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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144화 (144/146)

〈 144화 〉 강림제.(11)

* * *

­쾅!

신전의 지하, 마신의 심장이 봉인되어 있는 장소를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기둥을 고대리치 칼바리아의 몸이 뚫고 지나갔다.

당연하지만 그가 자진해서 기둥을 부순 건 아니었다.

그의 몸은 현재 무언가에 의해 강한 충격을 받아 뒤로 밀려 날아가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 무언가란, 예배당의 바닥을 뚫고 신전 지하로 내려온 내가 내지른 마력이 담긴 주먹이었다.

주먹에 느껴지는 감각과 주먹이 그의 몸에 닿았을 때 들리던 유리가 깨지는 소리들로 보아, 그는 몸에 꽤 많은 보호 마법들을 둘러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봤자 리치의 마력으로 둘러진 보호마법들.

스승의 금지 마법 중 하나인 내 몸 전체에 마력을 둘러 싸우는 마법으로 몸을 강화한 상태인 내 주먹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내 주먹은 칼바리아가 몸에 두르고 있던 많은 양의 방어 마법들을 일격에 박살내며 그대로 칼바리아의 본체까지 닿았고, 그로 인해 칼바리아의 몸이 화살마냥 날려지게 된 것이었다.

­쾅! 쾅! 쾅! 쾅!

기둥을 하나만 부수는데 멈추지 않고 연이어서 부수는 칼바리아의 몸뚱이.

어느덧 구멍이 난 기둥의 수가 5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5개의 기둥을 부쉈을 때, 날아가던 그의 속도가 조금 줄어드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저 상태대로라면 6개까진 못 부시겠는데?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힘조절을 해버렸나.

한 번 날려보냈을 때 최소 10개는 부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나는 다리에 힘을 실어 땅을 박찼다.

내 몸이 마치 탄환과도 같은 속도로 쏘아지는 것을 느끼며, 6번째 기둥에 닿기 직전의 칼바리아에게 향해.

돌려차기라고 말하는 자세로 오른다리를 휘둘렀다.

“큭..!”

날아가는 중간에도 내 돌려차기 자세를 포착했는지, 칼바리아가 뭐라 뭐라 중얼거리자

저 발차기를 맞더라도 받는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무산으로 돌아갔다.

방금 전 주먹을 맞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몸에 두른 보호 마법들은 두를 때 들은 마력이 아까울 정도로 내 발이 닿자마자 파캉! 유리 깨지는 소리를 내며 부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쾅!!

돌려차기에 맞은 소리라고는 믿지 못 할 만큼 큰 소리가 나며.

“커헉!!”

다시 한 번 날려지는 칼바리아의 몸.

자, 이번엔 몇 개를 뚫을까?

바닥에 가볍게 착지하며, 쾅!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귀로는 숫자를 세고 눈으로는 그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오.

이번에 그의 몸이 뚫은 건 10개의 기둥이었다.

도합 15개로, 목표치 달성이었다.

11번째 기둥이자 도합 16번째 기둥에 박힌 그의 몸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기둥의 파편들과 함께 땅으로 추락해 쾅! 소리를 내며 잔해의 먼지를 일으켰다.

보통의 종족이었다면 필시 방금 전의 충격들로 몸이 버티지 못 해 이미 죽은 상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리치. 죽음을 넘어선 몸이다.

살아온 시간으로만 따지면 전에 상대했던 인큐버스와 비슷한 정도겠지만, 다룰 수 있는 마법의 양이나 위력으로는 인큐버스가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충격으로는 죽지 않을 게 분명했기에, 기둥이 무너진 여파로 생긴 잔해의 먼지구름 속에서 그의 실루엣이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후우웅!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바람이 몰아치더니 먼지 구름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이어, 로브가 조금 찢어지긴 부러진 곳 없이 멀쩡한 칼바리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갈비뼈 몇 개에 금이 가긴 했네.

하지만 저 정도야 리치의 회복력으로 금방 나을 게 분명했다.

봐봐.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벌써 붙은 거.

“역시 네 녀석이었나.”

굵은 저음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그의 눈에서 타오르고 있는 무지갯빛 불꽃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째서 네 녀석이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 거지?”

“그걸 왜 내가 말해줘야 되는데?”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왜 여기에 있냐가 아니다.

내가 그들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 가 중요한 거지.

칼바리아 또한 그것을 아는 듯.

“...그건 그렇군.”

라며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더니.

“네 녀석에게 패배한 그 날 이후, 네 녀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내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라며 뼈로 이루어진 주먹을 꽉 쥐는 칼바리아.

왜인지 전에 봤을 때보다 홀쭉해졌다했더니.

뼈밖에 없는 놈이 뼈를 깎아서 그랬던 거였다.

진짜 아팠을 것 같다.

“그러니 지금부터 네 녀석에게 보여주마. 무한에 가까운 마나에서 나오는 무한한 마법들을..! 적을 삼켜라, 홍련의 폭풍이여!”

칼바리아가 그의 뼈 손들을 앞으로 뻗으며 마법을 영창했다.

­콰아아아!

그의 양 손 앞에서 생성된 붉은 마법진에서 나온 불꽃의 소용돌이가 나를 향해 휘몰아쳤다.

거대한 화염의 소용돌이가 나를 덮칠 듯 휘몰아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스읍...”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 * *

안 된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싸움을 보며, 페레우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 하루만 벌써 2번째였다. 눈앞의 싸움을 보며 감탄한 것은.

방금 전 칼바리아와 교황, 발키리 자매들의 싸움만큼 화려한 빛들이 전장을 수놓지는 않았지만, 페레우스에게는 지금의 싸움이 훨씬 더 수준이 높아 보였다.

“홍련의 폭풍!”

­콰아아아!

칼바리아의 양 손의 앞에서 펼쳐진 붉은색 마법진에서 휘몰아친,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화염의 소용돌이.

발키리 자매들의 신성 방어 마법으로도 제대로 막지 못 한 화마가, 현성을 삼킬 듯 휘몰아쳤다.

“스읍... 후!”

하지만 그것을 현성은 가볍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뱉는 것으로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듯 너무나도 쉽게 소멸시켜버렸다.

고대 리치로서 살아오면서 많은 싸움을 해온 칼바리아는 그 경험이 헛된 게 아니라는 듯 자신의 마법이 막힌 것에 당황하지 않으며 바로 다음 마법을 영창했다.

“흑광의 뇌전!!”

­콰지지지직!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교황조차 신성력의 방패를 소환해 막은 검은 번개가, 현성을 향해 쏘아진다.

그 검은 뇌전을 보며 마치 딱밤을 때리듯 오른중지와 엄지를 모으는 현성.

이어, 그가 공중에 딱밤을 때리듯 중지를 놓자.

­쩌엉!!

그의 앞 공간에 유리가 깨지듯 거대한 균열이 일어났다.

­파직. 지직.

현성을 향해 쏘아진 뇌전이 균열에 닿자 뇌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하가 되어 흩어졌다.

까득.

이를 간 칼바리아가 다음 마법을 영창한다.

“아이시클 웨이브!!!”

­콰과과과과!!

세 갈래로 나누어진 거대하면서도 날카로운 얼음의 파도가 현성을 향해 쇄도했다.

발키리들의 기동성을 묶어버려 다음 마법을 피하지 못 하게 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발키리들을 상대할 때와는 위력이 달랐다.

방금 전이 평소 바다에 치는 잔잔한 파도급이었다면 지금은 그들이 서있는 공간 자체를 얼릴 정도의, 서퍼들이 타고 다니는 파도급이었다.

저 파도에 집어삼켜진다면 몸이 영원히 얼음 속에 갇힐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3갈래로 나뉘어져 덮치는 만큼, 피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았다.

전후좌우상 어디로 피하던지 팔이나 다리 중 하나는 무조건 차가운 얼음 속에 갇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아니, 오히려 얼음의 파도를 향해 천천히, 가까이 다가갔다.

‘설마... 저 얼음의 파도와 정면으로 맞붙을 생각인가..?’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취하는 현성을 보며, 페레우스는

물론 그가 그저 걸어가기만 한 건 아니다.

얼음의 파도를 향해 걸어가며, 그는 천천히 몸에 마력을 응집시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얼음의 파도가 그에게 닿기 직전에.

“방출.”

응집해놓았던 마력을 방출시켰다.

­펑!!

그저 걸어가며 살짝 응집시켜뒀던 마력을 방출시키는 것만으로 얼음의 파도가 얼음 덩어리들이 되어 우수수 쏟아져내렸다.

이후로도 칼바리아가 수많은 마법들을 날려 보냈지만, 번번이 현성에게 막히면서 별 소득없이 힘만 낭비한 꼴이 되어버렸다.

“헉... 헉...”

단시간에 너무 많은 마나를 사용한 탓에, 칼바리아는 몸에 힘이 빠져 가쁜 숨을 고르게 되었다.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손에 넣은 거지, 무한이라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현성을 상대하기 적전에 눈에서 타오르고 있던, 화마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크기였던 무지갯빛 불꽃도 지금은 성냥 한 개비 정도에서 나오는 불꽃의 크기로 줄어있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지?”

칼바리아의 모든 마법을 간단하게 파훼해낸 현성이 칼바리아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

그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때도, 이렇게 했었지?”

그렇게 말하며 오른중지와 엄지를 모으는 현성.

그의 말과 자세에, 칼바리아의 머릿속에 과거 그와 싸웠던 때가 떠올랐다.

­과연 너는 딱밤을 몇 대나 견딜 수 있을까?

“잠...”

­쾅!!

칼바리아의 몸이 다시 한 번 공중을 날았다.

* * *

현성과 칼바리아의 싸움을 직관하고 있는 페레우스의 머릿속에서는 현재,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정녕 인간이 맞는 건가?’

7년 전에도, 4년 전에도, 지금도.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진심을 발휘하자마자 발키리 자매들과 교황을 압도한 칼바리아를 마치 애 다루듯 가지고 놀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오로지 딱밤만 때려가면서.

“헉... 헉...”

가쁜 숨을 내쉬며 무릎을 꿇은 칼바리아의 목을, 마무리를 짓겠다는 듯 현성이 생성한 자색의 빛을 내뿜는 창의 끝이 향해있었다.

이대로 그들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는 페레우스.

그때, 그의 뇌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현성의 시선이 칼바리아에게 집중되어있는 지금이라면, 마신의 심장을 강탈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그렇게 생각하며 지하의 구석에 있는 발키리 자매들의 상태를 살핀다.

그녀들은 다른 자매들과 교황의 치료로 인해 페레우스가 있는 곳에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가능하다..!’

이미 몸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 한 번의 도약을 성공해낸다면 마신의 심장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마신의 심장의 봉인을 맡고 있는 빛의 사슬도 왜인지 그 빛을 잃어 이제는 희미하게 옅은 빛만을 내뿜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이 저곳에 손을 가져다대기만 해도 마신의 힘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신의 힘에 몸이 적응을 하는 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칼바리아가 당하기 직전의 지금, 그들의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마신의 심장에 담긴 힘을 온전히 페레우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눈앞의 적들을 처리하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지금..!’

­파앗!

모든 힘을 다리에 모아 마신의 심장을 향해 몸을 날리며 손을 뻗는 페레우스.

“마스터! 심장이!”

‘이런..!’

하지만 엘렌이 그의 행동을 눈치채고 재빨리 현성에게 통보했고, 현성이 페레우스를 막기 위해 자색의 창을 날리려는 자세를 잡았다.

이 속도대로라면 분명 페레우스가 심장을 잡는 것 보다 현성이 날린 창이 그에게 닿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칼바리아를 무력화 시킨 저 창을 맞고 그대로 리타이어. 그들의 작전은 여기서 끝났음을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창이 현성의 손에서 날려지는 일은 없었다.

“흑광의... 뇌전..!!”

“..!”

현성의 손에서 창이 날려지기 직전에, 칼바리아가 남은 마나를 전부 쏟아넣은, 발키리들의 신성력에 반하는 마법인 흑광의 뇌전을 쏘아보낸 것이다.

현재 발키리 자매들은 다른 자매들과 교황의 치료, 그리고 현성과 칼바리아의 격돌로 무너지려는 신전의 지하를 지탱하고 있어 그들 자신은 보호를 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무방비한 지금의 상태에서 그녀들의 신성력에 반대되는 속성의, 그것도 강력한 마법을 직통으로 맞았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현성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대로 창을 날려 마신의 심장이 강탈당하는 것을 막을 것이냐, 아니면 다친 자들과 지하가 무너지지 않게 보호하고 있어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 하는 발키리 자매들을 지킬 것이냐.

현성이 선택한 건 당연히 발키리 자매들이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려 보내기 직전의 창을 해제하고 땅을 박차며 달린 현성이 발키리 자매의 앞을 막아섰고.

손바닥을 펼쳐 하얀 빛을 내뿜는 방어 마법진을 펼쳐 뇌전을 막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 곳을 선택했으니 다른 곳을 선택하지 못해 일어난 업보라는 듯.

­번쩍!!

찬란한 자색의 광휘가 신전의 지하에 번쩍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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