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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아카데미에서 나 혼자 선생님이다-146화 (146/146)

〈 146화 〉 강림제.(13)

* * *

‘...어?’

분명 불사의 군대를 일으키는 마법을 영창했다. 하지만 마법이 발동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혹시나 자신이 영창을 잘못 한 건가 싶어 다시 소환식을 영창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어째서 마법이 발동하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페레우스의 귀에 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만한 자여. 그대의 분수를 알라.”

“컥..!”

갑자기 그를 짓누르는 힘이 더 강해졌다.

한 팔로 중압을 버티던 것을, 이제는 두 팔로 버텨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었다.

“나태한 자여. 노력하지 않은 그대에게 힘은 과분하다.”

­쿵.

그의 무릎이 완전히 꿇리며 마치 죄를 짓고 반성하는 사람의 자세가 되었다.

'무슨 일이..?'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탐욕에 물든 자여. 그릇을 벗어난 힘을 탐하였구나.”

­쿵.

더 강력해진 중압에 상체가 짓눌려지며 4발로 엎드린 듯한 모습이 되었으니까.

'이대로 가면 속절없이 당한다..!'

“크... 크아아아!!”

그의 등에서 검은 날개가 펼쳐진다. 마력을 더 끌어올려 현성의 마법을 깨뜨리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힘을 가지고도..!’

“분노하는 자여. 나약한 자신에게나 분노하거라.”

­쿵.

노력이 무색하게, 검은 날개가 깃털이 되어 공중에 흩뿌려지며 바닥에 완전히 엎어지게 되었다.

'도대체 저 남자는 정체가 뭐지..? 어째서 마신의 힘을 가지고도 이기지 못 하는 거냐고..!'

“질투심에 물든 자여. 남에게로 향하는 질투의 화살은 그대에게 돌아올지니.”

­푸부부북!

자색 빛의 화살들이 그의 등에 꽂힌다.

“끄, 끄아아악...!!”

몸이 꿰뚫리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왔다.

“폭식을 취한 자여. 자신의 그릇을 알라.”

­슈우우...

페레우스의 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 마력이, 마력이 빠져나간다..!’

자신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여지없이 느껴질 정도였다.

근육으로 육중했던 그의 몸이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줄어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신의 심장을 흡수하기 전보다 더 왜소한, 노인의 몸이 되어버렸다.

“이상, 죄를 지은 자. 그대의 죗값을 치루리라.”

현성의 영창은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 안 돼..!’

그의 영창이 끝나면 자신에게 닥치는 건 죽음뿐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페레우스.

어떻게든 벗어나보려 해봤지만, 마신의 힘이 있을 때도 못 벗어났던 것을 마신의 힘과 본래의 마력을 잃은 그가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스승의 금지마법 제 6번.”

“끄... 끄아아아아!!”

끝까지 발버둥치는 페레우스를 보며,

“...일곱 개의 대죄.”

한숨을 내쉰 현성이 마지막 영창을 끝마쳤다.

“아..?”

마지막 말을 기점으로, 페레우스의 눈앞이 암전되었다.

* * *

“후...”

나는 눈앞에서 꿈틀거리는 페레우스를 보며 더 이상 그가 일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도 그럴게, 스승이 금지 시킨 7개의 마법 중 6번째인 일곱 개의 대죄는 조건이 충족된 상대를, 정확히는 상대의 영혼을 영원히 어둠 속에 가둬버리는 마법이니까.

참 살벌한 마법이다. 조건만 충족되면 신이라도 가둬버리는 마법이니까.

그런데 신한테도 영혼이라는 게 있나?

잠시 생각해봤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이 질문은 뇌 속 깊은 곳에 던져두기로 했다.

그나저나 저건 언제까지 꿈틀거리는 거야?

여전히 움찔거리고 있는 페레우스의 몸뚱이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러니 안심하고 돌아갈 수가 없잖아.

지금처럼 저렇게 살아있는 듯 꿈틀대고 있는 건, 아마 7개를 전부 충족하지 못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에는 전부 방금 전의 페레우스에게 충족되는 것들이고, 6개만 충족해 불완전하긴 해도 지금 페레우스의 상태로는 빠져나오지 못 할 테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은가.

오만.

마신의 심장에 담긴 힘을 얻어 자신이 세상을 다 가진 양 오만하게 행동했던 그의 모습에 의해 충족된 게 느껴졌다.

분노.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분노하며 힘으로 해결하려던 그의 모습에 의해 충족된 게 느껴졌다.

탐욕.

성국 내에선 충분히 강한데도 목적을 위해 더 강한 힘을, 분수에 맞지 않은 힘을 탐한 그의 모습에 의해 충족된 게 느껴졌다.

질투.

마신의 힘을 손에 넣었는데도 이기지 못 하는 나에게로 향하는 질투심에 조건이 충족된 게 느껴졌다.

폭식.

그릇이 넘칠만한 힘을 그의 몸에 집어 삼킴으로서 충족된 게 느껴졌다.

나태.

마지막까지 자신의 힘으로 쟁취한 게 아닌 남의 힘을 빌려 목표를 쟁취했기에 충족된 게 느껴졌다.

아마 상태창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내가 조건이 충족됨을 느낄 때마다 띠링~! 하면서 알람과 동시에 창이 뜨지 않았을까.

색욕은 해당되는 게 없어서 넣지 않았지만, 고작해야 마신의 심장 정도에 담긴 힘이라면 일곱 개를 다 채우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넣지 않았다.

괜히 억지로 끼워 맞췄다가 아예 실패로 돌아가면 안 되니까.

다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까지만 해도 꿈틀대던 그의 몸이 이제는 아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아마 지금쯤 그의 영혼은 무한한 어둠 속에 갇혀 방황하고 있겠지.

대부분의 조건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준 칼바리아에게 감사한다.

솔직히, 하나하나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는 것 같은 조건이라 사용하면서도 불안했다.

뭐, 이걸로 쓰러뜨리는데 실패했다면 그냥 힘으로 패려고 했지만.

하지만 마음속으로 힘으로 패는 일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며 금지 마법이 통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힘으로 패기까지 가게 된다면 상대가 지닌 힘이 파편이긴 해도 마신의 힘이니 꽤나 성대하게 싸웠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강림제가 망쳐질 것이고, 신성력이 봉인당한 성녀에게도 신경을 쓰지 못 하게 되 그녀가 크게 다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슬슬... 푸헙.”

...이래서 금지 마법은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최대한 피해 안 가게 빨리 끝내려다 보니 그만.

금지 마법을 사용한 반동으로 인해 뿜어져 나온 피를 옷으로 대충 닦았다.

어차피 마력을 다시 억제하면 이 불편한 제복은 사라질 것이고 피가 묻었다는 티가 나지 않을 테니까.

그때, 바깥에서 신성력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강림제의 하이라이트, 천신 강림이 시작된 것 같았다.

그러면 슬슬 돌아가볼까.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는데 가장 빠른 길인 내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나가기 위해 다리에 힘을 실어 크게 도약했다.

칼바리아의 시체가 있는 기둥의 뒤에서 파직거리는 포탈이 열리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 한 채.

* * *

“당했군요. 페레우스.”

보랏빛을 내뿜는 포탈에서 나온 흑발의 여인이 빈껍데기만 남은 페레우스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해야 파편일 뿐인 힘에 취해 같은 편까지 처리할 줄은 몰랐네요, 페레우스.”

정말 멍청하기도 해라.

그렇게 말한 여인이 쯧. 혀를 찼다.

“뭐, 그래도 당신에겐 감사의 말을 해야겠네요. 덕분에 제 계획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으니까. 겸사겸사 방해가 될 만한 분도 처리했고.”

그렇게 말하는 여인의 시선은 똑같이 뼈만 남아있는 칼바리아에게 향해 있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도 되겠죠?”

후훗. 작게 미소를 지은 여인이 한쪽 무릎을 굽혀 엎어져 있는 페레우스의 등에 오른손을 가져다댔다.

“잘 먹겠습니다.”

­우우웅.

그녀의 오른손에서 자색의 빛이 번쩍였다.

“고대 리치의 마력은 별로 맑은 느낌이 아니라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슈우우우!

빨려들어가듯 껍데기만 남은 페레우스의 몸에 남아있던 칼바리아의 마력이 그녀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스승의 금지마법으로 인해 빠져나간 것은 마신의 심장에 담긴 마력뿐이라는 것을, 현성은 미처 눈치채지 못 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칼바리아의 마력은 여전히 페레우스의 몸에 남게 되었고, 그것을 흑발의 여인이 흡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후, 칼바리아의 마력을 전부 흡수한 여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으... 역시 맛없네요...”

떫은 감을 먹은 것처럼 혀를 내민 채로 퉤퉤 거리는 여인.

이어,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일으킨 여인이 천장에 뚫려있는 구멍을 올려다보았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발키리들을 이용해 성녀가 자신의 신성력이 봉인당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하도록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성녀가 그것을 눈치 채지 못 할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마신의 심장을 봉인하고 있던 것도 성녀의 신성력이니 말이에요.”

마신의 심장의 봉인이 깨졌는데 성녀가 눈치채지 못 할 리가 없다는 듯, 이곳에는 없는 현성을 향해 말하며 쿡쿡 거리며 작게 웃는 흑발의 여인.

“그러면, 슬슬 시작해볼까요. 강림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빅 이벤트를.”

이어 한 쪽 무릎을 굽히더니 바닥을 오른손으로 짚으며 마법을 영창했다.

“일어나라. 불사의 군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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