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탈출 (3)
* * *
"누구십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네만..."
창공의 질문에 노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게, 산중에서 바구니를 멘 노인과 무장한 청년들.
어느 쪽이 더 수상해 보일진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창공은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과연 뭐라고 대답하면 좋단 말인가.
"그런데 자네들 생김새가... 음... 특이하게 생겼는데... 혹시 어디 사람인가?"
창공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노인은 다른 일행들을 둘러보다가 알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렇군. 자네들 루툼족이지? 소식적에 그들과 만났던 적이 있네만..."
"하하... 예. 잘 아시는군요."
굳은 표정을 재빨리 풀고 웃으며 대답하는 창공이었다.
그게 뭔진 몰라도 이 노인은 그들이 이 세상의 원주민인 것으로 단단히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안도한 창공은 아예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인가? 자네들은 토리오에 살지 않나? 꽤나 남쪽으로 내려왔군그래."
"먹고살기가 좀 그래서... 우리끼리 새로 정착할 곳을 찾다가 보니 이런 산중이지 뭡니까.
길도 모르겠고 미치겠습니다, 정말."
"길이라면 알려줄 수 있지. 그래. 어디로 가고 싶나? 트리스카? 비바 연방?"
"저희가 왔던 방향으로 가면 어느 쪽입니까?"
"트리스카라네. 사실 이 산을 넘기 전까진 트리스카지만 말일세."
그들이 노역을 하던 그 저주받을 땅 이름이 트리스카인 모양이었다.
창공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노인에게 말했다.
"그럼 비바 연방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뭐 길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이 앞으로 쭉 가면 된다네.
높긴 하지만 넘을 만할 거야. 비바 연방 쪽은 완만하니 안심하게나."
"그렇군요... 음? 택이 형. 왜 그래? 나 불렀어?"
"어...?"
어택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작스레 자기에게 다가오는 창공을 보고선 의문을 표했다.
아니, 목이 좀 답답해서 헛기침을 하긴 했다.
그런데 그건 딱히 뭔가의 신호가 아니었다. 창공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형. 잠깐 저 사람 좀 이 근처에 데리고 가서 얘기 좀 해요."
"무슨 얘기...?"
창공은 어택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아무 얘기나. 내가 결혼 좀 하고 싶은데 혹시 참한 딸 있냐 뭐 그런 얘기 있잖아요.
적당히 3분 정도만 끌어 봐요. 나중에 얘기해 줄 테니까."
"...그래."
여기까지 얘기한 창공은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내며 어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 이거 참. 아 형! 이런 데서 그런 얘기 해야 돼요? 난 모르니까 둘이서만 얘기하던가!"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한텐 중요한 얘기야! 저기, 영감님! 잠시 할 얘기가 있는데... 이쪽으로 좀 오시죠."
"응? 으응...?"
어택이 웃으며 노인을 풀숲 너머로 데리고 갔다.
"모두 주목."
방금 전과는 대비되는 낮은 목소리였다.
"저 노인. 그냥 보내긴 좀 그래요. 혹시 추격대가 붙으면 우리에 대해 말할지도 모르고."
"잠시만요. 무슨 뜻이죠?"
아린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말이 그냥 보내기가 꺼려진다는 거지 내포된 의도는 그 이상임을 눈치챈 것이다.
"여기 잠깐 묶어놓고 가면... 아니면 기절시켰다가..."
"그건 안 돼요. 우릴 도와줬잖아요. 그리고 추격대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거고... 방금 맹수가 있다는 거 보셨잖아요.
이런 산속에서 사람을 그렇게 해 놓고 내버려 두는 건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아린 씨 말대로 불확실한 건 맞아요. 근데 너무 위험해요."
"그렇게 할 필요까진 없잖아요."
창공과 아린이 말없이 서로를 마주 봤다. 결론은 빨리 내려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투표로 정하는 걸로.
3명 이상이 동의할 때까지 빠르게 계속. 오케이?"
"저... 저도 합니까?"
히사시가 조심스레 묻자 창공이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셋은 너무 적지 않은가.
"제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
창공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손을 든 건 그 혼자뿐이었다.
결국 그는 손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린 씨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
나머지 셋이 손을 들어 올렸다.
히사시는 물론이고 나유도 그의 의견엔 동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좋아요. 제가 단념하죠."
"미안해요... 하지만."
"사과할 필요 없어요. 아린 씨 말대로 불확실한 거니까. 너무 급해서 정신적으로 몰렸나 봐요."
그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감을 느꼈다. 그가 보기엔 지금 일행들이 너무나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어허! 이 사람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 그럴 수 없네!"
노인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이리저리 젓는 노인과 얼굴이 붉어진 어택.
창공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노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르신... 저 형이 너무 급한 나머지 무례를 범한 모양입니다..."
"아니 어찌 사람이 저리 막무가내야... 자네 얼굴을 봐서 여기까지 하겠네만...
아무튼 난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네. 자네들도 이만 갈 길 가도록 하게."
"이것 참... 사과의 의미로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난 길을 아네만."
"걱정돼서 그럽니다. 이리로 올라오던 중 맹수의 흔적을 발견해서... 부디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노인은 화를 삭이는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택이 형.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줘요. 편하게 쉬어요, 다른 분들도."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오고."
그렇게 창공은 노인과의 동행을 시작했다.
물론 그의 목적은 노인을 안전하게 바래다주는 게 아니었다.
현지인과의 대화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소중한 법이다.
"그런데 어르신. 그 얘기 들으셨습니까?"
"무슨 얘기 말인가."
"다른 세상에서 못 보던 사람들이 넘어왔단 얘기 말입니다. 믿어지십니까?"
"아니 이 사람 보게. 에트로지도 모른단 말인가? 하긴 루툼족은 외진 곳에 사니 모를 수도 있겠군."
"에트로지...?"
"그래. 교단에서는 그렇게 명명했다 하네. 고대어로 무슨 의미가 있다는데... 아무튼 그들도 참 안됐어."
노인은 불쌍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넘어왔는지, 모르고 넘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일세. 취급이 영 좋지가 않으니까."
"노예로 부리기라도 한단 말씀입니까?"
"왜 아니겠나. 이 산 밑에 있는 비아투 탄광에서 그들을 노예로 부리고 있다네.
우리 남대륙 국가들이 그들에게 적대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트리스카처럼 대놓고 노예로 쓰진 않는데 말이야."
"저런..."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그러기로 결정했다는데 뭘 어쩌겠나?
나 같은 일반 백성은 그저 따르는 게 운명이니 말일세."
"그렇군요... 그럼 북대륙에선 좀 처지가 다르답니까?"
창공은 노인의 입에서 나온 남대륙이라는 말을 듣고 북대륙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의 추측은 맞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들은 적이 있지. 작년에 도시로 나갔을 때 들었던 이야기로는 말이야.
그렇지만 그건 가 보지 않은 이상 모르는 이야기 아닌가? 거기라고 에트로지가 이방인이 아니겠는가."
"맞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죠... 먹고살아야죠..."
서창공이 한숨을 토하듯 말했다. 그 대화를 끝으로 그들은 말이 없었다.
그렇게 묵묵히 몇 분간 더 걷다가 보니 시야가 탁 트였다.
절벽이었다. 노인은 저쪽에 보이는 경사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난 저곳으로 내려가면 되네. 그러면 내 집은 멀지 않아. 자네까지 내려갈 필요가 있겠나?
올라오는 데도 힘이 들고, 일행들도 기다릴 텐데. 이쯤에서 헤어지세.
산골짜기에 혼자 사는 노인네가 오랜만에 사람 만나서 반가웠네그려."
"혼자 사십니까?"
"그렇지. 가끔 자식들 보러 도시까지 나가곤 하지만 말이야. 어쨌든 배웅 고마웠네. 인연이 닿거든 다음에 보세나."
"네. 저도 감사했습니다. ...어? 어르신. 저 밑에 저게 뭡니까?"
창공은 절벽 끝을 향해 한 걸을 내디디며 그 아래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거기 뭔가 있나?"
노인은 눈썹 부분에 손을 갖다 대며 창공의 옆에 섰다.
창공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의 몸은 가벼웠다.
등을 세게 떠밀자, 마치 공중에 떠있었던 것처럼 발 디딜 곳이 없는 곳으로 너무나 쉽게 밀렸다.
노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떨어졌다.
절벽 밑으로.
퍼억ㅡ!
저 아래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하아!"
창공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허억..."
호흡이 미친 듯이 가빠졌다.
숨이 차서였을까, 그도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을까.
하늘이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시 그는 세상으로 돌아왔다.
"후우..."
창공은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여 땅바닥에 엎드렸다.
팔꿈치로 땅을 디디고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죄는 짓는 순간이 아니라,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확정된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나는 무죄로 추정된다. 저 노인의 죽음에 내가 개입했음을 밝히는 건 불가능해... 증거가 없잖아? 절벽에서 헛디뎌 죽었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애초에 발견이나 될까. 도시에 산다던 자식들이 올라왔을 땐 이미 시체는 다 썩어 문드러진 상태일 텐데. 나는 영원히 무죄로 추정될 거야. 나는 영원히 무죄야.'
'어쩔 수 없었어. 저 노인은 분명 추격대에게 협력했을 거야. 이미 잡힌 다음에 후회해도 늦어. 나는 필요한 일을 한 거야. 일행들은 나 덕분에 살아남을 거야. 나는 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줬다고. 내게 감사해야 돼.'
'어차피 이 산에는 맹수가 살아. 사람 해치는 맹수가. 약초인지 뭔지 산에서 나는 풀 뜯어서 연명하는 저 노인은 당장 어제 습격당해 죽었을 수도 있었어. 맹수에게 습격당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불가항력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될 거 아니야. 어차피 누구에게 죽으나 죽는 건 똑같은데. 사람 고기 먹는 그놈들이라면 언제가 됐을진 몰라도 분명 저 노인을 습격했을걸?'
창공은 고개를 들었다.
"저 노인은 잘못이 없어. 나도 잘못이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었다.
"아무 일 없겠죠...?"
"응?"
"그... 창공 선배..."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블라우스 옷깃을 잡고 안에 바람을 넣고 있던 아린이 불쑥 말했다.
나유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깔깔 웃었다.
"그렇게 걱정돼? 학교 선배라고? 걱정하지 마.
남들 다 죽지 못해 살던 그 탄광에서 탈출 계획을 짜던 사람이니까. 기다리면 금방 올걸?"
"아뇨... 선배가 아니라..."
아린은 찜찜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말했다.
"진짜로 집에 바래다주고만 오는 거겠죠...?"
"아니 그럼 뭐. 둘이 싸우기라도 한다는 거야?"
히사시도 아린과 같은 생각에 도달했는지 질색하는 얼굴이 되었다.
"저... 지금 말씀의 의도가 혹시 그겁니까? 서 상이 그 노인분을... 주, 주, 주..."
"선배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세요."
"그렇지만 서 상은 묶어놓거나 기절시키자고..."
"맹수가 돌아다니는 산에서요? 그게 살인과 뭐가 다르죠?"
어택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었다. 나유는 잘근잘근 입술만 깨물었다.
"그래도... 아마 아닐 겁니다."
"..."
"서 상도 납득했잖아요. 그리고 급박한 나머지 그런 말을 했다고도 했고요.
애초에 살인이라는 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니까."
"그럴... 까요... 저도 아니길 빌지만..."
어쩐지 개운하지 못하다는 듯이 아린이 말끝을 흐리자 나유가 끼어들었다.
"아린아.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선배가 그런 말을 꺼내놓고서, 또 이제까지 급하게 행동했으면서 이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게 이상해서요."
"창공 씨도 휴식을 할 거라고 했잖아? 어차피 쉴 타이밍도 됐고."
"그러면 선배도 같이 쉬면 되는데 왜 굳이 저 사람을 배웅한다고 갔던 걸까요?"
"으..."
나유도 아린의 말을 듣자 머리가 복잡한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묵묵히 듣고만 있던 어택이 입을 연 건 바로 이때였다.
"아린 씨. 의심암귀라고 아시나요?"
"아, 네."
"일단 본인의 설명부터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알고 보면 의외로 별거 아닌데 괜히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본인이 오면 들어나 보죠. ...아, 마침 저기 오는 것 같네요."
어택이 저 아래를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창공이 저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어우, 힘들다."
그는 태연한 얼굴로 흐르는 땀을 훔쳐냈다.
그러다가 일행들이 자길 미묘한 얼굴로 바라보는 걸 알았는지, 그들과 눈을 하나하나 마주쳤다.
"저한테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창공아."
어택이 그를 불렀다.
"그 노인분. 잘 배웅하고 왔니?"
"네... 뭐... 잘 보내드리고 왔죠."
"..."
창공은 눈만 깜빡이다가 쓰게 웃었다.
"아하, 형도 내가 무슨 말 했었는지 들었구나. 그쵸?
그래서 내가 그렇게까지 말한 사람을 멀쩡히 배웅할 리가 없다, 뭐 이런 생각 한 모양인데."
"미안해.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고. 아니, 내가 아까 쪽을 먹어서 이러는 건 아니고. 하하하..."
어택은 이 의문 제기가 오로지 그의 생각인 것처럼 행동했다.
아린은 마음속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의 배려를 받아들였다.
"뭐... 형 생각대로 선의로 배웅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고."
"그럼?"
"쉴 새 없이 말 걸어서 정보를 좀 뜯어냈죠."
창공이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린 씨가 했던 말대로 제 생각이 좀 너무 성급하긴 했어요.
그렇긴 해도 그냥 보내긴 아깝잖아요? 원주민이 알고 있는 건 다 빨아먹어야 하니까.
그 노인네 달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그렇게 사람이 열이 받았어요?"
"야... 그거 니가 시킨 거잖아..."
"아무튼, 우리가 있던 곳은 트리스카의 비아투 탄광이래요. 이름 따위 별로 상관없지만."
그는 그에게 걸린 의혹을 자연스레 넘겼다.
일행들은 그에게 가졌던 의심을 걷어냈고, 심지어 아린마저도 어택이 했던 말을 인정했다.
어쩌면 자기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히사시가 했던 말대로 살인은 쉬운 게 아니기도 했다.
그러길 바랐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물어봤는데...
어쨌든 이 산 너머는 다른 나라라고 하니까. 추격대가 있더라도 거기까지 넘어오진 못하겠죠."
"그곳에서는 안전할까?"
"그거야 모르죠. 그래도 방법은 있어요.
그 할아버지, 우릴 루툼족이라고 착각했잖아요.
거기서도 그렇게 속이면 될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치만 진짜 루툼족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쩌죠?"
아린이 물었다.
"그럴 위험은 있죠. 그래서 산을 내려가서도 빠르게 이동해야 될 거예요."
"어디로요?"
"듣자 하니 여기는 남대륙이라 하더라고요.
그런데 북대륙에선 우리 같이 지구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노예로 써먹거나 하진 않나 봐요.
그 사람도 어디서 들은 얘기라고는 했지만, 여기보단 낫길 바라야죠."
"오..."
나유가 감탄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일단 북대륙으로 가는 거예요.
이만하면 설명됐어요? 택이 형."
"음... 의심해서 미안."
"의심할만했죠. 그럼 슬슬 갑시다. 아무래도 오늘 당장 이 산을 넘긴 힘들 것 같고...
산은 해가 빨리 지니까 잘 곳을 찾아야죠."
그는 홀가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일행을 선도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