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사랑이 사랑을 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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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뜨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달빛을 받은 밤바다가 은빛으로 빛나는 것은 매일 밤마다 있는 일이다. 꽃은 계절마다 새로이 피며, 새들은 아침마다 지저귄다.
우리가 특별하다 느끼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일상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처럼 세상은 특별할 것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채 어제가 지났으며, 오늘이 지나고, 내일도 지날 예정이다.
그런데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특별한 것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
일출과 일몰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반짝이는 밤바다를 보고 감상에 젖는다. 피어나는 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새들이 우는소리는 마치 자신을 축복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어제와 오늘의 반복에 불과했던 내일이 기다려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렇다.
사랑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은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은 언제나 아름답다. 행복으로 마무리되는 사랑도, 슬픔으로 마무리되는 사랑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저 태어나서 죽을 뿐인 우리네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진정한 덕목. 그것은 분명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사랑 또한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심을 다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랑으로 인해 겪는 고통은 느꼈던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큰 법.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감정은 때론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
그러니 사랑을 하는 이들이여, 상대방에게 자신을 내어주리라 마음먹은 이들이여, 주의할지어다. 격렬한 사랑이 엇나가게 되면 격렬한 증오로 바뀌기 마련이니, 항상 사랑은 나를 위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위한 감정임을 유념하라.
인생 만사가 그러하듯이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똑같은 검이라도 영웅이 휘두르면 성검이요, 악인이 휘두르면 마검일진저. 사랑하기 위해 증오한다면 그것은 악인이 휘두르는 마검보다 더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지 않겠는가...
제임스 엘린 저, [아네르의 덕목에 관하여] 中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을 지평선 아래로 몰아내고 기세등등하게 밤하늘 가장 높은 곳으로 솟아오른 달도 결국에는 앞서 태양처럼 질 때가 반드시 온다. 적어도 이 다이셀리시아에선 이제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래왔으며, 오늘도 마찬가지다.
달도 해도 없는 하늘은 구름 가득 낀 회색빛 하늘 아래의 바다가 그러하듯 육중하고 깊은 푸른색으로 물들게 된다. 혹자는 이것을 새벽이라 한다.
그리고 륀은 이 시간이 되어서야 창공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피곤했는지 알아서 씻고 나가라는 창공의 명령을 받고, 그녀는 홀로 욕실에서 몸을 씻었다. 멍하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니 간밤의 흔적이 가득했다.
창공의 물건으로 쉴 틈 없이 쑤셔진 구멍에선 끈적하고 미끈한 정액이 조금씩 새어 나오며 짜릿한 쾌감의 편린을 뿜어냈다. 수없이 맞은 양쪽 볼기짝은 만지면 뜨겁게 열이 올라왔으며, 희롱당한 가슴에는 그의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몸 곳곳에 남아 있는 정액까지. 심지어 그것은 비단결처럼 고운 머리카락에도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칼을 정액 닦는 걸레로 쓰겠다던 창공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륀은 몽롱한 정신으로 미지근한 물을 끼얹어 밤의 흔적들을 지워내려 몸을 문질렀다. 마치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며 밤의 장막을 걷어내듯이. 하지만 그 흔적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창공의 손길이 닿은 곳에 자신의 손이 닿을 때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여자로서의 기쁨이었고, 암컷으로서의 환희였다.
'나... 정말로 시집가긴 글렀구나...'
이젠 애써 부정할 기력도 없었다. 소중한 곳에 손을 대어 보니 이미 온통 끈적한 체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뒤였다. 창공조차 이곳엔 손도 대지 못했는데, 이미 남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것이다.
륀은 그곳에서 손을 올려 아랫배를 만졌다. 창공은 관계를 가질 때마다 수시로 그녀의 아랫배를 문질렀다. 꾸욱 누르거나, 둥글게 원을 그리며 골고루 압박하거나 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거니, 싶었던 륀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배 안쪽에 있는 자궁이 자꾸만 욱신거렸다. 마치 손으로 눌리는 것은 부족하다고, 남자에게 엉망진창으로 두들겨 맞으며 아기씨를 잔뜩 받고 싶다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내가 유일하게 바치지 않은 곳...'
하지만 이곳은 륀의 몸에서 창공이 가지지 못한 마지막 부분이었다. 말하자면, 륀에게 남아 있는 최후의 자존심이자 긍지였다. 그녀는 애타는 자궁을 달래려는 듯 오른손으로 제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며 왼손 검지를 살살 씹어댔다.
'아마도... 다 포기하고 다 바치면 무척... 기분 좋을 텐데... 순결을 짓밟히고 엉덩이를 맞으면서... 아아...!'
륀의 머릿속을 어떠한 모습들이 자꾸만 스쳐 지나간다. 보지에 창공을 받아들이며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자신의 모습이. 그에게 안겨 영원한 복종을 맹세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지와 후장 양쪽에서 정액을 흘리는 채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자신의 모습이.
이윽고 욕실 바닥 위로 무너지듯 쓰러진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젠 상상만으로도 가볍게 절정 하는 몸이 된 것이다. 부드럽게 경련하는 엉덩이 사이로 허여멀건한 정액이 새어 나왔다.
"뭐 하냐."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륀의 심장이 덜컹거렸다. 이상함을 감지한 창공이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보, 보지 마세요..."
"..."
"안... 돼해애..."
실로 꼴사나운 절정이었다. 그 누구보다 이 모습을 보이기 싫은 남자에게 보여버린 륀은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들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려서 몸을 웅크린 채로. 하지만 창공에게 숨길 수는 없었다.
"륀."
"녜헤에..."
"일어서. 따라와."
그녀가 비틀거리며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욕실 바깥으로 나서니, 창공은 옷을 벗은 모습 그대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륀의 시선은 그의 가랑이 사이로 우뚝 섯은 자지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창공의 앞에 다가가니, 그는 그녀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고 보니 슬슬 할때가 됐지."
"아..."
영특한 그녀는 창공이 자신에게 무엇을 시킬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실은 미약하게 들긴 했으나, 곧 그것은 감정의 파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가르쳐 줄까?"
"네, 주인님... 륀을... 가르쳐 주세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잡아."
보드라운 두 손이 자지를 살포시 감쌌다. 그 뒤로 별다른 지시는 없었지만 륀은 본능적으로 서서히 각도를 조절하여 끝단이 자신의 입을 향하도록 맞추었다. 아직 씻지 않아 간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자지는 온갖 체액으로 더럽혀져 미끌미끌하고, 동시에 음란한 냄새를 풍겼다.
"입 맞춰 봐. 사랑이 가득 느껴지도록."
"알겠습니다, 주인님... 륀의 봉사를 받아주세요..."
그녀는 먼저 귀두 끝에 입을 맞추었다. 소중하디 소중한 입술을 더러운 곳에 대었음에도 구역질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륀은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행복을 느끼는 중이었다.
'이게... 주인님의 자지... 커다랗고 뜨거워... 이런 게 내 안에...'
이윽고 그녀의 입술이 고환 양쪽에도 닿았다. 자연스럽게 그곳에 키스할 때엔 얼굴을 완전히 창공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는 형태가 되었는데, 그 순간 륀의 콧속으로 아찔한 냄새가 한가득 들어왔다.
그것이야말로 그녀를 정복한 수컷의 냄새였다. 다시 한번 그녀가 몸을 떨며 가볍게 절정 했다.
"륀. 정말 기뻐. 상상과 냄새만으로 가버리는 변태년이 되었구나. 하긴 원래부터 넌 변태였지."
"아... 아아..."
"너는 내 암컷이야. 어쩌면 너는 내 정액을 받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싶단 말이지. 너도 그렇게 생각해?"
"저는... 저..."
창공은 륀이 대답을 망설이자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끌어당겨 강제로 사타구니에 고개를 파묻게 했다. 그녀의 몸이 다시 한번 강하게 떨리고 보지에선 끈적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생각하지?"
"네헤...! 륀은... 주인님의 아기씨를 받기 위해 태어나써효오...!"
"대답 잘했어. 륀이 보지로 받아 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아... 그게..."
륀은 자신의 보지를 요구하는 창공의 말에 머뭇거리며 대답을 망설였다. 여기서 그는 더 이상의 채근을 멈추었다. 그저 륀에게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보지와 자궁은 륀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그녀의 소유로 남은 곳. 그곳만큼은 륀이 스스로 들어 바치도록 하고 싶었다.
만약에 그날이 오게 되면... 그가 느낄 정복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짜릿할 것이다. 그리고 창공은 인내의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 얼마든지 현재의 쓴맛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 그럼 이제 빨아 볼까? 앞으로 항상 마지막엔 이렇게 하는 거야. 네가 더럽혔으니까 네가 청소해야겠지?"
"네, 주인님."
"안 급하게 해도 되니까 천천히 입에 머금어."
륀의 입술이 벌어지고, 축축하고 따뜻한 혀가 귀두의 밑단을 감쌌다. 창공은 이빨이 닿는 감촉에 허벅지를 한 번 움찔거렸지만 그녀를 질책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초보자라면 누구나 최소 한 번은 겪고 넘어가는 과정이다.
"빼. 빼라고. ...륀. 이빨이 닿으면 안 되겠지?"
"죄송해요, 주인님..."
"똑똑하니까 다음에는 잘할 수 있을 거야. 다시 한번 해 보자."
두 번째 시도에서 그녀는 훨씬 더 조심스러웠다. 과연 최연소 교수라는 타이틀 보유자답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아직까지 혀놀림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것은 경험이 보완해 줄 문제였다.
츄읍... 츄르릅...
그의 가랑이 사이에서 자지를 빠는 소리가 났다. 륀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창공은 지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린이나 륀의 어설픈 봉사를 받을 때면 항상 나유 생각이 났다.
나유는 펠라치오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몇 번 해 본 것을 끝으로 그를 충분히 만족시킬 실력을 갖추게 될 정도였으니까. 그나마 아린은 나유에게 지도를 받은 뒤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따가 나유한테 한 번 빨아달라고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창공은 창문 바깥의 새벽하늘을 바라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