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떠돌이들-55화 (55/178)

〈 55화 〉 Cloud 9

* * *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실로 달콤하기 짝이 없다.어렵게 사는 방법은 많으나, 편하게 사는 방법은 한 가지뿐. 생각을 멈추고, 그때그때 알맞은 처신으로 보신을 하는 것이다. 불의에도, 부당에도 고민하지 않고 마치 물 흘러가듯이 그저 보내버리면 된다.우리는 신이 아니다. 우리는 초인이 아니다. 이 세상에 넘치는 부조리는 온 세상 사람의 수만큼 많으며, 이 세상을 뒤덮은 불합리는 저 바다만큼이나 크고 깊다. 그런 것들에 일일이 저항을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 저항을 포기하는 것을 어찌 세상과 야합한다 비난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고민하는 바보들이 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싸움을 하는 멍청이들이 있다.영원히 싸워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싸우는 이들. 손해만 볼 것을 알아도 굳이 뛰어드는 이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굳센 신념이다.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무섭기 짝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 어떠한 겁박도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도전하는 대상은 바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에게 제아무리 큰 칼을 들이댄들 두려워할 게 있으랴.그러나 다른 모든 것이 그러하듯 신념 또한 때로는 정도에서 이탈하는 법. 올바른 신념은 세상을 밝히지만, 엇나간 신념은 다만 주변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니, 우리는 이것을 아집이라 한다.그러니 신념을 가진 이들이여. 그 무엇에도 꺾이지 않으리라 다짐한 자들이여. 주의할지어다. 신념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아집은 혼자만을 위한 것일 뿐이니. 길을 갈 때엔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수시로 확인하라.사람은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듯이, 신념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도 아닐진저. 그대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길을 걷고 있음이니, 어찌 걷기 위해 걷고 있겠는가?­제임스 엘린 저, [아네르의 덕목에 관하여] 中­

"그만. 이 정도면 되었소!"

스릉!

알펜시아의 왕성 근위대장 웨버가 나유의 검을 비껴 쳐 튕겨내며 대련의 종료를 알렸다. 그녀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잠시간 검을 치켜세우고 있었지만, 이내 끝을 늘어뜨렸다.

"아가씨. 평생토록 검을 잡은 적이 없다 하셨소?"

"헉... 네에... 허억..."

"그런데도 그만하면 훌륭하오. 기초체력도 잘 잡혀 있고... 혹시 찌르기를 위주로 검을 사용하는 검객에게 사사했던 적이 있소?"

"후우우... 네. 일주일 정도..."

"일주일? 일주일이라면 기초도 가르칠 수 없는 시간이거늘, 아가씨께 검을 가르친 자가 누군진 몰라도 꽤나 실력이 있는 자겠구려. 혹은 아가씨 쪽이 습득이 빠르거나."

"무슨 뜻이죠?"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꽤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오.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옷을 입은 듯 어색한 티가 역력하지만... 그럼에도 검로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그렇다면 저 둘 중 하나가 아니겠소? 스승이 우수하거나, 제자가 우수하거나. 혹은 둘 다일지도 모르지."

"칭찬인가요?"

"그렇소. 솔직히 감탄했소. 물론 생초보 기준이긴 하오만."

갑자기 검을 배우러 왔다며 근위대를 찾았던 나유. 안 그래도 대관식 준비로 바쁜 근위대 입장에서는 돌려보내고 싶은 불청객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곧 왕이 될 왕자의 손님이니 그렇게 대우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의 애매한 위치를 고려하여 근위대장인 웨버가 직접 그녀를 상대했다. 처음 그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나유의 자세를 보고 그저 할 일이 없어 왔겠거니, 짐작하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검은 모르면서 괜히 근위대랑 대련 비슷한 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 철없는 귀족 자제. 나유가 귀족의 영애는 아니었지만 그런 부류로 생각을 한 것이다. 하나 앞서 말했듯이 문전 박대하긴 부담스러웠으니 압도적인 실력으로 누르고 좋게 타일러 돌아가게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대련 도중 웨버는 나유의 눈빛과 기세에서 그녀의 진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숙련된 검사는 칼끝에서 마음을 읽어내는 법. 비록 자세나 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 그 자체였지만, 마음가짐은 제대로였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나서는데, 이쪽에서도 진심으로 나서지 않으면 그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행위. 물론 웨버가 진심으로 나선다면 그녀는 오 합도 되지 않아 두 동강이 나고 말 것인즉, 그는 최대한 성의를 다해 나유를 상대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선 굳센 결의 외에 혼란과 흔들림도 느껴졌다. 마치 잡음처럼 그녀의 검로에서 그것이 묻어났다.

"아가씨. 뭔가 고민거리가 있는 모양이구려."

"아..."

나유가 살짝 놀란 눈빛으로 웨버를 바라봤다.

"어떻게 그걸...?"

"먼저 느껴지는 투지.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망설임. 아가씨의 검에서 상반된 두 감정이 느껴지니, 이는 고민거리가 있다는 것을 뜻하오. 알펜시아 왕실의 검으로서 그 정도도 파악하지 못한다면 수치가 아니겠소."

"대단하네요."

하지만 나유는 쉽사리 그 고민거리에 대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부하들을 상대해 이런 일에 관록이 있던 웨버는 주제를 돌렸다.

"아가씨. 본인이 알기로 아가씨는 왕자 전하의 손님으로, 이미 최고의 예우를 받고 계시다고 들었소. 그런데 갑자기 검을 들고 이리 땀을 쏟으러 온 까닭은 무엇이오? 설마 우리 근위대가 할 일이 없어 노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테지."

"물론 그런 생각은 없어요! ...처음에 말했잖아요. 검을 배우고 싶다고."

"그렇다면 왜 검을 배우고 싶은 것이오? 단순히 '강해지고 싶다' 같은 추상적인 이유라도 좋으니 한 번 본인에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구려."

이어지는 나유의 망설임. 웨버는 참을성 있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을 지켜 주고 싶은 것이오?"

"글쎄요, 제 도움이 필요할 것 같진 않네요. 저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니까요."

"그렇다면?"

"제 도움을 필요로 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사, 사랑하게 만들 거라고요..."

"하하..."

웨버가 기분 좋게 웃는다. 풋풋한, 그렇기에 응원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방법이 검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니까요. 추한 발버둥이라도, 죽기 전까지 쳐 봐야죠."

"좋은 기백이오, 아가씨. 목적지가 확고하다면, 설령 헤매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간 반드시 도달할 것이오. 떠돎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멈춤만을 두려워하시오."

"네. 명심할게요."

"음. 계속 검을 배우고 싶다면 앞으로도 나를 찾아오시오. 기사 된 자로서 사랑하는 레이디를 보고 어찌 한 몸 바쁘다 하여 지나치겠소? 일이 과중하여 두 개로도 부족한 몸이지만,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몸을 셋으로 나누는 한이 있더라도 내 기꺼이 도우리다."

나유는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 * *

"검을 배우고 있다고?"

"응! 게다가 웨버 씨는 마나도 쓸 줄 안대. 그것도 좀 배우려고."

"잘했어, 나유야. 좋은 기회니까 열심히 배워. 마나 다루는 법이라면 나도 배우긴 배워야 되는데 시간이 안 나네."

모두가 함께 모이는 식사 시간. 나유는 자랑스럽게 검을 배우기 시작했노라고 창공에게 말했고, 그는 기꺼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칭찬했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그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는데 어찌 기쁘지 않으랴?

"형. 형도 가서 좀 배워 봐요. 도움 많이 될 거니까."

"안 그래도 그러려고."

"야. 고다. 너도 가서 몸 좀 움직여."

"저, 저도 말입니까?"

"그럼 여기 고다가 너 말고 누가 있는데. 뭐... 넌 요리만 제대로 해 주면 되니까 검잡으란 말은 안 할게. 그래도 가서 참관이라도 좀 해 봐. 전투원이 아니라고 전투에 참여 안 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

"알겠습니다."

하긴 그랬다. 당장 산맥에서만 해도 프라이팬을 들고 적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진땀을 빼지 않았던가? 그들은 소수였고,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히사시라고 뒤에만 빠져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연주회 연습은 잘 돼가?"

"그럭저럭."

창공은 어택의 질문에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힘들긴 해요. 지휘는 처음이라. 그래도 해 봐야죠. 다행인 건 합창단이 실력은 괜찮아요. 아린이도 기대 이상이고. 마나까지 쓸 줄 안다니까요?"

아린은 창공의 칭찬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포크질을 했다. 창공의 칭찬은 꽤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마나를 활에 실어 연주하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만약 마나를 사용하는 데에 어떠한 요령이 있다면, 아린은 거의 확실하게 그 요령을 파악하고 있었다.

"굳은 의지가 중요해요."

그녀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팁을 전수했다.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강한 의지. 물론 구체화를 시켜야죠. 막연한 의지로는 안 되고, 아주 구체적으로. 저는 연주할 때 머릿속으로 느낌과 음정, 그리고 제 연주를 통해 특정 인물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정말 그것만으로 된다고?"

"아뇨. 음... 뭐라고 해야 하지? 팔에 전기가 통한... 달까? 그런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집중해야 돼요. 조금만 딴 생각을 하면 바로 그 느낌이 끊기거든요. 자꾸 하다 보니까 쉬워지던데요?"

창공은 아린의 말을 듣고선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늑대에게 화살을 쏘았을 땐 늑대를 꿰뚫어 버리겠다는 생각을, 산맥에서는 저를 죽이려 했던 자들을 산산조각 내겠다는 살의를 품었지 않던가.

살의만큼 굳센 의지, 강한 감정이 있을까. 맹렬하면서, 차디차고, 끈적하다. 감정이 무딘 그도 살의만큼은 잘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대관식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대관식이 끝나면 아마 방 빼야 할 거고. 지금 놀 때가 아니에요, 다들. 죽어라 움직일 때라고요. 그래야 안 죽어요."

그의 말에 우스운 데가 있었는지 일행 몇몇이 피식거렸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남을 웃기려 한 말이 아니었다. 살짝 불쾌하긴 했지만, 이런저런 일에 일일이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다.

* * *

대관식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곳곳에서 각국의 사절들이 룬덴에 도착하고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에드워드 왕자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이었다. 교황청에서 파견한 추기경부터, 북대륙과 남대륙에 있는 각 나라들의 외교 사절들, 그리고 알펜시아의 귀족들까지.

덕분에 왕성 근위대와 룬덴의 경비병들은 타국의 인사들에 대한 경호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어찌 힘든 것이 그들뿐이랴. 대관식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전례 대신부터, 타국의 사절들을 맞이하는 외무 대신, 그에 따른 제반 비용들을 검토하는 재무 대신. 이 외에도 알펜시아의 모든 관료들은 눈썹이 휘날리도록 일해야만 했다.

그러던 와중 왕실의 인사들을 긴장시키는 사건이 두 차례 있었다. 왕립 해군 사령관 에일스 백작과 콘워스 변경백의 입성이었다. 사실상의 역도로 여겨지던 그들이 대관식을 앞두고 룬덴에 온 것이다.

각각 사병 오십을 이끌고 온 그들은 룬덴에는 입성했지만 왕성에 방문하여 알현을 청하지는 않았고, 단지 적당한 처소에 머물렀다. 당장 체포하자는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도 아니나, 대관식을 앞두고 국내와 국외의 눈이 이곳 룬덴에 쏠린 지금 일을 도모하기 쉽지 않았다. 국가적인 망신이 아닌가. 아마 두 귀족도 그쯤은 계산했으리라.

충성 맹세를 차일피일 미뤄오던 에일스 백작과 왕자의 암살을 기도했던 콘워스 변경백. 이들이 공식적으로 역모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기에 아직까진 명분도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왕실의 직속 봉신인 두 귀족은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역심을 품었다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

비록 눈 가리고 아웅이긴 했으나, 왕실 각료들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대관식에 참석하는 것을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역도가 될 수는 없으니. 물론 콘워스 변경백 같은 경우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암살 기도를 공식화시켜 체포할 수 있겠으나, 앞서 말했듯 대관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었다.

역도들이라 그런지 과연 대담하다는 비아냥과 함께 내무 대신은 그들의 처소에 경비를 빙자한 감시 인력을 충원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려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관식을 이틀 남겨두게 된 날.

알펜시아의 전례 대신. 궁정 귀족 카벨 자작. 활 솜씨로는 나라 안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 나이가 마흔 가까이 되고 몸집도 커다란 사내가, 닭똥 같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소매로 눈물을 닦았지만, 그 이상으로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기에 별 소용은 없었다. 평소 눈물이 적은 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눈을 비볐겠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홀로 우는 것도 아니었다. 이백 명의 합창단과, 두 에트로지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체통을 지키지 못한다며 비웃지 않았다.

합창단도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울지 않는 자는 단둘. 창공과 아린.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실로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었다. 이백은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에, 하나는 이백이 만든 결과물에 감동하여 울었다.

"대신님."

포디움 위에 올라 자작에게 등을 보이고 섰던 창공이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만하면 대관식에 연주회를 올려도 되겠습니까?"

"하하하하..."

자작의 웃음소리는 투명했다. 어린아이들의 웃음처럼. 눈에선 아직도 눈물이 흘러내리나, 입가엔 미소가 만발했다.

"올려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네. 이 정도라면 내가 허락을 구해야 되겠군. 부디 올려 주겠나?"

"그러겠습니다."

창공과 아린은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한 명의 지휘자, 한 명의 연주자, 이백 명의 합창단은 카벨 자작의 앞에서 치러진 비공개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오오... 이럴 수가. 도대체 뭘 들은 건지 모르겠네. 분명 본 대신은 연주가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지고의 행복을 누렸으나... 지금에 와선 모든 것이... 실로 꿈같기만 하다네. ...정녕 본인이 음악을 들은 것이 맞는가? 그것이 음악이었던 말인가...?"

자작은 몽롱한 시선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창공과 아린은 그의 모습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연주회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그들은 대관식 날, 이곳 알펜시아에 문화 침략을 가할 것이다.

그 침략은 총칼의 침략이 아니고, 대포와 같은 침략도 아니다. 그들의 침략이 알펜시아에 가져다줄 충격은 마치 히로시마에 처음 떨어졌던 핵폭탄과도 같은,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이었다. 에드워드 왕자의 대관식은 이제껏 다이셀리시아에서 그 어떤 왕도 가질 수 없었던 대관식이 되리라.

"도대체 이런 음악을 만든 자는 누구란 말인가? 실로 불경한 말이지만, 음악의 신이라도 되는 것인가?"

"귀머거리였습니다."

자작은 창공의 말에 잠시 침묵하고는, 곧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하! 자네! 자네는 정말...!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군!"

"예, 많이 웃으십쇼."

창공이 시선을 돌리며 작게 중얼거리고, 아린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실없이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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