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80화 (80/146)

〈 80화 〉 진실의 방으로.

* * *

* * *

현성과 루아가 식당에서 싸우고 있다는 세레나의 말에 황급히 식당으로 향하는 레이.

달려가면서, 세레나에게 물었다.

“그냥 루아야, 아니면 또 다른 루아야?”

“또 다른 루아예요!”

또 다른 루아.

그 말을 들은 레이는 달리는 발걸음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귀족이라는 특성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만남이 잦아 친자매나 다름없이 지내 왔던 그녀들.

그렇기에 루아의 다른 인격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루아, 현성이 이름을 붙여주기를 ‘루나’인 그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도 말이다.

대련의 형식이든 장난으로든 루나와 몇 번 싸워 본 레이였지만 단 한 번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게다가 상대는 귀족 소녀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지만 표면상 아카데미로 둔갑해 있는 이곳의 총괄책임자인 진현성이다.

마왕군 간부 중 한 명이자 마왕 다음으로 강하다고 평가받는 다크 나이트를 일격에 보낸 사람이자, 500년 동안 살아와 레이로써는 손도 댈 수 없었던 강함을 가진 인큐버스 또한 마법 하나로 보내버린 남자.

그 둘을 어떻게 상대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본 레이로써는 현성과 루나가 싸운다는 세레나의 말에 긴장의 끈을 강하게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 둘이 제대로 싸운다면 식당은 고사하고 학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시라도 일찍 도착해 그들의 싸움이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했다.

빠르게 달려 식당의 근처에 도착한 레이는 식당의 밖을 가득 메우고 학생들의 인파를 맞닥뜨렸다.

학생들의 인파를 본 레이는 의문에 휩싸였다.

‘싸움이 일어난 게 맞는 건가?’

루나와 현성이 맞붙는 싸움이라면 당연히 그 여파도 엄청났을 것이다.

하지만 싸움이 일어났다고 말한 것치고는 마법을 쓸 때의 굉음이나 물건들이 날아다니는 소리 등 싸움이 일어났다는 흔적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게 싸우고 있다고 해도 최소한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혼비백산 도망가는 모습이나 두려움이 담긴 비명이라도 남아 있었어야 할 터.

하지만 식당 밖은 학생들로 빼곡했고, 그녀들의 시선은 모두 식당의 안으로 향해 있었다.

마치 구경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점프를 뛰는 소녀도 있었다. 하늘하늘한 흰색의 치마가 소녀의 점프 타이밍에 맞춰 나풀거렸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는 일단 눈앞의 학생들의 인파를 뚫고 지나가기로 했다.

“잠시만. 지나가도 될까?”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의 근처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레, 레이님?!”

“레이님이 말을 걸어 주셨어!”

“감탄하는 건 좋지만 빨리 비켜드리세요!”

“아, 네! 지나가세요, 레이님!”

상대가 레이임을 확인하자 모세의 기적처럼 양옆으로 갈라지는 학생들의 바다.

덕분에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 없이 손쉽게 식당의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식당의 안을 살피려던 찰나.

“오? 레이랑 세레나잖아? 너희들도 밥 먹으러 왔어?”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가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붉은 머리의 청년이 그녀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아르테미아 가문의 장남이자 루아의 친오빠인 리안 아르테미아였다.

“리안 오라버니?”

세레나 또한 그를 알아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있어~”

리안의 등 뒤에서 보라색 머리의 청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세레나의 귀를 간질였다.

“하이네 오라버니까지?! 벌써 돌아다녀도 되는 거예요?”

검은 갑옷, 다크 나이트에 의해 중상을 입은 지 6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회복의 결계가 쳐져 있는 회복실의 안이라고 해도 적어도 2주 정도는 요양을 할 정도의 상처였다.

걱정 말라는 듯 리안이 팔을 들어 올리며 괜찮다고 말했다. 하이네 또한 동조하며 말했다.

“나도 일주일 이상은 갈 거로 생각했는데, 왜인지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쌩쌩하더라고~ 그래서 쾌차 기념으로 다 같이 밥을 먹을 겸 식당에 왔는데~”

“싸움이 한창이었지.”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세레나는 그들이 다 같이 라고 말한 것치고는 둘 만 있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프리무스 오라버니와 루이네 언니는요? 같이 안 오신 거예요? 다 같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왕성 귀족의 장남 장녀들은 모여 있으면 대부분 붙어 다녔기에, 프리무스와 루이네 또한 그들과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세레나였다.

“아 걔네들?”

“저기~”

식당의 안을 가리키는 리안과 하이네의 손가락에 레이와 세레나의 고개가 돌려졌다.

가장 먼저, 시력에 의해 보인 것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의자들과 식기들이었다. 벽 여기저기에는 날카로운 것이 긁고 지나간 자국들도 있었다.

‘어라? 루아와 선생님이 격돌한 것치고는 그렇게 어질러지지는 않았네요?’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레이에게 알리러 간 세레나는 싸움의 중간과정을 보지 못 했기에 어떤 싸움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세레나 또한 현성과 루나의 강함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최소 식당의 반파 정도는 예상했다.

그러나 뜻밖에 싸움의 흔적이라고는 어질러진 식기들과 의자들이 전부였기에, 세레나는 오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뜻밖에 그렇게까지 어질러지지는 않았네요?”

세레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적어도 어디 한 군데는 벽에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러니까요. 그나저나 선생님과 루아는 어디에...”

“...아시겠어요? 현성님은 100명의 귀족 소녀를 총괄하시는 총괄 선생님이시니까, 그에 걸맞게 행동하시지 않으면 내부로든 외부로든 소문이 안 좋게 난단 말이예요. 이 학교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지어진 곳인지 잘 알고 계시면서...”

그때, 누군가를 타이르는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레 그 목소리를 따라 레이와 세레나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이 도착한 곳은 식당의 구석진 자리였다. 그곳에는 한 여인이 있었고, 그 여인의 앞에 분홍 머리의 소녀와 흑발의 청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엉덩이까지 흘러내리고 있는 백발이었다. 관리를 잘했는지 윤기가 흐르는 머리였으며 쓰다듬으면 손을 부드럽게 간질일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물론 외부인들에 의해 여기서 나가는 대부분의 소문은 메이드분들이나 아버님들께서 세간에 의심이 가지 않도록 힘써 주시고 계시긴 하지만 그래도 한계라는 것이 있어요.”

입고 있는 것은 학교의 교복으로 지정된, 처음 그녀들이 저 옷을 입은 것을 봤을 때의 현성의 말을 빌리자면 ‘세라복 비슷한’ 옷이었다.

머리색과 대조되는 검은색의 옷에 하얀색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런데 식당을 난장판으로 만들 정도로 싸운 이유가 뭔지 보니까 고작... 하아...”

거기서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를 짚는 백발의 여인.

그에 맞춰 청년의 몸이 움찔. 떨렸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 듯했다.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분홍 머리의 소녀의 어깨는 이미 축 처진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백발의 여인의 설교가 무자비하게 그들을 폭격했다.

그 장면을 보며 소녀들이 모여 있을 법한 상황이라고 세레나는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흑발의 청년과 분홍 머리의 소녀에게 설교를 하는 여인은 최정상에 자리하는 국가 중 하나인 아벨 왕국의, 국왕 다음가는 권력을 가진 왕성 귀족 4가문 중 하나인 아리아 가문의 장녀, 루이네 아리아였다.

왕국 기사단, 백야의 부단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녀는 주변인들에게 ‘순백의 백합’, ‘진정한 기사.’라고 불리며 고귀한 절벽위의 꽃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감정을 드러내며 누군가를 혼내고 있었다.

게다가 무릎을 꿇고 루이네의 설교를 듣고 있는 사람은 같은 왕성 귀족인 루아 아르테미아와 이 학교의 총괄선생인 진현성이었다.

또 다른 루아, 루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알고 있었으므로 제외하고, 검은 갑옷 다크 나이트를 일격에 보낸 현성이 루이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설교를 듣고 있었다.

그러니 귀족 소녀들에게 있어서는 지나칠 수 없는, 점프를 할 정도로 보고 싶을 수밖에.

“요리사분께도 사과하세요. 요리사 분. 이제 괜찮으니 나오셔도 돼요.”

루이네의 말에 그들의 싸움을 피해 주방으로 피신해 있었는지 요리사모자를 쓴 채 개수대의 뒤에 숨어 있던 중년의 남성이 슬그머니 일어나 루이네의 옆으로 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그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현성과 루아.

그런 그들을 보며 요리사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 아뇨...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한 달까... 요리사에게 있어서 그런 류의 싸움은 요리사의 실력을 칭찬하는 것과 같거든요...”

“그, 그래. 우리는 요리사의 실력을 칭찬하는 의미에서 그랬던 거야..! 그렇치 루아, 아니. 루나!”

빠져나갈 틈을 포착한 현성이 루나의 동의를 얻기 위해 그녀에게 말로서 신호를 보냈다.

“마, 맞아! 그러다 보니 조금 격해졌을 뿐이지...”

패스받은 루나가 그대로 골로 연결하려 슛을 날렸지만.

“아무래도 아직 반성을 덜 하셨나 보네요.”

아쉽게도 골키퍼가 너무 강했다.

“어..?”

“에..?”

덕분에 오히려 그녀의 심기를 더 건든 꼴이 되어 버렸고, 싸늘한 얼굴의 루이네가 루나와 현성의 옷의 목덜미를 잡은 채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식당의 입구에서 레이 일행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는 루이네.

그 모습에서 사냥에 성공한 포식자의 모습을 본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양옆으로 비켜서게 되었다.

“자, 잠깐..!”

이대로 끌려가면 어떤 길이 펼쳐질지 잘 알고 있던 현성은 최후의 발버둥을 치려 했으나.

“안 돼요.”

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루나는 겁에 질린 ‘히익!’소리를 내며 얌전히 끌려가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그렇게 잠시 후, 복도의 모퉁이를 지나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역시 무서워...”

“그녀를 화나게 해서는 안 돼.”

“하지만 그녀가 화를 내는 건 현성님 앞에서만 이지. 저러고 나중에 가면 왜 그랬지 라면서 우리한테 푸념을 털어놓잖아.”

“뒷담 접수~ 루이네가 돌아오면 일러야지~”

“그래 봤자 노려보기만 하다 끝날 텐데 뭐.”

“그건 그래~”

자기들끼리만 아는 얘기를 하며 킥킥대는 리안과 하이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현성이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것을 본 레이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자기 옆에 서서 다른 귀족 소녀들처럼 흥미롭다는 얼굴로 현성과 루아가 끌려가는 장면을 보고 있던 세레나에게 물었다.

“...세레나. 나한테 오기 전에 식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을까.”

“아, 그거요? 그게 말이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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