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엘랑 비탈 (6)
* * *
알펜시아는 영토 자체가 카르디해와 남해라는 내해에 접해 있다. 게다가 저 시엘 산맥 방면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알펜시아 산맥에 막히기까지. 덕분에 전 국토가 여름과 겨울에 걸쳐 온난한 기후를 유지한다.
한여름에 햇빛은 내리쬐지만 습도가 낮은 탓에 그늘에만 들어가면 그다지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것저것 다 따져 보면 지구의 지중해성 기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온 지는 그렇게까지 오래되진 않았으나, 창공은 알펜시아의 여름밤이 좋았다. 여름은 여름이니 밤에도 공기 중에 온기가 다소 남아있긴 했지만 덥고 습한 한국에 비해 여긴 건조하니 꽤나 기분 좋은 포근한 밤공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딱 반팔만 입고서 즐겁게 밤에도 돌아다닐 수 있는 정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이도 쾌적했고, 간혹 땀이 날라치면 때맞춰 불어오는 바람으로 충분했다. 밤산책을 하다 땀에 젖어 돌아올 것도 없다.
그리고 마지막 이점.
"륀. 안 춥지?"
"...네, 주인님."
이런 날씨엔 알몸으로 땅바닥을 기어 다니더라도 그리 춥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의 손바닥과 무릎에는 가죽으로 만든 보호구가 덧대어져 있었다. 물론 성인용품점에서 창공이 구매한 것들이었다. 어쨌거나 그는 자기 물건에 흠집이 나는 것을 싫어했다.
"어, 저기 누가 본다."
"...!"
"농담이야. 이런 밤중에 누가 있다고."
"...흐으읏... 하읏..."
작은 거짓말에도 깜짝 놀라서 몸을 떠는 륀의 모습은 참 각별했다. 등불로 어둠을 밝히는 세상의 밤은 참 어두웠다.
'밤에 하는 일이라고는 섹스밖에 없다고 했던가. 하긴.'
이렇게 륀을 이끌고 밤의 거리를 걸으니 그 말이 이해가 됐다. 이렇게나 어두우니 말이다. 의지할 것이라고는 오직 달빛밖에는 없다. 그나마 오늘이 보름달이 아니라는 사실이 륀에게는 위안거리이리라.
비록 보름달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륀의 하얀 나신은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창공은 자기 앞에서 천천히 네 발로 기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눈에 담았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하얀 두 엉덩이. 문자 그대로 달덩어리 같다. 커다랗고 반들반들해서 언제 봐도 한 대 쳐 주고 싶게 생긴 엉덩이는 달빛 아래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자신을 과시했다.
더군다나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해서 실룩거린다. 기어아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절로 남을 유혹하는 듯한 그 모습에 창공의 자지가 아플 정도로 발기했다.
게다가 그림자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엉덩이 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도톰한 보지의 윤곽까지. 저기에 박을 수 없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약속을 지킬 예정이었다.
물론 이번에 입술을 뺏어온 것처럼 반쯤 억지를 써서 시도할 수야 있겠지만 입술과 처녀는 엄연히 다르다. 그것만큼은 역시 륀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해서 그는 륀이 자신의 처녀를 스스로 바치게 만들 생각이었다. 애널 섹스도 좋다. 하지만 역시 암컷의 욕망은 자궁에 남자의 씨를 받는 것으로 귀결되는 법. 륀의 몸은 벌써부터 음탕한 암컷의 육체로 익어가고 있었다.
점점 애달파질 것이다. 보지로, 자궁으로 자지를 받고 싶다는 마음에. 결정적인 무언가가 빠졌다는 생각이 자꾸만 날 것이다. 그리고 더는 자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창공은 그때가 륀이 완전히 굴복하는 때일 거라고 예상했다.
다시 그의 시선으로 돌아가서, 엉덩이 다음으로는 역시 잘록한 허리, 매끈한 등과 가냘픈 어깨가 보였다. 뒤에서 자지를 박을 때 손잡이로 쓰기 좋은 허리는 말할 것도 없고, 날개뼈가 도드라지는 등의 풍경은 최고다. 동그란 어깨를 으스러질 듯이 잡고 강하게 허리를 놀릴 때 비명 같은 신음을 지르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즐거워진다.
머리칼? 약간 곱슬기가 있는 저 금발을 보라. 어느 신화의 영웅이 쟁취했다는 황금양의 털이 저랬을까. 달빛을 받아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그녀의 머리칼은 비참한 상황과 대비되어 어떠한 예술 작품으로마저 보일 정도였다.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하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가 있다. 허벅지 2/3 지점까지 올라온 스타킹은 다시 하얀 가터벨트에 고정되어 다리를 단단히 보호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그녀의 맨 다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 어떤가. 이 모습도 나름 나쁘지 않다. 언젠가는 벗기고도 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고 싶을 따름이었다. 알몸에 가터벨트만 찬 여자를 따먹는 경험은 창공조차 하지 못한 진귀한 경험이었으니.
최종적으로... 이런 여자는 지금 목줄이 채워지고, 그 줄을 창공 자신이 잡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커다란 만족감이 있다.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확실하게 느끼는 그였다.
"륀. 안 힘들지?"
"네, 주인님."
륀의 목소리는 처음 그를 주인님이라고 부를 때에 비해 망설임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복종심보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더 강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감정을 싣지 않고 몸과 정신을 따로 놀린 채 입만 열어 대답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적어도 창공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몇 바퀴만 더 돌고 들어갈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마."
벌써 산책을 나온 지도 2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바라보던 창공은 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문득 미소를 지었다.
'분명 신호가 왔을 텐데. 참고 있는 거겠지. 네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림은 지루한 것. 하지만 기다림은 때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지금 상황이 그랬다.
그 뒤로 한동안 두 남녀는 즐거운 밤산책을 계속했다. 창공은 일부러 마을 외곽을 따라 돌고 있었는데, 당연히 혹시나 있을지 모를 남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야외 섹스에 흥미가 있긴 해도 그걸 남에게 보여주는 취미는 없었다.
"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지?"
"네, 주인님. ...괜찮아요."
순간, 그녀의 말끝에서 분명한 떨림이 느껴졌다. 창공은 드디어 기다리던 때가 왔음을 감지했다.
"잠깐만. 담배 한 대좀 피고 가자고."
어느 건물의 뒤편. 멈춰 선 창공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륀은 네 발로 땅에 엎드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밖에 나온 뒤로 그녀는 얼굴을 창공에게 보이지 않았다.
"륀. 기다릴 때는 자세 바꿔."
"네...?"
"쪼그려 앉아. 등 돌리지 말고 나를 봐."
잠시 망설이던 륀은 창공이 시키는 대로 그를 향해 몸을 돌린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부끄러운 자세로 보지와 가슴이 그대로 그의 시선 앞에 노출된다. 그녀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이것도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감정을 느꼈다.
"팔은 땅 짚지 말고. 접어서 가슴에 가져다 대. 옳지. 잘했어."
"흐윽..."
굴욕에 찬 숨소리. 그러나 창공은 쉴 새 없이 그녀를 몰아붙였다.
"륀. 내가 칭찬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렇지. 지금 모습 최고야."
그를 올려다보는 륀의 눈동자는 퀭했다. 하나 이내 그녀는 창공을 마주 보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잠시 그 모습을 감상하며 담배를 피우던 창공은 꽁초가 다 타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비볐다. 이제 출발하려는 줄 알고 륀이 다시 네 발로 엎드렸지만, 창공이 엄한 목소리로 그녀를 질책했다.
"누가 맘대로 자세 풀래."
"아."
"더 피울 거야. 방금 자세 그대로 유지해.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담배 맛 한 번 죽이네."
다시 한 개비를 더 꺼내 입에 무는 창공. 륀이 입술을 살포시 깨물었다. 수치와 분노 때문에? 아니다. 다른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말이 없는 두 남녀. 창공에겐 그것으로도 족했다. 두 번째 꽁초를 끝낸 창공은 다시 세 번째를 꺼내들었다.
"저... 주인님? 하나 여쭈어도 될까요?"
"뭔데."
"언제쯤... 출발하시나요? 빨리 들어가고 싶어요..."
"그렇게 내 자지에 박히고 싶어?"
"..."
"대답해."
"네... 주인님 자지에 박히고 싶어요... 빨리 들어가게 해 주세요..."
"좀 기다려 봐. 참을성이 없네."
담배를 다 태운 창공은 네 번째를 입에 물었다. 이건 어딘가 이상했다. 아무리 그가 골초여도 이렇게 무언가를 하다 말고 멈춰 서서 줄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 차라리 산책을 계속하며 담배를 태우면 몰라도.
"륀."
"네, 주인님."
"오줌 마렵지?"
"...읏!"
륀이 몸을 떨었다.
'역시... 알고 있었어...!'
그가 주는 커피 두 잔을 받아 마신 건 실착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산책을 처음 나올 때부터 요의를 느껴야만 했으니까. 그러나 륀은 꿋꿋하게 참으며 어떻게든 견뎌내려 노력했다. 창공도 그것을 모르는 것 같았고.
아니었다. 원래부터 창공은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
"넌 내 건데 뭐 어때. 여기서 싸."
"주... 주인님..."
"빨리."
"안 돼요, 주인님... 제발..."
"여기서 싸라니까."
"제발... 제발..."
륀이 필사적으로 간청했지만 창공은 묵묵히 담배만을 태웠다.
"륀. 담배는 많아. 어디... 한 갑 하고도 열두 개비 남았네. 네가 일을 볼 때까지 여기서 계속 피울 거야. 그럼 그냥 빨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제발요... 이러지 말아 주세요... 제발...!"
"엎드려."
순간 창공이 매섭게 그녀를 노려봤다. 륀은 울상을 지으며 순순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래도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엎드리는 게 더 소변을 참기에 쉬웠으니까. 하지만 그가 자세 변경을 명령한 까닭은 그녀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짜아아악!
"흐으읏...!"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얗던 엉덩이에 빨간 손자국이 남았다.
"주인님 말을 안 들으면 맞아야지?"
"아아앗... 하윽..."
짜아아악!
"하아앗...!"
그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전혀 봐주지 않고 륀의 엉덩이를 때리고 있었다. 전의 스팽킹이 쾌락과 고통이 반반 섞인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그 비율이 1:9 정도일까.
"왜! 말을! 안! 듣냐고!"
짜아악! 짜아악! 짜악! 짜아아악!
"흑! 흐윽! 응극! 아하앗!"
고통에 신음하던 그녀의 상체가 결국에는 무너지고 말았다. 가슴과 머리를 땅에 댄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륀. 그나마 무릎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마지막 의지의 표명이라도 되는 듯이.
하지만 결국 참아낼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다.
쪼르르...
"안대해애애..."
가느다란 물줄기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뿜어져 나와 흙바닥을 적셨다. 어떻게든 힘을 주어 막으려 하는지 엉덩이가 실룩거렸지만 막을 수 없었다.
담배를 꼬나 문 창공은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자존심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폭력과 강압, 그리고 굴욕 앞에서 무참하게 꺾이는 게 바로 자존심이었으니까.
버텼다고? 그렇다면 충분히 그것들을 겪지 못한 것이다.
"아... 아아아..."
요도에서 뿜어져 나오던 물줄기는 이내 방울방울 떨어지더니, 끝내는 나오지 않게 되었다. 고개를 끄덕인 창공이 목줄을 당기며 말했다.
"잘했어. 이제 가자. 특별히 오늘은 한 바퀴만 돌고 끝낼게."
하지만 아무리 줄을 당겨도 그녀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여린 두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흑... 응크흣... 크흥..."
"..."
륀은 울고 있었다.
여자로서, 처녀로서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그리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남자 앞에서 소변까지 누어버렸다. 굴욕이니 뭐니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로서의 자신.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끝났다는 절망감이었다.
"싫어... 이젠 싫어..."
"륀."
"그만할래..."
"일어서."
그러나 창공은 지금이 밀어붙일 때라고 판단하며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운 다음 벽에 밀어붙였다.
"놓아 줘... 놓아 주세요... 이런 거 이젠..."
"정신 차려. 눈 떠. 내가 강요했어? 어? 목에 칼 들이밀면서 이거 하자고 했냐고. 다 네가 좋다고 한 거잖아. 네가 처음에 동의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뭐? 그만한다고? 안 돼. 시작하는 건 너일 순 있어도, 끝내는 건 나야."
"흐윽... 흐흐흑..."
"너 진짜 나약한 년이구나. 병신 같은 계집이야. 네가 그만두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말해 줄까? 아스터가 너 대신이 될 거야. 그냥 대신인 줄 알아? 후장부터 보지까지, 아니. 온몸에 정액 냄새가 가실 날이 없을걸? 진짜야. 장담하는데, 나한테 딱 사흘만 주면 아스터를 창녀들조차 취급도 안 하는 걸레 중의 걸레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어."
"아아... 아스터는..."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아. 그런데 뭘 어쩌라고. 네가 그만두겠다는데. 생각해 봐. 내가 너한테 창관에 가서 몸 팔라고 시켰냐? 대낮에 길거리에서 남들 다 보는데 섹스하라고 시켰어? 다 너 생각해서 혼자만 방에 부르고, 너 생각해서 일부러 밤에 나와서 이 짓거리 하는데. 뭐? 그만해? 웃기지 마."
그렇게 계속해서 그녀를 몰아붙이던 창공은 이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만두자, 그냥. 그만둘게. 그런데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은 다 네 책임이다? 아스터가 고귀한 성직자에서 음탕한 창부가 되는 모습은 참 보기 즐거울 거야. 그래도 아스터는 사랑으로 나를 이해하겠지."
"아스터는 안 돼요... 제발..."
"다 네 책임이야. 난 그러고 싶지 않았어. 정말 아스터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면 네 제안에 수락하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어떡하냐. 네가 이렇게 나오는데. 뭐... 그게 네 선택이라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동안 수고했어."
그는 정말 미련이 없다는 태도로 그녀를 놓아 주고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이것은 꽤나 리스크가 있는 도박수였다. 륀도 눈이 뒤집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창공을 공격한다면 아마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성공 확률을 꽤나 높게 점치고 있었다. 충분히 목숨을 걸 정도로.
인생 최대의 굴욕을 겪고, 정신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몰린 륀이 상대라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결정적인 순간에 아스터를 언급하기까지. 창공은 퐁파두르 쌍둥이의 자매애에 많은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덥석.
"주인님!"
땅바닥에 엎드린 채 두 손으로 창공의 발목을 잡는 륀. 창공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막으려 부서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 할게요... 할게요... 아스터는 안 돼요... 제가 할게요..."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제발요... 주인님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다 할게요... 아스터는... 아스터만큼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그 아이는 이런 일을 겪기엔 너무 여리고 착한 아이에요..."
"그걸 알면서 아스터한테 떠넘기려고 했어? 나쁜 언니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몸을 돌려 연신 사죄하는 륀을 내려다봤다.
"륀."
무릎을 굽혀 륀의 얼굴을 쓰다듬는 창공.
"네가 잘 따라주기만 하면, 이거보다 더 심한 건 안 시킬 거야. 해 봐서 알잖아. 내가 남들 앞에서 너 망신 준 적 있어?"
"아니요. 아니요..."
"잘 하다가 왜 그랬어. 그냥 한 번만 참으면 되는데. 앞으로 잘할 수 있지?"
"네, 주인님...!"
"륀이 약속을 잘 지키면, 나도 약속을 잘 지킬게. 할 수 있지?"
"네...! 네...! 잘 할게요...!"
"착하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오늘은 특별히 여기서 돌아갈 거야. 가서 잔뜩 예뻐해 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순간 하늘이 어두워졌다. 까만 구름에 달이 가렸기 때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