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떠돌이들-104화 (104/178)

〈 104화 〉 별의 추락 (4)

* * *

'냄새... 안 나겠지?'

아스터는 코에다가 몸 이곳저곳을 갖다 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손, 팔오금, 겨드랑이...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몸을 꼼꼼하게 씻은 지 이제 겨우 3분이 지났는데도 냄새가 날까 두려웠다.

청결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이 정도까지 강박증이 있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강박적일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그와 처음으로 잠자리를 같이 하는 날이었으니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소에는 걱정거리조차 아니었던 것들까지 근심 걱정거리로 느껴지는 아스터였다. 입술이 마르진 않았는지, 가슴 모양은 어떻게 보일지, 아랫배에 새겨진 문신이 흉하게 보이지는 않는지 정말 온갖 것들이 걱정됐다.

그렇다고 해서 안 갈 수도 없는 법. 알몸의 자신을 이리저리 관찰하던 아스터는 이내 속옷과 사제복을 차려 입고 침대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후우... 하아... 후우우..."

21년의 인생.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세월 동안 긴장되지 않은 날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 인생의 배를 산 이들도 아스터만큼 긴장되는 날을 많이 맞이했던 사람은 드물 것이다.

라티움에서 10년의 신학생 생활을 하는 동안 긴장하지 않은 날이 있었던가. 항상 삿된 생각을 하지는 않는지, 외모는 성직자에 걸맞은 단정한 외모인지 자신을 점검하며 긴장 속에 파묻힌 생활을 했으니까.

그래서 아스터는 평소에도 남들보다 더 잘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까마득히 높은 위치에 있는 추기경과 독대해도, 길을 가다 칼을 든 도적들을 만나도. 하지만 오늘 그녀의 마음을 옥죄는 긴장감은 그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몇 번이고 준비가 충분한지 점검하고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도 잠시 뒤면 혹시 모른다며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신이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터질 듯 뛰어대는 심장박동을 느끼는 자신이 있었다.

'이런 게 사랑...'

그렇지만 아스터는 그 모든 것이 기뻤다. 가슴 벅찬 행복감이 차올랐다. 이유가 바로 사랑 때문이었으니까. 그녀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비록 완전히 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진정한 사랑을 거머쥘 기회가 왔다는 것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아스터였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자기최면을 걸듯 수없이 중얼거린 아스터는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창공의 방은 위층에 있었고, 거기까지 이르는 데엔 기껏해야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어떡해... 벌써 도착해 버렸어...'

문 앞에 선 그녀는 얼굴을 감싸 쥐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 마음을 더 가라앉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냐! 난 잘 해낼 수 있어!'

어차피 겪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바라마지않던 순간이 아니던가. 각오를 굳힌 아스터는 조심스레 노크를 했다.

똑. 똑.

"네."

"창공 님. 저예요..."

"아스터? 들어와."

문이 열리며 나는 소리가 마치 천둥 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물론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아스터는 눈을 꼭 감고, 침을 꿀꺽 삼키고, 방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턴 쉬웠다. 터질 것처럼 세차게 뛰던 그녀의 심장은 이내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아스터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사모하던 님의 얼굴이었다.

"좋은 밤이네요..."

인사를 건네고, 쪼르르 걸어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는 아스터.

"그래. 좋은 밤이지."

창공은 선선히 그녀의 인사에 답을 주었다. 하기야 정말 좋기는 좋은 밤이었다. 쌍둥이 언니를 성노예로 부리는 상황에서 동생의 후장 처녀를 딴다는 상상을 하니 이만큼 더 좋은 밤이 있을까, 싶은 것이다.

"저... 혹시 미숙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려요..."

"뭐가."

"그게... 아우... 이걸 부끄러워서 어떻게 말씀드리죠?"

하기야 처녀가 후장을 맛있게 조이지 못하더라도 용서해 달라는 말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창공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괜한 걱정 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어. 아니면 나랑 같은 침대에 눕는 게 싫어?"

"아뇨! 그럴 리가... 오히려 바라던 일이라고 할까."

"그럼 괜찮잖아. 어려운 거 안 시키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네..."

창공은 아스터의 이런 풋풋한 면이 마음에 들었다. 도화지가 하야면 하얄수록 더 좋은 것과 같았다.

"아스터.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 알았지?"

"네. 뭐든 물어보셔요."

"자위 경험은 얼마나 있어?"

"자, 자, 자, 자... 위... 요...? 아으, 그게에..."

첫 질문부터 난관이었다. 그럼에도 창공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스터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제까지 살면서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었는데요..."

"정말로?"

"네에...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했어요..."

붉게 물든 아스터의 얼굴이 아래로 떨구어졌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듯 작아졌지만, 그 와중에도 창공에게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지진 않았다.

"어떻게 했는데?"

"손이랑... 기구... 사용하면서... 하, 하, 항문... 안에 넣어 보고요..."

"무슨 생각 하면서 했어?"

"우우..."

그녀의 손가락이 자꾸만 꼼지락거렸다. 반응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아가씨였다.

"창공 님이... 만져 주시는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어땠는데?"

"처음에는 그냥 그랬는데요... 창공 님 생각을 하니까 막 찌릿찌릿하고... 그랬어요... 아으... 어떡해..."

"그랬구나. 교단에서 성교육은 안 받았어?"

"받았어요... 하지만 아기를 만드는 법만 간단하게... 요..."

창공은 벌써부터 자지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성의 기쁨에 무지한 처녀를 유린하고 자기 색깔로 물들이는 재미에 필적할 만한 것은 찾기 어려웠다. 오늘 그 행운을 잡았으니, 결코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솔직하게 답해줘서 고마워."

"네에..."

"시킨 건 잘 하고 왔지?"

끄덕.

아스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창공이 시킨 것은 간단했다. 첫째. 관장을 깨끗이 하고 몸을 씻은 다음 뒷구멍에 플러그를 박고서 방에 올 것. 둘째. 그날 구매했던 성인 용품들을 전부 가져올 것.

이윽고 그녀가 테이블 위에 자기가 가져온 도구들을 늘어놓았다. 대부분은 륀을 조교하기 위해 창공이 구매한 것과 품목이 겹치는 것들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스터."

"네, 창공 님."

"마지막 기회를 줄게. 정말 괜찮겠어? 네 언니와 경쟁해서 이겨야 해. 오늘이 지나면 난 너와 륀을 똑같이 대할 거야. 둘 중에 더 매력적인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할 거라고. 또 내가 나유나 아린이를 안고 싶은 날엔 아무리 준비해도 소용없어. 그런 걸 원해?"

당연한 말이지만 창공은 이 말을 듣고 아스터가 내빼기를 원치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아스터가 도망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향후 자신의 거동이 편하도록 쐐기를 박는 목적도 있었다. 사실상 그는 정해진 대답을 듣기 위해 질문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또 그것들이 전부 사실이라 해도... 전 창공 님의 곁에 있고 싶어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이제 못 멈춰. 나중에 가서 후회해도 절대 안 놔줄 거야."

"그걸 바라고 있어요. 저를 놓아주지 않으신다니 기뻐요..."

"그래... 알았어."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아스터는 기쁨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창공 님.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뭔데?"

"제 첫 키스...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슴 벅차오르는 부탁이었다. 남의 부탁을 쉽사리 들어주지 않는 창공도 이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이리 와."

"네...!"

그녀는 미소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창공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걸터앉았다. 엉덩이에 와닿는 침대의 감촉. 그제서야 아스터는 창공과 함께 밤을 새울 것이라는 실감이 났다.

살며시 눈을 감고 창공이 입 맞춰 오기를 기다리는 아스터. 기다리는 동안의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스터는 마치 지금 자신의 마음이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화분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화분에 손을 뻗으려는 그때...

'아...'

입술에 따스하고 몰캉한 뭔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짜릿한 전류가 그녀를 꿰뚫었다. 다시 한번 가슴속에서 행복이 벅차오른다. 얼굴 위로 느껴지는 창공의 숨결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잠시 후 창공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건드리자, 아스터는 기꺼이 입을 벌려 그를 환영했다. 두 사람의 혀가 섞이고, 서로 열정적으로 껴안는다. 연인과의 키스는 달콤하다. 그녀는 이제까지 그 말이 그저 관용구인 줄로 알았는데, 이제서야 사실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키스는 포도주요, 구름이요, 봄바람이었다. 목구멍 안쪽에서 뜨거운 기운이 번지고 아랫배가 저릿거렸다. 아스터는 벌써부터 자신이, 자신의 자궁이 창공의 씨앗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혼식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아...'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그녀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하지만 그 의구심마저 첫 키스의 달콤함에 씻겨나가, 종래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푸헤에..."

입술이 떨어지자 그간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아스터. 이미 그녀의 얼굴은 잔뜩 풀어져 있었다. 녹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만족... 하셨나요? 입술이 말라있지는 않던가요?"

"좋았어."

"언니와 비교하면은요?"

아스터는 떨리는 마음으로 창공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제부터 그녀의 언니, 륀 퐁파두르는 연적이었다. 그 연적을 이기려면 어떻게든 자신의 남자를 더욱 만족시켜야만 했다.

"네가 더 나아."

"아...!"

창공 입장에서 이것은 단순히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륀의 첫 키스를 가져갈 때와는 달리 지금은 아스터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으니까. 당연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고마워요, 창공 님...! 아, 사랑해요..."

"키스는 앞으로도 질리도록 해 줄게."

"네! 원하시면 언제든지 드릴게요!"

한 번 그녀에게 웃어 준 창공은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를 쾌락의 도가니로 안내하기로 마음먹었다.

"옷 벗어 볼래? 천천히. 내가 구경할 수 있게."

"그럼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난 아스터는 단추에 손을 가져다 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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