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밤하늘 (5)
* * *
고통스럽고 힘든 관장이 끝나고, 아스터는 잠시 동안 김이 올라오는 욕조에 몸을 담가 긴장을 풀었다. 부끄러움을 참고 손가락으로 엉덩이 사이를 훑어보니 조금 벌어지는가 싶던 구멍은 다시 닫혀 있었다.
용기를 내어 살짝 손가락에 힘을 주자 항문 안으로 손가락 끝이 파고들락말락 하는 느낌은... 마치 숟가락으로 땅굴을 파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슬아슬하면서도, 쑥 넣어 보면 왠지 큰일 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마치 하면 안 된다고 수없이 주의를 들었던 장난을 치기 전의 어린아이와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후우우... 하아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던 아스터는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윽고 들리는 물 첨벙이는 소리. 물줄기가 그녀의 하얀 몸을 따라 흘러내렸다.
수건으로 몸을 꼼꼼히 닦고, 욕실 바깥으로 나서자 시원하다 못해 차갑다 느껴질 정도의 공기가 아스터를 감쌌다. 1인실이니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제부터 할 행위 때문이었을까. 괜히 부끄러움을 느낀 그녀는 팔로 자신의 가슴과 가랑이 사이를 가리며 종종걸음으로 침대로 향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차례였다. 성인용품점에서 챙겨 준 향유 통을 들고 손가락에 바른 다음 똑바로 눕는 아스터. 다리를 벌리고 한쪽 팔로 오금을 잡아당기니 그녀의 보지와 뒷구멍이 훤히 드러났다.
마치 남자를 원하는 듯한, 제발 박아달라고 비는 듯한 암컷의 자세. 자신이 어떤 자세로 누웠는지 깨달은 아스터는 얼굴에 피가 몰리며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우으으..."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미끌미끌한 손가락을 항문에 갖다 대니 그곳에 새겨진 주름들의 감촉이 와닿았다. 첫 경험인 아스터는 주름 하나하나에 향유를 바른다는 느낌으로 신중히 도포했다.
매끈하고 반들반들한 엉덩이 피부와는 확실히 다른 감각. 피부와 점막의 중간에 있는 그 느낌에 아스터가 몸을 떨었다. 애초부터 남자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진 앞쪽과는 달리, 이곳은 무엇을 넣거나 하는 곳이 아니었다.
나유에게서 언질을 듣지 못했다면 아스터는 아마 죽을 때까지 애널 섹스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으리라. 이렇게 스스로 항문 개발을 준비하고 있노라니 마음속에서 슬며시 걱정이 피어올랐다.
'창공 님이... 예뻐해 주시려나? 혹시 흉하게 생겼으면 어쩌지? 색깔은... 아아...'
어떻게 몸을 굽히거나 하면 볼 수 있는 음부와는 달리 항문은 어떻게 해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여성기를 많이 본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신학생 시절 동기들과 같이 목욕하며 스치듯 본 게 전부.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스터는 자신의 모양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양이 나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정도로. 딱 다물린 균열. 포피 안에 얌전하게 숨어 있는 동그란 클리토리스. 도톰하니 탄력이 넘쳐 보이는 음순까지.
남자들이 어떤 모양을 선호하는지 여자인 그녀로선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정도라면 정인에게는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항문은 그야말로 미지의 장소. 모양조차 손가락 끝의 감각에 의존해 알아내야 하는 판에 색깔 등은 알 수 없다.
아스터는 자신의 뒷구멍의 생김새가 창공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끊임없이 염려했다. 하지만 설령 모양이 예쁘지 않다 해도 그녀로선 어찌할 방도가 없기에 체념할 수밖에.
이윽고 향유 도포가 충분히 끝나자, 아스터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이제 정말로 애널에 침입을 해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곳에 손가락을 대고, 꿈틀거리며 살을 비집고 들어간다.
평소와는 다른 방향에서의 압박에 그녀의 괄약근이 움찔거렸다. 힘을 빼는 것은 정말로 어려웠다. 마음으로는 편안하게 풀어진 채로 두고 싶은데, 마치 남의 몸처럼 항문을 조이는 괄약근.
그녀는 중지를 반 마디 정도 꽂은 채로 잠시 멈추었다. 그렇게 있다 보니 쉴 새 없이 움찔거리던 괄약근은 이내 진정되었다.
'다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가락을 집어넣는 아스터. 입구 부분을 지나 조금 더 파고들자 더 느껴지는 저항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한 번에 쑤욱, 들어가는 통에 뭔가 잘못된 게 아닌지 생각할 정도로.
엉덩이 안은... 우선 마치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좋을까. 축축하고, 뜨겁고, 끈적거리는 쿠션에 손가락이 잔뜩 껴안긴 듯한 느낌.
'아, 이런 느낌이구나... 차갑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 정도라면 사랑하는 이가 안으로 들어왔을 때 따스하게 감싸 안을 수 있겠다며 기뻐하는 아스터. 손가락 뿌리까지 항문 안으로 집어넣었던 아스터는 몇 번인가 살살 손을 앞뒤로 움직이다가 천천히 빼내었다.
"우으으..."
빼낸 손가락을 걱정되는 시선으로 꼼꼼히 둘러봤지만 오물이 묻은 흔적은 없었다. 혹시 몰라서 냄새도 맡아 보니 향긋한 향유 향기 외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다만 손가락에 끈적한 무언가가 잔뜩 묻어 있었다.
향유도 어느 정도의 점성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한, 노골적일 정도의 점성. 엄지손가락을 맞대었다가 떼어 보니 두 손가락 사이에 점액의 실이 늘어졌다가 떨어졌다. 아스터의 장액이었다.
너무나 부끄러워져 눈을 꼭 감았다가 살살 뜨며 다시 한번 해 보니 여전히 결과는 똑같았다. 수치심과 함께 죄책감이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기본적으로 성직자는 수음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성욕을 억누르고 음란한 행위를 금지하는 목적에서라기보다는 평소 남들보다 참는 욕구가 많은 성직자들의 수음을 계기로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주하게 될까 봐 가로막는 것이다.
따라서 아스터는 성욕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수음 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억지스러운 해석을 내리며 자기 합리화를 했는데, 그럼에도 남아 있던 죄책감이 고개를 쳐들게 되었다.
"그만둘까..."
평소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행위. 신실한 성직자로 살아왔던 아스터에겐 너무나 힘들었다. 아무리 사랑을 위해서라지만 교리를 자체적으로 다르게 해석하면서까지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망설이던 그때였다.
[너 진짜 바보로구나?]
눈을 뜬 아스터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역시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금방 이 목소리가 전에 들었던 그 목소리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말이다.
[그래서 이대로 있을 거야? 네 언니에게 그를 빼앗긴 채로 있을 거야?]
"하, 하지만... 이건 사실상 수음이잖아... 교리에 어긋난다구..."
[어쩌라는 거야. 하, 안 되겠다. 넌 그냥 저기 산골 어디에 있는 수녀원에나 들어가. 이럴 거면 차라리 그게 낫지. 가서 창공 님의 앞날을 위해 기도나 해. 네 언니가 건강한 아이를 낳도록 기도나 해. 자꾸 이런 식으로 바보같이 고통만 받을 거라면 그게 낫겠어.]
"언니의... 아이...?"
[맞아. 언니와... 창공 님 사이의 아기 말이야. 그럼 안 생길 것 같아? 두 남녀가 밤마다 배꼽을 맞추는데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아?]
"나, 나는..."
[아, 불쌍한 아스터. 아스터의 자궁 안은 영원히 공허함만 남겠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으려는 언니를 앞에 두고 아무것도 못 하는 아스터에겐 딱 어울리는 일이네.]
아스터는 발끈했다. 이 목소리와 대화를 하다 보면 질투나 증오 같은 나쁜 마음을 품게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처녀도 못 주는 주제에.]
"그래서 이쪽을 드릴 준비를..."
[그것도 못 하고 있잖아? 그까짓 하잘것없는 양심 때문에.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러는지. 그만해, 아스터. 그만하라구. 넌 열매 나무 아래에서 열매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 벌리고 있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야. 스스로 열매를 따려고 하면 얼마든지 딸 수 있는데, 오만 핑계를 대며 거절하지. 안 그래?]
"아니라고!"
[그러면 어디 한 번 증명해 봐. 훌륭하게. 엉덩이 구멍을 창공 님께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해 보라고. 너라면 100년이 걸려도 불가능하겠지만.]
"이익..."
그녀는 더 참지 않았다. 다시 향유를 손가락에 묻히고, 그것을 애널에 쑤셔 넣었다. 또 오금을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자신의 큼지막한 가슴에 뻗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가슴. 잠시 유방을 주무르던 아스터는 젖꼭지를 붙잡고 문질러 보았다. 하지만 별 느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한 번도 자위를 해 본 적이 없는 그녀다. 당연히 감도는 바닥을 쳤다.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빨리 창공 님께 안기고 싶은데...'
고민하던 아스터의 머릿속에 갑자기 창공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두컴컴하던 눈앞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았다. 방법을 떠올린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창공의 손길을 상상하며 자위하는 것이었다. 지금 자신의 젖꼭지를 어루만지는 손이, 뒷구멍을 쑤시고 있는 손가락이 창공의 것이라고 상상하며.
효과는... 있었다.
"아...!"
순간적으로 그녀를 관통하는 짜릿한 감각. 부드럽게 풀어져 있던 괄약근이 갑자기 손가락을 잘라먹을 듯 꽉 조여오고, 유두 끝에서 미세하게 찌릿찌릿한 느낌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에 기분이 고양된 그녀는 다음으로 손을 가랑이 사이에 뻗어 보았다. 자위 경험이 전무하니 클리토리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리 없었으나, 본능이 그녀를 이끌었다.
포피를 걷어내고 직접 클리를 자극한다는 생각은 못 했는지 그 위를 둥글게 문질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 아앗..."
그녀의 허리가 서서히 침대 위에서 떠오르고, 천천히 항문을 쑤시던 손가락에 속도가 점점 붙었다.
"창공 니이임... 더... 더... 더 귀여워해 주세요..."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리는 아스터. 입에서는 애달픈 한숨이 토해지고, 보지 균열은 새어 나온 애액으로 반질거렸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장액과 향유가 서로 섞여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음탕하고 추잡한 소리를 자아냈다. 그러나 아스터에겐 그것이 들리지 않았다. 설령 들렸다 하더라도 상관없었으리라.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겨 있었으니까.
"오윽... 흑... 창공 님... 뭔가, 뭔가 와요... 오고 있어요..."
저 심연에서부터 묵직한 무언가가 차오르고 있었다. 두렵디 두려운 미지의 감각. 아스터는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으나, 이대로라면 자신이 바뀌고 만다는 것은 예감할 수 있었다. 한 번 느껴버리면 그것이 주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괘, 괜찮겠죠? 창공 님? 창공 님이 보고 계시니까... 아...! 와, 와요... 왔어요...!"
그럼에도 그녀는 브레이크가 박살 난 폭주 기관차처럼 계속해서 내달렸다. 허리가 점점 굽어져 브릿지를 만들고, 음부가 마치 과시하듯 앞으로 내밀어졌다.
아스터는 요의를 느끼고 있었다. 소변이 마려울 때와는 뭔가 달랐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비슷했다. 멈추어야 했다. 클리토리스를 매만지는 손, 뒷구멍을 쑤시는 손 둘 다 멈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침대에 실례를 해 버린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춘다는 선택지를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지의 감각을 두 팔 활짝 벌려 환영했다. 창공이 그곳에 데려다준다면, 그녀는 지옥이라도 기꺼이 제 발로 갈 수 있었다.
"으흐흑... 싸, 싸면 안 되는데에... 흐으, 흐으, 흐으으...! 창공 니이임... 아스터를, 아스터를 봐 주세요... 와, 왔어요...! 온다... 온다앗...!"
허리가 완전히 굽어져 예쁜 반원을 그린 그 순간.
아스터는 생애 처음으로 절정을 느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질이 꽉 오므라든다. 애널은 아플 정도로 손가락을 조여 왔다. 아플 정도로 꼿꼿해진 유두는 자신을 과시한다.
그녀의 눈앞에서 반짝이는 별이 수도 없이 지나갔다.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행복만이 느껴질 뿐. 인간이 설정한 모든 기준을 넘어선, 마치 이 세상 바깥의 것이라 생각될 정도의... 규격 외의 쾌락.
마치 수건을 쭉 짜듯이 아스터의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가, 한순간에 전부 빠진다. 굽어졌던 허리가 펴지며 침대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시이이이이...
그리고, 요도구에서 따스한 액체가 힘차게 뿜어졌다. 오줌과는 다른... 맑고 조금은 끈적거리는 무언가.
"안 돼해애애애..."
아스터가 필사적으로 분출을 막으려 노력했지만 허벅지만 조금씩 움찔거릴 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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