로 인해 얼음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안개가 점점 사라져감에 따라 여인의 실루엣이 우리들의 눈앞에 서서히 나타났고­

“...”

“...”

“...”

안개가 완전히 걷히자 하얀 와이셔츠만 덜렁 입은 체로 여기는 어디지? 라는 듯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모습을 본 우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스카지나는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세레나는 그녀의 옷차림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보이는 흰색 속옷을 보지 않으려 황급히 눈을 가렸고, 나는 왜 내가 소환하는 얘들은 다 복장이 저런 건데? 라고 생각하며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왜 절규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옷부터 좀 입어라.”

내 말이 들렸는지 그녀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내가 그녀를 소환했다는 것을 알아챈 듯 했다.

“거...”

“거?”

그 다음으로 들려온 것은­

“거의 다 깼는데!!!”

머리를 감싸 쥐며 절규하는 그녀의 외침이었다.

* * *

“거의 다 깼단 말이다! 거의 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백발. 눈꽃송이 모양의 눈동자.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완벽한 몸매. 세레나와 비슷해 보이는 키의 그녀가 내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내가... 월광검 패턴을 깨려고... 흑... 얼마나 노력...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와이셔츠만 입어 속옷이 훤히 보이는 차림. 두고두고 감상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들이 있었기에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일단 진정하고... 옷부터 갈아입어...”

하지만 그녀는 진정하기는커녕 더 심하게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어지럽다.

“진정을 할 수가 있겠느냐! 1페이즈와 2페이즈가 달라서 얼마나 분석을 했는데!”

“...”

나는 대충 지금 그녀가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인마전쟁시절에 ‘마왕 토벌단. 백야’의 일원으로 마왕의 뒤를 치기 위해 마왕성의 후방 길목의 글라시아 설원을 다스리고 있는 얼음 여왕 글라시아와 맞부딪힌 적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승리는 우리, 아니 나의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글라시아를 죽이려 할 것이 뻔했기에 나와 내 소환수가 상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와 싸우면서 나는 그녀가 그냥 심심했기 때문에 마왕의 뒤를 지키는 일을 수락했다는 것을 알았다.

후방을 지키다보면 우리처럼 마왕의 뒤를 치려는 자들이 올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내가 네 심심함을 풀어줄 테니 내 소환수가 되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녀는 승낙했고 나는 내가 이곳에 올 때 내 방안에 있던 게임기와 게임팩들을 그녀에게 주며 사용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게임기가 이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마력을 게임기에 흘려넣으니까 홀로그램 화면이 떴기 때문이다. 마법 최고.

아마 지금 그녀가 이렇게 절규하는 이유는 보스를 거의 다 깼을 때 내게 소환되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다.

그나저나 월광검에 1,2 페이즈가 다른 보스라... 역시 그 말 놈 밖에 없나. 음... 애도를 표한다.

“미안해. 나중에 어떻게든 갚을 테니까 용서해주라.”

내가 두 손을 모으며 미안함을 표하자 그녀는 나를 흔들던 행동을 멈췄다.

“...어떻게든?”

“그래.”

“뭐든지 괜찮다는 말이느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용서해 주겠느니라!”

언제 그랬냐는 듯 글라시아는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날 왜 소환한 것이냐?”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우리 둘을 보던 세레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랑 대련 좀 해주라.”

* * *

“넌 진짜 악마다 악마.”

관중석으로 이동한 우리 둘. 대련이 시작된다는 표시가 전광판에 뜨는 걸 보며 스카지나가 내게 말했다.

“왜.”

사람한테 악마라니. 심하네. 내가 아무리 과거에 악마보다 더한 녀석이라고 불렸어도 지금은 아니란 말이다.

“너. 내가 가르치는 마법이 다 얼음 속성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거잖아!”

“소원권이 걸렸는데, 당연히 승리 확률 100퍼센트에 걸지 않겠어? 나는 그저 그런 이유일 뿐이라고.”

스카지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가리켰다.

“지금 네 얼굴이 어떤지 모르지? 진짜 사악하게 웃고 있어!”

아차. 나도 모르게 그만.

나는 얼굴을 이리저리 주물러가며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말했다.

“뭔 소리야. 그리고 이런 변수를 맞닥뜨렸을 때 대응하는 법을 길러야 진정한 의미의 강함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말은 잘해요.”

스카지나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 그리고 내가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

그것은 얼음 여왕이라는 이름에 맞게 글라시아의 특성이 얼음 계열 마법 무효이기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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