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왕들의 무덤 (3)
* * *
아퀴탄의 왕, 필립 3세.
헬베트의 왕, 라인하르트.
요르문의 왕, 올가.
아르토스의 왕, 보그단 2세.
헬라스의 왕, 바실리오스 5세.
마지막으로 알펜시아의 왕인 아잔틴 2세.
이상 여섯이 이곳 왕들의 무덤에 합장된 이들이었다. 설명을 듣던 나유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 듣기로 아네르는 일곱이 아니었던가?
"일곱 번째는 이곳에 묻히지 않았다네."
"왜죠?"
"그야 엘프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니까. 엘프들의 왕 엘렌튀네. 그가 일곱 번째 왕일세."
아잔틴 2세는 옛 친우를 회상이라도 하는 듯 감회 가득한 얼굴로 하늘 저편을 바라봤다.
"그가 이 왕릉을 만들었다네. 과연 엘프들은 솜씨가 좋아. 손재주는 물론이고 마법까지... 엘프들이 이 세상을 정복하려 했다면 누가 있어 그들을 막았겠는가?"
"죄송하지만 본론에서 이탈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창공이 끼어들어 그의 회상을 방해했다. 그러나 아잔틴 2세는 불쾌하다는 기색 없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자네의 말이 맞군."
"이보게, 친구여. 우리들은 이미 죽어서 시간이 널널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아니라고. 실례잖나. 살아있는 이들에게."
그의 옆에 서있던 필립 3세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입다물게, 필립. 어쨌든 그래. 설명을 하겠다고 했지. 한데 이는 실로 자네들을 기만하려는 것이 아니네만, 도무지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짐으로서도 참 답답하기 그지없네."
"그렇다면 아잔틴."
올가가 끼어들었다. 요르문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그녀는 헬베트의 왕 라인하르트와 결합하여 동군연합을 결성하였고, 그것이 마침내 한 나라가 되어 현재의 노르마크에 이르게 되었다 한다.
"먼저 아네르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은 어떻소?"
"아, 거기부터가 좋을까. 과연 그렇겠군."
"아네르라는 건."
가만히 듣고 있던 아린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저 여러분들께 붙여진 칭호가 아니었던가요? 듣기로 심판자, 혹은 구원자라고 하던데..."
"아가씨의 말이 맞네."
아잔틴 2세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키트라 제국의 폭정에 더는 참을 수 없던 짐은 여기 있는 친우들을 결합하여 마침내 키트라 제국을 무너뜨렸지."
"이봐, 자네가 다 한 것처럼 말하지 말게."
"조용히 하라니까, 필립."
"우리 아퀴탄에서 키트라 제국의 육군을 정면으로 받아내지 않았더라면 이길 수나 있었겠는가?"
"그러는 자네야말로 이야기만 들으면 아퀴탄에서만 키트라 제국을 상대한 것 같지 않은가? 우리 아르토스에서 끊임없이 키트라 제국의 뒤편을 치지 않았더라면 아퀴탄은 쑥대밭이 되었을 것일세."
"이미 2천 년이 지났거늘, 쓸데없는 자존심은 세워서 뭣들 하려고 그러시오? 물론 이 몸과 이 몸의 남편도 산양 기병대로 끊임없이 제국을 교란했으나..."
2천 년 뒤까지 영웅이라 불리는 왕들이다. 그 넘치는 자부심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이래가지고서야 제대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그렇게 창공이 짜증을 토로하려던 차, 헬라스의 바실리오스 5세가 고함을 질러 그들을 제지시켰다.
"그만! 다들 체통을 지키게!"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시장 바닥이 되어가던 공터는 단숨에 쥐 죽은 듯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 자리는 자네들의 전공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닐세! 우리의 설명을 기다리는 후인이 있지 않은가! ...알았으면 계속하게, 아잔틴.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헛소리는 하지 말고 요점만 말하도록 하게."
"이거 참."
창공은 바실리오스 5세를 향해 작게 머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손을 내저어 별것 아니라는 뜻을 표했다.
"추태를 보였군. 재차 사과하겠네. 어쨌든. 과연 그러하네. 아네르라는 것은 그저 고대어로... 우리 때도 고대어라 하였으니 지금도 고대어라 지칭하겠지. 고대어로 심판자, 혹은 구원자라는 뜻에 불과하네. 키트라 제국이라는 거악을 심판한 우리에게 그러한 호칭을 붙인 것이겠지."
원래 뜻은 그랬지만 지금에 와선 그 뜻이 확장되어 영웅이라는 말로도 쓰이고 있었다. 하긴 이제 아네르의 이야기는 저 멀리 손닿을 수 없는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다. 먼 옛날의 전설적인 영웅들.
따라서 아네르라는 말은 그저 심판자나 구원자, 혹은 영웅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에 불과하다. 혹은 일곱 왕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라거나. 그런데 방금 아잔틴 2세는 창공 일행을 보고 아네르의 후계자라 칭했다.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자네들은 운명을 믿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믿지 못하는 것 같군그래. 짐도 처음엔 그랬다네."
아잔틴 2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창공의 미심쩍은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 세상에는 말이야. 균형이라는 게 존재한다네. 여기 선과 악이 있다고 가정해 보세나."
그의 두 주먹이 눈높이까지 치켜올려졌다.
"어쨌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라면 보통은 악은 없어지고 선이 있길 바라지 않겠는가? 아니, 악은 선의 부재라던가 혹은 그 이상의 개념이라던가 같은 철학적인 논제는 저 뒤로 밀어두고 말일세. 그런데 이 세상에서 악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나? 그건 정말 따분한 세상일 것이야. 응? 가끔가다 나쁜 놈들 잡아서 벌주기도 하고, 또 고난 가운데서도 정의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해야 이 세상살이가 재미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선한 세상에서는 악의 편에 서시렵니까?"
"말이 그렇다는 것일세. 어쨌든 방금 짐이 말했던 선과 악의 균형부터, 남자와 여자의 균형, 국가 간의 균형... 무수히 많은 개념들의 균형이 이 세상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단 말이네. 사실 이건 엘렌튀네가 말한 것이긴 하지만..."
"그 엘프의 왕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더 알기 쉽게 국가 간의 균형을 예로 들어 볼까. 키트라 제국과 같이 압도적으로 힘이 강한 나라가 있어서 주변국들이 그 패권을 존중하고 얌전히 굽힌다면 이 세상은 평화롭겠나? 적어도 짐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네. 굽혀주니 완전히 저희 세상인 것처럼 굴더군."
이건 창공과 아린이 좀 흥미로워할 법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이런 생각도 드네. 만약 키트라 제국처럼 강성한 국가가 또 하나 있었더라면, 과연 키트라 제국은 그렇게 설칠 수 있었겠는가 말일세. 양자 간의 충돌이 높은 확률로 공멸을 불러온다면, 그야말로 전쟁 직전의 상황까지 가더라도 어느 한 쪽이 먼저 쉽사리 개전하는 것은 불가하지 않겠나."
비슷한 사례로 지구의 냉전을 들 수 있겠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서로를 수십 번은 멸망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로 이루어진 공포의 균형.
폭력적이고 거칠기 짝이 없는 균형은 역설적으로 전쟁의 억지력이 되었다. 초강대국의 턱밑에 핵미사일 기지를 설치해도, 그 기지 주변의 해상이 봉쇄당해도, 그로 인해 내일이면 온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어도 결국 전 세계가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잔틴 2세가 말하는 균형은 그와 같았다. 균형이라는 것은 반드시 조화롭고 평화로운 것이 아니었다. 누가 냉전의 균형 상태를 조화롭고 평화롭다 하겠는가? 하지만 전쟁 직전의 상황이기에 오히려 전쟁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 균형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한데 어느 순간 세계의 균형이 깨지는 날이 오고야 만다네. 온갖 패악을 저질렀던 키트라 제국의 확장처럼. 바로 그때, 세계는 균형을 수복하려 시도한다는 것이야. 그것이 운명일세. 균형이 깨지는 것도, 깨진 균형이 수복되는 것도."
"...운명이라고 일단 가정하겠습니다."
창공의 떨떠름한 목소리.
"그러면 그때 이것이 운명이라고 아셨던 겁니까? 동맹들을 규합할 때 말입니다."
"아니."
대답은 깔끔했다.
"엘렌튀네에게 듣고 나서야 알았지. 우리가 어떤 일을 한 것인지 말일세. 어떤 사건에 대한 평가는 그 사건이 완전히 종료된 시점에서야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더군. 운명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라네.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운명이었다고 아는 것이지. 그런 의미에서 자네들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음이야."
이건 빈정대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는 원래 세상에서 멀쩡히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곳에 떨어져서는, 노예 노동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돌아갈 방법조차 알 수 없고 말입니다. ...뭐,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운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자네들의 불행에 대해선 유감이란 말밖엔 할 수 없네. 그러나 짐이 말했던 행운은 다른 것일세. 사실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창공은 무심한 표정으로 아잔틴 2세를 바라봤다. 일행들도 속이 복잡했다.
"우린 말일세. 우리가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우리의 임무를 수행했었다네. 자네들은 아닐세. 자네들은 아니야. 그 사명을, 세계가 부여한, 운명이 부여한 사명을 자각할 수 있다는 말일세. 모르고서 하는 것과 알고서 하는 것은 천지차이. 일생이 길이 남을 놀라운 길이 자네들의 앞에 펼쳐질 것이라네."
'이미 지금까지 겪은 일만 해도 평생 기억에 남을 텐데.'
결국 창공 일행과 아잔틴 2세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끝 간 데 없는 명예와 고난의 길에 가슴이 부푸는 이세계인과, 적당한 지점에서 타협하려 하는 현대인.
"요약하자면 이렇게 되겠군요."
창공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지금 이곳 다이셀리시아는 어떠한 균형이 무너진 상태고, 그 균형을 수복하기 위해 뽑힌 사람이 저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한데 왜 하필 자네들일까... 왜 우리 세계의 균형을 수복하기 위해 다른 세상에서 살던 자네들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래.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결국 자네들은 자네들의 세상에서 마땅히 영위해야 할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네. 그 점에 대해서는 다이셀리시아의 주민으로서 심심한 사과를 표하는 바일세."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저희를 에트로지라 부르더군요."
"내 기억이 맞는다면 고대어로 손님이라는 뜻이지. 왕자에게 듣기로 자네들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건 잘 모르겠군요."
"그렇다고 하더군. 즉, 이 세상의 무너진 균형을 고치는 데엔 자네들 이세계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세계가 균형을 수복하려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세계 자체에 의지가 있다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짐의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일세. 마법일까? 그도 아니면 신이? 엘렌튀네는 딱 하나로 짚어 말하지 않았다네."
"아무래도 그를 만나야 하겠군요. 제가 듣기로 엘프들은 엘피타스라는 곳에 산다고 들었습니다."
아잔틴 2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곳에 가려거든 단념하게. 엘프들은 폐쇄적이야. 외부인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네."
"어느 사제에게 듣기로 사절을 보내 참전을 독려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젠장, 그 사절이 바로 짐이라고는 말하지 않던가? 그건 기록에 남지 않았나 보군. 2천 년 전 기록이니 오죽하겠나만."
그러니까 왕씩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가서야 겨우 접촉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간해선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엘프들이라면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자꾸만 맴돌았다.
창공은 답답한 속에 마른 세수를 했다.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희망적... 인 이야기가 될진 모르겠으나."
"?"
"다른 세상에서 살던 그대들이 이곳에 왔다는 것 자체가 균형이 깨졌다는 증거일세. 비정상적인 일이지. 따라서 원래대로 균형을 수복한다면..."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마도. 짐은 그렇게 생각하네. 하기 싫다면 거부할 수도 있네. 우리 일곱 왕도 누가 등을 떠밀어서 키트라 제국에 대항한 것이 아니네. 하지만 운명의 길은 걷고 싶다고 해서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걷기 싫다고 해서 걷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닐세."
"잠시 일행들과 상의를 좀 해야겠습니다."
"자리를 비켜주겠네."
여섯 왕은 등을 돌리고 저편으로 걸어갔다. 창공 일행은 둥글게 모여 서로를 마주 봤다. 다들 착잡한 표정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던 그들이 어쩌다가 이런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인가. 그들이 걸어야 할 길은 소삽한 길이었다. 이정표도 없는, 똑바른 길인지 구비 길인지도 알 수 없는.
"...다들 들었죠. 하, 참."
창공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팔짱을 꼈다.
"그렇다고 하네요. 우리 보고 이 세상을 구하라네요."
"용사라도 된 것 같지 않습니까?"
히사시는 미묘하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창공의 마음속에서 괜스레 짜증이 났다.
"야. 이게 뭐 게임인 줄 알아? 여긴 세이브 로드가 없어."
"그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참 나, 그래. 용사? 용사라면 용사지."
"이거 우리가 해야 하는 거 맞아?"
나유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그래도 언니. 방법이 이거 외에는 없잖아요.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불확실하지 않아?"
"어차피 확실한 방법은 없어요."
"근데 우리가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 건데? 좋아. 균형이 깨졌어. 뭐 어쩌라고? 잘못된 게 뭔지 알아야 고치든 말든 하지."
"왕궁에 가서 조사를 하는 거죠. 봐요. 우린 왕자를 구했잖아요. 그런데 '아, 잘했다.' 한 마디 하고 내치겠어요?"
"음."
어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궁에 가서 자료 조사라도 할 셈이야?"
"필요하다면요. 들리는 소문을 취합할 수도 있고... 어떻게 되든 티가 날 거예요. 이지러진 점이요."
"알았어. 그러면 일단. 일단이야. 왕궁에 가서 상황을 파악하자."
창공이 최종적으로 정리에 들어갔다.
"그다음에 일단 최대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거야. 우리 다섯 명으로는 한계가 있어."
"뭐... 맞아요. 우리가 아네르들처럼 왕국들을 연합시켜서 제국에 대항할 수도 없고요. 우린 왕이 아니잖아요."
"양심이 있으면 우리한테 그런 걸 시키면 안 되지."
다섯. 그것도 다이셀리시아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구인 다섯이다. 그나마도 유사시에 무기를 잡고 뛰쳐나갈 수 있는 사람은 셋이다. 일단 프라이팬을 든 히사시를 제외하면 말이다.
딱 둘만 더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세상 물정 잘 아는 현지인으로. 일곱 명까지라면 그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여러 번 해 본 생각이건만, 아스터와 륀의 얼굴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응급 치료가 가능한 사제와 마법적 조언이 가능한 마법사. 게다가 둘 다 훌륭한 전투원이기도 하다. 꿈만 같은 이야기지만 그 둘만 영입한다면 일이 어떻게 풀릴 것 같기도 했다.
"결정했는가?"
결론을 내린 창공 일행의 시선을 느낀 아네르들이 다가와 물었다.
"해 보긴 하겠습니다만."
"그거면 충분하네."
아네르들이 웃음 지었다.
"그리고 고맙네."
"뭐가 말입니까."
"연고도 없는 이 세상을 위해 나서는데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그는 중간에 무사히 돌아갈 방법이 있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지구로 돌아갈 작정이었지만, 굳이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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