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떠돌이들-60화 (60/178)

〈 60화 〉 Cloud 9 (6)

* * *

"나 담배 좀 필게."

"으, 안 피면 안 돼요?"

"어."

오빠는 내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선 품속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저놈의 담배 좀 끊으면 안 되나. 그래도 내가 인상을 찌푸렸던 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그 뒤에 한마디가 더 붙는다.

"창문 열면 되잖아."

"활짝 좀 열어요."

벽에 난 창문이 열리고, 차가운 밤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기껏 벽난로로 데워졌던 따스한 방 안이 싸늘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내 코를 찌르기 시작하는 담배 냄새. 당연하지만, 창문을 연다고 연기가 다 밖으로 나가는 건 아니다.

오빠는 창가 옆에 의자를 갖다 놓고 거기에 앉아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오빠의 모습은... 담배 피우는 사람의 모습이 멋져 보이는 걸 보니 내 사랑도 정말 중증인 것 같다.

나도 멍청하게 오빠 앞에서 서있을 생각은 없었다.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서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졌다. 시원한 바람이 내 셔츠 안으로 들어와 몸을 식히고, 발가락 사이를 휘감으며 땀을 날려보냈다.

그러고 보니 향수도 있었지.

침대 머리맡에 둔 향수병을 집어 들어 손목에 뿌리려던 나는 고개를 작게 내저으며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향수를 뿌리면 소리가 날 거고, 그 향으로 내 땀냄새를 가리려고 하는 것을 오빠에게 들키고 만다는 사실이 괜히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계획은 다 틀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우연히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면서 점점 친밀감을 쌓아 간다. 첫 키스는 겨울에 하는 것이 좋다. 긴 목도리 하나를 나눠 두르고, 서로를 끌어안고 입술로 체온을 나눌 생각이었다.

그렇게 수백 번의 키스와 수백 번의 포옹이 있은 다음에, 여의도 공원 벤치에 앉아 불꽃을 바라보며 아름답고 따스한 고백을 받는 거다. 서로를 서로에게 맞춰 가며 진실한 마음을 확인한 두 남녀는, 그날 밤 침대에서 서로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한다.

그래. 계획은 있었다. 오빠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수백 번의 키스도, 수백 번의 포옹도 없었다. 사랑의 확인도 없었다. 원래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틀어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말해 봐."

오빠가 나지막이, 혼잣말을 하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소원."

후, 하는 소리와 함께 오빠의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나를 바라보곤 있었지만, 눈빛은 너무나도 무심했다. 굳게 다짐했던 마음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나유 언니의 양보를 헛되게 할 수는 없으니.

"내 남자가 되어 줘요. 나도 오빠 여자가 될 테니까."

"..."

두 번째 담배가 오빠 입에 물려졌다. 나름 용기를 낸 고백이었는데, 반응이 없으니 섭섭한 마음마저 들었다. 너무 직설적이었나? 그래도 난 직진뿐인걸.

"아린아. 너도 알겠지만, 내가 왜 나유의 고백을 받아들였을 거 같아? 내가 나유를 사랑해서?"

"아니잖아요."

"아니지."

너무나 담담한 인정. 그래.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나유 언니가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언니가 너무나 불쌍해서 그렇게 생각하기 싫어도 오빠의 눈빛을 보면 부정할 수 없다. 언니도 알고 있을까. 물론 알고 있겠지. 상상 이상으로 잘 알고 있을 거다.

"내가 나유의 고백을 받은 이유는, 첫째로 내게 고백했기 때문이야. 둘째로 거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고."

그런데도 언니는 오빠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짝사랑보다 더 가슴 아픈 사랑이다. 짝사랑은 결말이 있으니까. 고백해서 이뤄지거나, 거절당하거나, 혹은 기억 저편으로 잊히거나.

하지만 언니의 사랑은 영원히 짝사랑이다. 마주 볼 사람 없이 일방통행의 편도 1차선을 묵묵히 걸어갈 뿐인 사랑.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지만, 결말이 나지 않는 사랑.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비극이다.

"솔직하네요."

"거짓말을 했으면 네가 몰랐을까?"

"아뇨."

그리고 여기, 그런 사랑을 시작하려는 바보 같은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요?"

"난 지금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기회?"

"솔직히 말해 줄까? 난 그냥 여기서 네 고백을 받아들인 다음, 침대 위에서 널 가지면 그만이야. 네가 날 여기 데리고 왔고 나유가 없다는 건, 걔도 동의했단 거겠지. 양다리를 걸치면 택이 형이나 히사시가 대놓고 이상하게 보긴 하겠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오빠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굳이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난 네 남자친구가 되고, 기회가 있으면 잠자리도 요구하겠지. 난 섹스와 사랑은 분리하자는 주의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성관계는 단순히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넌 오늘 나와의 섹스를 꿈꿨을 거야. 왜?"

반쯤 탄 담배꽁초가 창밖으로 던져졌다.

"너 같은 고집쟁이가 자기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렇게까지 해서 나한테 집착하고 싶어?"

"네."

"왜."

"사랑하니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오빠를 사랑하고 싶으니까요. 그것마저 제 신념이에요."

"신념을 위해서 신념을 꺾어?"

"작은 신념은 더 큰 신념 앞에서 꺾이는 법이죠. 내가 말했잖아요. 오빠는 내 남자가 될 거라고."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린아. 질문 하나 할 테니까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 너 다른 남자랑 잔 적 있어?"

"없어요. 사귄 적도 없고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과감한데. 연애 시작하고 첫날부터 상대에게 섹스를 요구한다고? 아, 오해하지는 말고. 싫지는 않아."

"평생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절 내주겠다는 게 잘못된 감정인가요? 오빠 부모님이 오빠에게 헌신한 것처럼요."

"하하하...!"

오빠는 부모님 말이 나오자 뭐가 그리 우스운지 배를 잡고 웃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 알아?"

"..."

"그 사람들 얘기는 함부로 꺼내지 마."

뭔가가 어렴풋이 잡히는 느낌이 났다. 오빠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랄까. 난 운이 좋아 따뜻한 부모님 밑에서 자랄 수 있었다. 오빠는 어땠을까.

"그렇게 살면... 외롭지 않아요?"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다.

"장담하는데 내가 너보다 친구는 더 많을걸. 넌 좀 기준이 깐깐하잖아."

"말 돌리지 말아요."

"서울중앙지검의 스타 검사 부부는 사랑 없이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야."

오빠는 남 말 하듯 그런 소리를 했지만, 아마 오빠의 부모님 이야기이리라.

"사회적인 성공과는 비교도 안 되게 중요한 게 있어요. 우리는 사회를 돌리기 위한 기계가 아니에요. 오빠는 기계 부품이 아니에요. 우리는 사람이고,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해요.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보듬는. 다시 물어볼게요. 외롭지 않아요?"

"네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야."

"대체 내 어디가 그렇게 무섭죠?"

"내가 널 무서워한다고?"

"안 그러면 절 거부할 이유가 뭐죠. 오빠가 나유 언니를 받아들였듯이 절 받아들이면 될 텐데. 기회? 우리 관계를 재고할 기회를 준다고요? 절 위한 기회인가요, 오빠를 위한 기회인가요?"

나는 묵묵히 날 쳐다보는 오빠의 시선에도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릿속에서 용암 같은 불길이 솟는 느낌이었다. 지금이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오빠의 소중한 사람이 될 거예요. 내 가슴 안에 있는 온기를 오빠에게 줄 거야. 오빠는 나로 인해 바뀔 거고요. 가만히 있어도 돼요. 내가 다가갈 테니까."

톡. 톡.

단추가 풀어지고, 셔츠가 내 몸을 스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얀 예복 바지도 벨트가 풀리자 툭, 하는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벗겨졌다. 이제 내 몸에 걸쳐진 옷이라곤 위아래 속옷 한 장밖엔 없었다.

싸늘한 공기에 몸이 살짝 떨렸지만, 난 용기를 내어 오빠 앞으로 걸어갔다.

"사랑해요. 오빠를 잔뜩 바꿔놓고 싶을 만큼."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빠가 두 손으로 내 겨드랑이를 붙잡고 날 들어 올렸다. 둥실, 하고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앗!"

오빠는 날 침대 위로 내던졌다. 그리고 얼굴이, 오빠의 얼굴이 나에게 다가왔다. 기대하던 첫 키스가 이렇게 이뤄지는 것이다. 두 입술이 맞닿고, 오빠의 혀가 내 입술을 건드렸다.

나는 머뭇거리며 입술을 벌렸고.

첫 키스의 맛은, 담배의 씁쓸한 맛이었다.

"푸헤에..."

서로의 입이 떨어졌다. 타액의 선이 나와 오빠 사이로 쭉 늘어지더니, 이내 끊어졌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머리가 아찔했다. 사랑 없는 키스라는 걸 알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이기에 괜찮았다. 쓰디쓴 키스는 달디 달았다.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던 오빠는 다시 키스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나도 적극적으로 오빠와 혀를 얽혔다. 두 팔을 뻗어 오빠의 머리를 감싸 안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얼굴은 떨어졌다.

"아..."

나도 모르게 아쉬움의 한숨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부끄러워져 손으로 얼굴을 가리니, 저 너머에서 오빠가 옷을 벗는 소리가 났다.

"창문... 닫아 줘요..."

다행히 오빠는 내 말을 들어줬다. 이제야 솔직히 고백하는데, 실은 여관에서 오빠와 언니가 같이 잘 때 언니가 내는 신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불가항력이었다. 방음이 좋지 않으니까.

하지만 언니는 그런 것 따윈 신경도 안 쓰는지 나오는 대로 신음을 냈다. 녹아내리는 듯한 여자의 소리. 사로잡혀 몸부림치는 것 같은 소리. 내 입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게 될진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창문 밖으로 새어나가는 일만큼은 막고 싶었다.

"촛불도 꺼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건 안 돼."

"그럴 줄 알았어요."

오빠는 나를 침대에 똑바로 눕혔다. 내 눈에, 입술에, 목에, 가슴에, 배에, 사타구니에 오빠의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너무나 뜨거운 시선. 흥분한 거구나. 이 순간만큼은 솔직히 기뻤다.

늘씬한 나유 언니와는 달리 내 키는 150을 간신히 넘은 수준이고, 가슴도 언니가 더 크다. 그래도 오빠가 내게 욕정 한다는 게 좋았다.

"나 어때요?"

난 살살 웃으며 오빠를 도발했다. 부끄럽고 어색한 첫 경험이지만 그래도 당당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이쪽 분야에선 명백히 오빠가 한 수 위였다.

"아린아."

뺨을 쓰다듬는 오빠의 손길. 그게 너무나 부드러워서, 곧바로 힘이 풀려버린다.

"그러다가 후회하는 수가 있어."

오빠는 내 두 손목을 붙잡더니 머리 위로 올려선 한 손으로 꾸욱 눌렀다. 순식간에 내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아, 부끄러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오빠가 속옷을 벗겼어도 이렇게 부끄러웠을까.

"하앗..."

겨드랑이를 살며시 쓰다듬는 오빠의 손길.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서 짧은 탄성이 뱉어졌다.

"밀었네?"

"뭐, 뭘요..."

"털. 신경 안 쓸 줄 알았는데."

"당연한 걸 묻고 그래요..."

잠시 내 겨드랑이를 매만지던 오빠는 손을 그대로 미끄러뜨려 내 가슴으로 옮겼다. 오빠의 손은 브래지어 외곽선을 따라 둥그렇게 움직이더니, 내 유두가 있는 곳을 살며시 문질렀다.

도대체 거기라고 어떻게 안 거지?

"아, 으..."

"귀엽네."

진심일까,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일까. 뭐든 상관없었다. 내 가슴은 행복으로 물들었으니까. 아, 이거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날 내 주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구나. 보답받지 못해도 좋아. 보답하게 만들 거니까.

이윽고 오빠는 내 배를 쓰다듬고선 배꼽을 살짝 쓸어주고... 거기에서 더 아래로 내려가서... 소중한 곳에 닿으려는 찰나 손을 옆으로 움직여 허벅지 안쪽을 톡, 톡, 건드렸다.

"아..."

왜였을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오빠가 내 허벅지를 만져주는 것도 좋았지만, 거기보단... 다른 곳을 만져줬으면 했는데.

"아린아. 주먹 한 번 쥐어 볼래?"

"갑자기요?"

영문은 모르겠지만 오빠가 하라니 시키는 대로 했는데, 오빠는 주먹 쥔 손을 내 아랫배에 갖다 댔다.

"자궁 크기는 주먹의 크기 정도 된다고 하더라. 이쯤에 우리 아린이 자궁이 있는 거네."

"오, 오, 오빠! 무슨 소리를..."

"몸이 작아서 그런지 자궁도 작네. 난소는 이쯤에 있으려나."

브이자로 세워진 검지와 중지 손가락이 내 아랫배의 어느 지점을 살짝 눌렀다. 미치도록 부끄러웠지만, 어쩐지 배 안쪽이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가랑이에서 압박감이 들어 살펴보니 나도 모르게 스스로 허벅지를 조이고 있었다.

"오빠... 나 일부러 부끄럽게 하는 거죠. 아까 내가 무섭냐고 했던 거 지금 복수하는 거잖아요."

"그건 네 생각이겠지."

"거짓말..."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오빠가 팬티 위로 내 음부를 매만졌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웠지만 명백히 내 균열의 중심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눈을 꼭 감으니, 다시 오빠가 키스를 해왔다. 나는 마치 지금의 부끄러움을 잊으려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오빠와 혀를 섞었다.

"아린아. 젖어오는데?"

"몰라요!"

오빠는 킥킥대며 내 팬티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내 등 뒤에 손을 넣어 상체를 살짝 들더니, 능숙하게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내어 집어던졌다. 팬티도 마찬가지로 벗겨지고, 난 순식간에 오빠 앞에서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엔... 고개를 숙여 내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유두의 흡착감. 당연히 나오는 것은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한쪽 가슴은 오빠의 입에 내어주고, 다른 쪽 가슴은 오빠의 손에 내어주었다. 오빠는 손으로 내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거나, 검지 손가락으로 유두를 집중적으로 자극했다.

나도 모르게 발기한 젖꼭지는 오빠의 손가락에 쉴 새 없이 희롱당했다. 미칠 것 같지만 않았지만 저릿한 감각이 가슴 끝에서 느껴지고, 심장이 점차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기라기엔 너무 큰 오빠였지만, 내 가슴을 물고 있는 걸 보니 어쩐지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이게 모성애라는 걸까. 어쩐지 오빠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는 실제로 그러려 손을 뻗었지만, 그것보다 오빠가 내 가슴에서 입을 떼는 게 먼저였다. 서늘한 공기 탓인지 내 가랑이가 젖어있는 게 선명히 느껴졌다. 이러다가 시트가 다 젖고 말 텐데. 밑에 수건이라도 깔았으면 좋으련만.

"자, 이렇게 하자. 옳지."

오빠와 난 자세를 바꿨다. 오빠가 침대 헤드에 등을 대고 앉고, 나는 오빠 가슴에 등을 기대는 것이다. 키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품에 쏙 안길 수 있었다. 꼬리뼈 부분에서 딱딱하고 맥박치는 뭔가가 느껴졌다.

이게 내 안에 들어온다고? 거짓말...

"아린아. 힘 빼. 편하게 있어."

오빠는 손가락으로 내 치구 부분을 건드렸다. 비너스의 언덕이라고도 부르는 바로 그곳이다.

"음, 털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있네? 갈색이라 어두운 곳에서는 잘 안 보여서 그런가."

"하으으..."

내 머리칼은 한국인들 중에선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는 천연 갈색이었다. 당연히 다른 부분의 체모들도 그 색깔을 따라갔고, 음모도 마찬가지였다.

"얇고 부드러운데?"

"그만... 해요..."

"우리 아린이 보짓살도 토실토실해서 쓰다듬는 맛이 있고."

"제발... 그만 하라니까..."

그렇게 날 놀려서 소소한 복수를 한 오빠는 포피 위로 내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마치 고요한 물웅덩이에 돌멩이가 던져진 것처럼, 쾌감이 파동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하아아... 하앗..."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거칠어진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민감했던가? 평소에 잘 만지지도 않았었는데...

곧이어 미약하게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오빠는 포피를 젖히고선 손가락에 내 질구에서 새어 나온 애액을 묻혀 직접 클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쾌감이 내 머리를 잠식했다. 이슬비와 소나기의 차이랄까.

"안 돼... 그, 그만 좀..."

나는 무력하게 오빠의 품 안에서 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오빠는 다리를 이용해 내 종아리를 꽉 누르며 방해받지 않고 계속 날 애무했다. 뭔가가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은 뭔가가.

하지만 오빠는 곧 손길을 멈추었다. 요의와도 비슷한 그 느낌에 난 몸을 떨었고, 만족한 듯 내 머리를 쓰다듬는 오빠의 손길이 느껴졌다.

"안에 손가락 넣을게. 움직이면 너무 안까지 푹 들어갈 수 있으니까 움직이지 말고. 힘 풀고. 알았지?"

"네..."

거부권은 없었다. 난 얌전히 다리를 벌리고 침입을 허용했다. 평소엔 좁디좁았던 구멍은 푹 젖은 탓인지 너무나 쉽게 오빠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들어가는가 싶던 손가락은 이내 다시 밖으로 나오며 점막을 긁었다. 오빠는 중지로 질 입구를 자꾸 자극했고, 간질간질하는... 미치도록 애타는 그 느낌과 함께 점점 애액이 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러기도 잠시, 손가락은 결국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한 마디쯤 진입했을까. 뭔가에 손가락이 걸리는 게 느껴졌다. 얇으면서도 신축성이 있는 점막. 내 처녀막이었다. 이제 곧 오빠에 의해 찢겨나갈, 내 순결의 증거.

"하아아아..."

나는 끝없이 한숨에 가까운 신음을 냈다. 오빠는 손가락 끝으로 처녀막을 건드리며 둥글게 문질렀다. 뒤에선 오빠의 성기가 자꾸만 커져갔다. 내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화를 내는 것이다.

찔꺽...

그렇게 한동안 내 처녀막을 괴롭히던 손가락이 빠져나오고, 그 끝을 따라 애액이 길게 늘어졌다. 난 드디어 그 순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오빠에게 꺾이는 거구나.'

이십 년 가까이 지켜 왔던 순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친다.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게 될 순간. 오빠의 여자가 되는 순간.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오빠에게 나를 주고 싶었다.

"오빠. 가만히 있어 봐요."

"야. 너도?"

"네?"

"아니야."

스스로 팬티를 벗는 오빠. 처음 실제로 보게 된 남성기는... 내 작은 몸에 비하면 너무나도 크고 흉악했다. 게다가 뜨겁게 맥박치는 모습을 보라. 아무리 봐도 저런 게 안에 들어오면 아플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이러는 게 아니던가. 나는 마주 보는 자세로 오빠의 허벅지에 걸터앉아 내 아랫배에 오빠의 성기를 갖다 대었다. 길이를 재 보려는 것이다.

...으아아, 배꼽을 넘어서는 정도다. 배꼽 아래에 자궁이 있으니까... 내 질로도 오빠의 물건을 다 품을 수 없다는 거다. 괜찮을까 이거.

꿀꺽.

난 침을 삼키고 무릎을 세워 내 질구를 적당한 곳에 위치했다. 두 손은 오빠의 어깨 위에 두고, 시선은 오빠와 마주했다.

"분명히 말할게요. 오빠는 꼭 날 사랑하게 될 거예요. 정말로."

"넌 날 못 바꿔."

"오빠도 날 포기시킬 수 없어요."

허리를 살살 내려본다. 얼마 내려가지도 않은 것 같은데, 뜨거운 살이 내 가랑이에 닿는 게 느껴진다. 더 힘을 주어 눌러보니 아래가 벌어지는 느낌이 났다. 일단 위치는 맞은 것이다. 음... 충분히 미끌미끌하니까 부드럽게 들어가려나.

그래도 마지막 용기가 필요했다.

"키스... 해 줄래요?"

오빠는 기꺼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난 과감하게 허리를 내리눌렀다.

투둑!

순식간에 넓혀지는 느낌. 뜨겁고 단단한 막대기가 내 몸에 꽂히는 느낌. 그리고...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밀려드는 격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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