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24화 (24/146)

〈 24화 〉 도시 관광..?(4)

* * *

“됐어... 이제 이것들은 널 따를 거야...”

힘이 빠진 목소리로 붉은 갑옷들의 명령권한이 내게 넘겨졌음을 말하는 그.

나는 시험 삼아 몇 가지 동작을 명령해보았다.

철그럭거리며 갑옷들이 내 말에 따라 움직였다.

좌로 구르라면 좌로 굴렀고, 우로 구르라면 우로 구르는 등, 어떤 명령을 내려도 착실하게 잘 수행했다.

오, 탱고도 출 줄 아네? 대단한 걸? 걸그룹 춤 같은 것도 따라 출 수 있으려나? 나중에 해봐야겠다.

그렇게 그들의 성능에 감탄하며 몇 분 정도 갑옷들을 가지고 놀던 나는 잠시 놀이를 멈추고 붉은 갑옷들 전부와 소환의 계약을 맺었다.

이것들을 데리고 도시를 돌아다닐 수는 없기에 언제든지 부를 수 있게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없는 소환수들을 위한 소환수 전용 차원’에 넣어놓기 위함이었다.

만화에 나오는 몬스X볼이랑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된다.

보통 지성이 없는 소환수들이 이곳에 들어가 있다.

지성이 있는 놈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들어가 있어라.”

내가 마법을 영창하자 하얀 빛이 붉은 갑옷들을 감싸더니 이내 그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갑옷들의 입주 절차도 마쳤겠다, 슬슬 돌아가 볼까.

“이대로 가면 안 되는데... 적어도 한 개라도 챙겨가야...”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는 그를 뒤로하고 레이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잠깐!”

턱. 하고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응? 더 할 말 남았냐?”

“저, 저기... 내가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한 개만 넘겨주면 안 될...까?”

“갑옷 하나를 돌려달라고?”

“으, 응...”

하나라도 안 가져가면 자신이 죽는다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싫은데?”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줬다 뺏는 게 어디 있어? 세뱃돈도 아니고.

“어, 어떻게 안 될까..?”

아까보다 더 떨리는 목소리. 그 덕에 떨리는 그의 몸. 그 진동이 나한테까지 전해져왔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는 세 가지뿐이라고 내 자신과 약속해서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약속은 잘 지키는 사람이라.”

“그 경우가 뭔데?!”

내가 핑계를 대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가 말해보라는 듯 내 손목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검지 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들을 접으며 1을 의미하는 표시를 보였다.

“첫 번째. 한 나라를 다스리거나 그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경우. 거절하면 좀 귀찮게 굴어서 웬만한 거 아니면 친분을 쌓으며 지내고 있지. 하지만 넌 그냥 뒤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인 꼭두각시. 그럼으로 첫 번째 경우는 해당사항 없음.”

“...”

다음으로 중지 손가락을 피며 숫자 2를 표시했다.

“그리고 둘째. 상대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내게 줬을 때. 이건 첫 번째 경우와 거의 이어져. 대부분 권력자나 강한 놈들은 내가 원하는 걸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거든. 하지만 내가 원하는 붉은 갑옷들은 이미 내 손에 들어왔어. 그리고 너에겐 붉은 갑옷들을 빼고 나와 거래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러니 이것도 해당사항 없음.”

내 손목을 잡은 그의 손힘이 점점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 셋째. 이게 앞서 얘기한 두 가지 보다 더 내가 우선시 하는 경우다. 그건 바로,”

나는 엄지 손가락을 피며 숫자 3을 표시했다.

“상대가 미녀나 미소녀일 때다. 눈물이 맺힌 눈으로 상대를 올려다보며 하는 부탁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들에게도 통하지. 하지만 너는 중년으로 보이는 외견의 남자임으로 마지막 경우까지 해당사항이 없음으로 삼진 아웃이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갑옷은 돌려줄 수 없어.”

내 얘기가 끝나자 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나는 힘내라는 의미로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에게로 향했다.

“가자.”

나는 레이에게 잡고 일어나라는 표시로 손을 내밀었다.

레이는 괜찮다며 혼자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더니 검을 지팡이 삼아 부들대며 천천히 일어섰다.

“앗..?”

하지만 한 걸음 내딛으려 할 때 다리가 풀린 듯 그녀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조심..!”

나는 황급히 그녀를 받치려는 자세를 취했고, 그대로 그녀는 내 품안으로 안겨들게 되었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다시 자세를 잡는 레이. 하지만 이번엔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안 되겠다.”

나는 레이를 안아 올렸다.

“뭐, 뭐 하시는..!”

레이는 당황해하면서 내려달라는 듯 움직일 힘도 거의 없는 몸으로 버둥거렸다.

“움직일 힘도 없으면서 버둥대기는. 불편해도 조금만 참고 있어. 모험가 길드까지는 금방 가니까.”

“그게 아니라..!”

“더 시간을 끌면 다른 애들이 걱정할 텐데?”

아이리스야 그때의 일을 알고 있고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 걱정을 안 하겠지만 다른 녀석들은 나와 레이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걱정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모처럼 놀러온 건데 계속 시간을 끌고 있으면 아깝잖아. 빨리 회복하고 다른 거 더 즐기러 가는 게 낫지.

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에게서 더 이상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 * *

언데드들이 꽤 많았는지 모험가 길드의 안은 한산했다.

나는 레이를 모험가 길드의 2층에 위치한 모험가라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회복실의 침대에 눕히고는 근처의 의자를 가져와 침대의 옆에 앉았다.

“그래서, 왜 나한테 말도 없이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한 거지?”

레이가 아무리 또래 이상으로 강하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인마 전쟁 때 현역으로 뛰던 녀석들이었다.

내가 아이리스가 옆에 있던 덕분에 6년 전의 일을 떠올렸기에 망정이지,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으면 레이는 필시 붉은 갑옷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리스님과 선생님께서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하고 계셔서.”

“옆에 있던 세레나나 루아에게 적들이 뒤쪽으로 쳐들어올 수도 있다고 내게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바보냐?”

“...네?”

“왜 이렇게 안일해? 어? 내가 그때의 일을 기억해서 망정이지, 내가 기억을 못했다면? 막말로 세레나나 루아가 적들의 편이었다면? 그래서 나한테 아무런 얘기도 안 해줬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냐?”

“그건...”

“확실하게 너의 죽음이었겠지. 네가 그 붉은 갑옷들을 이길 수 없었을 테니까.”

반박을 할 수 없었는지 레이는 그저 입술만을 깨물 뿐이었다.

“적어도 넌, 붉은 갑옷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도망쳐서 내게 왔어야 했어. 그놈의 오기.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목숨을 버리려 해?”

“제가 도망쳐 선생님께 말씀드릴 때까지 갔다면 분명 인명피해가 났을 겁니다.”

“넌 사람 아니냐? 네 목숨은 인명(人?)아니야? 다른 사람들 걱정할 시간에 너 자신부터 챙겨. 네 목숨 먼저 챙긴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 이곳에 아무도 없으니까.”

더 말했다가는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았기에 나는 적당히 끊고, 레이에게 쉬고 있다가 얼추 회복되면 내려오라는 말을 남기고 회복실을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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