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연극의 끝.
* * *
“예쁘네요.”
내 질문에 성녀가 여전히 시선은 성국을 향해 있는 채로 무의식적으로 내뱉듯이 대답했다.
“그것도 엄청.”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7년 전에 내가 그녀에게 행했던 것을 비슷하게나마 재현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챈 것 같았다.
설명까지 가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잠시 성녀에게서 눈을 떼고 절벽 위에서 보이는 절경을 감상했다.
성녀를 납치했던 7년 전의 그때와 비교하자면 그때는 해가 막 떠오르고 있는 아침이었고, 지금은 해가 막 넘어가고 있는 저녁이라 보이는 색감이 조금 다르긴 해도 절경은 절경이었다.
빛의 신전 트리니티의 웅장함이나 천신 네리아의 동상의 신성함 등, 갖가지 것들이 노을빛을 받아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하고 있었다.
실레스틴의 등 위, 구름 바로 밑에서 봤던 성국의 전망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성국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스팟은 이곳, 태양이 뜨는 절벽이 아닐까 싶다.
성국에서 파는 기념품인 성국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린 그림도 바로 이곳에서 그린 것이니까.
그들도 알고 있는 거겠지. 이곳이 성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아름다움을 담기에 제일 좋은 장소라는 것을.
그러던 중, 문득 옆을 보자 계속해서 성국을 내려다보고 있는 성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절경은 저기가 아니라 여기네.
이따금씩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의해 부드럽게 휘날리는 백발이 노을빛을 받아 그 황홀함을 더하고 있었다.
성국의 널따란 땅덩어리를 다 담아도 부족할 것 같은, 바다와도 같은 푸른 눈동자.
천신의 환생으로서 자애와 사랑의 상징이라는 이명에 걸맞은, 천신이 직접 내려온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특히 해가 갈 때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저 가슴이 부각된다.)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면 바로 그녀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서 팔았겠지만, 지금은 뇌내에 고이 저장해 두는 걸로 만족해야할 것 같았다.
“반했네, 반했어.”
멍하니 성녀를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던 스카지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시끄러.”
찌릿. 그를 노려보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말하자
“눼이 눼이, 조용히 하겠쯥니다~”
꽤나 짜증이 나는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또 두 분만 아는 얘기인가요?”
자신만 왕따당하는 듯한 느낌에 성녀가 볼을 부풀렸다.
나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어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너 예쁘다고 말하고 있었어.”
“네, 네?”
갑작스럽게 훅 들어간 말에 성녀가 당황한 듯 한 말을 흘리기에, 나는 한 번 더 말해주기로 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더 여자다움이 늘어난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부끄러워서 그러는 건지 노을에 비춰져 그렇게 보이는 건지 그녀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헤헤...”
배시시. 미소를 짓는 걸 보니 자연스럽게 잘 넘어간 것 같았다.
후. 작전 성공.
“...”
잠시 후, 성녀는 다시 성국의 풍경을 보기 위해 눈을 돌렸고, 나는 눈앞에 보이는 성녀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분.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만 하다보니 머릿속에서는 갖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때의 나는 어째서 자유의 맛이라고 표현을 한 걸까? 였다.
그 당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저것 말고도 많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존댓말일 경우에는 ‘그렇게 원하던 성국 밖으로 나오신 기분은 어떠십니까?’ 라던가, 반말일 경우엔 ‘11년 만에 보는 바깥 풍경의 감상은?’ 이라던가.
그렇게 좋은 말이 많은데 왜 맛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온 걸까?
꽤 오래된 기억이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의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가능성 있던 건 작전 개시 시간을 기다리느라 지루했던 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해준, 나와 함께 이곳으로 넘어온 책들 중 하나에서 봤던 대사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라 그대로 한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이었다.
“그땐 정말 뭐하는 분들인가 했었죠.”
“응?”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들려온 성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봤다.
절벽 위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성국의 모습을 보면서, 아련함이 담겨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과거를 회상하던 중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인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대충 그 ‘뭐하는 분들’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임을 눈치챘지만, 모르는 척 너스레를 떨며 되물었다.
“누가?”
“두 분이요. 대놓고 가슴 얘기를 하며 성희롱을 하질 않나, 당시의 저로서는 알지도 못하는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본인들끼리만 웃질 않나...”
그러면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 과거의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하는 성녀. 그러던 중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는 왜 ‘어떻습니까?’ 라면서 존댓말을 하셨던 거예요? 시종일관 반말만 하시더니.”
궁금하다는 듯 물어오는 그녀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왜 그랬는지는 현성님 자신도 모르신다는 거군요.”
“그냥 그때는 그렇게 말하는 게 멋지겠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야. 그래서, 싫었어?”
“좋고 싫고가 어딨었겠어요? 지금이야 현성님께서 제게 아까와 같은 말들을 해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음미하며 뇌의 한쪽에 넣어뒀을 텐데, 그때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성국 밖으로 나간 거라고요? 풍경에 눈이 멀어 있어서 제대로 들렸을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성녀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서 그때 예쁘네요. 한 다음에 조건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내 말에 대답을 안 했던 거였구나.
난 거칠게 납치해서 삐진 줄 알고 쫄았었는데.
“그런데, 왜 이런 일을 벌이신 거예요? 저를 만나러 오셨으면 바로 신전으로 오시기만 하셨어도 ”
“아 그거야...”
순간 네가 성가를 부르는 걸 막기 위해 부랴부랴 생각해낸 거야. 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려던 입을 틀어막았다.
“현성님?”
갑자기 왜 그러냐는 듯 성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뭐라고 말해야 자연스러울까?
솔직히 성녀를 납치하는 것과 생각해서
“그, 그거야... 서,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거든!”
“서프라이즈요?”
“그래..! 서프라이즈..! 왜, 우리가 최근에 본 게 4년 전이잖아? 물론 년마다 편지를 보내긴 했지만, 네가 그걸로 만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볼일이 있어서 성국에 들른 김에 너를 만나자,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스카지나 쪽으로 고개를 돌려 지원사격을 요쳥하는 의미로 한쪽 눈을 재빠르게 깜빡거렸다.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고 있던 스카지나. 내 지원요청을 받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이왕 만나는 거, 7년 전에 했던 일을 재현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거든.”
“스카지나님께서요?”
고개를 돌리며,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말하는 성녀.
“그게 재밌을 것 같았거든. 물론 그때처럼 내가 할 일은 너희들의 운송밖에 없었지만.”
날뛰고 싶었는데 아쉬웠지. 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가요.
다행히 성녀가 납득한 듯 고개를 몇 차례 끄덕거리더니 다시 성국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덕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고.
잘해줬다, 스카지나..!
순도 100퍼센트의 연기를 보여준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피식. 웃은 그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은밀하게 전할 말이라도 있는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귀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 정도면 리리에의 레어 사진 하나 정도는 괜찮지?”
“특별히 2장을 주마.”
“항상 감사합니다, 고객님.”
스카지나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성녀가 모르는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아!”
잊고 있는 게 생각났다는 듯 큰 소리와 함께 성녀의 몸이 크게 떨렸다.
그 때문에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성녀에게 향했다.
“왜, 무슨 일 있어?”
“빠, 빨리 돌아가 봐야 해요..! 스카지나님! 고대룡께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엄청난 실례인 줄은 알지만, 저 좀 다시 태우고 가주시면 안 될까요?”
굉장히 다급한 표정과 간절한 눈빛으로 스카지나를 올려다보는 성녀.
“왜 그러는데? 일단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봐.”
갑작스런 그녀의 돌발행동에 스카지나가 그녀를 진정시켰다.
날뛰는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후하후하 심호흡을 하는 성녀.
그렇게 마지막으로 후. 하는 소리와 함께, 진정이 됐는지 원래의 차분한 얼굴로 돌아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성가가 시작되기 직전에 납치당했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그 시간을 노려 납치를 행한 거니까.
“그렇다면 지금쯤 제가 없어진 여파로 성가가 성국에 울리지 않고 있을 거잖아요.”
“그래서 빨리 돌아가 보겠다고 한 거구나?”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러면 저를 믿고 성가대의 자리를 내어주신 성가대분께 실례가 되니까요.”
난 또 뭐라고. 성가대 때문에 그런 거구나.
“괜찮아, 괜찮아. 너 납치하기 전에 팔라딘에게 미리 뒤처리 좀 해달라고 말을 해놨으니까. 아마 지금쯤 원래대로 성가가 성국 전역에 울려퍼지고 있을 걸? 그리고, 내가 설마 뒷감당도 하지 않고 너를 납치했겠어?”
물론 팔라딘에게 뒤처리를 맡긴 건 내가 아니라 교황이었지만, 서로가 같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 줬으리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성녀가 성가를 부르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지는 않았겠지?
교황이 늙긴 했어도 그 정도까지 생각이 없진 않으리라 생각한 나는 ‘그래도...’라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성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아직 마지막이 남았잖아?”
그렇다. 연극은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이 남았으니까.
“마지막이라뇨?”
“야, 왔다.”
타이밍 맞춰 스카지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를 따라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니, 우리의 뒤쪽을 곁눈질로 보고 있는 스카지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펄럭!
동시에 날갯짓소리 또한 들려왔다.
때마침 도착한 것 같았다.
“왔네.”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자,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이제 막 땅에 발을 막 붙이고 있는 여인들과 소녀들을 볼 수 있었다.
우아한 자세로 내려앉은 금발의 여인들과 소녀들은 우리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더니
“지고의 존재를 뵙습니다.”
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냐.”
거기에 맞춰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나이든 사람마냥 고개를 주억거리는 스카지나.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설마... 발키리분들까지 섭외하신 거예요? 그것도 일곱 분만이 아니라 전부?”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성녀가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섭외는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만. 나머지 애들은 그 영감이 내 의도를 눈치채고 보낸 거겠지.”
성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날아오는 동안 발키리 일곱 자매에게 말해 곧 이곳으로 날아올 다른 자매들과 합류해 나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하라고 미리 말해두었다.
나머지 6명은 나와 같이 성녀의 비밀을 알고 있는 교황이 성녀의 진혼곡이 성국 전역에 퍼진 걸 막은 공로로 내 연극에 어울려주기로 한 거겠지.
대단하시네요. 라면서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성녀를 보며, 나는 발키리들에게 일어나라고 말했다.
먼저 일어난 것은 내 휘하의 발키리 7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계속 무릎을 굽히고 있다가 자매들이 일어나는 걸 보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내 명령은 안 듣는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뒤늦게 일어난 발키리들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이내 하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대충 무슨 일인지 알았고 볼일을 마쳤으니 이곳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그나저나 저 녀석들은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묵묵하네. 나머지 발키리 애들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분명
그렇게 생각하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발키리 자매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7년 전에 성국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떠나려 할 때 내게 와서 자신들도 데려가 주지 않겠냐고 물었던 발키리들.
교황과 담판을 짓고 나를 찾아왔다기에 어쩔 수 없이 데려갔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녀들을 데려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잠시 과거 회상을 하며 아련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자, 자매 중 둘째인 엘리나가 총총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내게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마스터~ 저희 힘냈어요~!”
“...힘낼만한 게 있었어?”
“성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온 거요!”
“여기서 거기까지 얼마나 된다고.”
“아앗~! 무리해서 날아왔더니 날개가~!”
그렇게 말하며 이마를 짚으며 쓰러지려는 기색을 보이는 엘리나.
...날개가 아프다면서 왜 이마를 짚는 건데? 쟨 진짜 발키리가 아니라 소악마가 아닐까싶다.
“...하아.”
저대로 뒀다가는 다른 자매들까지 합심시켜서 어떻게든 보상을 타먹을 게 분명했기에, 나는 한숨을 쉬며 패배를 인정했다.
“...학교로 돌아가면 줄게.”
“언질, 받았어요~”
니히히. 웃으며 만족했다는 얼굴로 자매들에게로 돌아가는 엘리나.
그런 그녀를 엘렌이 ‘저 애도 참...’ 이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녀도 어느 정도는 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 자매 아니랄까 싶다.
아니. 어쩌면 저렇게 자라게 한 나한테도 책임이 있을 지도.
그나저나 최근들어 빚이(상대적으로 여자들한테) 많이 쌓이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찜찜한 기분을 느끼면서 발키리들에게 돌아가 있으라고 말했고, 내려올 때와 마찬가지로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비상한 발키리 자매들이 이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도 이제 가도 되냐?”
연극에 어울려주는 게 꽤나 지루했는지, 스카지나가 지루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가.”
어여 가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튕겨 그의 집으로 향하는 통로를 열어주었다.
“물건은?”
“조만간 보낼게.”
언질을 받은 스카지나가 만족한 듯 통로의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도 돌아갈까?”
그렇게 말하며 성녀를 보자, 그녀가 아... 하는 탄식음을 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즐기고 싶지만... 저는 성녀니까요.”
오랜만에 나와 둘 만 있는 시간이라 더 보내고 싶지만 아쉽다는 마음이 가득담긴 표정을 짓는 성녀.
“많이 컸네. 옛날이었으면 신전의 사람들이 어떻게 되던 맘대로 하겠다고 했을 텐데.”
“현성님과 잠깐이지만 같이 다닌 덕분이죠~”
그렇게 말하는 성녀의 머리를 기특하다는 얼굴로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어땠어? 내 서프라이즈는?”
“최고였어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활짝 웃는 성녀.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도 화사했기에, 나 또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네.”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내리고, 그대로 그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돌아갈까?”
작지도 크지도 않은 매끄러운 손으로 내 손을 맞잡으며.
“네!”
다시 한 번 활짝 웃는 성녀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