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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141화 (141/146)

〈 141화 〉 강림제.(8)

* * *

“...루나.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고대 염룡, 이그니타의 입에서 나온 붉은 달의 계획을 들은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루나에게 물었다.

“나도 제대로 들었어. 강림제에 시선이 쏠린 사이에 마신의 심장을 갈취, 마신의 힘을 흡수한 뒤에 고대 리치와 그의 불사의 군대와 함께 성국에 혼란을 일으켜 신성력을 봉인당해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성녀님을 납치한다고.”

“고마워. 내 귀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차라리 내 귀가 이상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하.”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작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붉은 달이라는 것들이 이렇게 멍청할 줄은 몰랐으니까.

물론, 몇 개는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긴 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강림제로 인해 성국은 축제의 도가니니 시선이 강림제에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로 인해 신전에는 최소한의 경비만이 상주하고 있었으니까.

그 틈을 노린다면 신전의 지하에 있다는 마신의 심장을 탈취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고대 리치와 그의 불사의 군대가 성국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 또한 가능한 일이었다.

신성력으로 가득 찬 결계에 언데드들이 어떻게 힘을 발휘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신의 심장에 담긴 마신의 힘을 탈취한다면 성국의 결계는 얇은 유리를 깨뜨리듯 쉽게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불사의 군대가 날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고, 강림제로 인해 들떠 있던 성국은 삽시간에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인 성녀의 신성력을 봉인해?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팔라딘. 그래, 더 가서 막말로 교황까지의 신성력이라면 어떻게 봉인이든 해서 못 쓰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성녀는 다르다.

천신을 향한 기도를 통해 신성력을 연마하는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성녀의 신성력은 천신이 성녀를 선택해 직접 내리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천신의 신성력과 반대의 속성을 지닌 마신의 마력을 주기적으로 흡수해 신성력을 오염시킨다면 모를까, 평범한 봉인마법으로는 봉인이 되기는커녕 봉인 마법조차 신성력에 정화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신성력의 본고장인 성국 내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그때,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하나 있었다.

있었던 것이다.

성국 내에서 오랜 시간 성녀의 곁에 있으며 마신의 마력을 주기적으로 성녀에게 흡수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이다.

방금 상대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붉은 달의 서열 7위라고 소개한 그녀를.

“성녀의 신성력을 어떻게 봉인했는지 눈치 채신 모양이네요? 역시 현성님이세요~”

그녀가 내 생각을 직접 읽었을 리는 없지만 찡그리고 있는 내 얼굴에서 본 듯 이그니타가 대단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리사가 큰일을 해냈죠. 10년 동안 며칠을 제외하고 성녀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마신의 마력이 담긴 그녀의 피가 담긴 차를, 하루도 빠짐없이 마시게 했으니까요. 뭐, 그래도 단 몇 시간 사용하지 못 하는 것에 불과할 테지만...”

그 정도만 있으면 평범한 여자아이를 납치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이그니타가 쿡쿡. 작게 웃었다.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성국의 어딘가에 있을 성녀를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정말로 성녀가 위험에 처할 수 있었으니까.

­파캉!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자색의 빛과 함께 다시 내 옷이 흑백의 제복으로 바뀌었다.

“루나, 넌 여기서 나가면 바로 레이가 있는 곳으로 가. 가서, 애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방의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전해줘.”

괜히 나갔다가 혼란에 휘말리면 안 되니까.

“응! 오빠도 조심해!”

그렇게 발에 마력을 실어 최고 속도로 뛰쳐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

“아, 잠깐만요~”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예배당의 문에 화륵. 붉은 화염이 일어났다.

마치 내가 가는 걸 막는 것처럼 말이다.

“...방해하면 진짜로 죽일 거다?”

고개를 돌려 이그니타를 노려보자, 그녀는 아니라는 듯 혀를 칫칫 차며 검지손가락을 흔들어보였다.

“그쪽이 아니에요~”

“뭐?”

“아직, 밖에서는 강림제가 한창이거든요. 그도 그럴게, 아직 마신의 심장의 힘을 얻지 못 했거든요. 그러니 이 일에 개입하시려거든 성녀보다 신전 지하로 가는 게 더 빠르실 거예요.”

“...그걸 왜 알려주는 거지?”

방금 전 리사의 반응으로 보건데 이그니타 또한 붉은 달의 인원, 그것도 간부급이다.

그럴 그녀가 어째서 그들, 붉은 달에게 불리할 법한 일인 ‘나’를 도와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예전부터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현성님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좋아하는 쪽에 더 가깝죠. 그리고 저는 이번 일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거든요. 제가 짠 계획도 아니니까요.”

“...”

“믿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사람이 올 거니까.”

내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후훗, 작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는 이그니타.

그녀가 손을 딱! 하고 다시 튕기자 예배당의 문에 일던 불길이 사라졌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오랜만에 현성님을 뵐 수 있어서 좋았어요.”

“봐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친절하셔라~ 그런 점, 정말 좋아한다니까요.”

킥킥대며 작게 웃은 그녀가 붉은 화염과 함께 그 모습을 감췄다.

...실레스틴만 아니었어도 그때 머리 가슴 배를 나눠버리는 거였는데.

한숨을 내쉬며, 그녀가 말했던 증명해 줄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와중.

­쾅!!!

그녀가 사라짐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예배당의 문이 산산조각나며 폭발음이 내 귀를 덮쳤다.

“현성님! 여기 계십니까!”

그리고 들려오는 알렉세이의 목소리.

“알렉세이?”

“역시 여기 계셨군요!”

­쿵! 쿵! 쿵! 쿵!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무거운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이내 한 명의 거대한 체구의 남성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다.

흰색의 사각팬티만 입은 몸에 피칠갑을 한 거구의 근육질의 남성이.

“현성님! 큰일났습니다!”

황급히 쿵쿵거리며 내게 다가와 다급하다는 듯 말하는 알렉세이.

“뭐가...”

“꺄악!!”

뭐가라고 물으려던 찰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루나의 몸이 축. 늘어졌다.

바닥으로 쓰러지는 몸을, 간신히 왼팔로 붙잡아 지탱하는데 성공했다.

아무래도 레이와 마찬가지로 알렉세이의 충격적인 모습에 기절한 것 같았다.

루나에겐 미안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기절한 루나를 근처에 대충 뉘여놓고, 알렉세이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페, 페레우스 님이 배신자였습니다!”

“뭐?”

꽤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가쁜 숨을 고른 알렉세이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페레우스가 사실은 마족의 편이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노리는 건 마신의 심장이고 현재 플뢰르가 그를 막고 있다는 얘기까지.

다른 건 몰라도 페레우스가 마족의 편, 붉은 달 소속이라는 건 꽤나 충격적인 얘기였다.

내가 알기로 그는 몇 십년동안 성국에 상주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배틀 로얄 장르에서도 박수치면서 패배를 인정할 만큼의 존버였다.

“제가 상대해본 바, 아무리 플뢰르라도 버티는데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어서...”

“아니, 그쪽으로 가면 늦어.”

내가 리사를 상대하면서 체감상 꽤 시간이 흘렀다.

플뢰르가 싸움을 시작하자마자 알렉세이가 달려왔어도 알렉세이의 헬스장에서 이곳 예배당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기에, 플뢰르가 이미 패배했을 경우를 생각해야 했다.

“그, 그렇다면 어떻게...”

“알렉세이. 너, 마신의 심장이 정확히 신전의 지하 어디쯤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아?”

“정확히요..?”

“그래, 정확히.”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내 질문에 알렉세이가 자신의 근육을 팽창시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팽창하던 근육이 팽창을 멈추더니, 보기 흉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저게 말로만 듣던 근육 레이더인가?

실제로 보니 정말...

더럽다.

그래도 효능 하나는 확실해보였다.

그로부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저깁니다!”

알렉세이가 한 곳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가니, 예배당의 중앙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 지하라고?”

“예! 제 근육이 경보를 울리고 있는 걸 보면 확실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이드 체스트 자세를 취하는 알렉세이.

한바탕 하고 왔는지 피칠갑이 된 모습으로 저러니까 부기맨인가 하는 레슬러가 벌크업을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어, 어라?”

그때, 루나가 눈을 떴다.

아니, 눈망울에 장난기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루나가 아니라 루아인 것 같다.

이쪽 인격이 기절해서 다른 쪽 인격이 깨어난 듯 싶다.

눈을 끔뻑거리면서, 자신이 왜 이러고 있냐고 내게 묻는 루아.

“못 봤어?”

“뭐, 뭘요? 갑자기 눈앞이 번쩍인 것을 빼면 잘 모르겠는데...”

모든 걸 공유하고 있지만 방금은 너무 큰 충격이었는지 공유기가 끊긴 것 같았다.

“못 봤으면 됐...”

“꺄아아악!!”

오, 이런.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피던 루아 또한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기절했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루아의 목소리 중에서 가장 큰 소리였다..

“...얘 좀 데리고 나가 있어라.”

기절해 있는 루아를 알렉세이에게 맡기고는 예배당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쭈그려 앉으며 방금 알렉세이가 가리켰던 바닥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뭐 하시려고요?”

궁금하다는 듯 루아를 업은 알렉세이가 곁으로 다가왔다.

“뭘 하긴. 빨리 가야 할 거 아니야. 그보다, 빨리 나가라니까?”

“뭘 하시길래 빨리 나가라는... 설마?!”

내 의도를 눈치 챘는지 알렉세이의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니죠..? 제가 지금 머릿속에 떠올린 그거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듯한 알렉세이의 눈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어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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