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성녀와 조금 무거운 한 판.
* * *
세레나 일행에게 시달리다 겨우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 위의 상황을 보고서는 내 눈을 의심했다.
본래 2개로 나뉘어져 있던 침대가 하나로 합쳐져 있었으며, 흰색 잠옷 차림의 성녀와 검은색 잠옷 차림의 레이가 나더러 그녀들의 가운데에서 자라는 듯 양 옆에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옷이라고 해도 전에 봤던 뇌쇄적인 속옷 같은 게 아니라 평범한 잠옷이지만.
아니, 잠옷은 평범한 디자인이었지만 그녀들이 입음으로서 평범한 잠옷이 아니게 되었다.
특히 단추를 몇 개만 푼다면 가슴골과 속옷이 여지없이 드러날 저 풍만한 가슴들이 말이다.
“나더러 너희들 사이에 들어가 자려고?”
“싫으신가요?”
“싫을 리가. 다만...”
당연히 싫을 리가 없었다. 극상의 미소녀 두 명의 사이에 껴서 잠을 청할 수 있다는데 거부할 남자가 세상에 어딨겠는가.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레이가 어째서 나와의 동침을 찬성했는가였다.
성녀는 예전에 같이 자 봤기도 하고, 스승 다음으로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인데다가 나를 꽤나 좋아하고 있으니 나와의 동침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는 달랐다.
그녀와 알고 지낸 건 내가 아카데미에 오게 된 직후부터였고, 그나마 친해졌다고 할 수 있는 건 인큐버스를 잡고 그녀의 몸을 고쳐줬을 때부터였으니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동침을 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는 것 같기에,
“어째서 레이님이 현성님과의 동침을 허락하셨는가. 그것을 생각하고 계셨죠?”
“어떻게 알았어?”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보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후훗. 작게 웃는 성녀. 괜히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럼, 레이님?”
레이더러 직접 말하라는 듯 성녀가 레이를 향해 손짓했다.
“선생님께 은혜를 갚기 위해서예요.”
잠시 뜸을 들인 레이가 내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했다.
“은혜? 인큐버스 때의 일을 말하는 거야?”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부모님의 원수를 갚게 해주신 것도 모자라 몸까지 고쳐주셨으니, 은혜를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마치 준비된 대본을 읽듯 나는 그녀가 한 대답이 반쯤은 성녀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알아챘다.
그도 그럴게, 태연한 표정으로 가만히 누워있었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꽤나 큰 결심을 한 것이 분명해보였다.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스승은 차려진 밥상은 거부하지 말라고 했다. 눈앞의 그녀들은 산해진미라고 할 수도 있었기에, 여기서는 밥상 앞에 앉는 게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성녀와 레이라는 점이었다.
성녀는 너무나도 뻔한 클리셰에 따라 순결을 잃으면 안 된다고 했기에,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레이와 붙어있다면 필시 어떤 행위를 해도 그녀에게 들킬 것 같았다.
그리고 레이는 처녀 서큐버스라는, 서큐버스 계에서는 희귀종이었다. 물론 이쪽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그냥 서큐버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닐 터였다.
고작 옆에서 동침하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 실제로 행위까지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거절하기도 뭣했다.
성녀에 의해 반쯤 이끌리다시피 한 거지만 그래도 나 좋은 일 시켜주려고 저러고 노력하고 있는 거 아닌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쪽은 차려진 밥상에 앉기라도 하라는 쪽이었다.
나는 그녀들의 사이로 들어가 성녀의 후훗. 하는 작은 웃음소리와 레이의 ‘읏..!’ 하는 소리를 들으며 이불을 덮었다.
“하아...”
아무래도 오늘 밤도 엄청 길 것 같은 느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 * *
강림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시끄럽던 여관이 조용해지고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방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깊은 밤.
모두가 꿈나라를 헤엄치고 있을 이런 시간에, 꿈나라를 헤엄치기는커녕 다이빙도 하지 못 한 이가 한 명 있었다.
“...”
그게 바로 나였다.
“하아...”
잠이 오지 않았던 탓이었다.
“후...”
그 이유야 당연히 내 양 옆을 차지하고 누워있는 성녀와 레이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들이 내 양팔을 안는 베개처럼 안고 있어서 내 양 팔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 때문이었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녀들이 가벼운 숨을 내뱉을 때마다 목이라던가 얼굴이라던가 내 몸 여기저기에서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 내 흥분도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가뜩이나 아카데미에 간 이후로 처리도 못하고 있던 데다가 바로 어제 본 레이의 자극적인 모습 또한 뇌리에 맴돌며 내 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물론 밤에 잠을 자지 않아도 상관없는 육체이긴 했다. 스승과 대련을 일주일 내내 할 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잠을 자지 못하는 원인이 성욕이니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것과 별개로
서큐버스가 절실해지는 밤이었다.
서큐버스를 소환수로 들이지 않은 과거의 나 자신에게 찾아가 고대룡을 데려갈 시간에 서큐버스부터 소환수로 삼으라고 하고 싶었다.
그런 내 고충을 알기나 하는지, 그녀들은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잘 자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이대로 뜬 눈으로 밤을 샐 수는 없었기에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완창을 해봤지만, 그래도 이놈의 흥분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이 안 오시나 봐요?”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내 귀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왼쪽 귀에서 새근거리는 소리가 멈췄다 싶었더니, 성녀가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잠 못 이루는 내가 몸을 살짝 뒤척여서 그런 것 같았다.
레이가 깨지 않게 고개만 살짝 돌려 성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 깼어?”
“정확히는 안 자고 있던 거지만요.”
“안 자고 있었다고?”
분명 숨소리가 옅어진 걸 확인했는데.
“더 정확히는, 레이님이 잠들 때까지 안 자고 있던 거예요.”
“왜?”
“모처럼 그년들, 흠흠. 그녀들을 앞지를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성녀.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 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말에 대해서 물으려던 찰나.
“후우.”
“읏..!”
성녀가 내 귀에 바람을 부는 바람에 몸이 움찔. 떨렸다.
“귀여우셔라. 여전히 방어엔 약하시네요?”
그런 내 반응을 보더니 성녀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작게 웃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움직이시면 레이님께서 깨실 거라고요?”
성녀의 말대로, 방금 전 몸의 떨림으로 인해 레이가 ‘으응...’하고 뒤척였다. 차라리 이대로 내 팔을 놓고 멀리 돌아누워줬으면, 하는 희망을 품었지만 오히려 더 껴안는 그녀였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셔야 되요?”
그렇게 속삭인 성녀가 내게 몸을 더 밀착시키더니 내 가슴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가슴을 지나 명치를 거쳐 복부까지.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점점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더해지는 몸의 흥분을 억지로 억지로 참았다.
지금도 위험한데 더 밑으로 내려가 가뜩이나 흥분으로 인해 부풀어있는 내 아들에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는다면...
그녀를 막아보려고 해도 내 양팔은 그녀들에게 붙들려 있었다. 게다가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레이가 깰 것이 분명했다.
설마 이걸 노리고 레이를 이 판에 끼어들인건가!
이대로라면 꼼짝도 못하고 성녀에게 좋을 대로 희롱당할 게 분명했다.
나 혼자 있는 상황이었다면 좋다고 받아들이고 오히려 내 쪽에서 밀어붙였겠지만, 지금 내 반쪽은 레이에게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옴짝달싹 할 수도 없었으니, 완벽한 외통수였다.
어느새 그녀의 손은 내 사타구니에 닿아있었다.
불룩 솟아올라있는 바지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으며 성녀가 작게 속삭였다.
“팔짱을 낀 걸로만 이렇게 단단해지신 걸 보니... 많이 쌓여있으셨나 보네요?”
“...아카데미에 가고 나서는 한 번도 안 했으니까.”
아카데미에 가기 전에도 그렇게 문란한 성생활을 보내진 않았지만,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은 관계를 가졌던 나였기에,
아카데미에서도 성생활을 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이제 막 자라나는 머릿속이 꽃밭인 귀족 영애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이지만 여성의 신음소리를 들려주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 영애가 호기심에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이는, 동인지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자신의 딸을 책임지라며특히 그 왕성 귀족 아재들이 말이다.나를 그들의 입지를 단단히 하는데 사용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을 하던 중.
“읏..!”
어느새 내 몸 위에 올라타 있던 성녀가 가슴을 더욱 밀착시킴으로서 더해지는 가슴의 압박이 그 망상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러면서 내 이마에 손가락을 닿게까지 하니, 이 이상 생각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딴 생각하셨죠?”
“아니... 그... 읍..?”
변명은 듣지 않겠다는 듯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응... 츄우...”
그렇게 한참동안 내 입술을 탐하던 그녀가 입술을 뗐다.
“파하...”
서로의 타액이 실선이 되어 길게 늘어졌다.
“츄릅.”
눈을 가늘게 뜬 성녀가 맛있다는 듯 입술로 혀를 핥는 모습이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그녀가 성녀가 아니고 내가 레이에게 붙들려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덮쳐버리고 싶을 만큼 말이다.
“현성님의 입술... 너무나도 부드러워요... 마치 마시멜로 같이... 아아... 좀만 더...”
황홀감에 빠진 얼굴로, 성녀가 다시 한 번 내게 입술을 맞대왔다.
하지만 입술만 탐하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듯, 그녀의 혀가 내 입술을 뚫고 입 안으로 들어와 내 혀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그러나 강하게.
성녀가 아니었다면 필시 서큐버스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단련된 테크닉이었다.
물론 저 테크닉도 내가 가르친 거긴 하지만.
“파하...”
“하아... 하아...”
한참동안 내 혀를 유린하던 성녀가 입술을 떼더니 가쁨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를 보며 황홀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부스럭거리며 점점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착지는 당연히 내 사타구니였다.
"후후..."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바지를 보며 고혹적인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사실 레이가 성녀고 성녀가 서큐버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