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왕들의 무덤
* * *
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말을 달린 일곱 왕이여!
그대들의 목소리는 바람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그대들의 눈빛은 별이 되어 우리의 밤길을 비추고
그대들의 기상은 태양이 되어 온 세상에 내리꽂히고 있거늘
흔적만으로는 그대들을 향한 갈증이 가시지 않고
타는 목마름으로 빈 잔만 헛되이 들이킬 뿐
누가 날 위해 이 잔을 채워주리오?
갈 수는 있어도 머물 수는 없는 꿈속으로 사라진 일곱 왕이여!
작사자 미상, [아네르의 노래] 中
마법사들의 도시 웨리는 흔히 마탑이라고 불린다. 웨리보다는 그 편이 더 직관적이기도 하고, 실제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첨탑들이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이 웨리의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첨탑은 각 학파들이 점유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3첨탑은 마법 이론을 전공하는 마법사들이, 7첨탑은 마공학을 전공하는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식이다.
그리고 가장 높이 솟아오른 11첨탑. 이곳은 천문점성학을 전공하는 마법사들이 사용한다. 천문점성학은 별의 생성과 소멸, 움직임 등을 살피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마법학의 한 종류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성과를 거둔 학파라 가장 높은 첨탑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이 학문은 독립한 지가 채 300년이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연구 성과도 적었고 근본이 없는 마법학이라며 은근히 멸시도 받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는 지극히 실용적인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일단 별을 보려면 가장 높은 곳에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가장 높은 첨탑을 사용한다는 그 상징성 때문에 '왜 하필 첨문점성학에서 11첨탑을...' 같은 생각을 하는 마법사들도 간혹 존재하긴 한다.
하나 애초에 마법사들이란 첨탑의 높이와 같은 자질구레한 문제에 시간을 치중하느니 논문 한 편을 더 읽는 족속들이었고, 첨문점성학은 마법학 가운데서 상당한 비주류였기에 어떤 첨탑을 쓰든 신경을 쓰는 이들이 없었다.
그 세가 비교적 큰 마공학이나 원소학에서 가장 높은 첨탑을 점유했다면 다른 학파에서도 꽤나 언짢게 보았으리라. 역설적으로 인기가 없고 세가 미약한 천문점성학이었기에 가장 높은 첨탑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11첨탑의 꼭대기에 설치된 웨리 천문대에선 오늘도 별의 관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둥근 외곽선을 따라 커다란 망원경 12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하늘을 12등분 하여 각 마법사들이 자기가 담당하는 구역을 관찰한다.
천문점성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별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을 해석하며 예측을 내리는 것이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전부 정교수였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별을 관찰하는 일이다. 이 작업은 조교수와 부교수들이 참여하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인기가 없는 천문점성학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보통 하룻밤 내내 밤하늘을 관찰하니 하루에 12명. 하루씩 번갈아가며 본다고 하면 24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웨리에 기거하는 천문점성학 교수들을 모두 합친 숫자는 스무 명 남짓. FM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가 없다.
따라서 별의 관찰에는 교수 과정생들이 지도 교수와 함께 참여하는 실정이었다. 정적만이 흐르는 천문대에서 접안렌즈에 눈을 붙이고 있노라면 학문적 회의감이 심하게 들곤 했다. 천문점성학에서 낸 가장 최근의 유의미한 성과가 18년 전에 있었다면 믿겠는가?
그러나 이미 선택한 학과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들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는 낭만에 이끌려 이곳을 선택한 과거의 자신을 수없이 저주했다.
밤하늘의 농노. 천문점성학 마법사들이 스스로를 가리켜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었다.
"어... 어어...?"
망원경을 통해 별을 관찰하던 힐데가르트 아데나워 부교수가 탄성을 내질렀다. 동료 마법사들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천문대에선 항상 정숙이 철칙이라고 수없이 강조했던 아데나워 교수. 그런 그녀가 갑자기 왜 저러는 것인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모두 망원경 돌려! 황도 8구역. 겨울바람자리와 해그림자자리 사이!"
그녀의 말에 나머지 열한 명의 마법사들이 아데나워 교수가 관찰하던 구역으로 일제히 망원경을 돌렸다.
"오, 이런..."
"이건 대체...?"
별이, 선연한 붉은색으로 밝게 빛나는 별이 원래 있어서는 안 될 곳을 침범하고 있었다. 루비처럼 아름답고 매혹적인 붉은빛이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검붉은빛을 발하는 별이었다.
스켈크룩스. 본래 황도 8구역의 해그림자자리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별이다. 25년을 주기로 모습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올해는 그 주기가 아니었다.
"기록 시작해!"
아데나워 교수가 소리쳤다.
"빛의 세기, 색깔의 변화, 움직임의 방향, 속도까지 모조리!"
"교수님! 우리가 한 건 잡은 거지요! 그렇죠!"
교수 과정을 밟고 있는 마법사가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켈크룩스가 이처럼 때아닌 움직임을 시작하게 되면, 대륙에 좋건 나쁘건 반드시 커다란 일이 생기게 된다. 적어도 천문점성학 마법사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러나 그 마법사의 목소리에선 우려나 걱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드디어 유의미한 뭔가를 발견했다는 기쁨과 흥분이 전해졌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항상 새로운 발견에 목말랐던 그들은 설령 자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별을 관측했다 하더라도 환호성을 질렀으리라.
* * *
그는 기나긴 터널을 걷고 있었다. 푸르른 덩굴로 만들어진 천연 터널이다. 이파리들 사이로 햇빛이 파편으로 들어와 어스름히 앞길을 비추었다.
부는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만지고 지나간다. 한 번 지나간 바람은 잊을 법하면 다시 돌아왔다. 마치 지금 그의 안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상념들과도 같았다. 어떤 상념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마치 물 위에 동동 떠서 흘러가며 가라앉고 떠오르길 반복하는 물체처럼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것이었으나 마치 남의 것처럼 어렴풋하고 희미했다.
그렇게 그저 멍하니 걷는다. 저 앞에 목적지가 보였다. 찬연히 빛나는 푸른 별. 그들의 고향. 하지만 그가 걷는 이 길이 저곳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았다. 목적지는 있으되, 닿을 방법을 알 수 없다. 그저 걷는 것이다.
아! 그러나 어렴풋이 보이던 지구도 안개로 화해 흩어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표지판도, 지도도 없는 여정. 앞서나가는 사람인 그는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진 것이다. 어디로 인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인도자다.
뒷사람은 앞사람의 등을 보고 따라가면 되지만, 앞에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앞사람은 따라갈 것이 없다. 이래서야 끊임없이 떠도는 셈이다. 바람에 높이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처럼,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도는 소행성처럼.
그는 떠도는 자들의 나침반이었으나, 그 나침반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지향점을 알지 못한다.
* * *
"아이고... 머리야..."
창공은 깨질 것 같은 격통이 느껴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시작은 있으되 끝은 없는 술자리를 보낸 다음날 아침과도 같았다.
'여긴?'
마지막 기억. 그것은 동굴 바닥에 짙게 깔린 검은 안개였다. 모르긴 몰라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을 터. 그렇다면 그는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제 황급히 눈가를 비비고 주위를 확인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따사로운 햇볕. 훤히 열린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이다. 그의 얼굴을 상냥히 쓰다듬는 태양의 열기는 적어도 이곳이 동굴 안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음으로 보이는 건 바닥에 깔린 초록 잔디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기분 좋은 산들바람에 이리저리 뒤흔들리는 잔디. 지척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선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목가적인 풍경.
그리고 물론 일행들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의 위협은 느껴지지 않는다. 긴장하며 제 옆에 놓여있던 활을 손에 꼭 쥐고 있던 창공은 그것을 몸에 걸치며 맨 먼저 나유를 깨웠다. 그녀는 대자로 드러누워선 팔자 좋게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나유야... 나유야 일어나..."
"쿠후우... 컥!? 왜, 왜...? 뭐야."
나유가 몸을 뒤집고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이리저리 사지를 흔들며 바닥을 짚었다. 다음으로 깨울 사람은 그녀의 옆에서 자고 있는 어택이다.
"형. 일어나요."
"어... 뭐야. 불침번?"
그는 창공이 몸을 흔들자마자 눈을 뜨고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 들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에 그건 나유건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야. 고다. 일어나."
"으으..."
"안 일어나면 밟아버린다."
"잠시만, 잠시만요... 아으..."
이제 카벨 자작 차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창공은 살짝 당황했다. 자작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간 거야."
"자작?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 히사시...도 알 리가 없고."
그렇게 그가 자작을 찾던 와중, 나유가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아린에게 기어갔다. 그녀의 몸엔 아직도 어택의 군복 상의가 덮여있었다. 물론 나유의 바람막이는 아래에 깔린 채였고.
"아린아."
나유는 마음속에 조그맣게 기대를 품고선 아린의 손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불렀다. 혹시라도 그녀가 일어나주지는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 솔직히 나유 본인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
"어? 아린아! 정신 들어?"
창공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택과 히사시도 눈을 번쩍 뜨고 나유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아린의 눈이 천천히 떠진다. 눈꺼풀 사이로 살며시 보이는 따스한 갈색 눈동자.
"언니... 나유 언니..."
"움직이지 마! 등은 안 아파?"
"오빠... 는... 괜찮아요...?"
자박자박.
창공은 잔디를 밟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거동을 보고 무사함을 확인한 아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다..."
"등은?"
아린은 창공의 물음에 망설이며 대답했다.
"음... 제가 등에 화살을 맞았던가요. 기분 탓인진 몰라도 하나도 안 아픈데요."
"나유야. 위에 좀 걷어 봐."
나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린의 자그만 몸을 덮고 있던 커다란 군복을 걷어냈다. 하얀 블라우스에 뚫린 구멍과 그 주변에 말라붙은 검붉은 핏자국이 보인다. 그런데 그 구멍 너머엔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았다.
하얗고 여린 등에 새겨졌던 상처. 아린을 위기에 빠뜨렸던 그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일행은 혼란에 빠져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한 번 천천히 일어나 보자고."
창공이 아린을 부축하며 상체를 일으키게 했다. 그녀는 창공의 팔을 단단히 붙잡으며 격통에 대비했지만, 등에선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괜찮은데요?"
"이게 대체."
히사시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일행들도 말은 안 했지만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 이어지는 침묵에 아린이 뭔가 큰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싶어 당황할 정도로.
"다리에 힘주고. 일어나자."
"네."
다들 그러거나 말거나 창공은 아린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그대로 끌어올렸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천천히 일어났다. 곧이어 아린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태를 확인했지만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저 등에 아무렇지도 않아요? 화살 맞았는데..."
"상처가 없어."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이럴 수가 있나? 일어나고 보니 동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부터 해서, 자작의 실종과 함께 말끔하게 나은 아린. 당황스러운 일의 연속이었다.
"얍."
"으악!"
나유가 갑자기 어택의 허리를 꼬집었다. 고통의 비명을 지른 어택은 그녀의 손을 재빨리 쳐냈다.
"너 뭐 하냐?"
"아니. 꿈인가 해서. 아파?"
"아프냐고? 이리 와. 너도 한 번 확인하자."
"아 그건 좀... 에잇! 저리 가!"
아린과 히사시의 얼굴에 웃음기가 감돈다. 다만 창공은 팔짱을 끼고 하늘만 쳐다봤다. 위치도 상황도 알 수 없었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행의 짐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자, 주목."
그의 말에 아린, 히사시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장난을 치던 나유와 어택까지 동작을 멈추고 이목을 집중했다.
"우리 일행들은 다 무사한 것 같네요. 다만 카벨 자작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데, 원래 여기 있었다가 어디로 떠난 것 같지는 않고."
일단 이곳은 동굴이나 그 근처와는 다른 공간이다. 5인조가 전부 몽유병이 있어서 자던 중에 장소를 옮긴 건 아닐 테고, 다른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옮겨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자작이 그런 뻘짓을 할 리가 없으니 이 미스터리한 장소 이동은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짐들은 그대로라는 거겠네요. 다들 자기 물건 있죠?"
짐이라고는 무기 외에는 없는 나유와 어택이 각자 제 무기들을 들어 올렸다. 배낭을 열어 내부를 확인한 아린과 히사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그럼 이동하죠. 주변 경계하면서."
"어디로?"
창공은 나유의 물음에 제 뒤를 가리켰다. 삼면은 나무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곳 딱 한 방향만큼은 뻥 뚫려있었다. 대놓고 이쪽으로 가라는 듯해서 기분이 나쁠 정도다.
"포지션 잡습니다. 맨 앞부터 저, 나유, 히사시, 아린, 택이 형. 이의 있는 분?"
이번에도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후방은 어택이 맡는 게 관례가 되어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기꺼이 감내했다.
"오케이. 출발합니다. 다들 가다가도 어디서 본 것 같은 지형이 나오면 말하고요. 길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일행은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렇게 말은 했지만서도 창공은 어쩐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이곳은 그들이 있었던 자모닉스 골짜기가 아니라 아예 다른 공간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바닥에 곱게 깔린 잔디는 물론이요, 주변에 세워진 나무들만 보더라도 산에 들어와서 내내 봤던 나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긴장이 풀어져가던 일행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아주 미약하긴 하지만... 분명히 사람이 내는 말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창공은 급히 손을 들어 올려 일행을 멈춰세우고선 화살을 시위에 메겼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보폭이 짧아지고,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이 왔..."
"제가... 습... 다..."
수풀 너머로 인영이 보였다.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은 키. 160cm가 조금 넘을까. 이상한 점은 분명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데도 그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화술이라도 할 줄 아는 미친 자일까?
창공 일행은 혹시 모를 돌발 사태에 대비해서 언제든지 뛰쳐나가 공격할 준비를 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아린도 얼굴을 굳히고선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저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변성기가 왔는지 약간 굵긴 했어도 아직은 앳된 소년의 목소리다.
"거기 있다는 건 알고 있네! 이리 나와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나? 적대할 의사는 없음이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