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북대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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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시아.
'알펜의 땅'이라는 뜻으로, 건국왕인 알펜을 기리는 이름이다. 그의 사후 2500년이 넘은 지금까지 그 어떤 알펜시아의 왕도 알펜이라는 이름을 칭하지 못하였으니, 그 위상을 능히 짐작할 만하다.
알펜시아 왕국은 알펜시아 산맥을 자연적인 방벽으로 삼아 아퀴탄, 키르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물론 이 산맥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정도의 험지는 아니며, 실제로 아퀴탄과 키르케의 침략을 허용한 적이 있다.
이 두 나라는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강력한 육군을 자랑하는 나라들이기에, 머릿수로 맞붙을 수 없던 알펜시아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알펜시아 왕립 해군이다.
자타 공인 다이셀리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왕립 해군은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전쟁을 벌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억제 장치가 되었고, 그 위명을 바탕으로 교황령 방위의 한 축을 도맡게 되어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알펜시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요리를 꼽자면, 카르디 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대구를 이용한 요리가 있겠다. 해안가에서는 주로 생물을 굽거나 튀긴 요리가 유명하고, 내륙에서는 염장 대구로 끓인 스튜를 먹어보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으로는 우선 수도 룬덴의 관문인...
로베르토 베르체티 저, [다이셀리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中
날이 밝았다. 해적의 습격을 제외하면 무탈했던 항해도 끝났다. 그들이 탄 여객선은 알펜시아의 텔룸항에 입항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한밤중에 입항하는 것이었지만 해적의 습격으로 인한 배의 파손과 승조원들이 입은 피해 때문에 일정이 상당히 지체되고 만 것이다.
어쨌든 입항이라곤 해도 부두에 바로 배를 갖다 댄 것은 아니었다. 우선 그들이 탄 배는 방파제 안으로 들어가 돛을 완전히 접고 투묘를 했다.
승객의 하선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항구 측에서 승객들과 짐을 수송할 보트를 현측에 접근시키면, 승조원들이 그곳에 하선망을 설치한다.
승객들은 그 하선망을 타고 내려가 보트에 타게 되는 것이고, 보트는 다시 승객을 항구까지 실어 나른다.
그다음으로는 알펜시아에 입국하는 승객들에 대한 간단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창공 일행이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을 말하자 잠시 혼선이 빚어지긴 했지만 아스터가 써준 서류를 내미니 통과는 수월하기 짝이 없었다.
알펜시아는 마치 그들이 원래부터 자국민이었던 것처럼 그들을 맞아들였다.
"후, 드디어 도착했네요."
아린이 지금까지의 고생을 떠올렸는지 감회 깊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자신들의 정체를 주변에 떠들고 다녀도 공권력이 그들을 공노비로 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그 생각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실제로 그들은 아스터가 사 주었던 로브를 벗고 어깨에 들쳐 맨 상태였는데, 다른 이들은 명백히 이곳의 복식이 아닌 그들을 보고서도 그저 한 번 보고 지나갈 뿐이었다.
개중에는 신기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적어도 그들을 대놓고 적대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사실인지.
"꼭 관광객으로 온 것 같아. 사람들 쳐다보는 게."
"그런 느낌인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나유의 말에 창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돌아서서 항구 건물을 바라봤다. 륀은 자기 객실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창공도 그녀를 찾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일행에게 그녀를 만났다고 이야기는 해줄 생각이었지만.
"그러면 여기서 할 일을 생각해야겠죠?"
히사시가 말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북대륙은 그들의 종착지가 아니었다. 이곳 또한 출발점일 뿐. 오히려 진짜 고생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아스터와 같은 행운을 다시 바라기도 어려웠다.
"우선."
일행들의 시선이 창공에게 집중됐다.
"밥이나 먹죠. 대충 아침 먹을 시간인데."
"그럴까. 밥 먹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보자고."
어택이 그의 말에 맞장구쳤다. 어찌 됐든 그의 말이 맞았다. 일단 머리도 뭘 좀 먹어야 돌아가는 거니까. 돈이 아깝긴 했지만 돈주머니를 끌어안고 죽을 수도 없었다.
하여 그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항구 근처에 있는 한 식당이었다. '대구야 미안해'라는 이름의 식당. 무엇이 주력인지 간판만 보고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어서 오세요. 다섯 분이신가요?"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종업원이 그들을 맞이했다. 안이 텅 빈 것으로 보아 그들이 마수걸이 손님인 것 같았다.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고요. ...음. 에트로지 분들이신가?"
"그렇습니다만. 뭐 문제 있나요?"
"있을 리가요. 돈만 가지고 계신다면야 저희 가게에선 어떤 분이든 정당한 손님 대우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창공은 돈주머니를 쳐서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종업원이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그의 반응을 보고서 안심할 수 있었다.
딱 자기 나라에 관광을 온 외국인을 바라보는 태도. 그런 대접만 받더라도 그들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저희 식당은 단일 메뉴로 운영되는데 괜찮으실까요?"
"그걸로 5인분 주시고요... 혹시 그 단일 메뉴라는 게...?"
"아, 네. 저희는 대구 튀김 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죠... 맞다. 얼맙니까?"
"한 분당 1키트 20두셀 되겠습니다. 물은 주문 안 하시나요?"
물도 돈을 받는 모양이었다.
"한 잔에 얼마나 합니까?"
"5두셀 받고 있습니다."
키트는 은과 동으로 만들어진 주화였고, 두셀은 구리로 만들어진 주화였다. 100두셀에 1키트였고, 사회 구조가 지구와는 많이 다르기에 1키트에 원화로 얼마, 하는 식으로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물론 금으로 주조된 상위 주화도 있었지만 그들이 만지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아무튼 아스터에게서 받은 주머니 안에는 100키트 가량이 들어있었다.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는 창공을 보고선 주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할 차례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 일단 가장 중요한 목표.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사실 창공에겐 그들을 노예로 부린 트리스카에 어떻게든 복수한다는 다른 중요 목표도 있었지만 그것까지 구태여 언급하진 않았다.
"아마도 하루 이틀 안에는 어렵겠죠. 그러면 그 중간에 소요되는 경비가 당연히 필요하겠죠?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자는 것도 다 돈이니까. 아스터 씨에게서 받은 100키트로는 턱없이 모자라요. 솔직히 한 달도 안 될 것 같은데..."
일행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도 잔혹했다.
"그러니까 일단 돈이 필요해요, 돈이. 뭐 일이라도 좀 해야겠죠."
"그 아스터 씨가 써준 거 있잖아."
어택이 말했다.
"그거 들고서 성당에 찾아가면 어떻게든 도와주지 않을까?"
"아마 도와주겠죠.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어쨌든 그것도 방법 중 하나겠죠. 일단 어떻게든 돈을 아낄 순 있겠네요. 한 곳에만 있기 좀 그러면 적당히 여러 곳 돌아다니면서... 네."
이 중에서 대학생 셋을 제외하면 사회인은 군인이었던 어택과 미용사였던 히사시밖엔 없었다. 그나마 그들조차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손을 벌려본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안면몰수하고 일단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죽이기는 쉬워도 죽는 것은 어렵다. 그놈의 생존본능이 어떻게든 그들을 살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면에 떠서 발을 미친 듯이 젓는 백조처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다.
"그러면 일단 어떻게 해야 하느냐... 수도로 가볼 생각인데요."
"수도라면... 알펜시아의?"
"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텔룸. 이곳에서 한나절을 조금 넘게 걸으면 알펜시아의 수도인 룬덴이 나온다. 적어도 지도상으로는 말이다.
"제일 크니까,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제일 쉽겠죠. 성당에 찾아가서 뭐 일자리가 없냐고 알아보던가, 아니면 어디 식당에서 접시 닦는 알바라도 구해보던가..."
"나야 상관없지만."
어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자리를 찾는다면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은 그가 제일 빨리 구할 수 있으리라. 어딜 가나 단순히 힘을 쓰는 노동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접시 닦이... 나야 뭐 혼자 살았으니까 설거지는 익숙하지만."
나유도 웃으며 말했다. 히사시도 남이 시키면 곧잘 하는 사람이었으니 걱정은 없었다. 이제 남은 한 사람은...
"아린아."
"네, 오빠. 저라고 놀 생각은 당연히 없어요. 단지 생각이 조금 있는데요..."
"생각? 무슨 생각."
"이거요."
그녀는 바이올린을 너무나 닮은 악기ㅡ칼란드라ㅡ를 집어올렸다. 하지만 창공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걸로 길거리에서 버스킹이라도 하려고?"
"네."
"너 그거 다룰 줄은 알아? 바이올린이랑 다를 거 아냐."
"다르긴 한데, 거의 비슷해요. 몇 번 켜봤는데 손에도 잘 맞고요."
"잘 맞는 건 좋은데... 그걸로 되겠냐?"
"힘든 일 하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
아린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딱 하루만 기회를 주세요. 결과도 오빠가 판단하세요. 오빠가 아니라고 하면, 저도 다른 분들 따라서 일할 테니까요."
"음."
창공은 턱을 괴고 아린을 바라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가 말했다. 하루라고. 나중에 딴말하지 말고."
"고마워요."
그쯤 되니 종업원이 그릇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의외로 얼마 걸리지 않은 걸 보니 이미 재료의 손질을 미리 끝내놓은 모양이었다.
그는 솜씨 좋게도 다섯 그릇을 전부 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부터 테이블 위에 접시를 내려놓는 것까지 모든 동작이 안정적이었다.
"찐 감자를 곁들인 대구 튀김입니다. 간은 되어있으니 그냥 드시면 되고요. 물도 곧 갖다드릴게요. 맛있게 드세요."
노릇노릇하게 잘 튀겨진 대구 두 토막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감자는 껍질을 반만 벗긴 알감자 세 알이었다.
형태는 조금 달랐지만 익숙한 모양새의 요리였다. 생각을 먼저 입 밖으로 낸 건 히사시였다.
"피시 앤 칩스... 인가요?"
"오, 저도 그 생각 했는데."
나유도 고개를 끄덕였다. 감자가 찐 감자이긴 했지만 이 요리는 피시 앤 칩스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감자튀김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지는 않았다.
생선도 튀겨져 나오는 마당에 감자까지 튀긴 요리를 아침으로 먹는다면 속이 많이 니글거릴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럼 어디 먹어 볼까."
일행들은 커틀러리를 양손에 잡고 기대되는 얼굴로 생선을 썰었다. 나이프는 그들이 흔히 접하던 톱날 나이프가 아닌, 지금 당장 무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시퍼런 칼날을 자랑하는 그런 나이프였다.
바사삭...
칼에 닿은 튀김옷이 썰리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갓 조리된 양질의 튀김에서 나는 소리였다. 하얀 대구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고, 위장을 자극하는 대구 냄새가 올라와 그들의 코를 건드렸다.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포크로 대구 조각을 찍어 입에 넣었다.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튀김옷. 따끈하고 보들보들한 대구살과 입안에 퍼지는 기름기와 육즙.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그들의 입안은 텅 비어있었다.
"저기... 나 이거 먹은 거 맞지? 누가 내 거 훔쳐먹은 거 아니지?"
나유가 멍하니 접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이거 맛있는데요?"
"나, 난 맛도 제대로 못 느꼈는데...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렇게 다시 한 입 털어 넣은 나유였으나, 그녀는 방금 전과 똑같은 결과를 맞이했다.
대구는 참 얄밉게도 재빠르게 그녀의 목구멍 너머로 넘어가고, 다시 입안에는 그게 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은 채였다.
"와, 이거 미치겠네."
어택의 평이었다.
"난 생선 순살 튀김이 이렇게 맛있는줄은 몰랐는데."
"어 상. 튀겼는데 당연히 맛있죠. 일본에는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이 있다고요."
그는 히사시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고다 씨. 고순튀나 삼순튀라고 압니까?"
"예...?"
"군대 안 가는 걸 다행으로 아세요."
창공이 작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지구로 돌아가도 군대에는 가야 했던가. 물론 병으로 입대할 계획은 없었다. 법무관으로 병역 문제를 해소한 다음 법관이 될 생각이었으니.
여하간 식사는 만족스럽게 끝났다. 음식으로 엿본 알펜시아의 첫인상은 훌륭했다.
"6키트 25두셀입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훌륭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종업원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는 창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몸에 걸린 활과 화살통을 보고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손님. 실례지만 활을 쏘실 줄 아시는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만...?"
"아하... 역시 손님께서도 이번 제전에 참가하세요?"
"제전이라면 그 궁술 대회 말입니까?"
"그렇게도 부르죠."
아스터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알펜시아에선 궁술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대회도 자주 연다고. 그런 게 있다면 한 번 나가볼 생각이긴 했는데, 마침 그 대회가 열리는 열린다는 것이었다.
종업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랬다. 정식 명칭은 알펜시아 궁술 제전. 정기적으로는 2년에 한 번 개최되며, 비정기적으로도 무언가를 기념할 일이 있으면 그런 의미에서 제전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이번에 열리는 제전은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제전이었다. 알펜시아의 각 지방에서 동시에 진행되지만 수도 룬덴에서 열리는 제전은 그 주관자가 알펜시아 국왕이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서 열리는 것보다 그 위상이 더 컸다. 당연히 순위권에 들면 상금이나 혜택도 크지 싶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들도 참가가 가능한지..."
"에트로지라 걱정되시나요? 걱정 마세요. 우리 알펜시아의 궁술 제전은 국적과 신분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다른 왕국의 귀족들도 참가해 우승을 한 적도 있었죠.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만."
설명을 듣는 창공의 눈이 점점 빛나고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왕이 직접 주관하는 대회라면 쩨쩨하게 동전 몇 푼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니, 어떻게든 순위권 안에 들어 입상할 작정이었다.
일행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린의 말에 따르면 그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우승도 해 본 실력자였다.
물론 현대 양궁과는 다르겠지만, 그가 지금 잡고 있는 활로 해낸 일들을 생각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데 참가하실 생각이라면 빨리 가시는 게 좋아요. 제가 알기로 접수가 오늘 마감이니까. 제전은 그 다음날부터고요."
"접수는 역시 룬덴에서 합니까?"
"그곳에서 열리니, 당연하죠."
그렇다면 이곳 텔룸에서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일행은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창공아."
나유가 웃으며 그를 불렀다.
"할 거지?"
"당연하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그의 목소리는 일행에게 신뢰를 주었다. 하기야 누가 감히 그의 실력을 의심하겠는가. 창공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진작에 갈가리 찢겨 늑대의 뱃속에 들어갔을 텐데.
"그럼 빨리 룬덴으로 가죠. 오늘 접수 마감이라니까. 저녁 먹기 전에 룬덴에 도착해서 쉴 곳을 찾는 게 목표예요."
"그럼 빵을 좀 사 가요. 물통에 물도 채우고."
창공은 아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빵은 값싼 호밀빵이었다. 아스터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호밀빵을 맛있게 먹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원래 그런 빵이었다. 하지만 일행은 이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걱정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거나 마음씨 좋은 물주를 구하지 않는 이상 식사의 디폴트 값은 호밀빵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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