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Cloud 9 (8)
* * *
멍했다. 눈꺼풀은 너무 무겁고, 모든 게 불확실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도. 감각들은 파편화되어 뇌에 입력됐다. 혼란한 가운데에서도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보니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무릎에서 감각이 느껴지고 있는 걸 봐선 무릎을 꿇었거나 엎드려 있는 것 같다. 어디에? 아, 부드러운 감각. 침대 위인가? 목도 아파. 축 처진 채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어. 엎드려 있는 게 분명해.
이상하네. 그럼 손바닥으로 아래를 짚고 있어야 하는데. 왜 두 팔을 뒤로 쭉 뻗고 있는 거야.
시야도 온통 하얗다. 하얀데... 명도가 낮은, 꽤나 어두컴컴한 하얀색이다. 대체 뭐지? 나 뭘 하고 있던 거야?
"아항!?"
그 순간, 뒤쪽에서 느껴진 강한 자극과 함께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다. 무언가에 몸 전체가 꿰뚫리는 감각. 몸 안의 어딘가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감각. 하지만 고통은 아니었다. 고통이라기보단 오히려... 쾌감?
너무 저항하기 어렵다. 머리가 핑핑 돌고, 눈앞에서는 별이 왔다 갔다 하며 내 정신을 희롱했다. 난 너무나 강렬한 쾌감에 몸을 이리저리 비틀려 했지만, 다리로는 몸을 지지해야 했고, 팔은 붙잡혀 있었기에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얼마 없었다.
결국 난 등허리를 잔뜩 굽히고, 머리를 위로 젖혔다. 입은 반쯤 벌어져 소리 없는 신음을 내뱉었다. 불가항력.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깨닫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래. 이제 알 수 있었다. 난 오빠에게 붙잡혀 있었다. 침대 위에 엎드려서 팔을 뒤로 붙잡힌 채, 사정없이 삽입당하는 중이었다.
"오빠앗..."
"정신 들어?"
내 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 너무나 어색한 그 느낌에 난 무의식적으로 가랑이에 힘을 줘 조였고, 남성기의 윤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너무나 거친, 파괴적인 살덩어리. 여자의 안에 삽입되기 위해 만들어진 신체 기관.
"아, 하아...! 흐윽, 흑, 흐으으응...! 으아앙..."
너무 부끄럽다. 동물의 교미처럼 뒤에서 삽입당하면서 흥분하고, 신음을 낸다는 게. 이 자세라면 그... 항문도 오빠 눈에 보이고 있을 텐데.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나도 본 적 없는 곳을 오빠에게 보이고 있어.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흥분 기제가 된다. 여자로서 수치스러워야 할, 남자에게 은밀한 배설기관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오빠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왜 난 이런 생각밖에 못 하는 걸까.
부정하고 싶었다. 난 이제 막 첫날밤을 치르는 여자일 뿐인데 이런 걸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아, 아니야아..."
고개까지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한다.
"뭐가 아니야?"
오빠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마치 내가 대답할 여유를 주겠다는 것처럼 삽입의 강도도 약해졌다.
"나... 흐윽...! 이렇게, 까지... 야한 여자... 아닌데에...!"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오오옥...!"
다시 오빠의 성기가 내 안을, 가장 안쪽을 힘차게 짓눌렀다. 자궁에서 전해진 그 느낌에 뇌내 마약이 세차게 분비되고, 난 다시 여자로서의 기쁨에 몸을 떨었다.
"이렇게 야한 여자가 어딨어. 응? 처녀 따이자마자 흥분해갖곤 보지에서 물 질질 흘리는 여자가 어딨냐고. 오빠가 자궁 찔러주니까 좋아 죽겠지?"
"아니, 아니에욧...! 흐앙! 아니얏, 아니야하아앙!"
"안에 싸주니까 좋아서 기절까지 한 주제에. 너처럼 야한 여자는 처음 봐. 누군가 민족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고? 지랄, 그 말이 사실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춘 공화국일 거다."
"말이 심하잖, 히극!"
다행히도 오빠는 그것으로 매도를 멈추었다. 마음의 상처가 될 법한 말들이었지만 일부러 날 골리려고 하는 말인 걸 알았기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그것보다... 안에 쌌다고?
아.
순간 부끄러운 기억이 되살아 난다. 내 안에서 오빠의 그것이 부풀고, 뭔가가 세차게 내 안을 때리는 느낌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져 갔더랬다. 너무 뜨거웠고, 너무 부끄러웠고, 너무 행복했다. 그게 질내사정이었구나.
피임을 하게 되면 결코 느끼지 못할 감각.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속해서 질내사정을 허용하다간 아기가 생기고 말 테니까. 쾌락을 위해 무책임하게 생명을 탄생시킬 수는 없어.
물론... 오빠의 아기를 낳고 싶은 마음은 있다. 아기씨를 받아 소중하게 품어서 잘 키워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그 순간은 나도 준비되고, 오빠도 준비된 뒤에 맞아야 할 순간이니까.
그래도 이미 자궁 안에 꽉 들어찬 정액을 어찌할 수는 없잖아. 빼내고 긁어내도 한계가 있는걸. 그럼 오늘만, 오늘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나. 오빠도 마음껏 내 안에 싼다면 다음부터는 이해해 줄 거야.
"흐으윽, 으앙... 아앙...!"
이렇게 나는 마음 안에 남아 있던 약간의 찜찜한 마음을 털어버렸다. 뭐, 이미 싸버린 걸 어쩌겠어.
"오빠, 키스...! 키스 해줘요...!
고개를 최대한 뒤로 돌리며 오빠에게 키스를 구걸하니, 내 연인은 기꺼이 나에게 입을 맞춰주었다. 난 마치 아이가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처럼 오빠의 혀를 빨고 핥았다. 아래에서는 자꾸 찌릿찌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남성기가 내 자궁을 난폭하게 두드렸다. 너무나 소중한 그곳이 짜부라질 것처럼 압박을 당하고 있는데, 왜 내 몸은 이걸 쾌감으로 느끼는 걸까.
"흑, 윽, 흑, 하앙! 아그그극...! 흐억!"
그래도 최대한 참아 봐야지.
"아린아."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날 음탕한 여자라며 매도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
"기분 좋아?"
"바, 반칙! 반칙 쓰지 마요!"
넘어갈 뻔했다. 아직 그렇게까지 쾌락에 굴복하진 않았다고.
"하."
오빠는 짧게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내 손목을 잡은 양손을 조금씩 위로 옮겨갔다. 손목에서 팔꿈치로, 팔꿈치에서 어깨로, 다시 어깨에서 가슴으로.
"흐으응..."
가슴을 감싸 쥐는 오빠의 손. 마치 양손으로 내 심장을 쥐는 것 같은 이 느낌. 나는 늘어진 손을 올려 오빠의 손 위에 올렸다. 꼭 나와 오빠가 함께 내 가슴을 애무하는 것 같았다.
"너 배란일 언제야."
"이제야 그걸, 하앙! 물어보는... 으읏, 거예요?"
"이미 지났겠지만."
난 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에서만 올라오던 자극이, 가슴에서도 올라와 대답하기가 점점 어려워져갔다. 다행히 강렬한 아래쪽관 다르게 가슴은 은은해서 참을 만했지만.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네가 생각도 안 하고 위험일인데 나랑 섹스하자고 올 리가 없잖아."
"그건, 흑...! 그래요."
오빠의 말이 맞았다. 내 생리 주기는 꽤나 일정한 편이다. 엄청 많이 났던 때가 이틀 좀 안 되게? 따라서 주기를 관찰하는 건 꽤나 쉬웠고, 난 지금 배란일을 지나 얼마 안 있으면 생리였기에 오늘 어른의 계단을 오르려 결심한 것이었다.
진짜 뭐 이딴 커플이 다 있어.
"흐앙! 하으으응...! 또, 또. 아깃...! 커지고 있어! 응극!"
"안에 쌀게."
다시 사정할 순간이 온 모양이었다. 오빠는 당연하다는 듯 질내에 사정할 것임을 말했다.
"오늘... 오늘만... 이니까욧...!"
오빠는 대답 없이 속도를 높였다. 이때부턴 어떤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살 위에 반쯤 말라붙은 애액이 다시 살과 부딪히며 나는 팡팡대는 소리가 귀를 잠식하고, 눈앞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앗, 이거 위험해. 뭔가 온다. 온다... 아, 아, 와 버려, 온다! 온다앗!
"흐극, 응그그그그그그긋...!"
머릿속에서 폭죽이 쾅쾅, 터졌다. 배 안쪽에서 자궁이 정액으로 빵빵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났다. 이러다가 터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 다시 고개를 돌렸고, 오빠는 바로 내게 키스했다.
* * *
"후아아아아..."
마음껏 숨을 토해내 본다.
오빠는 내 안에 5번을 사정하고 나서야 나를 침대에 눕혔다. 사실 말이 5번 질내사정이지, 두 번째부턴 대부분이 흘러나와 그대로 침대 위를 끈적하게 적셨다. 으, 이거 어쩌지. 시녀분들이 다 볼 텐데. 약간, 아니. 많이 미안해진다.
축 늘어져 잠시 숨을 고르던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오빠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오빠는 또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빠. 갑자기 궁금한 거 있는데요."
"뭐."
"나유 언니랑 하고선 같이 담배 피워요?"
"어. 걔는 담배 키스도 해 줘. 부러우면 너도 피든가."
"좀 끊어요, 좀."
"뭘 자꾸 끊으라 마라야. 네가 내 와이프라도 되냐?"
오빠의 와이프라... 어감이 너무 좋다.
"혹시 알아요? 나중에 될지? 아니지, 이렇게까지 해 놓고 나중에 결혼 안 해 주면 큰일 날 줄 알아요."
"이미 여자친구 있는 남자한테 접근해 놓고 할 소린가."
"이미 여자친구 있는 남자가 접근하는 여자를 받아들여 놓고 할 소리예요?"
"한마디를 안 지려고 그러네."
"순순히 지려고 해도 못 지겠으니까!"
오빠는 그 뒤로 말이 없었다. 화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반쯤 농담으로 한 소리들이었으니.
질구는 아직도 정액과 애액이 섞인 체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느낌이 참 오묘했다. 뜨끈하면서 미끈미끈. 끈적끈적. 생리할 때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불쾌하다면 불쾌한 느낌이었지만 생리랑은 비교가 안 되게 좋으니 상관없어.
"그나저나 이제 대관식도 끝났네요. 우연찮게 퐁파두르 교수님도 일행에 합류하고... 그나저나 둘이 전에 만났다면서 왜 우리한테 언질도 안 줬어요?"
"딱히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니지, 따지고 보면 중요한 말이 몇 개 있기는 했어. 그런데 그 뒤에 뭐였지. 아, 그래. 궁술 제전 때문에 집중하느라."
"하긴 그 제전 뒤로 여러 일들이 몰아치듯 오긴 했죠. 그런데 무슨 중요한 말인데요?"
오빠가 해 준 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시위를 떠날 화살에 마나가 담긴 것은 다이셀리시아의 통상적인 관념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우리들을 지구에서 부른 것은 교단도, 마법사들도 아니라는 것.
"첫 번째는 몰라도 두 번째는 말하는 게 맞았겠네. 그래도 그걸 안다고 해서 당장 뭐가 되는 건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기는 한데요..."
"너야말로 도서관에서 찾는다고 한 건 찾았어? 못 찾았지?"
"네에."
균형의 어그러짐... 첫날이야 처음 보는 책들에 눈이 돌아갔었지만, 다음날부터는 연주회 연습이 끝나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자료들을 찾았다. 거기에서 여러 유익한 정보들을 찾아낼 수 있었으나 정작 원하는 것을 얻진 못했었다.
글쎄. 내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너무 추상적이다. 세상의 불균형이라니. 어떤 세상이건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할 수 없다. 단지 유토피아에 끊임없이 가까워지려고 해야 할 뿐이지.
한마디로 완벽히 모든 균형이 맞는 세상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찾았던 건 이 세상을 뒤집어 놓을 만한 큰 불균형인데, 그걸 모르겠다. 어디에 역병이 도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기다리는 게 방법일 수도 있지. 영웅이 필요할 정도로 큰 고난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을 거니까."
오빠는 날 질타하지 않았다. 의외라고 생각할 건 없다. 오빠도 그 정도는 짐작하고 있을 테니까. 충분히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오빠는.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서, 아니 많아서 그렇지.
"그래도 이제 일행에 마법사도 있으니까 엄청 막막하진 않을 거야. 듣자 하니 정교수면 어느 나라에 가든 백작 취급을 받는다 하더라고. 좋은 도우미가 되겠지."
"그건 확실히 다행이에요. 다음 행선지는 결정했나요?"
"대충은."
"벌써요? 어딘데요?"
"어차피 내일 일행들 앞에서 또 해야 되는 얘기니까 한 번에 하자."
오빠는 그 말을 끝으로 창문을 닫고 침대로 다가와 내 옆에 누웠다. 이미 몸까지 섞은 사인데, 괜히 쑥스러워진다. 이제야 한 침대에 둘이 누워있다는 게 실감이 나서.
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오빠의 팔을 끌어안고 냄새를 맡았다.
"머리... 쓰다듬어 줄래요?"
"귀찮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해 주는 건 뭔데. 뭐, 어쨌든 이게 어디야.
앞으로 내가 오빠와 함께 걸어갈 길은, 아마 행복보다는 시련이 더 많겠지.
내가 바뀌지 않듯이, 오빠도 쉽게 바뀌지 않을 거고.
슬픔에 지쳐 우는 날도, 고난에 파묻혀 좌절하는 날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이 환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최고로 행복한,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하자. 오빠에게 마음껏 안긴 이 느낌만을 똑 떼어 영원히 간직하는 거야.
천국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 Cloud 9 위에 선 이 지고의 순간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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