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시우를 만나다 (4)
* * *
"..."
문이 살짝 열리고, 그 틈으로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연인과 사랑을 나누던 와중 맞이한 불청객의 침입. 아린은 정신없을 정도로 절정의 쾌락에 머리를 난도질당했음에도 심장에 주저앉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한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침입자의 얼굴은 익숙하고도 친밀한 얼굴이었다.
남나유. 친애하는 언니이자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사이이며, 마음속에 걷히지 않는 죄의식이 향하는 대상.
"...저기. 나 들어가도 괜찮은 거야?"
나유는 방 안의 광경에 당황한 듯 잠시 그들을 지켜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 마침 딱 맞춰서 왔네."
"딱 맞춰서 오다니... 오빠가 언니를 부른 거예요?"
몸을 가리는 것을 포기한 양 사지를 축 늘어뜨린 아린이 고개만 움직여 어이가 없다는 눈길로 창공을 바라봤다. 아무리 그녀와 나유가 친한 사이라도 알몸을 보이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이렇게 된 걸 어쩌겠는가. 그보다는 창공이 나유를 불렀다는 사실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부르면 좀 안 되나?"
하나 언제나 그렇듯, 실로 뻔뻔한 창공의 대답.
"아린아. 너 나 사랑해?"
"갑자기 무슨... 네. 그런데요."
"나유는 어떻게 생각해?"
"사랑하는 언니죠."
"그래? 나유야. 너는?"
문을 닫고 기대어 선 채 창공과 아린을 번갈아 쳐다보던 나유는 장난기 가득 어린 미소를 지었다.
"널 사랑해, 창공아. 아린이도 사랑하는 내 동생이고."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못 할 건 없지 않나?"
"그게 뭔."
"찬성."
몸을 일으키며 힘겹게 반박을 시도했던 아린. 그러나 그것은 나유에게 간단히 가로막히고 말았다.
"언니까지 왜 그래요... 잘 생각해 봐요."
"생각한 건데?"
"언니. 만약에 우리 처지가 반대였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요?"
"응!"
그녀의 대답은 너무나 해맑았다. 아린의 머릿속에 백 가지의 반박이 떠오른들 어디에 쓰겠는가. 나유는 그녀가 무어라 말하든 들을 생각이 없는데.
'내가 미쳐.'
창공이 의도했고, 나유가 동의한 바는 명백했다. 쓰리썸. 난교라고도 부르는 그것. 아린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게, 근본적으로 성관계라는 것은 부끄러운 행위다. 아무리 상대방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내 전부를 보여주는 행위가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그것에 동의한 까닭은 쾌락... 때문도 물론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린에겐 그랬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그 지극한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가 바로 섹스다.
그래, 안다. 자신과 그녀의 사랑은 일방적인 짝사랑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동시에 아린은 창공과의 관계를 가슴 뭉클한 교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만은 그렇게 느끼고 싶었다.
한데 여기에 나유가 끼어버리면 교감도 뭣도 아니다. 그저 짐승처럼 쾌락만을 탐하는 잠자리가 되어버린다. 적어도 그녀의 생각은 그랬다.
"진짜 언니까지 왜 그... 하아."
창공이 마음을 바꿀 리 없으니, 아린은 마지막으로 나유의 이성에 호소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녀는 옷을 훌렁훌렁 벗는 나유를 보고선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오늘만이에요?"
"그건 두고 보자고."
웃음으로 아린의 원망 어린 말을 일축한 창공은 왼손으로 아린의 가슴을 주무르며 나유에게 손짓했다.
"나유야."
"알았어."
알몸이 된 나유가 창공의 부름에 응답하여 침대 위로 기어올라와 그의 사타구니에 머리를 파묻었다.
쪽... 쪼옥...
그녀의 극진한 봉사가 시작되었다.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가 나유의 입안으로 사라지더니, 찌르르한 쾌감이 척수를 통해 창공의 뇌로 전달된다.
"후..."
만족스러운 한숨소리를 내는 창공. 한편 아린은 그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뱃속의 아기가 어디로 나오는지 알게 된 아이의 표정을 보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그녀도 이런 게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기만 하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저게 된다고? 우와... 저 큰 게 언니 입안에... 냄새는? 맛없어 보이는데...'
나유가 자지를 빠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린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진하게 느껴지는 부끄러움과, 쏠리는 피로 뜨거워지는 머리 때문에. 마치 술래잡기 도중 눈을 감으면 남들도 자기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러나 동시에 저 아래. 다리 사이에서 올라오는 미묘한 열기도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영상. 사랑하는 오빠의 그곳에 키스하고, 입으로 물고, 혀로 핥아올리고,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고...
'미쳤어... 미쳤어 김아린...! 미친년...'
"아린아."
"넷! 네...?"
갑작스러운 부름에 깜짝 놀란 아린. 그러나 창공은 그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제 할 말만 했다.
"너도 나유랑 같이 해 볼래?"
"뭐, 뭘요..."
"보면서 몰라. 자지 한 번 빨아 보겠냐고."
그녀의 귓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무, 무,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나? 나유야. 너 지금 뭐하고 있어?"
나유는 창공의 부름에 입에서 자지를 빼냈다.
"자지 맛있게 빨고 있는데? 싫으면 하지 말라고 그래. 아린이는 이런 거 못 하는 애니까."
싱긋, 눈웃음을 지은 그녀. 아린의 시선이 조금 날카로워진다.
"창공아. 솔직히 나랑 할 때가 더 좋지? 내가 가슴도 더 크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더 잘 조이잖아. 그리고 네가 해 달라는 거면 뭐든 다 해 주고. 뭐든지 말해. 널 위해서라면 밖에 나가서 옷 벗고 춤이라도 출 수 있으니까."
"고마워."
그가 칭찬의 의미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자 미소로 응답한 그녀는 다시 고개를 내려 펠라치오를 이어갔다.
한편, 아린은 괜히 발끈했다. 다른 거라면 몰라도 창공을 위하는 마음이라면 자신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저런 말을 들으니 참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가슴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저깟 게 뭐 대수라고?
"언니. 비켜 봐요."
그러나 나유는 아린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지를 빨았다.
"지금부턴 내가 할 거니까요."
"푸하아... 응? 안 한다며."
그래도 근본적으로 매몰차지 못한 것이 나유의 마음. 자지에서 입을 뗀 나유가 아린에게 대답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으로 자지를 잡고 적당한 세기로 대딸을 쳐 주었고. 덕분에 창공은 진한 만족감을 느끼며 두 여인의 대화를 즐겁게 감상했다.
어쨌거나 아주 매몰차진 못하다 해도, 나유는 나유 나름대로 아린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린을 받아들인 건 받아들인 거고 어쨌거나 기본적으로 양보한 쪽은 그녀 자신이었다.
그렇게 창공의 옆에 섰으면 최선을 다해 봉사해도 모자랄 판에, 자긴 받기만 하다니. 침대 시트가 흥건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마 머리가 하얗게 텅 빌 정도의 행복을 느꼈으리라. 그런데도 펠라치오 하나 망설인다는 건 자신으로선 용납하기 어려웠다.
"한다니까요."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애가 이걸? 그럼 따라 해 봐. 자지."
"언니. 내가 못 할 줄 알아요?"
"그럼 해 보라니까? 자. 아. 지."
"자... 자...!"
아린은 새빨개진 얼굴로 입을 열었으나, 두 번째 음절이 목구멍 저편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평생토록 자지니 보지니 하는 말은 입에 담아 보질 않았으니 그 부끄러움이 오죽하랴. 사랑하는 오빠와 친애하는 언니 앞에서 음어를 입에 담아야 하니 그 수치심이 오죽하랴.
그러나 나유는 그녀의 사정 따윈 봐주지 않겠다는 듯 매몰차게 고개를 흔들 뿐이다.
"거 봐. 그것도 못 하면서..."
"지! 자지! 자지요! 자지이! 나 한다면 하는 애거든요! 자지! 자지! 나도 자지 좀 빨자구요!"
"푸하하하하하하!"
창공이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웃는 건 퍽 진귀한 일이었지만, 아린은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는 것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나유를 쳐다봤다.
"자, 됐죠? 이제 비켜 줘요. 나도 한 번 해 보게."
"...헷."
나유도 짧게 웃었다. 어딘가 후련한 데가 있는 그 미소는, 잔뜩 흥분했던 아린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좋아. 어차피 너도 해 봐야 하니까. 그런데 잠깐만 기다려주면 안 될까? 한 번 끝나면 다음번에 네가 이어서 해."
"한 번이요?"
경험이 없는 아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터져 나온 웃음을 정리한 창공이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둘이 같이 해 봐."
"어? 둘이?"
"어떻게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고선 다리를 쭉 벌렸다. 아슬아슬하게 나유와 아린이 들어갈 공간이 나왔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건 역시 나유였다.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다리 사이에 파고든다.
아린도 머뭇거리며 나유와 똑같이 창공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얼굴 앞엔 우뚝 솟은 자지가 있었다. 마치 용광로에서 갓 나온 쇳물처럼 열기가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묘한 감각이었다. 알몸으로 남자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굴욕적인 자세다. 그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앞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굴욕감 대신 당황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랫배와 가슴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배가 된 것이다. 심장과 폐, 뇌를 몸 안쪽에서 전부 녹여버릴 것만 같은 열기였다. 그녀의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작은 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린은 본능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그래, 사이좋게."
나유가 손으로 창공의 자지를 잡고 혀로 건드리기 좋도록 각도를 조절했다. 이윽고 두 암컷의 봉사가 시작되었다. 두 입으로 한 자지를 입에 담을 순 없으니 귀두를 혀로 핥아올릴 뿐인 행위였지만, 창공은 그가 지금까지 받아 온 봉사들 중 최고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 찬 정복감 때문이었다. 무릎을 꿇은 두 여인이 한마음으로 자신의 자지를 혀로 핥고 있다. 이런 경험은 그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사정감은 빠르게 차올랐다.
"어, 나오나?"
나유가 창공을 바라봤다. 사정의 징조를 파악하는 것쯤, 이미 그녀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조금만 더."
"나와요?"
반면 아린은 당혹스러워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정액을 받은 경험은 질내사정 외엔 없었으니,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이 없는 탓이다.
'어쩌지? 지금 바로 내 안에 넣어야 하나? 으... 잘 젖었겠지? 저번보단 덜 아프겠지만...'
고심에 잠긴 아린. 그러나 생각하는 자보다 행동하는 자가 빠른 법이다. 머뭇거리는 그녀를 본 나유는 곧바로 창공의 자지를 입으로 물고 혀끝으로 요도를 자극하며 정액을 보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른손으로는 기둥을 잡고 대딸을 치고, 왼손으로는 고환을 세심하게 주무르며 사정을 도왔다. 입을 떡 벌리고 지켜보는 아린의 눈동자에 그 광경이 강하게 각인되었다.
"싼다...!"
창공은 두 손으로 나유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녀의 입안에 사정했다. 평온한 표정으로 정액을 받아들인 나유는 그것을 입안에 잔뜩 머금었다. 그녀는 사정이 끝나자 요도를 빨아 안에 남아 있는 정액 한 방울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삼키지 않고 있었다.
"세상에..."
아린이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그녀와 나유의 경험은 도무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똑같이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주눅이 드는 기분이었다.
"응웁...!"
바로 그때, 나유가 아린에게 입을 맞춰왔다. 당황한 아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입술 너머로 비릿한 뭔가가 넘어오는 게 느껴졌다. 창공의 정액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그녀의 머리를 꽉 붙잡은 나유가 놓아주지 않아 별도리가 없었다. 그제서야 아린은 눈을 감고 체념한 채 정액을 받아들였다.
이윽고 입술이 떼어지고, 나유가 입안에 있는 것을 꿀꺽, 삼켰다.
"절반은 너한테 줄게. 흘리면 안 돼?"
"우우움..."
아린이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미간을 살며시 찌푸렸다. 비리고, 쓰고, 텁텁하고, 끈적하고, 미끈미끈하고... 어쨌든 좋은 맛이나 식감은 결코 아니었다.
"빨리 삼켜, 아린아."
입에 정액을 머금고 있던 아린은 나유의 조언대로 눈을 꼭 감고 그것을 삼켰다. 그런데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 넘어가는가 했던 정액이 목구멍 너머에 달라붙은 것이다. 불쾌한 이물감이 저 안에서 느껴졌다.
"으... 이거... 잘 안 넘어가는데요."
"안에 붙었어? 걱정 마. 처음엔 자꾸 신경 쓰여도 나중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언니처럼 되려면 얼마나 해야 하는데요?"
"넌 그걸 세니?"
"얘들아."
나유와 아린은 창공이 부르는 소리에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일어나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볼래?"
그녀들은 두말 없이 그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나유는 차오르는 흥분을 느끼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제 진짜 행복을 누릴 차례였다. 옆에 아린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창공과 그녀가 하나가 된 순간만큼은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아린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두 번째 경험. 첫 경험의 고통은 아직도 미세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느꼈던 쾌락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의 자지가 그녀의 가장 안쪽을 찌를 때 느꼈던 그 감각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나중에 창공에게 그것이 자궁구였다는 것을 듣고선 얼굴을 가릴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세상에 그런 쾌락이 있는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늘도 그것만을 바랄 뿐이다.
한데 그 순간, 두 여인의 뇌리를 스치는 어느 생각이 있었다.
'누가 먼저?'
아무리 창공이라도 한 번에 품을 수 있는 여자는 한 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는 말은, 한 명이 그에게 안겨있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손가락이나 빨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단 뜻이었다.
물론 창공은 둘 다 품을 생각일 테니 어차피 다음 차례에 그에게 안길 수 있겠지만... 그래도 둘 중에서 '누가 먼저' 그와 하나가 되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했다.
그리고 창공은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렸다.
"자위 한 번 해 봐. 먼저 가는 사람한테 박아 줄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