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알펜시아 산맥 (2)
* * *
나유는 여자들 중에선 꽤나 큰 편에 속했다. 173cm. 창공과는 딱 5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가 창공을 끌어안게 되면, 그녀의 얼굴은 그의 가슴에 자연스레 묻히기엔 위치상 무리가 있었다.
그녀는 그게 너무나 아쉬웠다.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묻고 부비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꼭 끌어안은 상태에선 그게 어려워서. 대신 그녀는 창공의 목덜미에 코를 갖다 대고 숨을 한껏 들이쉬었다.
하루 종일 마차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그의 목에선 미약한 땀 냄새가 났다. 하지만 나유는 어쩐지 그 냄새가 너무나도 포근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온기. 기억에도 없는 어머니의 살냄새가 이러할까. 아니, 그것도 아니다.
따스함, 푸근함. 사랑의 온도. 사랑의 모양. 향수, 그리움, 아련함. 그리고 행복. 그의 냄새는 이것들의 사이에 있었다. 나유의 정신뿐 아니라 육체마저 빠져들게 하는 냄새. 그녀는 아랫배에서 애타는 간지러움을 느꼈다.
"습... 푸하아... 계속 이러고 싶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더워."
창공이 나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머리카락 사이로 기분 좋은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그는 그녀의 향기를 색깔로 느끼고 있었다. 빨간색과 주황색.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냄새다. 아침에 떠올라 밤의 흔적을 몰아내는 태양빛과 같은 냄새다.
"시간 없지. 응."
나유는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을 억누르며 창공을 안고 있던 두 팔을 풀고선 뒤로 세 발자욱 물러났다. 나무를 등진 창공은 그늘 속에서, 그늘 밖의 나유는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잠시 망설이는 그녀. 이내 눈을 꼭 감고 옷을 벗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바람막이 차례다. 나유는 벗은 바람막이를 곱게 접어 땅 위에 올려두었다.
그다음으로는 회색 티셔츠와 브래지어. 툭, 하고 후크 풀어지는 소리. 야무진 C컵의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그동안 그에게 수없이 보여준 가슴이건만, 평소의 배는 되는 부끄러움에 나유의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밖이었으니까. 창공을 제외하고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괜히 아슬아슬함이 느껴졌다. 나유는 하늘에 뜬 달이, 밤하늘에 박힌 수천 개의 별이 눈이 되어 자신의 스트립쇼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느꼈다.
"보... 보고 있지...?"
"계속해."
나유는 굳어버려 잘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움직여 그에게 자신을 바라봐 줄 것을 요구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본다면, 그가 곁에 있어준다면 아무리 부끄러워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다.
브래지어가 곱게 정리되어 셔츠 위에 올려졌다. 이제 그녀의 몸에 걸쳐진 것이라고는 까만 돌핀 팬츠 한 장뿐. 안에는 속옷도 없었다.
사라락.
옷이 피부와 스치는 소리가 났고, 나유는 알몸이 되었다. 달빛이 그녀의 모습을 하얗게 비추었다. 창공은 흥미진진하게 그녀의 몸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 속에서 번쩍이는 두 빛줄기. 하나는 흥미, 또 하나는 흥분.
도담하고 둥그런 가슴, 앙증맞은 연분홍빛 유두. 11자 복근이 새겨진 군살 없고 탄탄한 배. 자궁이 위치한,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
나유는 본능적으로 자기 수컷의 흥분을 감지했다. 사실 그건 굳이 눈빛이 아니어도 부푼 가랑이를 보면 알 수 있었지만.
"가만히 있어봐."
그녀가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와 창공의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은 달도, 별들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오직 둘만이 있었다.
"그때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응. 해 볼게."
버클이 풀어지며 바지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팬티를 내렸다. 딱딱하게 화난 채 맥박을 따라 요동치는 자지가 나유의 얼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그의 음경은 목덜미에서 맡은 것보다 더 진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었다. 뜨거운 냄새. 야한 냄새. 나유의 심장이 쿵쿵, 뛰고 아랫배가 저려왔다. 이제 두 손이 조심스레 자지를 감싼다.
창공에게 성적 흥분은 스릴과도 같았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한없이 자유낙하하는 느낌. 그의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성기를 쥔 나유를 바라보면 그런 스릴이 느껴졌다.
스릴 다음으로는 만족감, 정복감. 그리고 미칠 듯한 소유욕. 이미 그녀는 그에게 반쯤 물든 상태다. 그러나 창공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이 암컷을 완전히 자기 색깔로 물들이고 싶었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사랑이리라. 상대방을 가지고 싶어 하는 감정.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꿔놓고 싶은 감정. 그런 파괴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감정이 사랑이라면, 창공은 지금 자신이 분명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해."
나유가 그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그는 꿈에서 깨어나듯 확신한다. 내어주려는 나유와 받으려는 창공. 자신의 감정은, 사랑의 일부분일 수는 있어도 사랑일 수는 없다.
그는 대답 없이 나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남자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귀여움을 받는다. 나유는 그녀가 마치 창공의 애완견이라도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좋았다. 슬며시 피어오르는 굴욕감은 그대로 쾌감으로 전환되었다. 나유도 확신한다. 행복은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거라고.
"나유야. 우선..."
창공은 나유의 한쪽 손을 잡고 고환으로 이끌었다. 다른 신체 부분보다 온도가 낮은 그곳에선 나유의 손이 불길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할까?"
"조심스럽게 감싸쥐면서... 응, 그렇게. 정말 부드럽게. 어루만진다고 생각해. 비싼 도자기를 맨손으로 살살 다룬다고."
"응... 어때? 좋아?"
"잘하고 있어."
그의 목소리에선 진한 만족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다음으로 귀두 말고 기둥을 핥아. 아래에서부터 위로 핥아올린다는 느낌으로."
나유는 그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미숙하긴 했다. 슬며시 묻어 나오는 부끄러움도 있었고. 하지만 이 정도면 그녀는 정말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헤에... 후에..."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니 힘들 법도 했다.
움찔.
뿌리부터 핥아올라간 그녀의 혀끝이 귀두의 밑부분에 닿자 자지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나유는 움푹 패인 그 부분이 그의 성감대임을 감지하고 힘을 주어 혀끝을 튕긴다.
그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으로 가볼까? 입술로 이빨을 감싸. 너무 대놓고 감싸진 말고, 이빨이 직접 닿지 않을 정도로. ...좋아. 그대로 입안에 넣어."
"후읍."
창공은 자지로 나유의 입안을 느끼고 있었다. 축축하고 뜨거웠다. 이따끔씩 이빨이 기둥에 닿긴 했지만 처음이라 이해하고 넘어갔다. 나유도 이빨이 닿을 때마다 조심스레 입술을 움직여 이빨을 감쌌다.
"우... 으욱..."
목구멍 너머까지 자지가 들어간 건 아니었다. 입안에 자지가 들어가 목젖을 건드릴랑 말랑하는 정도도 아직까지 그녀에겐 난이도가 높았다.
그래도 창공은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정성과 복종심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에.
"후응?!"
나유가 자지를 문 채로 신음했다. 그가 허리를 굽혀 유두를 장난스레 튕겼기 때문이었다. 이미 꼿꼿하게 선 젖꼭지는 창공의 손길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나유의 유두를 괴롭히는 게 언제쯤 질리게 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때그때마다 이렇게 재밌고 귀여운 반응을 보여주는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엔 단점도 있었다. 가슴 끝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잠식된 그녀가 자지 봉사에 집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유야. 그만해도 돼."
결국 그는 아쉬움을 느끼며 나유의 볼을 툭툭, 건드려 자지를 빼냈다.
"푸하아!"
귀두 끝에서 그녀의 침이 길게 늘어졌다.
"아직 못 쌌는데... 나 괜찮아. 계속해 줄게."
창공은 나유의 말에도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배 위에서 구내사정을 했을 때에도 그걸로 끝내기로 결정해서 쌌을 뿐이지, 원래대로라면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아직 그녀의 기술은 만족스러운 사정을 이끌어낼 만큼 여물지 못했다.
"빨리 자러 가야지. 자, 일어나."
그는 나유와 위치를 교대했다. 당연히 그는 똑바로 선 채였다.
"나무에 손 짚고 허리 숙여."
나유는 기대감에 미소 지으며 그의 지시를 이행했다. 창공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살짝 치자, 나유가 그 뜻을 알아듣고 다리를 벌렸다.
"젖었네?"
이미 그녀의 허벅지 안쪽은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으로 축축했다. 자지를 빨면서 느낀 것이다.
"으... 부끄러워..."
"왜? 좋은데."
찔꺽.
자지가 푹, 하고 나유의 보지 안으로 들어간다. 나유는 딱딱한 귀두가 질 천장을 난폭하게 긁어내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후으응..."
그녀의 보지는 딱 알맞게 숙성되어 있었다. 조임도 조임이지만, 미끌미끌한 애액이 촉촉하게 그의 자지 전체를 코팅했다. 한 번 끝까지 박았을 뿐인데 구멍 밖으로 새어 나온 애액이 튀는 것이 느껴졌다.
나유가 물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까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역시 성욕이 고조된 상태에서 참았던 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꽉... 찼네."
그녀는 자기 안에 침입한 자지를 느끼고 있었다. 딱딱한 무언가에 꿰뚫린 느낌이다. 단단하고, 크고, 뜨겁다. 뒤에서 들어오는 자지는 앞에서 들어오는 자지와 느낌이 달랐다. 말하자면 자비로운 포섭과 무참한 정복의 차이다.
찰박. 찰박. 찰박.
"앗, 응, 응, 흥, 흐응, 항."
박자에 맞춰 물소리와 나유의 신음소리가 났다. 귀두가 질내에서 애액을 긁어내 밖으로 끄집어냈다. 안 그래도 조임이 강한 보지다. 애액은 끊임없이 뽑혀 나왔다.
"크흥, 킁, 앙, 아, 아, 앗, 헤응..."
그녀의 비음은 그 무엇보다 뛰어난 흥분제였다. 주름진 나유의 따뜻한 질이 창공의 자지를 뜨겁게 감싼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꾸물거리며 수컷의 씨앗을 간청하는 것이다.
창공은 나유의 엉덩이를 잡고 있던 두 손을 옮겨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잡기만 하면 절정하는 삼류 젖탱이라 자주 쓰면 재미가 없었지만 적당한 치트키는 게임에 매우 도움이 된다.
"흐응...! 킁, 응, 응, 응, 흐으응...!"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 외곽을 따라 선을 한 번 그려준 뒤, 손끝을 모아 나선으로 빙글빙글 돌며 바깥에서부터 그녀의 유두에 접근한다. 몸이 흔들리는 탓에 그의 손끝에 유두가 스칠 때마다 나유의 질내가 한 번씩 세게 조여왔다.
"빠, 빨리... 흐응! 빨리 만져줘... 꼬집어줘... 앗, 앙..."
"어딜?"
나유의 애원에 장난기가 돈 창공이 괜히 모르는 체를 했다. 하지만 나유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스트레이트한 데가 있는 성격이다.
"내 젖꼭지이이... 빨리... 괴롭히지 말고오..."
"킥킥..."
웃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소원대로 그녀의 유두를 잔뜩 괴롭히자 그녀가 고개를 젖히며 크게 신음했다.
"흐읏...! 크흥... 아아앙...!"
"후우."
보지에서 자지가 뽑혀 나왔다. 나유가 애타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
"자세 바꾸자."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창공이 이끄는 대로 체위를 바꿨다. 등을 나무에 기대고, 한쪽 다리를 그의 팔에 걸어 지탱한다. 방금 전까지 자지가 안에 들어있던 탓에 작게 벌려진 구멍이 뻐끔거리며 애액을 토해냈다.
"흐아앙!"
나유가 안으로 들어오는 자지를 반갑게 맞아들이며 신음했다. 그녀의 팔이 창공의 어깨를 감쌌다. 창공은 몸통으로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며 보지에 박아댔다.
찰박. 찰박. 찰박. 찰박.
음란한 물소리가 결합부에서 끊임없이 나고 있었다.
"키스해줘어... 키스하면서 박아줘어..."
그녀의 소원대로 입을 맞추니, 창공의 혀를 열정적으로 빨아들였다.
"웁, 웁, 움, 음, 흐음. 음!"
입은 막혔지만 신음은 막을 수 없었다.
"푸하아! 앗, 앙, 앙, 응."
"나유야."
사정감이 진득하게 올라왔다. 창공은 나유에게 곧 자지를 뽑을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나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에, 안에다가."
그의 암컷이 질내사정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공은 곤란했다. 물론 그도 나유의 질에 시원하게 싸고 싶었지만, 그 리스크가 너무나 크지 않은가.
"안에 싸줘어어... 나 네 여자잖아..."
"..."
창공은 대답 없이 속도만 높였다.
찰박찰박찰박찰박.
"싸줘, 창공아. 흐응! 흥!"
나유는 터져 나오는 신음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안에다가. 응? 잔뜩 싸줘. 내 보지도, 자궁도 모두 네 거니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앙!"
귀두가 자궁구에 딱 붙은 채로 정액을 주입한다. 찌르르한 스릴이 귀두 끝에서 신경을 타고 뇌까지 미친 듯이 질주했다.
나유의 질내는 계속 꾸물거리며 정액을 짜냈다. 수컷의 씨앗을 한 방울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움직임. 본능적인 번식욕을 충족시키는 암컷의 움직임이다.
"후우우..."
창공은 사정을 마치고 자지를 뽑아냈다. 찔꺽! 하고 소리가 한 번 크게 울렸다. 정액과 애액이 섞여 탁한 백색을 띤 점액이 자지와 보지 사이를 이었다가, 바닥으로 늘어지며 끝내 끊겼다.
그녀의 보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액과 애액의 혼합액이 뚝뚝, 떨어진다. 한동안 헐떡이며 멍하니 입만 벌리고 숨을 몰아쉬던 나유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하아... 하아... 이제야... 안에 싸줬네..."
"오늘 안전한 날이야?"
나유는 창공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 얼마 안 있으면 생리거든. 그래서, 흐우우... 괜찮아."
그래도 100%라는 건 없는 게 피임 아니던가. 하긴 그렇게 치면 질외사정도 상당히 위험한 피임법이다. 창공은 찝찝했지만 일단 납득하기로 했다. 기분도 좋았으니까.
'그리고 생기면 설마 키운다고 하진 않겠지.'
그거야 그런 일이고... 어쨌든 만족스러운 섹스였다. 질내사정은 상당한 정복감을 선사한다. 내 정액으로 이 여자의 가장 소중한 곳을 완전히 더럽혔다는 느낌. 어떤 플레이를 하건 결국 질내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나유야. 거기 좀 벌려봐."
"으... 부끄러운데."
창공이 손가락으로 나유의 보지를 가리켰고,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순순히 두 손으로 음순을 활짝 벌렸다. 하얀 점액이 흘러나오는 질구가 드러났다.
"긁어낼게."
"위험해서?"
"그것도 그렇고... 일행들한테 냄새 자랑하려고?"
"아."
나유는 그가 정액을 긁어내기 쉽도록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그의 중지와 약지가 보지에 침입한다.
찔꺼억.
"크흥..."
나유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쾌락을 견뎠다. 고통스러운 행복의 시간은 너무나 더디게 흘러갔다. 그녀는 스스로 시간이 빠르게 흐르길 원하는지, 느리게 흐르길 원하는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젠 잘 안 나오네."
창공이 그녀의 보지에서 손을 뽑아냈다. 그냥 뽑은 건 아니었다. 장난삼아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말아 그녀의 질벽을 잔뜩 긁어주며 뽑아냈다.
"응앗!?"
작게 절정하는 나유. 그는 자신의 작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나유의 얼굴에 손을 내밀었다.
"깨끗하게 해 줄래?"
"응..."
쪽. 쪼옥.
그녀는 창공의 손가락이 제 침으로 반들거릴 때까지 깨끗하게 체액을 빨아먹었다. 그 뒤에도 나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꿇고 자지를 청소했다. 요도에 남아있던 정액이 쭉 빨려나간다. 창공은 민감해진 귀두에서 올라오는 쾌감을 느끼며 그녀의 극진한 봉사를 받아들였다.
"푸후... 이 정도면 됐을까?"
"좋아. 오늘도 잘했어."
"뭘. 맨날 나만 기분 좋아지는 거 같아서 찝찝했는데."
그녀는 실실 웃으며 옷을 주워 입었다. 그동안 창공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뒤, 옷을 다 입은 그녀에게도 내밀었다. 그래도 담배 냄새가 정액 냄새보단 강하겠지.
"한 대?"
"좋지."
이어지는 담배 키스. 발그레한 얼굴로 달빛 아래 서서 은은한 미소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바라봤다.
"생각해 보니까 너 그동안 내 안에 한 번도 안 싸봤더라고. 그래서 그런 것도 있고. 좋았지?"
"좋기야 좋지."
"나도 좋았어. 후, 어떡하지. 앞으로 계속 안에 싸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의 정액이 자궁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순간, 나유는 큰 행복감을 느끼며 절정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씨앗을 자기 몸에 품는 것. 여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다. 비록 그 씨앗이 뿌리내리지는 못하더라도.
"그건 좀."
창공이 웃으며 난색을 표하자, 나유도 깔깔 웃어댔다.
"걱정 마. 안전한 날에만 하면 되니까. 뭐어, 위험한 날에도 네가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받아 줄 텐데."
"너 안전한 날 아닌데 안전하다고 구라치기만 해 봐."
"푸하하학!"
그들은 사이좋게 담배를 피운 뒤에 야영지로 돌아왔다. 다행히 일어나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자네."
"일어나있으면 안 되지. 이제 자자. 잘 자고."
"창공이 너도. 내 꿈 꿔."
"야. 꿈에선 좀 쉬자."
"풉."
둘은 침낭 안으로 꼬물거리며 들어갔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졌다.
* * *
나는 죽 깨어있었다. 오늘따라 잠이 안 왔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잔뜩 아로새겨진 별들을 보니 엄마 아빠 생각이 나기도 했고... 그래도 여정은 계속되니까 잠을 자야겠지.
부스럭.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일 보러 가나? 궁금해서 실눈을 뜨고 보니, 창공 오빠와 나유 언니였다. 둘은 곧 나무들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
가슴이 아파왔다. 너무나.
칼날로 도려내는 것처럼,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올가미로 꽉 조이는 것처럼, 달군 쇳덩어리로 지지는 것처럼, 무거운 모래주머니에 눌리는 것처럼, 달리던 차에 치이는 것처럼, 용암에 타오르는 것처럼.
나만 아픈 사랑. 나만 슬픈 사랑. 놓아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나는 놓질 못했다. 놓을 수 없었다.
슬퍼하고 싶지 않아. 나도 행복하고 싶어. 오빠에게 키스 받고 싶고, 안기고 싶어.
그때 늑대에게 끌려가던 사람이 나유 언니가 아니라 나였다면, 지금 오빠의 옆에 있는 사람은 나였을까.
산적들과 싸우고 나서 오빠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오빠에게 안기고 있었을까.
그렇게 얼마 동안 슬퍼했을까. 얼마 동안 고통스러워했을까.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잠을 청하려는데, 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다들 자네."
"일어나있으면 안 되지. 이제 자자. 잘 자고."
"창공이 너도. 내 꿈 꿔."
"야. 꿈에선 좀 쉬자."
"풉."
안 돼, 오빠.
꿈에서 쉬지 마.
나랑 같이 있자.
나랑...
짝!
뺨이 얼얼했다. 내 스스로 뺨을 때린 거다.
이래선 안 돼, 이래선. 당당하게 가야지.
그래, 당당하게.
...하지만 어떻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