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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12화 (12/146)

〈 12화 〉 아 ㅋㅋ 손절 당할 뻔.

* * *

“그나저나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냐?”

대련을 시작한다는 신호인 숫자의 카운트가 줄어드는 것을 보던 중 스카지가나 내게 물었다.

“뭔데.”

“저 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왜 나한테 네 소중한 것을 주면서까지 마법을 가르쳐 주라고 한 거야?”

뭐야. 그건가.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왕 선생으로 왔는데 가르침을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들어줘야 되지 않겠어?”

내 말에 스카지나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네. 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 널 아는 사람들한테 지금 네가 한 말을 그대로 들려줘봐라. 다들 지금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일걸?”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스카지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듯 술술 내뱉었다.

“이익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 놈. 여자를 밝히는 쓰레기. 그렇게 많은 여자의 마음을 뺏었으면서 만족하지 못하고...”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 그만해...”

남자한테는 매도당하기 싫다고!

치사하게 팩트로 승부하다니.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란 말이다.

진짜 아는 사람들한테 저런 말 들을 때마다 과거의 날 패고 싶다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약육강식의 험난한 이세계에 그 이세계물 특유의 치트 능력도 없이 떨어진 평범한 고등학생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해질 수밖에 없잖아?

아, 생각하니까 또 이가 갈리네. 진짜 누가 나를 이 세계에 보냈는지는 몰라도 찾기만 해봐라...

“...어쨌든. 이번엔 진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스카지나는 여전히 불신의 눈빛을 보냈지만 대련이 시작된다는 신호에 투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 * *

START!

“내려라, 얼음의 비!”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세레나가 마법을 날렸다.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글라시아를 향해 무수히 쏟아졌다. 피할 곳을 주지 않겠다는 듯 투기장의 천장을 덮는 거대한 마법진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넓이의 마법. 하지만 글라시아는 회피나 방어와 관련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얼음 조각들은 글라시아의 몸에 닿자마자 수증기가 되어 증발했다. 그 모습을 본 세레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정신을 다잡으며 다음 마법을 영창했다.

쿠과과과과!

거대한 얼음의 파도가 글라시아를 삼키겠다는 듯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얼음의 파도 역시 글라시아의 몸에 닿자마자 수증기의 파도가 되어 그녀의 몸을 통과했다.

거대한 두 번의 마법이 모두 갑자기 증발해버린 상황에 세레나는 ‘마법식이 잘못됐나?’ 라고 생각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세레나의 얼굴을 보며 글라시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광역 마법으로 피할 곳을 주지 않는 무자비한 공격이라. 멋지구나. 다른 자였다면 방어도 못하고 그대로 아웃이었겠지. 하지만 상대가 나빴구나.”

그때, 관중석에서 세레나를 향해 스카지나가 외쳤다.

“세레나!! 글라시아에게 얼음 계열 공격은 통하지 않아!! 이 치졸한 녀석이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일부러 그녀를 소환한 거라고!!”

“뭐라고요?!”

스카지나의 외침을 들은 세레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현성에게 ‘아무리 소원권이 걸렸다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요?’ 하는 듯 원망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 눈빛을 받은 현성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씩­ 웃으며 엄지를 내밀 뿐이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죠..? 좋아요..! 보여드리겠다고요! 얼음 마법없이 저분을 이기는 모습을!’

세레나는 끓어오르는 분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기고 말겠다며 주먹을 강하게 쥐며 다짐했다.

* * *

“꺄아아아악!!”

얼음 마법없이 이기고 마리라.

호기롭게 다짐한 몇 분전과 달리 그녀는 제대로 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그녀를 향해 날아드는 글라시아의 마법들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만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기껏 틈을 봐서 얼음 마법이 아닌 다른 계열 마법을 날렸지만 얼음 마법에 비해 숙련도가 현저히 부족한 마법들이 글라시아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체력만 깎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상해... 아무리 숙련도가 낮다고 해도 위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게다가 요즘따라 몸도 무겁고... 왜 이러는 거지..? 규칙적으로 생활했고, 무리해서 마법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상하리만큼 위력이 나오지 않는 마법들과 언제부터인지 무언가 짓누르는 듯이 무거운 느낌을 받게 된 그녀의 몸에 의문을 품는 세레나였다.

‘그래... 그때부터였어..! 선생님께서 대련을 기대하고 있을 게. 라고 말하면서 나와 악수했을 때! 설마... 완벽하게 이기기 위해 그때부터 설계를 하셨던 건가..?’

스카지나로부터 얼음 계열 마법을 배운 다는 것을 알고는 얼음 마법에 면역인 글라시아와의 싸움을 주선한 현성이었다. 그렇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세레나는 생각했다.

‘저주 계열의 소환수와 합일을 해서 눈치 채지 못하게 점점 몸을 잠식하는 저주라면 내가 눈치 채지 못했던 게 설명이 돼...’

세레나는 다시 한 번 관중석 쪽으로 원망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무리 이기고 싶어도 그렇지. 그렇게 까지 해야 됐어요?!’

너무나도 치졸하고 더러운 그의 방식에 세레나는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도망치는 건 끝난 겐가?”

“..!”

어느새 세레나의 앞까지 온 글라시아. 세레나는 다시 물러나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사방으로 얼음의 벽이 솟아올라 그녀의 퇴로를 차단했다.

“술래잡기는 끝이라네.”

‘그렇다면 정면 돌파를..!’

세레나는 앞으로 달려 나가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꽈드득.

‘...!’

어느새 얼어버려 땅에 붙어버린 그녀의 발. 어떻게든 녹여보려고 불 마법들을 써봤지만 얼어붙은 발에 닿기도 전에 증발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대. 스카지나로부터 마법을 배운 것 같던데. 그렇다면 마무리는 이걸로 짓는 게 좋겠군.”

글라시아는 손을 내밀며 마법을 영창했다.

“빙룡의 숨결.”

* * *

꽤나 성대하게 오해하고 있나 보네.

오늘만 2번째인 세레나의 원망스럽다는 눈빛을 받으면서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내가 저주같은 걸 걸어서 그녀를 약화시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대로 끝난다면 그녀와 나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겠지.

“쳇, 글라시아를 소환할 거라는 걸 알았다면 소원권 내기 같은 걸 안했을 텐데.”

얼음으로 만들어진 용의 머리가 얼음의 숨결을 내뿜기 직전인 상태를 보며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스카지나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따라 일어서지 않았다. 대신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내기를 하지 말 걸 그랬어. 내가 미쳤지. 그녀에 대해 뭘 안다고. 아무리 미소녀의 미소는 희귀하다지만 수지타산이 맞질 않잖아. 이래서 미소녀의 비기는 맞으면 안 된다니까.”

“?”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스카지나는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라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동작이 굼뜬 것 같지? 너 설마 여기서 더 치사하게 저주같은 마법을 걸은 건 아니지?”

나는 스카지나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적응이 안 됐나 보지.”

빨리... 아직인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과 여유로운 말투와 달리 내 마음속은 초조함에 떨리고 있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

화아악!

스카지나의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불꽃이 소용돌이치며 치솟아 올랐다.

나이스 타이밍.

“읏?!”

“뭐, 뭐야?!”

관중석까지 느껴지는 강렬한 불꽃의 소용돌이에 글라시아는 한 발짝 크게 물러났고 얼음으로 만들어진 용의 머리는 급속도로 녹아내려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스카지나는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라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하마터면 손절당할 뻔했네.

잠시 후, 불꽃이 사그라지자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의 세레나의 모습이 우리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녀의 오른쪽 어깨 부근에 둥둥 떠 있는 붉은 구체가 있다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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