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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40화 (40/146)

〈 40화 〉 축제 준비.(2)

* * *

* * *

“그래서, 이따가 가게들이 잘되고 있는지도 확인하러 가야된다니까?”

회복실의 안. 현성은 루이네의 옆에 앉아 그녀에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다.

“고생하시네요.”

“그렇지? 아무리 봐도 내가 고생하는 거 맞지?”

“그래도 현성님께서 선택하신 총괄 선생님 자리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만...”“현성님께서 선택하신 일이니 현성님께서 버티셔야죠.”

“여전히 매정하네...”

매정한 루이네의 말에 현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리안과 하이네가 옆에서 큭큭 대며 웃었다. 프리무스는 왜인지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여기에 안 오셨어도 현성님의 인맥정도라면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나요?”

리안의 물음에 현성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고 있지. 뒷세계에 능통한 마담이라던가.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하고 있어. 그래도 실마리가 안 잡히니 문제지만.”

현성은 레인 아르테미아와의 거래에 의해 암부를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암부를 움직이고 있는 게 그들의 가주라는 것을 알면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전쟁이 끝나고 귀족이 되셨으면 된 거 아니신가요? 현성님이라면 분명 다섯 번째 왕성 귀족이 되셨을 것 같은데요.”

현성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다보았다.

“가끔 그럴까 생각도 하긴 하는데, 역시 아닌 것 같아서. 그리고 권력에 생각이 있었으면 너희의 부모가 말했던 루이네와의 정략결혼이나 아이리스와의 약혼을 받아들였겠지.”

“그러고 보니, 왜 현성님께서는 안 받아들이신 겁니까? 어차피 이 나라는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도 괜찮다고 들었는데요. 권력에 상관이 없었다고 한들, ”

현성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너희들 부모가 원한 건 내가 가진 ‘힘’으로 인한 이득이었잖아. 그게 싫기도 했고, 루이네도 마왕 토벌단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면식이라고는 내가 왕궁에 있을 때밖에 없잖아? 아무리 가문에서 하라고 해도 싫겠다.”

“아~ 그러니까 현성님의 말씀은 정략결혼 같은 게 아니라 서로 사랑에 빠지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말씀이신 거죠?”

리안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일 좋은 길이지. 그래야 오래 갈 거 아니야. 정략결혼 같은 마음에도 없는 짓 하면 나중에 아내를 뺏길지 누가 알아? 그러니 너희들도 너희들 약혼녀에게 잘해.”

“저희는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그렇게 연애 얘기로 하하 호호 떠드는 분위기였지만 딱 한 명, 이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제발 현성이라는 태풍이 이대로 지나가기를 간절히 빌고 있는 사내. 프리무스 데 르니아였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듯, 현성이 프리무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올 게 왔구나...’

현성은 잠시 함부로 입을 놀린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할지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딱밤 열 대 정도 때리려 했거든? 하지만 언젠간 알 게 될 일이었긴 했고 다크 나이트를 상대하느라 고생하기도 했으니 이것도 참작해 줬어. 게다가 피해도 최소화 했으니...”

“봐주시는 겁니까..?”

현성은 기대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프리무스를 보며.

“딱밤 한 대로 줄여 줄게.”

씩. 미소를 지어 주었다.

잠시 후, 이마가 빨갛게 부어오른 채 기절해 있는 프리무스를 뒤로하고, 현성은 시간됐다고 말하며 회복실을 나갔다.

“...어떻게 딱밤 한 대에 이렇게 되지?”

붉은 머리의 청년, 리안 아르테미아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기절해 있는 프리무스를 툭툭 쳤다.

“방어력 하나는 일품인 프리무스를 일격에 기절시켰어...”

보라색 머리의 청년, 하이네 크리샤는 대단하다는 얼굴로 프리무스의 벌겋게 부어오른 이마를 바라보았다.

“루이네! 이거 봐봐! 거의 혹이야 혹!”

하지만 백발의 여인 루이네 아리아는 관심이 없는 표정이었다.

“...또 매정하게 말해 버렸어. 난 왜 이럴까... 내가 달래드렸어야 했는데...”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야! 아무것도... 응. 아무것도...”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만은 아직 소녀인 것 같았다.

갑자기 나온 속마음에 루이네는 급하게 수습하며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 * *

나는 서류뭉치를 한 장 넘겼다. 내가 승인을 내리긴 했지만 혹시나 축제와 맞지 않는다던가, 애들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던가. 등 이상한 가게 같은 건 없는지 시찰중이었다.

...세레나와 함께.

“간판은 여기다 놓아두세요. 아, 그건 거기요.”

같이 다니니 편리하긴 했다. 내가 말하려 했던 것을 다 말해주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이 녀석이 선의로 이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 저 열정 넘쳐보이는 미소 속에는 내가 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자기한테 마법을 가르쳐 주기를 원할 테니까. 이런 자기 이득이 될 법한 냄새는 참 기가 막히게 잘 맡는 것 같다.

눈치 보다가 끝날 때쯤 튀어야겠다.

“다음은요?”

“다음은...”

나는 서류뭉치를 넘겨 다음 가게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서류에 적혀 있는 가게의 위치는 거의 사람이 오지 않을 것 같은 투기장과 연무장의 사이였다. 그곳에는 뚱땅뚱땅. 포장마차처럼 보이는 가게를 짓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삐죽삐죽한 검은 머리에 갈색의 피부. 시장 상인이 입을 법한 평범한 초록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옷으로도 숨길 수 없는 근육은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드러내 주고 있었다. 쭈그려 앉아 있어 몸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임에도 말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에 나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가게 간판을 보자 ‘베드로의 꼬치구이.’ 라고 적혀 있었다.

“음? 누구십니까?”

우리의 기척을 느꼈는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보다 더 큰 키인 걸로 볼 때 2미터는 넘어 보였다,

“오, 현성? 이게 얼마만인가! 그동안 잘 지냈나?”

내 얼굴을 보자 그는 반가운 듯 활짝 웃었다.

“나야 항상 잘 지내지.”

“그런데 자네가 왜 여기 있는 건가? 자네도 가게를 내러 왔는가? 미안하지만 이 구역은 내가 먼저 냈으니 굳이 내고 싶으면 반대편에 내게나.”

그는 반대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이거 담당이라.”

나는 고개를 젓고 그의 눈앞에서 서류를 흔들어 보였다.

“오! 자네가 이곳의 총괄 선생이었구만! 축하하네! 언제까지고 의뢰하나 안 하고 백수로만 지내서 걱정했는데, 좋은 일자리를 구했구만!”

“상관없잖아. 그건 그렇고,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이 아저씨, 외견으로만 보면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게 생겼다. 하지만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나쁜 생각이지. 저렇게 보여도 모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니까. 그것도 모험가 랭킹 상위권인 놈들만 모인 왕도의 모험가 길드에서 말이지.

“하하하! 일주일 휴가를 내고 왔다네!”

“휴가로 끝날 말이 아니지 않아? 애초에 휴가를 낼 수는 있는 거야?”

길드 마스터란 길드의 최고 책임자이다. 그에 따라 할 일도 많으니 이런 곳에서 장사나 하고 있을 시각은 없을 것이었다.

“괜찮다네! 유능한 사람에게 맡기고 왔으니! 그나저나, 그쪽의 아가씨는 누구신가? 혹시... 애인?”

그가 내 옆에서 가게에 문제가 없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있던 세레나를 가리켰다.

...이 아저씨는 변한 게 없군.

“크리샤 가문의 세레나 크리샤야. 지금은 내 일을 돕고 있어.”

세레나의 가문명을 들은 그는 오. 하며 입을 모았다.

“오! 왕성귀족의 차녀셨구만! 이거 큰 실례를 할 뻔했어!”

“나한테는 실례가 아니고?”

“하하하! 자네가 나한테 한 실례가 더 많지 않나! 이번 건 하나 갚은 셈 치게!”

농담인 걸 알고 있기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애들이 별로 안 다닐 법한 이 구석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뭐야?”

다른 가게들은 어떻게든 귀족 소녀의 눈에 띄게 하려고 최대한 기숙사건물에서 가까운 곳이나 불꽃놀이가 잘 보일 법한 곳에 자리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레이나 마법을 단련하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아니면 거의 오지 않는 곳에다 가게를 열다니. 장사는커녕 지나가는 사람이나 있을지 모를 것 같았다.

“늦어서 자리가 없는 거면 내가 힘 좀 써 줘?”

나는 이곳의 총괄 선생이다. 아직 남은 좋은 자리들도 많으니 총괄 선생의 힘을 쓰면 충분히 좋은 자리로 이동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닐세! 일부러 여기에 자리를 잡은 거니!”

그는 껄껄 웃으며 가게의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곳은 어른들을 위한 가게이기 때문이지. 라고 말해도 어른이라고는 가게를 여는 사람들과 자네, 그리고 메이드들밖에 없지만.”

병 하나를 꺼내 선반에 내려놓았다.

“이건..!”

그 병 안의 액체를 본 나는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 애들과 메이드들로만 이루어져 있던 지라 이곳에 온 뒤로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던 그것이었다.

도시 미드나에 갔을 때는 기회가 있었으나 아이리스를 돌보느라 기회를 잡지 못했지.

“불꽃놀이와 함께하는 꼬치구이와 흑맥주. 환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어떤가? 조금 마셔보겠나?”

“그, 그래도 돼?”

“한 병 정도면 자네가 일하는데 문제는 없을 거 아닌가?”

확실히 맞는 말이다. 아무리 도수가 높다고 해도 상대는 맥주. 내가 맥주의 알코올 따위에 질 리가 없다.

그는 내게 검은 액체가 담긴 병을 건네주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곧 있으면 이 청량감이 목을 타고 흘러내릴 것이란 생각에 손이 덜덜 떨렸다.

후... 진정하자. 고작 맥주를 마시는 것뿐이야. 금연 초기증상 마냥 덜덜 떨 필요 없어... 자, 일단 뚜껑을 따고...

“선생님! 다 끝났어요! 가시죠!”

“어..?”

갑작스럽게 나를 잡아끄는 세레나. 거기에 내 손떨림이 겹쳐 나는 맥주병을 놓치고 말았다. 다행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그가 손으로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야야! 한 병만 마시자..!”

“안 돼요! 빨리 끝내야 선생님께서 제게 마법을 가르쳐 주시죠!”

“한 잔..! 아니, 한 모금만! ...싫어!! 마시게 해 줘!!”

우리들의 상황이 재밌다는 듯 호탕하게 웃는 그와 내 절규를 뒤로하고, 나는 세레나에게 끌려 강제로 다음 장소로 향하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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