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떠돌이들-27화 (27/178)

〈 27화 〉 알펜시아 궁술 제전 (2)

* * *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는 본디 현악 5중주로 편성되었다. 그 구성은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한 대씩. 물론 바이올린 하나만 가지고도 그 흐름은 따라갈 수 있겠지만 당연히 원곡의 풍부한 느낌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아린은 이세계의 악기인 칼란드라 한 대로 그 느낌을 훌륭히 재현하고 있었다. 창공도 묵묵히 그녀의 연주를 들을 정도로. 칼란드라는 바이올린에 비해 그 음색이 약간 더 묵직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퍽 만족스러웠다.

4악장의 주제가 종결부로서 다시 한번 연주되고, 마지막으로 길게 끌리는 음이 악장의 끝을 알렸다. 잠시 침묵. 그리고 이어지는 박수소리에 아린은 눈을 떴다.

"감사합니다."

임시로 만든 바구니에 쏟아지는 동전들. 그녀는 청중들을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다시 몸을 세운 그녀는 앞에 모인 사람들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창공과 눈이 마주치고는 잠시 몸을 굳혔다.

"오빠... 끝났나요?"

"예선 진출했어. ...연주 좋았어. 잘 들었고. 점심때쯤 성당으로 와."

"네."

창공은 그녀를 뒤로하고 성당으로 향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가장 가망이 없을 것 같던 아린이었는데, 저게 된다고? 물론 그가 듣기에도 그녀의 연주는 빼어났지만... 쉽사리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아니지, 이러면 안 돼.'

그는 방에 들어와선 제 침대에 걸터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을 정리했다.

[근데 넌 일행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건데?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삼각형? 빙글빙글 돌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역할? 그건 안 돼.]

아린에게 그가 했던 말이다. 너무나 나약하고 짜증 났던 그녀의 사고방식. 그것 때문에 그는 아린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것이라면 무작정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가 개인적으로 인정하는가, 인정하지 않는가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아린이 일행에 얼마만큼의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앞서 말했던 대로 그녀의 수입이 다른 일행들의 수입만큼은 되는가.

어쨌거나 그녀의 수입이 다른 일행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면 내일부터 일자리 알아보라고 하면 그만이고, 같거나 뛰어넘는다면 박수치며 좋아하면 되는 일이다. 처음부터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생각을 정리하니 다시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그렇게 그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알람을 맞추고 잠을 청한 뒤, 점심시간에 다시 일어났다. 성당에서 그들에게 내어주는 밥은 별것 아니었다. 어제와 같은 빵과 묽은 수프. 어차피 공짜로 얻어먹는데 불만은 없었다.

"아, 오빠."

혼자서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아린이 상기된 얼굴로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일하는 데에서 먹고 오려나?"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녀가 조심스레 안고 있는 로브의 후드 부분에 동전들이 담겨있었다. 창공은 그것을 슬쩍 보고선 다시 빵으로 눈길을 돌렸다. 중간 평가는 의미 없다. 최종 평가가 중요할 뿐.

"앉아. 먹게."

"네."

아린은 로브를 내려놓고선 식탁에 앉았다. 조촐하고 지극히 평범했지만 그럭저럭 괜찮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식사였다.

"언제 고기나 먹으러 갈까."

"고기요? 전 좋은데."

"다른 사람들도 싫어하진 않겠지."

그의 인심이 갑자기 후해진 것은 아니었다. 탄수화물과 지방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 고기도 좀 먹어줘야 힘을 쓰지 않겠는가. 과일도 먹어야 하고... 다들 열심히 일해줘야 하는데 병에 걸리면 큰일이었다. 여긴 현대의학도 없으니.

"그런데 오빠. 예선전 진출했다고요?"

"쉽더라. 일단 아직까지는. 내일부터가 진짜라니까 보면 알겠지."

"그래요? 응원할게요."

아린은 그 말을 끝으로 묵묵히 밥을 먹었다. 그녀는 창공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순위권 안에는 들 것이라고. 그렇기에 대회에 대해서 더 할 말은 없었다. 그저 좋은 결과를 기다릴 뿐.

* * *

난 밥을 먹고 내 침대에 누워서 잠깐 쉬기로 했다. 오랜만에 악기를 켜니 몸이 뻐근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는 벌어야 하니까, 그렇게 오래 쉬지는 않을 생각이다.

"..."

답답했다.

처음 오빠를 만났을 때엔 그저 반가운 생각뿐이었다. 그렇잖은가? 어느 날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 보니 이름도 모르는 세상에, 그것도 희망이라곤 없는 탄광에 나 홀로 떨어져서 살다가, 남몰래 좋아하던 오빠를 만났으니까.

눈물이 날 만큼 반가웠다. 그래서 산행에서도 죽을 각오로 따라붙었고. 강의동에서 지하철역까지 걷기만 해도 지치던 내가 탈진하지 않았던 건 오직 오빠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는 오빠는, 멀리서 보던 때와는 좀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던 거겠지. 내가 오빠에 대해서 알던 건 이름과 학번뿐이었으니까.

산중에서 만난 노인을 묶어놓고 내버려 두고 가자는 건 첫 번째 충격이었다. 물론 오빠는 다행히 납득하긴 했었다. 급해서 나온 말이었다고.

아니, 사실 정말로 오빠가 납득했는지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확신이 없었다. 아무 일이 없었던 걸까? 제발 그래야 하는데.

게다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일반 사람의 발상이 아니었다. 그건 사실상 살인이었다. 오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고 해도 만난 지 5분도 되지 않은 사람을 추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추격대에게 우리의 신상을 털어놓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죽이자고 마음먹지는 않는다. 보통은 그럴 거다.

그래도 결국 죽이지는 않았잖아.

과연 그럴까?

나는 몸을 떨었다. 그리고 부정했다. 그게, 아무런 증거도 없었으니까. 노인을 배웅하고 돌아왔다는 오빠의 옷엔 핏자국 한 점도 없었다. 화살통 안에 있는 화살들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오빠의 얼굴엔 딱히 어두운 기색조차 없었다.

사람을 구하고 싶어서 변호사가 되겠다는 주제에 증거도 없이 의심을, 그것도 살인의 의심을 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행위다. 그래서 난 부정했다.

그런 내 믿음에 금이 간 건, 비바 연방에서 산적들과 마주쳤을 때였다. 그날 오빠는 첫 살인을 하고도 담담한 태도를 견지했다. 내 생각에, 난 그것 때문에 오빠를 다시 의심했는지도 모른다.

오빠의 너무나도 담담한 저 모습은, 마땅히 할 일을 했다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일일까? 아니면... 이미 해 본 일이라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서 속마음을 재단하는 건 해선 안 되는 행위다. 그때 오빠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을지도 모르니까. 죽은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니까.

난 오빠가 제발 그러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논쟁을 시작한 거다. 정말로 그 방법밖엔 없었냐고. 다른 방법을 고려하긴 했냐고.

그래. 오빠 말이 맞긴 하다. 칼 든 산적을 상대로 평화로운 해결책을 강구하는 건 너무나도 미련한 행위다. 이상으로만 가득한 사고는 얼마나 공허한가?

하지만 현실로만 가득한 사고는 건조하고 냉혹하다. 난 오빠의 가슴에 따뜻한 불길이 한 줄기 있길 바라고 있었다.

[왜?]

내게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나에게 묻는 소리였다.

[오빠는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나는 오빠를 몰라. 오빠가 어떻게 자랐는지도 몰라. 오빠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몰라. 무슨 자격으로 오빠가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야? 네 그 알량한 이상 때문에?]

맞아.

아니.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듣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내 이상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왜 오빠를 보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플까. 오빠에게 비난받으면서까지 고집을 부리는 걸까.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내가 사랑하는 오빠가, 너무나 머리 좋은 오빠가,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길을 고를 수 있는 오빠가 그러지 않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바보병신천치김아린. 오빠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 나유 언니와 오빠는 사귀고 있단 말이야.

...

미안, 나유 언니.

나 오빠를 사랑해.

내가 언니보다 오빠를 먼저 좋아했어.

그래도 그 이유 때문에 언니한테서 완전히 오빠를 빼앗진 않을 거야. 완전히는. 오빠 마음의 반만 내게 줘. 내가 그걸 따뜻하게 만들 테니까. 그럼 오빠는 더 빛날 수 있어. 빛나는 오빠가 이 세상에 뿌리는 빛은, 분명 아름다울 거야. 응. 분명.

* * *

결산의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일행들은 한 방에 다 같이 모였다. 식당에서 일한 3인방 중 나유와 히사시는 근육통을 호소하며 죽는소리를 냈다.

어택? 그는 원체 강골이라 이 정도로는 끄떡없었다.

창공은 자기가 예선전에 진출했으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고 간단히 밝힌 뒤에 각자의 수입을 물었다.

"나랑 고다 씨는 5키트."

"생각보다 짜네."

그가 중얼거렸다. 그들이 텔룸에서 먹었던 대구 튀김이 인당 1키트 20두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루 종일 접시를 닦아도 대구 튀김 4인분이 끝이라는 말이었다.

"그나마도 제전 기간이라 조금 올려서 준 거라던데.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엔 빵이나 먹지 뭐. 택이 형은 얼마 벌었어요?"

"7키트. 하루 종일 창고 안에서 물건 날랐거든. 일 잘한다고 더 준다더라."

"나유랑 고다한테도 더 준 거고 택이 형한테도 더 준 거야? 죄다 더 줬다니 진짜로 그런 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어쨌든 수고들 하셨어요. 내일도 잘 부탁드리고... 아린아."

"네, 오빠."

아린이 후드에 가득 담긴 동전을 탁자 위에 쏟아놓았다. 짤그르르... 하며 기분 좋은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는데, 식당에서 힘들게 일한 사람보다 수입이 좋지 않다면 뭐라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악기를 켜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기술이지만 중요한 건 수입이 아니겠는가? 한편 어택은 한가득 쌓인 동전을 보며 난색을 표했다.

"이것들 다 세야지? 두셀 100개에 1키트니까... 이 구릿빛 동전이 두셀이잖아. 10개씩 모아서 보자고."

"아니, 필요 없어요."

창공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동전 무더기를 헤치며 키트 주화를 고르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 잡힌 건 총 8개였다. 셀 필요도 없었다. 은빛 동전을 본 일행들의 표정이 환희로 차올랐다.

"우와! 아린아! 너 진짜 대단하다!"

나유는 아린을 얼싸안고 마치 자기가 번 것처럼 좋아했다.

"젠장! 믿고 있었다구요!"

히사시가 손뼉을 쳤다.

"잘했어. 정말."

어택은 아린의 어깨를 치며 격려했다. 다들 그러는 와중에도 창공은 무심하게 동전들을 세고 있었다. 그녀는 이것으로 증명한 것이다. 자기가 일행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내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린을 바라봤다.

"첫날이긴 하지만... 훌륭해. 의심해서 미안하고."

의심할 만해서 의심했기에 딱히 미안하진 않았지만 그런 그조차 그녀가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우려가 좋은 쪽으로 틀렸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아, 아, 아니에요! 솔직히 저도 반신반의했었으니까..."

다른 일행들에게 칭찬받을 땐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창공의 말에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미소는 감출 수 없는 것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었다.

"내일도 다들 잘 부탁드리고요. 어... 돈은 내일 제가 세죠. 다들 일하느라 피곤하실 텐데. 아린아. 내일은 내 로브 가져가. 난 입지도 않으니까."

"알았어요."

그렇게 그날의 모임은 만족스럽게 끝을 맺었다. 창공도 걱정 없이 대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에 푹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렇게 다음날이 밝았고, 일행은 각자 가야 할 곳으로 흩어졌다.

관중석은 어제보다 인원이 더 많았다. 하긴 예선부터가 진짜 대회 아니겠는가. 창공이 속한 조는 1조였다. 뭘 하든 빨리 끝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예선 진행 방식은 토너먼트 형식이었는데, 각 조에서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계속 이겨서 본선 진출자를 뽑는 식이었다.

그는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저 멀리 설치된 과녁판을 바라봤다. 이제서야 그에게 익숙한 과녁의 등장이었다. 여러 동심원과 색깔로 나눠진 과녁.

우연인지 뭔지, 색깔의 배열은 지구의 과녁과 똑같았다.

1조 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훑으며 은근히 탐색전을 펼쳤다. 그렇다고 한들 양궁은 신체 접촉이 없는 경기고, 결국 자기가 잘 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니 하등 쓸모없는 행위였지만.

"내빈 여러분들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길!"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왕실 음악단이 나팔을 불었다. 딱히 인상적인 음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는 충분했다. 내빈들은 왕족들과 귀족이었는데, 과연 복장이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옷부터가 번쩍번쩍 빛나는 느낌이었다.

연단 위로 올라온 것은 30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화려하게 치장한 그녀는 주위 시종들의 보좌를 받으며 거동했다. 짙게 화장하고 고급스러운 옷과 화려한 보석으로 몸을 치장한 그녀였으나, 얼굴에 드러난 피로와 슬픔은 감출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건 그녀 사정이었고, 이 제전은 국왕이 주최하는 제전이었으니 창공은 그녀가 바로 알펜시아의 국왕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하네..."

창공은 옆에서 중얼거리는 사람을 쳐다봤다. 그는 창공의 시선을 느끼고선 눈을 마주치며 작게 속삭였다.

"보면 모르겠나? 왕자 전하께서 보이지 않아..."

그야 창공은 알펜시아 사람이 아니었으니 봐도 모르는 게 당연했다. 불쾌감이 들었지만 그대로 흘려버린 그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아 이 사람이... 진심으로 묻는 겐가?"

"모르니까 묻지 알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국왕이 참석했으면 된 거지 그놈의 왕자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멍청한 대답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어쨌든 창공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연단에 여성과 같이 선 포고관이 두 손을 들어 올리는 게 먼저였다. 뭔가 전달할 게 있다는 뜻이었다.

창공에게 꼽을 주던 남자를 포함해서,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포고관의 입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넌 나랑 같은 조 걸리면 한 번 보자.'

창공은 소소한 복수를 다짐하며 포고관에게 집중했다. 이윽고, 그가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엘레오노어 왕비 전하의 알펜시아 궁술 제전 개회사가 있을 것이다! 모두 정숙하도록! 삿된 행동을 하는 자는 엄히 문책할 것이다!"

'왕비라고?'

그렇다는 말은, 지금 이 자리엔 국왕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옆쪽 남자의 말과 맞물려서 생각해 본다면, 원래 저 자리에 서있어야 하는 사람은 왕자라는 말인데...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창공은 이내 잡생각을 떨쳐냈다. 어떤 사연이던, 그가 본선에 진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았다. 예선을 끝마치고 나서 알아보면 그만인 것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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