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달밤에 레이와 함께.
* * *
달빛이 열려 있는 창문을 넘어 은은하게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더 나아가서 내 앞에 서 있는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소녀, 레이에게 달빛이 비춰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벌써 움직여도 돼?”
“괜찮습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레이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발키리들의 마력이 담긴 반지가 제 역할을 잘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만월까지만 이겠지만.
애초에 발키리들의 반지도 임시로 만든 것에 불과한데, 그것을 반으로 쪼개 놨으니...
나는 일단 레이에게 내 맞은편 소파에 앉으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야심한 밤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저를 안아 주실수 있으신가요.”
“...”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설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줄이야.
이런 남들이 다 잠에 드는 늦은 시간에 한꺼풀만 벗으면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 같은 옷을 입고 이 학교 유일한 남자인 내 방에 찾아왔다.
이게 뜻하는바야 한 가지 밖에 없지.
게다가 나는 레이의 비밀을 알고 있기도 하다.
“서큐버스 퀸의 마력을 없애기 위해서?”
“...알고 계셨나요?”
“네가 잠들어 있을 때 네 아버지. 아니, 양아버지라 해야 하나? 어쨌든 그 사람한테 연락이 왔거든.”
나는 어깨를 으쓱, 한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다 들었어. 네가 서큐버스 퀸이라 불리는 존재의 딸인 거랑, 마력이 네 몸에 맞질 않아서 성녀의 마력이 담긴 억제제가 없으면 점점 욕구불만돼서 여기저기 덮치고 다닌다는 거.”
“...그러면 치료 방법도 들으셨겠네요.”
“당연히. 그래서 네가 이 야심한 밤에 그렇게 허리띠만 풀러도 흘러내릴 것 같은 옷으로 나를 찾아온 거 아니냐?”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만큼 강하신 분이라면 제 마력에 먹히지 않고 절 치료해 주실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 치료가 무슨 뜻인지는 알지? 너랑 한 녀석이나 너나...”
“마력을 잃게 되죠.”
“그걸 알면서 나한테 너를 안아달라고 하는 거야?”
나는 진지한 얼굴로 레이에게 말했다.
내가 한 말의 숨겨진 뜻은 이거였다.
‘내가 강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건데 그걸 날로 먹으려고?’
물론 마력을 잃은 게 아까운 것처럼 말하는 건 다 연기다. 서큐버스 퀸 정도의 마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내 쪽에서 흡수하면 모를까, 내 마력이 지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어차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동원해 도와주려고 했거든.
하지만 그냥 도와주다가 버릇 나빠져서 사소한 일까지 내게 맡기려고 하면 어떻게?
“제 상태를 해결해 주시기만 한다면 제 몸과 마음을 바쳐 평생을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
나는 맞은편 소파, 레이의 옆에 앉았다.
레이의 몸이 움찔. 떨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에 양손을 올렸다.
그대로 가운을 살짝 내리자 새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여기서 더 내린다면 분명 저 탐스러운 과실이 눈앞에 활짝 열매를 맺을 것이었다.
“...”
역시 안 되겠네.
나는 과일을 재배하려던 손을 멈추고 흰색의 가운을 다시 처음의 상태로 돌려놓았다.
“아... 죄송합니다... 역시...”
“착각하지 마. 나로서는 당장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니까.”
“그럼 왜...”
“하고 싶지 않은 여자를 억지로 안기는 싫거든.”
나는 손가락으로 레이의 볼을 타고 흐르고 있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어..?”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눈을 비비며 눈물을 닦았다.
* * *
잠시 후, 나와 레이는 다시 맞은편의 소파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상태가 되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싫은 거지? 마력을 잃기.”
“...네.”
“그러면 만월제가 끝난 뒤에 억제제가 오니까 그때까지 버티면 되는 거 아니야? 굳이 이렇게 싫은 일을 할 필요는...”
“만월이 되면 늦으니까요.”
“늦어?”
“네. 만월이 가까워질 수록 점차 강해지는 마력은 만월에 정점을 맞이해요. 지난번에 억제제를 복용하지 못했을 때는 아버님께서 밤새 저를 막느라 고생하셨으니까요.”
다쳐셔 요양 중이라고 르니아 가문의 집사장인 하리스 씨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게 폭주한 레이를 막다가 그런 거였나 보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점점 마력이 강해지고 있어요. 작년에는 억제제를 복용했음에도 밤새 기사단의 훈련장에서 마력을 사용하며 몸을 움직였으니까요.”
“그래서, 작년에는 억제제가 있음에도 그 정도였는데 더 강해진 이번 해에는 억제제도 없어서 더 강한 폭주를 일으킬 거다. 이거지?”
레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뭐라고.”
“...네?”
“난 또 뭐 세계 멸망급이라도 걱정하는 줄 알았네.”
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하자,
“그렇게 가볍게 얘기할 게 아니예요! 이번에 폭주하면..!”
레이가 안전불감증에 걸린 사람에게 말하듯이 말했다.
나는 훗. 하며 작게 웃었다.
“레이. 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잊었어?”
“..!”
“나, 네 선생이다. 강하다고 세간에서 자자한 왕성 귀족의 따님들을 전부 상대하고도 이긴 사람이라고.”
“내가 너한테 해 줄 말은 하나밖에 없어.”
나는 손가락으로 숫자 1을 표현했다.
“믿고 기다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낫게 해 줄 테니까.”
...낫게라는 표현이 맞나?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마력인데.
내 말을 듣더니 레이는 무언가 생각이라도 하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나만 여쭤 봐도 될까요.”
“뭔데?”
“저를 왜 도와주시려는 건가요? 듣기로, 선생님께서 이곳에 오신 목표는 이미 달성하셨다고...”
빚을 지게 해서 나중에 내게 이득이 되게 하려고 했다고 사실대로 말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다. 고로 스승을 팔아먹기로 했다. 미안, 스승.
“미소녀의 눈물 젖은 사연은 무시하는 게 아니다.”
“...네?”
레이가 무슨 말이냐는 얼굴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 한 뒤 말을 이어갔다.
“라고 내 스승이 그랬거든.”
믿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한 말이다.
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레이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뵀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은 들었는데,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네요,”
“이제 살만 한 가 보다? 놀릴 줄도 알고. 여하튼, 너는 걱정하지 말고 만월제를 즐길 준비나 해 둬. 가뜩이나 이곳에 자의로 있는 것도 아닌데 축제까지 못 즐기면 서운하잖아. 게다가 너는 만월제를 한 번도 못 즐겨봤을 거 아니야.”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네 상태를 고친 뒤에 받을게.”
“네. 그럼...”
“잠깐.”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레이를 멈춰 세웠다.
“네?”
“만월 전에 한 번은 풀어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언제까지고 몸을 움직이는 걸로 해결할 수는 없잖아.”
나는 그대로 내 얼굴을 내 말을 이해를 하지 못하는 듯한 레이의 얼굴을 지나쳐 귀에 가까이 한 뒤,
“이런 식으로.”
속삭이듯 말하며 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흐읏..?!”
움찔. 하며 몸을 크게 떠는 레이. 그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가볍게 안아 올렸다.
“앗..?”
공주님 안기가 처음이었는지 레이가 당황한 듯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레이를 침대 위로 던졌다.
그 여파로 인해 침대가 삐걱대며 흔들렸고, 레이의 몸도 침대를 따라 위아래로 흔들렸다.
나도 그녀를 따라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이어 레이의 위로 올라갔다.
내가 레이를 덮치듯 올라타 있는, 세레나의 오해를 샀을 때와 똑같은 자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들어올 시간도 아닐 뿐더러 양측 합의? 하에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자, 잠깐만요!”
레이가 거부하는 듯한 몸짓을 보였지만,
“걱정 하지마. 그냥 풀어 주기만 하는 거니까.”
겸사겸사 나도 쌓인 거 좀 해소하고.
다시 한번 귀에다 속삭여주자 이내 가만히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귀가 약점인 것 같았다.
먼저, 가운의 허리띠를 풀러 가운을 벗기기 쉽게 만들었다. 그대로 가운을 치워 마지막 양심이라는 듯 가리고 있는 부분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절반, 본방이 없이 만족해야만 하는 단계다.
어깨에 걸쳐져 있는 부분을 살짝 내리며 그 모습을 드러낸 쇄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읏...”
움찔. 하며 레이의 몸이 작게 떨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쇄골을 타고 올라가 목을 지나,
“흐읏...”
볼을 넘어 귀를 살짝 깨물었다.
그대로 우물우물 거리며 귀의 맛을 음미한다.
“자, 잠깐...”
“싫어.”
단호하게 거절한 다음, 귀에 직접 혀를 넣어 귓속을 유린한다.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을 느꼈다.
“흣..! 하... 하읏..!”
참는다고 참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간간이 새어 나오는 신음은 그녀도 막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잠시 귀의 유린을 멈추고, 나는 발로 향했다.
“거, 거기는..!”
나는 발가락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움찔거리며 빠져나가려는 그녀를 억지로 붙잡은 뒤, 다시 발을 유린했다.
발가락에서 시작해 발바닥을 지나 마지막엔 발등까지. 구두를 닦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녀의 발을 샅샅이 핥아 주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귀에 바람을 불어 넣어 모든 행위를 종료했다.
“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대충 닦아냈다. 그제야 애무에만 신경 쓰느라 확인하지 못하고 있던 레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레이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꽤 심각해 보였다.
그녀의 몸은 계속 움찔거리며 떨리고 있었고, 빛이라고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밖에 없었지만 그 정도의 빛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흐트러진 가운은 어느새 내려갈 대로 내려가 가슴이라는 언덕에 걸쳐 있었다. 조금만 더 흘러내리면 꼭대기가 정복당할 것같이 아슬아슬하게 말이다.
또한 허벅지를 통해 발을 애무하다 보니 아래쪽도 흐트러져 검은색의 실크레이스 팬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침대는 완전히 젖어 청소 마법인 [클린(Clean).]을 쓸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면 본방까지 다 한 줄 알겠네.
서큐버스 퀸급의 마력을 물려받았다기에 프린세스 급을 상대할 때 썼던 방식 그대로 한 건데, 아무래도 처음인 얘가 견디기에는 자극이 좀 셌나 보다.
* * *
잠시 후, 레이가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나는 발키리 자매 중 한 명이라도 깨어 있기를 바라며 그녀들에게 잠들어 있다면 못 듣는 정도의 마력만 담아 통신 마법을 보내봤다.
다행이 막내인 엘린이 깨어 있다고 답신해 주었다.
[저 깨어 있어요! 제가 오늘 야간 순찰 담당이라서요!]
“잘됐네. 합일 좀 해도 되지?”
[그럼요~! 얼마든지요!]
합일하는데 깨어 있는 소환수를 찾는 이유는 합일을 시전하면 ‘님 마력 쩔더라~’ 라고 합일의 대상에게 신호가 가기 때문이다.
괜히 잘 자는 애들을 깨울 필요는 없잖아.
엘린과 합일을 한 나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며 마법을 영창했다.
[정화(Purification).]
흰 빛이 손에서 반짝였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며 상쾌해졌다.
아니, 상쾌하지 않다. 정화 마법을 썼어도 전혀 상쾌한 느낌이 아니었다.
레이의 서큐버스 속성을 완화시켜 줌과 동시에 나도 가볍게 레이의 몸을 즐기며 만족하려고 했는데 레이의 반응이 너무 좋던 나머지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나아간 모양이다.
“하아...”
서큐버스를 하나 구하든가 해야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투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