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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72화 (72/146)

〈 72화 〉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낫게 해줄 테니까.(2)

* * *

“와앗!?”

하늘에서 학교 주위를 배회하며 만월제가 끝날 때까지 순찰을 돌다가 귀환 중인 금발의 발키리 자매들. 그중 막내인 엘린은 갑작스럽게 날개에 힘이 빠진 탓에 하마터면 그대로 추락할 뻔했다.

“엘린? 괜찮아?”

그녀의 근처에 있던 여섯째인 엘로나가 무슨 일이냐며 그녀의 옆으로 날아왔다.

“아, 언니..? 그게, 갑자기 날개에 힘이 빠져서요. 하마터면 추락할 뻔했어요.”

“긴장을 푼 건 아니고? 너 자주 멍하니 있을 때가 많잖아.”

놀리듯 말하는 엘로나에게 엘린이 볼을 부풀렸다.

“언니..! 아무리 그래도 날고 있을 때 멍 때리지는 않는다구요!”

그런 엘린을 보면서, 엘로나가 작게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왜? 무슨 일이야.?”

앞서서 돌아가던 다른 자매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들에게 날아왔다.

“아, 엘렌 언니. 엘린이 합일을 처음 겪어보는 것 같아서요.”

“합일이요? 그게 뭐예요?”

엘린이 신조어를 듣기라도 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처음 합일을 경험하면 그럴 수도 있지.”

엘로나의 말에 첫째인 엘렌이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언니..? 합일이 뭐냐니까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인 엘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자매 중 다섯째, 엘레나.

“걱정 하지마. 이상한 게 아니니까... 푸흡..!”

웃음이 터져 나오기 직전의 볼이 빵빵한 얼굴이었다.

“이상한 게 아니면 설명을 좀 해 줘요!”

“이야~ 엘린이 합일이라니. 벌써 그럴 나이가 된 건가... 이 언니는 기쁘다!”

마치 다 자란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 같은 부모의 느낌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는 넷째, 엘룬.

“엘룬 언니가 키운 거 아니잖아요..! 마스터께서 키워주셨지!”

“아직 나약하구나 동생아. 겨우 합일 정도로 날개에 힘이 빠지다니.”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셋째 엘로니.

“내일부터 왕복 비행 훈련 100회 추가다.”

“네?! 지금도 200번이나 시키면서 100번이나 추가라고요..? 아니, 아니! 그보다 합일이 뭐길래 제가 그 고통을 견뎌야 되냐구요!”

자신을 놀려대는 언니들을 보며, 엘린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데 언니, 괜찮은걸까요?”

그렇게 한창 엘린을 놀리던 중, 둘째인 엘리나가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엘렌에게만 들리도록 넌지시 말했다.

“뭐가?”

“아까 뒤뜰 정원 쪽에서 마스터의 마력이 급상승 한 걸 보면, 마력을 개방하신 것 같아서요. 게다가 마력을 개방하신 상태임에도 저희의 힘까지 사용하시려는 것으로 볼 때, 위험에 처하신 게 아닌가 해서요. 도와드리러 가야 되는 거 아닐까요?”

엘리나의 말에 엘렌은 흐음.. 하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다만, 마스터의 싸움은 마스터가 마무리 짓게 하는 게 모시는 자로서의 예의가 아닐까?”

발키리 자매 중 현성과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의견에 엘리나는 역시 언니! 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랑스러운 동생의 행동에 후후. 하며 작게 웃은 엘렌은 여전히 엘린을 놀리고 있는 자매들에게 향했다.

“자, 다들!”

그녀가 손뼉을 두 번 치자, 엘린을 제외한 다른 자매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왜요, 언니?”

“모두 느꼈겠지만! 마스터께서 우리 자매 전체와 합일을 하셨다! 마력을 개방하신 상태임에도 말이지! 이 말인 즉 슨, 마스터께서 큰 싸움을 하고 계신다는 것! 그러니 우리는 마스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분을 돕도록 한다!”

“네!!”

엘렌의 신호에 따라 자매들이 일제히 뒤뜰 정원을 향해 날아갔다.

여전히 자신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엘린을 제외한 채.

“아니~! 그래서 합일이 뭐냐고요~!!”

언니들의 등에 대고 소리쳐봤지만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진짜..! 합일이 뭔진 모르겠지만 놀리는 건 알겠네요! 끝나면 마스터께 다 이를 거예요!”

씩씩대며 날개를 펼친 엘린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자매들을 따라 뒤뜰 정원으로 향했다.

* * *

­콰아아아!

합일의 마법을 영창 하자 엄청난 양의 마력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드드드드!

끊임없이 들어오는 마력들로 인해 무언가 강한 힘이 내 몸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는다. 이어, 들어온 마력들이 자리 잡기 전이라 몸이 안에서 부풀어가는 느낌 또한 느껴졌다.

물론 마력적인 느낌에서 부푸는 거지, 실제로 몸이 부풀지는 않는다.

마력적인 느낌이라고는 해도 터지면 실제로 몸이 터지는 거랑 같긴 하지만.

“큭..!”

합일하기 전에 자세를 낮추며 충격에 대비했음에도, 모든 소환수와 합일하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이 씨... 더럽게 아프네..!

하지만 버텨야 한다. 마력에 적응하는 건 고작 시작 단계에 불과하니까.

“끄으...”

입술을 짓이기며 안에서는 나오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집어넣고, 밖에서는 누르려는 것을 밀어낸다.

첫 단계부터 더럽게 어렵다. 마치 글라시아에게 줬던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 같이.

스승한테 미리 방법을 전수받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내 몸은 진즉에 터지거나 짓눌려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그나저나 스승은 소환사도 아니었으면서 어떻게 합일이나 소환수를 다루는 법 같은걸 잘 알았던 거지?

갑작스럽게 든 생각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생각이 드는걸 보니 아직 살만한가 보네.

그래도 그 생각 덕분인지 몸에 긴장이 풀리며 편안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을 짓누르던 느낌이 사라졌고, 안에서 팽창하던 마력도 슈우우. 하는 소리와 함께 안정되어 간다.

“후...”

좋아, 준비 완료.

“진짜 준비는 끝나신 겁니까?”

심호흡하며 마지막까지 몸을 진정시킨 후, 고개를 끄덕였다.

­둥실.

레이의 몸이 천천히 내려오다가 내 배 부근에서 정지했다. 마치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 같은 레이를 보며, 나는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미리 사과했다.

왜냐하면 그릇의 위치를 찾기 위해 몸 여기저기를 더듬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했기 때문에 그녀가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생각해 보니 레이를 애무할 때 많이 만지기도 했고 그녀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니 구태여 사과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리고 목숨을 살려주는 건데 몸 좀 더듬거나 알몸을 보거나 하는 것쯤은 포상으로 받을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자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갑니다.”

“네.”

레이의 배에 오른손을 올리며 마력을 조금씩 흘려보내자, 레이의 몸이 움찔했다.

눈을 감으며, 손에서 흘려보내는 마력을 통해 레이의 몸에 흐르고 있는 마력의 회로를 읽었다.

“읏...”

레이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조금씩 위로 올렸다.

마력 회로를 따라 마력이 나오는 근원인 그릇을 찾기 위함이었다.

“흐읏..!”

배를 쓸어 올리는 감각에 레이의 몸이 다시 한번 움찔. 떨린다.

느껴라.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마력의 회로를.

찾아라. 그중에서 단 한 곳, 실타래를 풀렀을 때 나오는 그릇으로 향하는 통로를.

“흐으읏..!”

손이 가슴에 닿자, 레이의 몸이 앞에서의 상황보다 크게 떨린다.

“좀 가만히 있어 봐. 신음 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되잖아. 아직 아픈 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버텨?”

“민감한... 곳만... 건드리시니까..!”

살만한가 보네. 조금 더 찾아봐도 되겠어.

띄엄띄엄 숨을 고르며 반박하는 레이를 무시하며 왼 가슴과 오른 가슴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그렇게 가슴과 심장부근까지 전부 훑었지만 왜인지 그릇이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어디에서 느껴도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마력의 회로 뿐.

...이상하다? 대부분의 그릇은 심장이나 명치 부근에 존재할 텐데. 나는 강제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역시나 심장에 위치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그릇은 심장 부근에 존재하기에, 괜히 그릇이 또 다른 심장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느껴지지 않는 그릇에 의문이 들며 다시 한번 가슴에서부터 시작해 레이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

똑같은 곳을 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몸이 움찔움찔거리는 게 내 손으로 전해져 왔고 신음 소리가 점점 수위가 강해져갔지만, 애써 무시한 채 계속해서 몸을 훑었다.

“응?”

그러던 중, 느껴지는 이질감에 고개가 기울어졌다. 뭔가 희미하게 다른 마력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정확히 뭔진 모르겠다.

천천히 눈을 뜨자, 레이의 배에 위치한 내 손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러시죠? 그릇을 찾으셨나요?”

“아뇨. 마력의 회로에서 뭔가 이질감이 느껴져서요.”

내가 느낀 것을 그녀에게 설명해주자.

“혼혈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인간식이 아니라 서큐버스 식으로 찾아보시는 건?”

라며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아스모 씨.

그러고 보니 레이는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 서큐버스와 인간의 혼혈이었지.

게다가 그녀가 ‘그릇이 깨지는 위기’라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이유도 그녀의 어머니인 ‘서큐버스 퀸’의 마력을 몸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전제가 잘 못 되어 있었네.인간이라는 전제로 찾고 있었으니 찾을 수 있을 리가.

아스모 씨가 말한 서큐버스 식이란 아마도 그곳을 말하는 거겠지.

서큐버스들은 거의 무조건 존재하는, 음문이 새겨져 있는 곳에 있는 그곳.

손의 위치를 옮겨 배의 아래쪽에 가져다 대며 마력의 회로를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 찾지 못하던 그릇으로 향하는 통로가 존재하고 있었다.

...역시나. 밖이 아니라 안에 있어서 희미하게 느껴졌던 거였나.

“흐아아앙!!”

레이 또한 정답이라는 듯, 지금까지와는 현저히 다른 높이의 신음 소리가 내 고막을 꿰뚫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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