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떠돌이들-22화 (22/178)

〈 22화 〉 보름달이 뜬 밤바다 (3)

* * *

"돈보단 다른 걸 원한다고 하셨던가요."

"맞습니다. 제가 정보를 드리는 거니까, 똑같이 정보로 받도록 하죠. 정보가 얼마나 구체적이냐에 따라 대가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하셨던가요?"

"네. 아까도 말했지만 전 웨리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마법사에요. 지금은 휴직했지만... 마법사들은 거래 내용을 철저하게 지켜요. 그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세요. 그럼 제게 질문할 기회를 드리죠."

륀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해 잠시 고민하던 창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스레 입을 열었다. 다른 대안이 있는가? 없다.

"아스터 씨는 트리스카로 가신다더군요."

"트리스카? 그곳에는 왜..."

"저희 에트로지들 때문이죠. 실은 제가 그곳 탄광에서 노예로 부려먹히다 탈출했거든요."

"트리스카의 탄광이라... 혹시 그곳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창공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산중에서 만난 노인이 그곳을 비아투 탄광이라고 칭했던 기억이 났다.

"비아투 탄광...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비아투 탄광이요..."

그 순간, 륀의 눈썹이 조금 찌푸려졌다. 순식간이었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창공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그 탄광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창공은 그녀에게 추궁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아마 추궁한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이라면 그대로 뭉개버릴 테고.

"어쨌든. 아스터 씨는 그곳 트리스카에서 저희들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그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남대륙으로 왔다 하더군요. 그 와중에 저와 제 일행을 만나게 되어 옛 아이카나까지 저희를 인도한 겁니다. 한시바삐 그곳에 가야 한다며 떠나셨고요."

"그렇... 군요.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시나 다 말씀하신 거라면 이제 제가 대가를 지불할 차례겠죠."

"네."

"질문 두 가지 받겠어요, 무슈 서."

납득할 만한 대가였다. 내심 질문 셋까지도 바랐지만 창공은 자신의 대답에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답은 길었지만 결국 한 마디로 축약하면 아스터는 트리스카로 향했다는 게 전부였으니. 어쩌면 질문 두 개도 륀이 후하게 쳐준 것일 수도 있었다.

"첫 번째로, 우리들 에트로지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아쉽지만, 대답할 수 없어요."

륀의 칼 같은 대답. 창공은 마음을 다잡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죠?"

"웨리 역사상 차원 이동은 시도조차 되지 못한 마법이니까요. 사실 그런 마법이 가능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실제로 저는 교수님 앞에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문제죠. 마법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예요. 뭐... 세간에선 우리 마법사들이 당신들 에트로지의 출현과 뭔가 연관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물론 있죠. 하지만 우리들은 오히려 교단에 묻고 싶네요."

"교단 말입니까?"

"네. 마법사면서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인간의 힘인 마법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그 이상 가는 힘의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요."

즉 신의 뜻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창공은 아스터에게서도 이미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스터 씨가 말씀하시기론 교단에서도 아는 바가 없고, 교황이라는 사람이 기도 중에 저희가 등장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게 전부라고."

"아스터가 그랬다면 그런 거겠죠. 하지만 그 아이는 평사제에 불과하잖아요. 추기경급 이상 되는 자들이라면 뭔가 더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나요? 나도 그저 마법 이론 정교수에 불과해요. 하지만 이거 하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들 마법사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뭔가를 새로 발견했다면, 어떻게든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용을 쓰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장담하건대 에트로지에 대해 뭔가 알고 있었다면 불확실한 사실까지 끌어모아서 논문을 수백 개는 발표했을 거예요."

륀의 말은 한 마디로 이것이었다. 우리들은 아는 사실이 없다.

교단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마법사를 만난다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릴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창공은 머릿속에서 두 번째 질문을 신중하게 골랐다. 묻고 싶은 것이야 많았지만 륀에게 질문했을 때 가장 효율이 좋을 질문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거라면 딱 알맞은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스터 씨가 교수님께 물어보면 좋을 거라고 한 게 있었습니다. 실은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는 빛을 내던 화살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륀은 놀란 얼굴로 파이프를 손에 쥐었다.

"화살에 마나를 담았단 말인가요? 하지만 그런 일은..."

"아스터 씨 말로는 지금까지 예가 없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없었죠. 정확히 말하면, 손을 떠난 화살이 목표에 명중할 때까지 마나를 머금는 일은 불가능하단 거예요."

"무슨 말입니까?"

"하퍼의 4요소. 시전자의 의지, 시전자의 마력, 마력이 작용하는 객체, 시전자와 객체 간의 이격 거리. 마법 수련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기초 이론이죠."

물론 그게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설명하려면 하루 종일로도 모자라요. 쉽게 설명하자면,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도 자기 몸에서 떨어져 있는 물체에겐 마나를 전달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워요. 설령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담긴 마나가 금방 흩어져 버리죠.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 그렇고요."

"그럼 마법사들도 자기와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에 어떠한 작용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단 말입니까?"

"염력, 혹은 염동력이라고 하죠. 가능은 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려면 후드의 보충 이론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요."

"그럼 넘어가겠습니다. 어쨌든, 화살에 마나를 담을 수는 있지만 발사 후에는 마나가 빠른 속도로 흩어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거로군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습니까?"

"맞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왜 된 걸까요. 애초에, 지금까지 활을 수도 없이 쏴보았지만 그런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지금까지 그런 화살은 쏘지도 못했고요. 그렇다면 그 마나라는 게 저에게도 있단 말씀이십니까?"

"엄밀히 말하면 이건 추가 질문이고 질문 기회는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륀은 한숨을 내쉰 다음 계속 말했다.

"아스터의 얼굴을 봐서 여기까지만 대답해드리죠. 우선, 글쎄요. 마법사가 마나를 다루는 방식과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전사들이 마나를 다루는 방식은 엄연히 다르거든요. 물론 저희가 더 고등적으로 마나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녀의 태도로 보아 이번 질문도 시원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마나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매우 가변적인 무형의 힘이에요. 사용하기에 따라 흔히들 말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고, 무기에 담으면 일반 병기로는 불가능한 놀라운 파괴력을 지니게 해 주죠.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적고, 그중에서도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어요. 무슈는 아마 선천적으로 충분한 양의 마나를 가지고 있었겠죠.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훈련은 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마나가 담긴 화살은 본능적으로, 우연히 쏘게 된 것이다...?"

"그 화살을 쏘았을 때 최고로 집중한 상태였다고요?"

"아마 인생에서 제일."

"그렇다면 맞겠죠. 급박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화살에 마나를 담게 된 거겠죠... 음. 혹시 그 화살을 볼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요."

창공은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화살을 손에 쥐자, 화살촉이 아주 미약하게 푸른빛으로 빛났다.

"저는 전사들처럼 무기에 마나를 잘 담아낼 수는 없어요. 수련 방식이 다르니까. 하지만 애초에 그들이 쓰는 무기는 마나가 잘 흐르도록 특별한 재료와 제련 방식을 사용하죠. 이 화살은 그렇지 않군요. 평범한 화살이에요. 음... 정말 모르겠네."

그녀가 찌푸린 표정으로 화살을 돌려주었다.

"우리 둘에게 시간이 충분했더라면 연구를 해봤을 텐데요. 아쉽군요. 어쨌든 한 번 마나를 화살에 실은 적이 있으니,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 확률이 커요. 두 번째로 된다면, 세 번째, 네 번째도 가능할 거고. 그렇게 계속 쏘다가 보면 언젠가는 자유자재로 마나를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이런 건 마나 유저들을 찾아가 배우는 게 좋겠지만, 연줄이 없으면 그건 불가능하니까. 일단 많이 쏴 보라고 밖에는 못 하겠군요. 대답들이 충분하지 않았겠지만 우리 거래는 여기서 마치는 걸로 하죠. 앞날에 행운이 있길 빌어요."

"퐁파두르 교수님도요."

상당히 아쉬운 거래였다. 하지만 뭔가 더 대화를 이끌어낼 만한 거리가 없었다.

"아, 교수님. 그러고 보니 말입니다."

담배 한 대를 더 태우고 선실로 들어가려던 창공이 륀을 멈춰세웠다. 별 건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을 뿐.

"만약에 제가 아스터 씨의 행방에 대해 거짓말을 한 거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너무 쉽게 믿는 것처럼 보였나요?"

"그렇다기보단, 그냥 궁금해서 말입니다."

"뭐... 무슈 서를 믿는다기보단 그 아이를 믿는 거죠. 아스터가 구한 사람이 그 정도까지 썩어빠진 사람은 아닐 거라고."

"그렇습니까."

"그리고 하나 더.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당하면 갚아준다고. 저도 그 말 좋아해요."

창공은 웃으며 담뱃불을 붙였다. 정말인지 그녀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을 정도로.

"작별 인사는 필요 없겠죠."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법사는 필요할 때에 나타난다는 오래된 말이 있어요. 그 말이 사실이고 그쪽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우린 다시 만나게 되겠죠. 진리가 당신을 자유케 하길."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자기 객실로 돌아갔다. 얼마간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창공이 객실로 돌아가니 일행들은 전부 깨어있었다.

짐을 놓아두면 딱히 앉을만한 자리도 없는 조그만 방인지라 다들 제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자는 사람은 없었다. 하기야 방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세상 편하게 자길 바라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안 자고 뭐해요?"

"너 기다리고 있었어."

나유의 목소리는 조금 전 그의 품에 안겨서 울 때보다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그는 갑자기 그녀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침대 위에 눕히고 밤새도록 따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아냈다.

어차피 여기선 할 자리도 없었으니 말이다. ...여기선?

좋은 생각을 떠올린 창공은 느긋하게 화살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활을 부렸다.

"뭐... 다들 자요. 피곤할 텐데. 싸움에 참여 못 한 사람들은...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야, 고다. 미안하게 생각은 하냐?"

"죄송합니다..."

"그러면 새꺄, 북대륙 가서 접시 닦는 알바라도 해서 돈이나 벌어 오던가."

히사시를 콕 집어서 한 말이긴 했지만 아린도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아린에게선 아무 말도 없었지만 창공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쯤 그녀는 일행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거라고. 그런 성격이었다. 적어도 그가 파악하기로는.

"나유야. 넌 자지 말고 나랑 좀 같이 나가자. 응? 바람도 쐬고, 담배도 피고."

"으... 응...? 아, 뭐..."

나유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창공은 일행에게 푹 자라고 다시 한번 당부한 뒤에 나유와 같이 선미 부분으로 향했다.

시체들은 이미 다 치워진 상태였고, 피 냄새는 바다의 짠내에 묻혀 나지 않았다.

선미에 꽂힌 충각이 그대로 남아있긴 했지만 그건 그가 알 바가 아니었다.

"창공아. 그런데 왜 여기로... 흡!"

창공은 나유를 벽에 밀어붙인 다음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틀어막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굳어있던 나유는 이내 부드럽게 입을 열어 그의 혀를 입안에 받아들였다.

쪼옥... 쪽...

그녀는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창공의 혀를 빨았다. 처음에는 키스가 어색한 그녀였지만, 이제 나유는 적극적으로 혀를 쓰며 창공을 만족시켰다.

마냥 받아들이는 것보다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응... 으응..."

나유는 가슴을 주무르는 창공의 손길을 느끼며 나지막이 신음했다. 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올려 그녀의 머리 위쪽으로 양 손목을 교차시키고선 붙잡았다.

그가 손목을 잡는 힘은 그다지 세지 않아서 풀려면 얼마든지 풀 수 있었지만, 나유는 그에게 구속된 상태로 얌전히 혀와 가슴을 내주었다.

다른 사람이 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오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창공의 여자였으니까.

"푸하..."

두 입술이 떨어지고, 그 사이에 길게 늘어진 침을 달빛이 비추었다. 나유는 멍하니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창공아... 그... 여기서 할... 거야...?"

"그러고는 싶은데, 배 위에선 위험하잖아."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유는 셔츠 밑단을 잡고 쭉 들어 올려 속옷에 감싸인 가슴을 드러냈다.

마음 속에선 부끄러움이 무럭무럭 피어났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상관없었다.

"그럼 그 대신 내 가슴... 마음대로 해도 좋아."

그렇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창공은 그녀의 브래지어를 위로 재껴서 가슴을 완전히 노출시켰다. 선미 쪽이라 달빛이 잘 닿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그녀의 가슴은 환하게 빛을 발했다.

그는 우선 손가락을 튕겨 그녀의 유두를 자극했다. 투웅, 하고 가슴이 살짝씩 흔들리는 게 재미있었다.

"아흥... 킁...!"

셔츠를 잡고 붙들고 있는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몇 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젖꼭지는 발딱 서있었다.

일부러 젖꼭지만을 집중적으로 건드리니 점점 그녀의 입에서 애달픈 신음이 터져 나온다.

"크흥... 하앗, 아... 흐응..."

그녀의 전신을 떨려오게 하는 데엔 유두만으로도 충분했다. 창공이 그녀와 잠자리를 몇 번 가지면서 알아낸 사실인데, 그녀는 특히 유두 자극에 약했다.

나유를 절정에 들게 하는 스위치는 그녀의 양쪽 가슴에 달려있었다.

손가락으로 튕기는 게 재미 없어지면 살짝 꼬집기도 하고, 잡아당기거나 꾸욱 눌러보는 것도 좋았다.

"우리 나유 젖꼭지는 왜 이렇게 약할까? 여기만으로 가버리는 사람이 어딨어?"

"흐으응... 그건... 네가..."

"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다고?"

창공은 그녀의 유두를 살짝 누르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꼿꼿해진 젖꼭지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그대로 순종하고 있었다.

"마, 맞아..."

"아닌 것 같은데."

찰싹.

그가 나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약하게 때렸다. 기분 좋은 탄력감이 느껴졌다.

"흐응...?!"

"뭐...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하긴 이런 변태 같은 젖꼭지를 가진 사람이 어딨어. 그러면 이제부터 그만 만질까?"

"그건..."

"우리 나유도 점점 변태 유두가 되어가는 거 싫지? 미안해. 이제부터 그만할게."

"아... 그...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만져서 이렇게 된 거라며."

창공이 그녀의 양쪽 유두를 꼬집었다. 나유가 눈을 꼭 감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끄흐응...! 아, 아니야... 흐읏... 너 때문이 아니라..."

"그치? 잘 생각해 보니까 원래 나유가 변태였던 거지? 인정해, 안 해?"

"맞아... 흣... 맞아... 원래부터 변태였어... 변태 젖꼭지... 였으니까... 계속... 하앙! 계속해 줘..."

"알았어."

그는 그 뒤로도 계속 나유의 유두를 가지고 놀았다. 처음부터 높았던 그녀의 유두 감도는 개발이 진행될수록 더욱 높아져갔다.

이러다가 보지에 박히는 것보다 유두를 자극당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건 좀 곤란한데.'

"창공아... 나... 크흐응... 가... 가앗... 하아아아앙...!"

나유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등이 굽혀지며 가슴이 앞으로 부풀려졌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유두 절정이었다.

창공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그의 품에 안겨 몸을 떨며 여운을 만끽하는 나유.

"흐으... 후우... 후... 하아아..."

"자, 정리하자."

창공은 브래지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다음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잔뜩 발기한 자지가 나유의 아랫배를 꾸욱 짓눌렀다.

당장 그녀를 벗기고 엉망진창으로 범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지금은 그녀를 가지고 재미있게 논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완전히 성욕을 발산하는 건 북대륙에 도착한 뒤 여관방을 잡은 다음에도 늦지 않았다.

"창공아."

"응?"

"괴롭지 않아...? 잔뜩 딱딱해져 있는데."

"해소 안 한다고 안 죽어. 신경 쓰지 마."

"그건 안 돼."

나유가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만 기분 좋아지고는 못 끝내. 자, 거긴 위험하니까 자리 바꾸자."

이제는 창공이 벽에 등을 붙이고 선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나유가 자신에게 뭘 해주려는지 짐작했다. 가슴속에서 고양감이 솟아올랐다.

"후... 처음이긴 한데."

나유가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창공의 허리띠 버클을 풀고 팬티를 내렸다. 자지가 튀어나오며 그녀의 얼굴을 탁, 쳤다. 나유는 살짝 놀라며 소리를 냈다.

"우왓."

꼿꼿하게 선 자지는 나유의 얼굴을 배경으로 삼고 있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창공의 자지를 잡아 껍질을 벗겼다.

그녀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귀두를 올려다보다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너무 꽉 잡은 거 아니지?"

"딱 좋아."

귀두는 벌써 나유를 애무했을 때 나온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나유는 눈을 감고 귀두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떨어지는 입술에 찐득한 점액이 달라붙었다.

그녀는 입술을 뻐끔거려 쿠퍼액의 실을 끊어낸 다음, 혀로 입술을 닦았다. 마치 자지를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는 것 같은 그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음, 아무 맛도 안 나네. 조금이라 그런가?"

"너무 무리하지는 마."

"무리할 거야. 내가 받은 것보다 더 해줄 생각이니까."

하지만 이런 행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알지 못하는 나유였다.

호기로운 대답과는 달리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눈을 감고 혀로 귀두 뒷부분을 핥아올렸다.

"윽..."

허술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자극은 너무나도 강했다. 어떻게든 창공을 만족시키려는 그녀의 모습에서 정성과 귀여움이 느껴졌다.

제대로 자지를 빠는 방법을 가르칠까도 했지만, 일단 오늘은 그녀의 풋풋한 봉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쪽... 쪼오옥... 쮸읍...

처음에는 단지 귀두를 핥기만 하던 나유는 사탕을 먹듯이 입으로 감싸고 빨기도 했고, 요도구를 혀 끝으로 꾹꾹 눌러보기도 했다.

어떻게든 창공을 기분 좋게 해주려는 그녀의 봉사는 너무나도 갸륵했다. 어설프기에 느껴지는 그녀의 정성.

"나유야. 손을 앞뒤로 조금씩 움직여볼래?"

"으응..."

나유는 그의 지시를 착실하게 따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동시에 자지를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며 귀두 끝을 그녀의 혀에 문질렀다.

점점 사정감이 올라왔다. 참으려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시간을 끌고 싶지 않던 창공은 그대로 사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유야."

"나올 것 같아?"

그녀가 잠시 자지에서 입을 떼고 싱긋 웃었다.

"입안에 싸. 받아줄게."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애무. 창공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를 꽉 깨물었다.

"으윽...!"

하얀 정액이 나유의 입안에 뿜어졌다. 그녀는 자지를 잡은 두 손을 쭉 밀어 귀두를 완전히 노출시키고선 정액을 입안에 받아들였다.

처음 펠라치오를 하면서 입으로 정액을 받아낸 것만 해도 기특한데, 나유는 자지를 빨며 요도에 남은 정액도 끝까지 처리했다.

"으음..."

그녀가 입을 한 손으로 가리고선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창공은 그녀가 그대로 삼켜주었으면 했지만 처음부터 대놓고 그것을 요구하기는 조금 무리였다.

어쩐지 나유라면 삼켜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들기도 했지만...

"나유야. 무리하지 말고 뱉고 싶으면..."

"음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꿀꺽.

눈을 꼭 감은 나유가 정액을 삼켰다.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놀랍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라도 삼키기 어려울 텐데, 나유는 오직 창공을 위하는 마음만으로 해낸 것이다.

"우우... 맛없어..."

"나유야..."

"괜찮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야. 프로틴이라고 생각하고 먹지 뭐. ...그런데 좋았어? 서툴지 않았어? 네가 만족했으면 좋겠는데..."

"좋았어. 그래도 걱정되면 어떻게 하는지 나중에 알려줄까?"

"응! 방금 보다 훨씬 기분 좋게 만들어 줄게!"

창공은 무릎을 꿇은 채로 웃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완동물을 키운 적은 없었지만 귀여운 아기 강아지를 키운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리라.

'얘가 몇 배는 낫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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