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엘랑 비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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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lan vital.우리 알펜시아의 말로 '엘란 바이탈'이라 발음되는 이 아퀴탄어의 한 단어는, 해석하자면 '생명의 비약'이라 할 수 있겠다. 본래 이것은 아퀴탄의 한 철학자가 사용한 개념으로서, 우리 생명의 근원부에 존재하는 어떠한 의지를 나타내는 말이다.끊임없이 맥박치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게 하는 그런 의지. 그것이 바로 élan vital이다.한데 정작 이 생소한 단어가 유명해진 것은 아퀴탄의 유명한 두 기병대, 메종 드 루아Maison du Roi와 장다름Gendarme에서 이 철학적인 개념을 자신들의 전술 교리에 접목시켰다는 사실 때문이다.옆 나라 노르마크의 산양 기병대와 대륙 최강을 겨루는 아퀴탄 기병대가 이런 생소한 시도를 한 것은 온 북대륙에 있는 호사가들이 떠들기 좋아하는 주제가 되었다.'엘랑 비탈' 교리에 따르면 군의 사기란 마치 삶의 의지와도 같아서,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사그라들지 않는 때가 있는 반면에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라도 바닥을 치는 때가 존재한다.전쟁사에서 얻은 지식을 돌이켜보았을 때 전자의 경우 불리한 상황에서도 불타는 의지를 통해 얼마든지 난황을 타개한 사례가 많으나, 후자의 경우 승리한 사례가 매우 드물다. 아무리 뛰어난 명장이라도 병사들이 맞춰 주지 않는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중요한 것은 전황의 유불리가 아니라 끝까지 싸우려는 정신이고 최종적으로 전투, 나아가 전쟁이라는 것은 싸움에 대한 의지가 끝까지 남아있는 쪽이 승리한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메종 드 루아의 원수인 삭스 백작이 남긴 말이 있는데, 한 번 소개하도록 하겠다.[우리 자랑스러운 아퀴탄의 메종 드 루아는 세계 최강의 기병대로서 그 어느 군대보다 의지가 충만하며, 이는 쉼 없이 적을 몰아치는 공격으로 증빙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이 우리의 싸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가? 어떤 행동이 적의 싸움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 있는가? 공격. 오직 공격뿐이다.]장다름의 지휘관이 남긴 말도 보도록 하자.[후퇴와 수비는 용납할 수 없다. 오로지 전진만이 있다. 전진과 공격만이 전쟁의 본질이며, 우리 장다름의 싸움이란 지휘관인 내가 졌다고 인정하기 전까지는 결코 진 것이 아니다.]혹자는 이러한 정신주의에 입각한 전투 교리를 비현실적이라 비판한 바 있으나, 메종 드 루아와 장다름은 그러한 비판에 말로 하는 논박 대신 전과로서 엘랑 비탈 정신의 우수성을 입증... 프랜시스 알링턴 저, [공격전이다] 中
"히긱! 흥그으으읏...! 아하앙!"
"후우우..."
창공에게 깔린 채로 계속해서 신음하는 륀은 정상적인 사고가 이미 불가능한 것 같았다. 눈은 흐리멍덩하니 동공이 풀린 지 오래고, 두 뺨은 말라붙은 눈물자국으로 반들거렸다.
하얗고 보드랗던 엉덩이엔 새빨간 손자국이 몇 개가 겹쳤는지 모를 정도로 나있고, 가랑이 사이 시트는 온갖 체액이 뒤섞인 그 무언가로 축축하게 젖어 음탕한 냄새를 잔뜩 풍겼다. 세탁을 한다고 원래대로 돌아올지 의문일 정도로.
팡! 팡! 팡! 팡!
"항! 아긋, 이기기기긱...!"
남자를 기쁘게 하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덧없이, 륀은 대책 없이 신음을 흘렸다. 아니, 이걸 신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저히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처녀인 주제에 뒷구멍을 쑤셔져 기뻐하는 암컷. 그것이 바로 지금의 륀이었다.
"싼다...!"
"안뎨헤에엣...!"
항문에 정액을 주입받은 륀의 등이 아름답게 휘며 상체가 펄쩍 들리더니, 힘없이 침대에 떨어졌다. 반쯤 떠진 눈은 위를 바라보고, 새빨간 혀는 입 밖으로 살짝 나온 채 침을 질질 흘렸다.
밤새 쑤셔지던 자지가 뽑혀져 나왔다. 창밖에선 새소리와 함께 어슴푸레한 새벽빛이 새어들어온다. 그 희미한 빛으로도 륀의 엉덩이에 말라붙은 하얀 체액과 거품들이 선명히 보였다.
"와, 밤새도록 했네. 오늘은 마차 안에서 좀 자야겠다."
창공은 슬며시 웃으며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사실 이건 그의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밤을 새면 좋지 않다. 결국 잠을 보충해야 하니까. 하지만 륀의 뒷구멍이 이토록 쫄깃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기에 어쩔 수 없었다.
찰싹!
괜히 장난기가 돈 그는 지난밤 동안 수없이 때렸던 륀의 엉덩이를 다시 한번 때렸다. 손에 감기는 느낌도 좋고, 반응도 좋다. 때리는 맛이 있는 엉덩이다.
"힝기이잇?!"
엉덩이를 맞은 륀이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를 냈다.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그 소리에선 오로지 쾌락과 흥분만이 느껴질 뿐. 이제는 그녀 자신도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으리라. 스팽킹을 당하는 것으로 쾌감을 느끼는 음탕한 몸이라는 것을.
창공은 그런 륀을 위해 뭔가 선물 하나를 해 주고 싶었다. 뭐가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마침 이런 때에 써먹으려 준비해 둔 것이 있었더랬다.
"여깄네."
반질반질한 촉감의 애널 플러그. 만든 사람의 짓궂은 마음에 그렇게 한 것인지 어쩐 것인지 손잡이 부분이 하트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그는 꼼꼼하게 윤활유를 바른 다음 플러그를 륀의 눈앞에 갖다 댔다.
"이, 이게... 머햐아..."
"칠칠맞게 뒷구멍으로 정액이나 흘리고 있잖아. 똑바로 못 조이는 것 같아서 이걸로 막아 주려고."
"안대해애...!"
"그럼 조이던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플러그가 뒤에 박히는 건 싫은지, 륀은 필사적으로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몸은 주인의 명령을 무참히 배신했다. 부드럽게 벌어진 애널에선 하얗고 탁한 정액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하긴 지난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쑤셔진 구멍이다. 자지가 왕복할 때는 물론이고, 자지가 뽑히고 나선 계속 비즈로 괴롭히며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안 되겠네."
"응호오오옥!"
창공은 륀의 애타는 노력을 무시하고 그대로 플러그를 칠칠맞은 애널에 박아 넣었다. 크기가 꽤나 있었지만 부드럽게 들어간 플러그는 륀의 애널을 꽉 틀어막았다. 그는 그대로 륀을 들어 욕실로 들어간 다음 깨끗이 씻겼다. 그러고 나서 자기도 씻으려니,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이거 뺄 거야."
"안 돼."
"뭐?"
정신은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힘은 없는 탓에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은 륀이 황당한 눈빛으로 창공을 쳐다봤다. 그나마 앉은 자세도 영 불편했는데, 똑바로 앉으면 플러그가 마치 안으로 전부 파고들 듯이 그녀의 아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하고 있어. 허락 없이 빼면 알지?"
"미친 거 아냐?"
"정액 흘리면 벌받는다."
그녀는 그쯤에서 대응하는 것을 포기했다. 자꾸만 뒷구멍에서 느껴지는 이 압박감. 그리고... 이젠 분명하게 느껴지는 쾌감. 륀은 끝없는 저 아래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슬며시 고개를 쳐드는 무력감도.
샤워가 끝나고, 둘은 욕실을 나와 옷을 입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둘은 아니었다.
"넌 그대로 있어."
"또 뭐 시키려고."
창공은 륀을 깔끔히 무시한 채 옷을 차려입었다. 어차피 그의 말을 거슬러 봤자 소용이 없었기에 륀은 그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앞에 서있기만 했다. 그는 옷을 입고 있는데 자긴 알몸에 오직 스타킹과 가터벨트만 착용한 채로 있으려니 마치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것만 같아 굴욕감에 절로 입술이 깨물렸다.
다 차려입은 창공은 바닥에 널브러진 륀의 새하얀 팬티를 집어 들었다. 모든 옷은 관장을 시작하기 전에 벗었기에 뽀송뽀송했다.
"옷 입자."
"나 혼자서 입을 수 있어."
"안 돼."
륀의 표정이 무참히 구겨졌다.
'도대체 이 남자는 어디까지 내게 굴욕을 줘야지 만족하는 거야...!'
이제는 동등한 성인으로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그녀가 바라본 창공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마치 이 행위는 륀에게 굴욕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한다는 것처럼.
"너는 내 소유야. 관리 책임도 나한테 있어."
"물건 아니거든?"
"몰랐어? 너 물건이야. 내 허락 없이는 옷도 못 입는 물건.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다리를 벌리는 물건. 알았으면 입다물고 한쪽 발 들어. 아니면 그렇게 나한테 보지를 보여주고 싶었어?"
"크으으으..."
이를 악물고 노성을 흘리는 륀. 하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창공의 명령에 따르는 일 외에는.
의외로 옷을 입히는 창공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팬티를 입히고, 다음으로 브래지어를 채운다. 컵 안에 가슴을 모아주는 꼼꼼함까지. 다음으로 셔츠와 치마. 앞에 선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단추를 채워 주는 모습은 그녀가 전에 꿈꾸던 연인의 그것과도 같았다.
'아니야... 이 남자는 연인 같은 게 아니야...!'
그러거나 말거나 창공은 그녀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이상한 곳은 없나 점검했고, 다 끝났다는 판단이 서자 그녀의 엉덩이를 한 번 톡, 두드려주었다.
"흐읏...!"
반사적으로 항문이 조이고 슬슬 적응이 되어가던 플러그의 감촉이 다시 강하게 느껴져서, 륀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제 나가 봐. 아침 먹으려면 아직 시간 조금 남았으니까 더 자든가 하고. 나는 안 먹을 테니까 일행들한텐 그렇게 전해."
그는 이제 할 거 다 했다는 듯 침대에 누우며 손을 흔들었다. 이제서야 해방된 륀은 아무 말 없이 뒤돌아 방을 나섰다.
"휴우우..."
잠시 복도 벽에 기댄 채 한숨을 쉰 륀은 자신과 동생의 방으로 향했다. 걸을 때마다 엉덩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각. 거기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빠질 것 같아 적당히 힘을 유지해야 했다.
절망, 굴욕, 쾌감, 다시 또 굴욕.
복잡한 심경의 륀은 문고리를 돌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예전에 익숙했으며, 한때는 그리웠으며, 이제는 다시 익숙해진 아스터의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다스려주었다.
아스터는 침대 위에 똑바로 누워 이불을 덮고 곤히 잠든 채였다. 바로 이것이었다. 아스터의 평화를 위해서 그녀가 지난밤 그 곤욕을 치른 것이었다. 이걸 위해서라면 륀은 그 무엇이든 해낼 수 있었다.
'아스터... 나 힘낼게...'
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잠이 깨지 않도록 발걸음도 조심하며 아스터의 침대에 다가간 륀은 천천히 아스터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떠지며 자매의 시선이 서로 맞닿았다. 살짝 놀란 륀은 아스터에게 손을 뻗은 그 자세 그대로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굳어버렸다.
"아..."
살며시 탄성을 흘리는 륀과 달리 아스터는 표정 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불 속에서 하얀 손이 나오더니, 살며시 륀의 손을 밀어낸다.
"아스터..."
"언니가 내게... 시간을 좀 주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고 그 뒤로는 말이 없었다. 륀은 충격을 받은 것처럼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섰다. 잠시 동생의 손이 닿은 부분에서 온기가 느껴졌지만, 그것은 새벽의 찬 공기에 의해 너무나도 쉽고 덧없게 사라졌다.
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자기 침대로 돌아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안에서 마치 태아처럼 몸을 둥글게 만 그녀는 두 손을 입가에 갖다 대고 입김을 호호 불었다.
'온기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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