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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110화 (110/146)

〈 110화 〉 성녀 납치 사건.(2)

* * *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타다다닷!

기다란 복도를 달려간다.

나는 그저 성녀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을 뿐인데.

­타앗! 쿵!

창문을 넘어, 땅에 착지한다.

99퍼센트의 완벽함을 보여주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1퍼센트의 결함이 목소리의 형태로 나와 성가가 진혼곡이 되어버리는 사태를 막으려고 했을 뿐인데.

그런데 어째서.

“혀, 현성님..!”

지금의 나는 성녀를 들쳐 메고 신전의 밖을 향해 달리는 중인 걸까.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아마 그건 몇 분전, 내 뇌에서 내린 한 가지의 결론이 원인일 것이다.

그때 떠오른 방법이 이것 하나뿐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정말 이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자신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행동을 취한 건 너잖아? 였다.

그렇게 대답하니 할 말이 없긴 하네.

“현성니임..!”

내 어깨에 매달린 채로 뭐라 뭐라 말하는 성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달렸다.

목표로 한 장소를 향해.

* * *

몇 십 분전, 예배당의 안에 들어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지만,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인사는 없었다.

음... 이게 아닌가? 그냥 처음 보는 사람들이 꽤 있길래 적당하게 인사를 건넨 것뿐인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큰 소란을 낸 나머지 아직 사람들의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성국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빛의 신전의 안에서 이렇게 파괴 공작을 펼칠 거라는 건 생각하지도 않고 있던 거겠지.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냥 문을 강하게 열어서 큰 소리를 내면 됐을 것을. 굳이 부숴버려서 이 사단을 만드냐.

어차피 성가를 부르기 직전이라 예배당의 안은 고요했을 텐데 말이다.

이게 다 문 한 두 개 정도는 부숴도 된다고 말한 영감 때문이야.

한숨을 내쉬며 이곳에 없는 교황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침묵에 휩싸인 예배당을 보던 와중, 문득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게 생각났다.

7년 전이었나? 아마 그쯤 됐을 것 같다.

그때도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있었지. 그때의 장소는 예배당이 아니라 신전 전체였지만.

...그래. 그 방법이 있었지. 왜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 했지?

어째서 지금 와서 조금 먼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이 상황을 타개할 힌트를 얻었다.

간단한 것이었다.

결과가 있으니 원인도 있는 법.

그렇다면 내가 예배당의 문을 부순 원인은 어디서 오는가?

답은 바로 성녀. 그녀의 입에서 진혼곡. 아니, 성가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성녀를 예배당에서 떨어뜨려 놓으면 될 일이다.

7년 전과 똑같이, 납치라는 형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성녀가 성가를 부를 일은 없어질 것이고, 나도 오랜만에 만난 성녀가 어째서 그녀를 납치했냐고 물어온다면 4년 만에 봐서 서프라이즈로 7년 전의 상황을 재현해봤다. 라고 말하면 되니까.

네 노래가 사람의 기억을 잃게 할 만큼 충격적이라 그것을 막아야 해서 예배당의 문을 부수고 너를 납치했어.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의 뒤처리는 뭐... 조금 미래의 나한테 맡기거나 타이밍 좋게 예배당에 도착할 팔라딘들에게 맡기면 되겠지.

그 영감 성격에 나 혼자만 보낼 리는 없으니까. 분명히 내가 사라지자마자 알렉세이와 플뢰르에게 예배당으로 향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정작 본인은 갖은 핑계를 대며 쏙 빠지면서 말이지.

생각해보니 열 받네? 성녀의 비밀을 아는 건 나를 포함해 한손으로 꼽을 만한 녀석들뿐인데, 그것도 지금 이곳에서는 교황과 나뿐인 상황에서 자신만 혼자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다면서 튀어?

물론 교황이 갖은 핑계를 대면서 도망쳤다는 것을 확신할 증거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봐온 교황의 모습으로 볼 때, 분명 그가 직접 예배당으로 와서 사태를 해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짜증이 팍. 솟았다.

안 되겠다. 그냥 얌전히 성녀만 데려가려 했는데, 그 영감이 하는 짓이 꼴받아서 안 되겠어.

어차피 교황과 실랑이를 하느라 마력도 개방한 거, 조금만. 아주 조금만.

깽판을 치도록 하자.

성녀에게 잔소리를 조금만 들을 정도로만.

그렇게 생각하며 예배당의 안으로 한 걸음 내딛으려는 찰나, 또 하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

어차피 반지나 기타 여건들로 1시간 이상 잔소리 코스가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한데, 굳이 조금만 깽판을 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누군가 죽지 않을 정도로 힘을 조절해야 되겠지만, 내 속을 시원하게 할 정도로만.

성녀가 잔소리를 시작하면 1시간이 2시간이 되고, 2시간이 4시간이 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최대 12시간의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 나이다. 그때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팔라딘에게 업혀서 끌려나왔지.

그때 벌였던 일에 비하면 앞으로 내가 벌일 예배당에서의 깽판쯤이야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러니 조금이 아니라 난장판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6시간 정도의 잔소리에서 끝내 줄 것이다.

어쩌면 오랜만에 봤으니 조금만 그녀에게 어울려주면 아예 잔소리를 하지 않고 넘어갈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성녀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 있네.

다행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못 찾는 게 이상했다. 이번 성가의 주역이라는 듯 단상의 맨 앞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성가대 사이에 섞여 있었다고 해도 금방 발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외모는 성국 내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외모였으니까.

새하얀 눈을 형상화한 같은 기다란 백발과 바다를 담아 놓은 것 같은 푸른 눈동자.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확실하게 눈에 각인되는, 수녀복을 입어 훨씬 더 부각되는 저 거대한 굴곡.

루아와 비견될 정도의 저 거대한 두 개의 과실이 그녀의 몸에 자리 잡고 있는 이상 내가 그녀를 못 알아챌 리가 없었다.

그녀 또한 예배당 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정체를 알아채진 못 한 것 같았다. 입구에서 단상까지의 거리가 꽤 있기도 했고, 그녀가 나처럼 감각이 좋지는 않았으니까.

­습격이다!!

­성녀님을 지키세요!!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예배당 안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절하게 인사까지 했는데도 예배당 문을 부순 나를 성녀를 노리고 습격해온 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수도사들은 자신의 몸을 무기 삼아 몸을 날렸고, 사제들과 신관들은 신성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성가대는 주요인물을 보호하는 경호원들처럼 성녀의 주위를 감쌌다. 그들이 뭐라 뭐라 중얼거리니 얇은 막이 그들의 반경범위 내로 펼쳐진 것으로 보아 보호 결계를 친 것 같았다.

팔라딘이나 성기사들이 올 때까지 버티려는 건가?

지금 그들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수도사나 사제, 신관들이 어느 정도 강함을 갖추고 있긴 했지만 성기사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으니까.

최대한 나를 잡아두며 시간을 보내다가, 소란을 듣고 증원을 하기 위해 온 성기사들이나 팔라딘과 합세하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미안하게도 성기사나 팔라딘들이 와도 나를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기사들은 교황과 맞먹는 내 모습을 직접 봐서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할 거고, 팔라딘들은 내 뒷처리를 하라는 교황의 말에 따라 내 편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들이 오기 전에 끝내도록 하자.

­마스터, 도와드릴까요?

선봉으로 몰려드는 수도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주먹을 내지르려는 자세를 잡았을 때, 머릿속에서 엘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녀와 용사가 합동해서 펼친 결계 안이라 내게 패널티가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천신의 권속이 천신의 신자들을 패면 되겠어? 괜찮으니 들어가 있어.’

­알겠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대기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지 불러주시길.

그 말을 끝으로 엘렌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나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웬만한 건 내게 맡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성국에 돌아와서 옛날 생각이 나 걱정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짓던 중,

­하압!!

­부웅!

기합과 함께 수도사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목봉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평범한 목봉으로는 내 몸에 흠집도 안 날 게 분명했지만, 저 수도사가 들고 있는 건 평범한 목봉이 아닌 신성력이 발라져 있는 목봉이다. 맞으면 꽤나 따가울 게 분명했다.

저거 괜찮아 보이네. 맨몸으로 하면 힘 조절이 잘 안될 것 같아 걱정했는데.

쓸만한 무기를 구했다고 생각한 나는 내게 휘둘러지는 목봉을 그대로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뺏었고, 방금까지 휘두르던 사람을 대신해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시험 삼아 몇 번 휘둘러보자 묵직한 소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묵직한 게 손맛이 좋을 것 같네.

끝 쪽이 조금 묵직한 게 신경쓰이긴 했지만 이 목봉의 주인을 이어서 내게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끝 쪽에 매달린 게 뭔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마음속으로 앞으로 있을 무자비한 폭행에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계속해서 봉을 휘두르며 앞으로 조금씩 전진한다.

­쾅!

­컥!

­쾅!

­크악!

목봉으로 때리는 게 맞나 싶은 둔탁한 타격음이 날 때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날아다녔다.

누구는 쨍그랑! 소리와 함께 예배당의 창문을 넘어 사라졌고, 누구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예배당의 바닥에 처박혔다.

­쾅!

또 누구는 성가대의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노를 뚫고 날아가기도 했으며.

­쾅! 쿵! 쾅!

누구는 단상 위에 펼쳐져 있는 결계에 부딪친 다음에 튕겨 나와 괜히 한 대 더 맞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나이스 홈런.

­쿵!

예배당의 벽에 박혀 신음소리조차 못 내고 기절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신나서 휘두르고 있긴 한데, 저 사람들, 죽지는 않았겠지?

내 마음가는대로 봉을 휘두르며 깽판을 치고는 있지만, 죽이는 건 안 된다. 성녀의 신성력이 만능이긴 해도 죽은 사람을 되살리지는 못 하니까.

­비, 빛이여! 적에게 신의 철퇴를!

날아간 사람들을 걱정하며 빠르게 단상으로 향하고 있을 때, 천장에서 노란빛이 번쩍이더니 누군가 들고 휘두르는 듯 거대한 황금빛의 망치가 나를 향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철퇴라면서 왜 망치가 내려찍는 거야?

마음속으로 태클을 걸며 다리에 힘을 줘 속도를 올렸고, 망치가 내게 닿기 전에 망치의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신성 주문을 영창한 상대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대로 쇄도했다.

­어, 어?!

어느새 술자의 눈앞에 도착한 나를 보며 놀라는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그가 대응하기 전에 봉을 휘둘렀고,

­쾅!!

억!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그 또한 날아가 다른 사람들처럼 벽에 박혀버렸다.

‘내가 마법쓰고 있으니 와서 처리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이 대놓고 정면에서 마법을 시전하면 쓰나.

그렇게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날려버리며 예배당의 중앙정도까지 걸어왔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신나서 공격하던 상대들의 공격이 시들해졌다.

추풍낙엽마냥 날아가는 다른 사람들처럼 되기가 무서웠나보다.

이대로 성녀에게 도착하기까지 아무도 덤벼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단상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고 있던 와중.

­번쩍!

단상 위에서 은빛의 실선이 번쩍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

바로 목봉을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며 쏘아지는 은빛의 실선에 대응했고.

­챙!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실선이 튕겨져 나가며 은빛의 실선을 쏘아 보낸 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포니테일로 묶은 푸른 머리칼. 상대를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적색 눈동자.

그래, 왜 안 나오나 했다.

플뢰르와 더불어서 성녀의 호위를 맡고 있는 성기사. 리사.

정확한 이름은 ‘리사 슈발리에’로, 성국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슈발리에 가문의 영애다.

플뢰르와 동급. 아니, 어쩌면 그녀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성녀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팔라딘의 자리를 거부한 여인.

그런 그녀가 현재, 나와 대치 중이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성녀님께 다가가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분명 4년 전에도, 7년 전에도 만났지만 아직 내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듯, 그녀가 내게 검의 끝을 향했다.

“하지만 그 전에, 불쌍한 형제님부터 놔주시지 않겠습니까?”

“불쌍한 형제?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누굴 인질로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목봉을 휘두르며 다녔을 뿐인데 갑자기 불쌍한 형제님을 놔달라고 말하니, 나는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목봉에 매달려 계신 분 말입니다.”

“목봉?”

목봉에 매달렸다고? 사람을 목봉에 매달고 휘두른 적은 없는데?

내 시선을 돌리고 급습을 행할 만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의 말대로 시선을 목봉으로 옮겼다.

“으악, 시발!”

내 목봉을, 정확히는 목봉의 끝자락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욕까지 동반하면서.

“으... 으으...”

왜냐하면 그곳에는 입고 있던 수도복이 넝마가 될 정도로 찢기고 얼굴이 피떡이 된 채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한 명의 남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인지 끝 쪽의 무게가 묵직하더니만, 저 사람이 매달려 있는 채로 휘둘러서 그런 거였군.

그에게서 목봉을 뺏어서 휘둘렀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상은 뺏기지 않으려고 힘을 줘서 봉을 잡고 있던 그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휘둘러버린 것이었다.

여기저기에서 덤벼들어오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마지막에는 질질 끌리다보니 저렇게 걸레짝이 될 수밖에.

죄송합니다...

속으로 사과하며, 목봉을 손에서 놓았다.

“의외로 순순히 놓아주시는군요.”

“딱히 의도한 건 아니어서.”

나중에 제대로 사과해야지.

내가 무기를 놓자, 언제 그랬냐는 듯 주춤거리고 있던 예배당의 살기가 다시 한 번 나를 향했다.

그것도 여러 방향에서.

아, 추억이네. 그때도 지금처럼 중앙에서 포위당한 상태였는데.

이왕 7년 전의 일을 재현해보기로 한 거, 싸움 방식도 똑같이 해볼까.

여전히 나를 향해 검을 겨눈 리사와 나를 포위한 예배당의 사람들을 보며, 마법을 영창했다.

“합일. 고대빙룡 스카지나.”

냉랭한 한기가 내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내 발에서 시작한 한기가 예배당의 바닥을 급속도로 얼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갑작스런 한기에 당황한 건지 검 끝이 살짝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검의 날을 잡았다.

“앗..!”

방심하고 있었는지 내 손에서 검을 빼내려는 움직임이 늦은 그녀.

­꽈드득!

빠른 속도로 얼어가는 검을 계속 잡고 있다간 그녀 또한 얼어버릴 터. 결국 그녀는 검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 걸음 크게 물러난 그녀는

“도대체 뭐죠, 당신은? 아까까지는 불쾌한 기운을 풍기질 않나, 지금은 뼛속까지 얼어버릴 정도의 한기를 내뿜고 있으니...”

“하아...”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나를 알아보지 못 한 건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뭐긴 뭐야.”

마지막으로 지금 하는 말까지 들었는데 기억을 못 한다면.

“사람이지.”

7년 전처럼 몸의 일부만 남겨 놓고 얼린 다음에.

"새장 속에 갇혀있는 새를 꺼내러 온 사람."

가슴을 주무를 수밖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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