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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19화 (19/146)

〈 19화 〉 도시 관광. (1)

* * *

도시 미드나.

제 2의 수도라고 불리는 도시답게 활기라는 게 눈에 보인다면 도시를 가득 메웠을 풍경이었다.

‘백야’ 기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곳 답게 관문에 순백색 갑옷을 입은 경비병들이 서 있었고 우리가 타고 온 마차는 검문을 위해 멈춰 섰다.

창문을 연 경비병은 아이리스의 얼굴을 보자 화들짝 놀라며 아이리스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성 밖을 거의 안 나오는 탓일까, 그녀의 등장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그들은 높으신 분을 모셔오겠다며 달려가려 했지만 아이리스가 말리며 자기가 여기 온 것을 다른 곳에는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아이리스 덕분에 관문을 쉽게 통과한 후에 마차에서 내린 나는 오랜 시간 아이리스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탓인지 후들거리는 다리를 탁탁 치며 진정시켰다.

그 모습을 본 아이리스가 내게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나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하체 운동을 열심히 안 한 내 잘못이지 뭐.

다른 녀석들이 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기에 나는 아이리스에게 근처의 식당에서 밥이라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자고 말했다.

출발하기 직전에 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경비병이야 아이리스의 권력으로 어찌저찌 그녀가 이곳에 온 걸 비밀로 한다고 해도 보통의 시민들한테까지는 안 통하지 않나? 게다가 이곳에는 모험가들도 많고. 아이리스가 이곳에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분명 우루루 몰려들 텐데.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면 희귀한 동물이 들어왔다고 소문난 동물원마냥 사람들이 몰려들어 모처럼의 관광이 힘들어 질 것이 눈에 훤했기에 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내 눈에 익숙한 간판이 들어왔다.

손수건의 답례도 할 겸 왕궁 밖을 거의 나오지 못하는 아이리스를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내가 발 벗고 나서줘야겠군.

대충 머리만 가려 아이리스인 것을 모르게만 한 상태로, 나는 아이리스를 데리고 ‘마법 장신구점.’ 이라고 적힌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 *

“어서오... 어라? 현성? 오랜만~”

상점에 들어서자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를 알아보며 반가운 얼굴로 내게 손을 흔들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오렌지 같이 상큼한 주황색의 머리칼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오랜만.”

“웬일이야? 항상 술집을 가야지만 만날 수 있던 사람이 장신구가게에 다 오고?”

의외라는 얼굴로 내게 묻는 그녀. 나는 진열대의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식 저해의 반지 좀 사려고.”

인식 저해 마법을 반지에 담아 주변 사람들에게 반지를 착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반지.

아이리스가 마음 편히 관광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선을 피할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손수건의 답례도 할 겸 그녀에게 반지를 주자고 생각해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옆에 있는 아가씨용?”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진열대에서 반지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얼마야?”

내가 돈을 지불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우리 사이에 돈은 무슨.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사주면 돼.”

“지금 안 받으면 당분간 나 못 보는데?”

이번 휴가가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거의 못 나올 게 확실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받으라며 돈주머니를 건네주었다.

내 말이 농담으로 던진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는 어쩔 수 없네~ 라고 말하며 돈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현성, 그 얘기 들었어?”

아이리스를 데리고 가게를 나서려던 찰나, 그녀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뭔 얘기?”

“기사단 말이야, 기사단.”

“기사단? 기사단이 왜?”

“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이 동시에 일주일 동안 휴가를 냈대!”

“아, 그건 들었어.”

당사자들한테서 직접 말이지.

“그리고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기에 주둔하던 기사단들이 최저한의 병력만 남기고 수도로 돌아간 모양이야.”

...그게 저렇게 심각한 얼굴로 해야 하는 말인가? 기사단이 자리를 비운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잖아. 기사단이 사정으로 인해 수도로 올라간 게 몇 번인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듯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지! 그럴 때는 단장과 부단장이 있어서 마족 같은 게 쳐들어와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둘 다 없잖아! 이럴 때 마족이 쳐들어오면 꼼짝없이 털리는 거 아니야?”

“모험가 길드도 있고 알아서들 막겠지. 여차하면 나도 힘 좀 보태지 뭐.”

내 말에 그녀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꺄르르 웃었다.

“꺄하하! 네가 한명 추가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내 옆에서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아이리스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 듯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내가 그녀의 앞으로 팔을 뻗어 제지했다.

“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럼 밥 때가 지날 것 같으니 이만.”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아이리스를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

* * *

“저분, 현성님에 대해 너무 모르는 거 아닌가요? 현성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면 저런 소리를 못 할...”

내가 무시당했다고 느꼈는지 분하다는 듯 볼을 부풀리는 아이리스를 보며 나는 피식. 작게 웃었다.

“친구끼리 농담하는 거다, 농담. 그리고 일단 이거부터 껴.”

나는 반지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반지를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내게 말했다.

“현성님이 끼워주세요.”

“내가?”

“네.”

그렇게 말하며 아이리스는 왼손을 내밀었다.

“어디다가?”

“여기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약지를 가리켰다.

“...”

왼손 약지. 그곳에 반지를 끼운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뿐이었다.

“...상징적인 거지?”

아이리스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 긍정의 말도 부정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뭐, 진짜로 프러포즈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그녀에게 맞춰주기로 마음먹었으니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나는 그녀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아이리스가 만족한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며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내가 자주 가던 단골 음식점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딸랑~

우리가 문을 열며 음식점에 들어서자, 손님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에게 쏠렸다.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려는 듯 고개를 내미는 그들.

모험가들이 모이는 음식점답게 여기저기 장비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으며 험상궂은 인상을 한 사람들도 보였다.

그들을 보며 아이리스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나는 무덤덤하게 점원을 불러 자리를 안내받았다.

“어이, 이런 곳에 여자를 끼고 들어오다니, 배짱 한 번 좋구만!”

“우리도 합석시켜주지 그래?”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을 하며 우리들의 앞에 와서 시비를 거는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들.

그들을 보며 아이리스가 내 뒤로 숨었다.

“혀, 현성님... 다른 데 가면 안 돼요?”

덜덜 떠는 아이리스를 보며 나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웃음을.

“풉...”

“푸흡...”

“파하하하하하하!!!”

내 웃음을 신호로 음식점의 모든 사람의 웃음보가 터졌다.

“야, 처음 온 사람한테 너무 그러지 마라.”

내 말에 제일 앞에 있던 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신입이면 신입환영회를 해야지!”

“어, 어?”

아이리스가 ‘이게 무슨 상황?’ 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의아해하고 있자 나는 그냥 저 녀석들이 너를 놀린 거라며 사실 다들 착한 놈들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이해한 그녀는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미안하다는 듯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하네! 대신이라고는 못하지만 아가씨가 먹는 음식 값은 우리들이 내지!”

잠시 후.

“자, 이것 좀 맛보쇼.”

“입에 맞소?”

“음..! 맛있네요!”

“하하하! 잘 드셔서 보기 좋구먼!”

“이거! 이것도 먹어보시오!”

그들이 주는 대로, 왕궁에서는 절대 식탁에 올라오지 못하는 음식들을 입에 넣는 아이리스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종장이 알면 나를 죽이려 들겠군.

* * *

“맛있었어요~”

배를 문지르며 만족했다는 표정을 짓는 아이리스.

“요리사분께 건의해서 앞으로도 해달라고 해야겠어요!”

눈을 반짝이며 진짜로 실행하겠다는 듯 다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라며 말렸다.

“왜요? 이렇게 맛있는 걸? 분명 왕궁 사람들도 좋아할 텐데요?”

순진한 눈망울로 내게 질문하는 아이리스를 보며 나는

“안 먹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야.”

라고 말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의아해하는 아이리스를 뒤로하고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이지 않는 레이 일행의 모습에 관문에 가서 물어봐야 되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선생님~”

하며 반대편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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