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떠돌이들-89화 (89/178)

〈 89화 〉 악에서 구하소서 (3)

* * *

카스텔몬테 숲은 울창할 뿐이지 규모 자체가 엄청난 것은 아니었다. 마차가 미친 듯이 길을 내달린 지 15분쯤 되었을까. 삼림지대가 끝나고 오른편으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왼편으로는 높다란 알펜시아 산맥이 보였고. 누구라도 감탄을 할 법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일행은 마음 놓고 풍광을 바라보며 형편 좋게 감탄이나 할 상황이 아니었다.

서서히 속도를 줄이던 마차는 이내 완전히 멈추고, 창공은 말없이 아스터의 옆자리에서 뛰어내려 근처에 있던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입에 담배를 물었다. 아스터가 그의 앞에 서서 두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 다른 일행들도 쭈볏거리며 밖으로 나온다.

치이이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성냥에 불이 붙고, 그 불은 다시 담배에 옮겨붙는다. 담배를 한 번 쭉 빨아들인 창공은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저어... 창공 님... 괜찮으."

"조용."

그는 아스터의 사과를 중간에 끊어버리고 다시 담배를 피웠다. 이윽고 두 번째 연기가 내뿜어진다.

"때려칠까, 씨발..."

그것은 그저 혼잣말일 뿐이었다. 하지만 목소리의 크기가 참으로 절묘했다.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일 정도로 크진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는 컸다. 순간적으로 아스터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아린이랑 고다. 너희는 안으로 들어가. 너흰 아무 잘못 없어."

이런 상황에서 아무 잘못이 없으니 빠지라는 말만큼이나 달콤한 말이 있을까. 하지만 지목받은 둘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분명 편한 마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데, 어쩐지 폭풍전야와도 같은 느낌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오빠. 그."

"들어가라고. 내 말 안 들려? 야, 고다."

"네, 네! 서 상!"

잔뜩 긴장했는지 몸이 굳은 히사시가 훈련소의 훈련병과도 같은 태도로 대답한다.

"아린이 데리고 들어가. 빨리. 벌 서냐? 벌 서고 싶어?"

"아뇨, 아닙니다. 김 상. 어서..."

아린은 히사시의 재촉에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꾸만 걱정되는 눈빛으로 나머지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엔 그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택이 형. 나유. 륀."

잇따른 호명에 두 여자는 몸을 움찔거렸으나 어택은 그저 담담하게 창공을 바라보았다.

"셋도 수고했어. 고마워. 잘 대처해 줘서."

그리고 창공의 말은 어택이 예상한 것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실로 그런 것이,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창공의 지시에 따라 용감하게 적들과 맞서 싸우며 상황을 수습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

당연히 그들에게 무슨 지적을 할 것도 없다. 오히려 칭찬을 받았으면 받았지.

"셋도 마차에 들어가. 서로 이야기나 좀 하고 있어."

"...너도 수고했다."

"음."

어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유에게 들어가자고 손짓했다. 하지만 나유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되면 나머지 한 명은 아스터 아닌가.

무엇 때문에 창공이 아스터를 질책하려는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스터는 창공 일행에게 있어서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며, 인성도 훌륭해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인물이다. 당연히 그녀가 곤경에 처하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창공."

"나유야. 그만해. 빨리 들어가자."

그런 그녀가 창공을 다독이려 했으나, 어택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몸을 돌려세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부사관으로 입대한 그는 군대에서 창공 같은 상관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이런 경험에서 미루어 추측한 바, 창공 같은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 때에는 아무 말 없이 받는 게 좋았다. 그리고 호의는 단순한 호의로 받아들여야지 그걸 통해서 뭔가를 요구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 순간 칼날은 자신을 향하게 된다.

게다가 어택에게 창공은 자신이 끝까지 편을 들어 주고 옆에서 보좌해야 될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해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등에 지기 두려워하는 책임을 자기 대신 져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자. 빨리."

"아... 으..."

두 사람이 마차 안으로 사라지고, 이제 자리에 남은 건 륀과 아스터뿐. 창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남아 있는 거지? 내가 들어가라고 했잖아. 안 들렸어?"

"저기..."

"들어가. 좋은 말로 할 때. ...아스터."

"네, 창공 님..."

아스터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따라와."

그는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륀이 나서서 재차 말리려는데, 아스터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스터. 안 돼."

"...괜찮아. 괜찮아..."

륀은 괜찮다고 말하는 아스터에게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렇게 망부석처럼 멍하니 선 륀을 뒷배경 삼아, 아스터는 창공의 뒤를 따랐다.

"..."

그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스터에겐 등을 돌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녀도 조용히 창공의 뒤에 시립했다. 마치 처분을 기다리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윽고 담배를 다 피운 창공이 꽁초를 모래바닥에 던지고선 발로 비볐다.

"설명해 봐. 왜 마차를 세웠는지."

창공의 목소리는 의외로 평온하고 침착했다.

"죄송해요."

"죄송이 아니잖아. 아스터. 내 말 못 들었어? 이유를 설명하라고."

"...혹시나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있었어?"

"없었어요... 죄송."

"당연히 없었겠지."

물론 그가 몰라서 물어보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아스터의 행동 원리야 뻔하니까. 착하고, 순수하기에 뻔한 사람이다.

"내가 속도 올려서 빠져나가라고 했지?"

"네, 창공 님."

"아스터. 네가 왜 그렇게 했는지 알아. 그래. 사람들을 구하려는 그 마음. 거룩한 마음이지. 너는 사제니까 당연한 일이고. 그런데 아스터. 나는 너에게 종교인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아니야. 알아?"

"그건."

"우리 일행에 나쁜 사람은 없지만, 나는 단순히 착한 사람보다 착하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을 원해. 방금 네 행동은 우리 일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어.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곤경에 처하게 했어. 우리도 그 시체들과 친구가 되어서 같은 땅바닥을 침대로 쓸 뻔했지."

"제가."

"아니면 뭐 그런 건가?"

창공은 아스터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속사포로 제 할 말만 쏟아냈다. 아스터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진다.

"어차피 우리가 좀 다쳐도 네가 치료하면 그만이라 그거지. 하긴 다치는 게 네가 아니니까 상관없었겠네. 아스터. 너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면서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구나?"

"그런...! 그건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믿어 주세요..."

아스터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어갔다. 경애하는 사람에게, 연모하지만 바라만 볼 수밖에 없던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너무나 비통했다. 창공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

이윽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것은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상처 난 심장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이었다.

"솔직히 말해 봐. 넌 우리를 털끝만큼도 신경 쓰지 않은 거야. 너의 행동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다치든 죽든, 자신이 선행을 했다는 사실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괜찮다는 사고방식이지."

"아니, 아니에요..."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니까? 사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할지도 몰라. 결국엔 자기가 최우선인 법이니까. 난 네가 다른 사람들을 너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해도 딱히 신경은 안 써. 하지만... 이거 하나만 명심해 주면 좋겠네. 적어도 너와 함께 다니는 사람들만큼은 소중하게 생각해 달라고."

"제발... 흑... 흐윽... 창공 니이임..."

"차라리 륀에게 마차를 몰아달라고 할걸. 륀이었다면 달랐을 텐데. 걔는 내 말이라면 아주 잘 들어주거든. 배려심도 넘치고."

아스터는 언니의 이름이 창공의 입에서 나오자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몸이 움츠러들고, 다리가 굽어진다.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고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창공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제 할 말만 했다.

"맞아. 륀이었다면 날 이렇게 배신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 걔는 날 사랑하니까. 그래도 륀처럼 날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건 좀 위안이 되네. 음... 아스터. 됐다. 내가 너무 심하게 대한 것 같네. 조금 쉬었다가 출발할 테니까. 돌아가."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던 창공이 뭔가를 떠올린 것처럼 아, 하더니 다시 말을 걸었다.

"가는 길에 륀 좀 이리로 오라고 전해 줄래? 좀 필요하니까."

"흐흑... 크흥, 컥. 아흑..."

"내 말 안 들려?"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아스터의 모습을 보고서도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는 것인지, 그는 아스터를 계속해서 채근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창공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저는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데... 제가 이렇게나 당신을 사랑하는데... 왜 당신의 곁에는 제가 아닌 언니가 있어야 하나요 왜...!'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말. 하나 그 말은 계속해서 맴돌기만 할 뿐, 눈물과 슬픔의 장벽에 가로막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나오지 못한 말은 뾰족한 송곳이 되어 계속해서 아스터의 심장을 찔러댔다. 너무나 아팠다. 너무나 괴로웠다. 그것이 다시 눈물을 부르고, 진솔한 고백을 가로막았다.

"됐다. 내가 가지 뭐. 조금 진정되면 돌아와."

창공은 미련 없이 슬프게 우는 아스터의 옆을 지나쳐 마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마침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륀이 있었다. 동생이 걱정되어 내내 지켜봤던 것이다. 그녀는 처량한 제 동생의 뒷모습을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당신... 아스터에게 뭐라고 한 거야..."

"그렇게 심하게는 안 했어. 게다가 네가 바란 거 아니었나? 이 일로 인해서 아스터가 내게 정을 뗄 수만 있다면 괜찮지 않아? 이제 와서 착한 척하지 마, 륀. 너와 난 일종의 개자식이 되기로 합의를 한 거야."

"하지만."

"이리 와."

그의 손이 륀의 뒤통수를 붙잡더니 강한 힘으로 륀을 끌어당겼다. 륀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뭘 해보기도 전에 두 사람의 입술은 서로 맞닿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저항을 시도한 그녀였으나 창공의 혀가 자신의 입안으로 파고들자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게 느껴졌다. 이미 륀의 몸은 창공의 것이었다.

빠르고 손쉽다. 륀의 두 눈이 감기고, 창공을 향한 혐오감과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겉모습만 본다면 두 남녀는 해변가에서 사랑의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 그 자체였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 *

키르케 검문소를 통과하는 것은 알펜시아 검문소를 나설 때만큼이나 쉬웠다. 다들 신분이 보장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여행의 설렘 따위는 그들의 얼굴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새벽의 텅 빈 장례식장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은 얼굴들. 특히 아스터의 얼굴은 시체라 해도 좋을 만큼 창백했다. 창백하고, 곧 무너질 것처럼 불안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섣불리 그녀를 위로할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적당한 마을에서 적당한 여관을 잡은 그들은 휴식을 취했다. 다른 나라에 온 것을 자축하거나 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기에 대부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후우우..."

창공은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불쾌한 일이 있었지만 아젠 그렇게까지 짜증이 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쫄깃한 후장을 가진 여인을 실컷 따먹었는데 왜 짜증이 풀리지 않았겠는가.

"오... 오오옥..."

그리고 그의 뒤쪽으로는 알몸으로 침대 위에 엎어져 신음하는 륀이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두 눈. 벌려져 침이 질질 흐르는 입. 빨간 손바닥 자국으로 뒤덮인 두 엉덩이. 하얀 정액이 울컥 쏟아져 나오는 뒷구멍.

"야."

찰싹!

"히이익!"

엉덩이를 때리는 찰진 소리. 뒤이어 륀의 신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어쭈. 대답 안 하지?"

"하... 하꼐여... 대답 하꼐혀어... 하으응!"

찰싹!

창공이 다시 륀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자극이 어찌나 강했는지 륀의 상체가 튀어 올랐다가 다시 풀썩, 하고 침대에 엎어졌다. 그는 담배를 빨아들이며 륀의 빨간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자꾸 맞아서 그런지 엉덩이 전체에서 따뜻하게 열이 올라왔다. 륀은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몸을 떨었다.

"아... 아으으..."

그녀는 몸의 함락을 인정하되 마음의 함락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그 각오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아야 했다. 진심으로 창공에게 복종하지 않겠다는 것과는 별개로, 이제 침대 위의 그녀는 창공의 노예에 불과했다.

"네 동생 참 너무 대책 없이 착하다. 그런데 저러면서도 칼도 못 뽑는 불살주의자는 아니란 말이지. 난...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 륀. 너도 그렇지?"

"흐으응... 하응..."

"대답 안 하네?"

창공이 륀의 엉덩이를 문지르던 손을 떼자 그녀는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저, 저도 이해가 안 가혀! 안 가혀어어...!"

"대답 참 빠르다. 어? 이렇게 느리니까 맨날 엉덩이 맞지. 이런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 교수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우리 바보 같은 륀. 잘못했어, 안 했어?"

"잘모태써혀! 잘모태써혀어어!"

"잘못했으면 벌받아야지?"

그는 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재떨이 위에 타고 있는 꽁초를 올린 다음,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아올렸다.

"히, 히이익...!"

"엉덩이 똑바로 들어."

창공은 륀이 어느 정도 자세를 잡자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선 단숨에 그녀의 뒷보지에 삽입했다. 사정없이 박아대서 완전히 풀어진 뒷구멍은 손난로를 갖다 댄 것처럼 따뜻했다.

"똑바로 안 조여?"

"호오오옥!"

륀의 머리채가 뒤로 당겨지면서 고개가 젖혀졌다. 그녀가 흘리는 신음은 고통의 신음일까, 쾌락의 신음일까. 이제 와서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윽고 방 안에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팡! 팡! 팡! 팡! 팡!

"흐응! 하응! 아흥! 사... 살살... 하아아앙!"

"살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벌받는데 살살?"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창공이 륀의 애널에 박는 속도는 점점 올라갔다. 창공은 거기에 더해 노는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흐히이익?!"

륀의 항문이 자지 기둥을 사방에서 조여오고, 입에선 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마탑의 교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치태였다.

"와. 진짜 변태가 따로 없다. 엉덩이 맞으면서 가버린 거야? 너 교수 맞아? 길거리 창녀도 너처럼 음탕하진 않을걸. 이래가지고 처벌이 돼?"

"헤으으응..."

륀은 창공의 모욕적인 언사에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니, 그의 모욕적인 언사를 들으면서 더한 쾌락에 빠져들고 있었다. 침대 위의 그녀는 마탑의 교수가 아니었다. 도저히 사람이라고 불릴 수 없는, 한 마리 암캐에 불과했다.

"더... 더 때려 주세혀... 륀은 더 혼나야해혀..."

"알긴 아네? 동생이 잘못한 것까지 혼나야겠다."

찰싹!

"하응! 더! 더 륀을 벌해주뎨요오...! 아스터 몫까지 열씨미 벌 바들께혀어어!"

벌써 사정감이 올라왔다. 두 번째라 빠르기도 했지만, 처벌을 갈구하는 륀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배덕감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창공은 두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자기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륀의 머리와 두 팔이 박히는 리듬에 따라 정처 없이 흔들렸다.

"개 같은 년. 안에 듬뿍 싸줄 테니 벌로 임신해. 알았어?"

"녜혜...! 임신할께여...!"

"이젠 아주 대놓고 거짓말을 치네? 뒷보지에 싸는데 어떻게 임신을 하는데? 음탕한 암캐년아."

창공은 허리를 쳐올리며 그녀의 가슴을 꽉 쥐었다.

"으흐으으윽...! 임신할 수 이써여... 륀 뒷보지로 임신할꼐여.... 주인님의 씨앗을 주뎨여..."

"크읏!"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요도구에서 마치 폭발하듯이 정액이 뿜어져 나왔고, 륀의 장벽이 정액으로 가득 절여졌다. 정말로 임신을 바라는 것처럼 그녀의 항문도 강하게 자지를 조여오며 정액을 뽑아냈다.

창공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신음을 참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자 륀도 침대에 쓰러졌다. 두 남녀는 숨만 거칠게 내쉬었다.

"허억... 허억..."

"흐으으으응..."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아..."

방 밖에서 문에 귀를 대고 엿듣던 아스터도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을 감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미친 듯이 저었다. 처음에는 단지 잠이 오지 않아 정처 없이 복도를 떠돌다 무의식중에 한 일이었다. 물론 엿듣는 건 나쁜 행위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두 남녀가 밤에 무엇을 할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뭐란 말인가. 창공이야 그렇다 치고 그녀의 언니는 엉덩이를 맞으면서, 욕설을 들으면서 기뻐하는 변태 중의 변태였다.

"아냐... 아냐..."

그녀도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었다. 성교육도 받았고,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건... 게다가 그녀의 언니가...

[저 음탕한 몸으로 창공 님의 눈을 가리고 있어.]

아스터가 눈을 번쩍 떴다.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 어두컴컴한 복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은 거란 말인가.

[널 밀어내고 있어. 너에게서 빼앗고 있어.]

그제야 아스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그 누구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 그런 게 아니야..."

[생각해 봐, 불쌍한 아스터. 그와 처음 마주친 건 언니가 아니라 바로 너였어. 그를 도와준 것도 바로 너였어. 그를 먼저 좋아한 것도 바로 너였어.]

"아냐..."

[어렸을 때부터 넌 언니에게 빼앗기며 살았어. 네가 마음에 들어 하던 옷도, 마음에 들어 하던 간식도, 마음에 들어 하던 책도.]

"내가 양보했어... 그리고 부모님이 똑같은 걸 사주셨어... 난 괜찮아... 언닐 원망하지 않아..."

[바보 같은 아스터. 불쌍한 아스터. 넌 양보한 게 아니라 빼앗긴 거야. 똑같은 걸로 갚아주면 너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거야?]

"너 누구야... 이런 건 내가 아니야... 난 성직자야... 이런 마음을 품을 리가..."

아스터가 울먹거렸지만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너의 첫사랑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지. 너와 나누려고도 하지 않아. 과연 부모님이 이것도 사줄 수 있을까?]

그 순간, 방 안에서 다시 신음이 들려왔다. 륀이 헐떡이며 내는 상스러운 소리가 문을 뚫고 복도에 울렸다. 더 이상 자리에 있을 수 없던 아스터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선 필사적으로 기도문을 읊었다. 그것이 구원의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오, 불쌍한 아스터. 불쌍한 아스터. 불쌍한 아스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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