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소녀들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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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와 채소가 담긴 접시를 받아 든 현성은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가 어디에 앉을지 궁금하기라도 한 듯 식당 안에 있는 소녀의 시선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고기에 빠져 있는 라네즈와 라헨느 자매, 루아를 제외하고 말이다.
현재 학생들의 관심사가 대부분 현성과 관련된 것에 쏠려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토록 관심이 그에게 쏠렸는가.
그가 식당의 요리사를 제외하면 학교 내의 유일한 남자인 것도 한몫 했지만, 시작은 첫 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와 다른 왕성 귀족 소녀를 대련으로 이기지 않으면 선생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것이 레이 일행을 포함한 학생들 전부의 의견이었다.
자신들이 어째서 이곳에 와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낼 수 있는 의견이었다.
왕국 측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스무 명의 강자가 명예와 신분 상승의 기회를 노리고 총괄 선생의 자리에 도전했지만, 레이 일행의 벽을 뚫지 못 했다.
그렇게 그녀들에게 깨진 사람들로부터 그녀들이 강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을 무렵, 진현성이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남자가 도전자로 오더니 그녀들보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
그때 그에 대한 귀족 소녀의 관심도가 조금 올라가게 되었다. 대부분은 어떻게 그가 지게 될지 생각하는 호기심에서 나오는 관심이었지만.
두 번째는 그가 레이 일행과의 대련에서 보여 준 모습이었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그녀들의 공격을 피하며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그가 꺼낸 첫 소환수는 웬만한 사람들은 평생 동안 한 번 보면 영광으로 여긴다는 고대룡 중 하나인, ‘바람을 부르는 자.’ 라고 불리는 고대풍룡 실례스틴이었다.
물론 실례스틴은 싸우지 못 하는 몸이라 바로 돌아갔지만, 그녀가 등장하면서 뿜어낸 위압감은 대련장 안에서 대련을 구경하고 있던 소녀를 대부분 졸도시켜 버릴 정도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실례스틴이 돌아간 이후에 보여 준 싸움에서 그가 사용한 것은 ‘설산의 주인’ 이라고 불리는 고대빙룡 스카지나의 마력을 몸에 받아들여 소환수의 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인 ‘합일’이었다.
합일로 인해 그는 스카지나의 마법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고, 레이 일행은 속절없이 고대룡의 마법 앞에 패배하고 말았다.
루아의 또 다른 자아라고 알고 있는, 대부분의 승리를 책임져 주던 ‘루나’가 나왔음에도 말이다.
그녀들이 지는 것을 처음 봤던 귀족 소녀들로서는 그녀들을 패배하게 만든 현성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세 번째는 아벨 왕국의 제 3왕녀 아이리스의 학교 시찰로 인한 방문의 때였다.
시찰은 핑계고 실상은 현성과 얘기를 나누거나 같이 지내고 싶어서 온 것이었지만, 그것을 귀족 소녀들이 알 리가 없었다.
알 수 있던 것은 그녀들이 직접 눈으로 본 현성과 그들의 모습뿐이었다.
왕녀와 같이 학교를 방문한 귀족 중의 귀족, 왕성 귀족의 장남 장녀들을 눈앞에 두고도 마치 사고만치는 동생을 보는 듯한 형의 모습으로 대하는 모습에 그녀들의 관심도는 한층 더 올라갔다.
제국의 신분을 기준으로 공작에 해당하는 정도의 권력을 왕국 내에서 지닌 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폭등하게 된 것은 학교를 습격해온 붉은 달의 일원들을 상대할 때였다.
알트라는 이름의 사내가 프리무스를 포함한 왕성 귀족의 장남 장녀들, 그리고 학교의 학생들을 노리고 학교를 습격해왔던 것이다.
알트 본인은 루이네에게 밀릴 정도였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됐던 건, 그가 가져온 어두운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검은 관에서 나온 것이었다.
쩔그럭대는 갑옷 소리와 함께 관에서 나온 ‘그것’은 자신이 들어 있던 관에 어울리는 온몸에 검은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인마 전쟁을 겪은 프리무스 일행이었기에, 관 속에서 나온 검은 갑옷의 정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모든 빛을 흡수한다고 알려진 칠흑검의 주인이자 온몸이 검은 불꽃으로 뒤덮인 말, 흑염마의 주인인 그.
마왕군 간부이자 마왕 토벌단 ‘백야’가 마왕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을 막아선 그.
최후의 최후까지 마왕으로 향하는 길을 막다 선 채로 전사한, 그와 싸웠던 자들도 인정한 기사 중의 기사.
알려진 이름이 없기에 전쟁 후에 붙인 이명 ‘다크 나이트.’
그에 의해서 프리무스 일행은 죽기 직전까지 밀리게 되었다.
현성이 학교를 지키는 일을 맡기기 위해 소환했던 발키리 자매들이 아니었다면 필시 죽었을 것이다.
그런 강함을 가진 그를 때마침 복귀한 현성이 그녀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마법으로 일격에 보내버린 것이었다.
그의 마법과 격돌한 건 마왕 토벌단 ‘백야’ 중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강의 일격이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니 그것들을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본 귀족 소녀들로서는 그의 존재가 최고의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알지도 못 하는 적에 의해 아카데미를 빙자한 요새에 갇혀 있게 되어 바깥과 거의 소통이 없던 그녀들이었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방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로서는 모를 수밖에 없는 숱한 상황을 겪어온 현성조차 자신을 바라보는 선망의 시선과 자신에게 할 말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 소녀들에 부담스러움을 못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사랑 얘기에 목마른 한창때의 소녀들인 만큼 현성의 여자관계였다.
프리무스의 현성은 애인의 수가 두 자리. 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말도 현성이 귀찮아지는데 한몫 단단히 했다.
현재 구석진 곳에서 학생들 사이에 섞여 밥을 먹고 있는, 현성의 부탁에 따라 학교를 지켜 주고 있는 발키리 자매들과 현성이 아카데미에 오기 전에 있던 저택에서 데려왔다고 말하는 자동인형 메이드들.
한 명 한 명이 길 가다가 보게 되면 뒤돌아볼 것 같은 미인이었기에, 부담스러움에 못 이긴 현성이 제안한 100대1의 술래잡기로 인해 얻은 소원권에 의한 다과회에서는 그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애인은 몇 명인지. 결혼은 했는지.
순수한 의도로 물어본 소녀도 있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은 소녀도 있었다.
왕성 귀족도 함부로 하지 못 하는 강함을 가진 그의 마음을 잡는다면 자신들이나 자신들의 가문도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의도가 좋든 나쁘든 여러 가지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지만, 그녀들이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가 질문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주제를 바꿔가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식당의 상황으로 돌아와, 자리를 찾는 현성을 보는 귀족 소녀들의 시선.
하지만 직접 현성이 눈치챌 정도의 시선을 보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귀족이었기 때문이다.
귀족으로서 몸에 익은 예의에 따르면 사람을 직접 쳐다 보면서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은 실례였기에, 살짝 곁눈질을 하는 정도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식사 자리 선택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은 세레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로서는 내심 비어 있던 자기 앞자리에 앉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녀 또한 현성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성으로서가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이 모르는 마법들을 알고 있을 그에게서 마법을 배우기 위함이었지만.
그가 그녀의 앞자리에 앉기를 바랐던 이유도 그래야 술래잡기의 결과로 그에게서 얻어낸 소원권에 의해 마법을 가르쳐 준다는 얘기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겸사겸사 모르는 것도 몇 가지 물어볼 생각이기도 했다.
다른 소녀들이 만월제에 정신이 팔려 보지 못한 만월제의 끝자락에서 뒷정원에서 은밀하게 일어난 일들을 보았기에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500년을 살아와 하급 마족이라 불리는 인큐버스의 정점을 찍은 남자, 아스모.
진정한 정점을 찍기 위해 서큐버스 퀸의 딸인 레이를 노리고 학교에 잠입해온 그는 현성을 사칭해 레이를 뒷정원으로 꾀어내는 데 성공했다.
자신이 그녀의 부모를 죽였다는 레이의 아픈 과거를 건드려 도발에 넘어간 그녀를 손쉽게 쓰러뜨린 그가 레이의 마력을 흡수하려던 찰나, 공중에서 낙하하는 세레나에게 방해를 받았다.
세레나를 던진 건 당연히 현성이었다.
그렇게 레이를 지키기 위한 현성과 레이를 빼앗기 위한 아스모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시전자의 몸을 망가뜨리는 금지 마법을 사용한 현성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던 찰나, 진정한 문제가 터졌다.
서큐버스 퀸의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있던 몸을 복수에 눈이 멀어 너무 혹사시킨 나머지 마력의 근원인 ‘그릇’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릇이 깨진다면 심장이 멈추는 것과 다를 것이 없기에, 한시라도 빨리 그릇의 재구축에 들어가야 했다.
그릇의 재구축은 성공한 사람이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실패할 경우에는 재구축을 시전하는 사람에게까지 피해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현성은 아스모의 도움을 받아 그릇의 재구축에 성공했고, 레이의 상태를 고쳐준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더 강화시켜 주게 되었다.
그 과정들을 다 본 세레나였기에 현성이 만약 자기 앞자리에 앉게 된다면 얼마 전 그녀와 현성만이 알고 있는 내기에서 얻은 소원권으로 현성을 따로 불러내 과거 등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생각이었다.
밥을 다 먹은 다음에 우연을 가장해 만나서 소원권을 사용해도 되긴 했다.
하지만 왜인지 지금이 아니면 당분간 그에게 말을 걸 기회나 소원권을 사용할 타이밍이 안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현성이 자기 앞자리에 앉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고민하던 그가 선택한 것은 양 갈래로 묶은 분홍 머리의 귀여운 외모를 지닌 소녀, 루아의 옆자리였다.
비어 있는 자리 근처에 있는 주요 인물들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현성이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발키리 자매 중 셋째, 엘로니의 옆자리에 가면 그녀의 애정 표현으로 인해 식당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질 것이었고, 라네즈 라헨느 자매의 옆에 앉으면 그의 소중한 고기가 어느샌가 사라져 있을 것이었다.
세레나야 그에게 있어서는 생각할 것도 없이 패스였다.
그렇게 현성은 루아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고.
오히려 그 선택이 앞으로 있을 '사건'의 출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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