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산책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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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흘러갔다. 분명 아렌체는 인상 깊은 도시였지만 결국 하루 머무르는 곳에 불과했고, 점점 증발하게 될 추억으로 간직한 채 일행은 다음 기착지로 이동하는 일정을 계속했다.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크게 다가왔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바로 창공이 여자들과 동침하는 빈도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옆에 여자를 끼지 않고는 잠에 들지 않던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일행들 중 단 두 사람을 제외하고선 알지 못했다. 그나마도 둘 중 하나는 창공 본인이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륀이다.
혹시라도 격한 성관계 중 무리가 가서 피를 토하는 모습을 다른 여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결정이다. 병을 몰랐을 때엔 마음 놓고 허리를 흔들었지만 아무래도 알고 나니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변하기 마련이고, 창공조차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담배는 계속 피웠지만... 창공에겐 섹스보다 담배가 우선순위였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했다.
다만 모든 여자들이 공평하게 창공과 잠자리를 가지지 못했다면 그저 무슨 일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겠으나... 유독 륀이 창공에게 많이 불려간다는 게 문제였다.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눈치껏 파악하려 한다면 누가 창공과 잤는지 알 수 있다. 한데 아무리 살펴봐도 간택을 받는 여자는 륀인 것이다. 아린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나유와 아스터의 불만이 점점 높아져만 갔다.
자연스레 그 불만은 륀에게 향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일행들의 눈치도 있고 하니 대놓고 면전에서 싸우지는 않는다. 게다가 직접적인 비난은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게 된다. 따라서 그 불만의 표출은 상당히 치졸하다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아침에 인사를 하거나, 서로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거나... 하다못해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건네어 기분을 전환시켜 주거나. 눈에 띄진 않지만 인간관계에 상당한 윤활을 하는 행동들이 뚝 끊기는 형태로.
당연히 륀도 이런 일을 당하면 기분이 불쾌하다. 그것도 일이 이렇게 된 게 자기 탓이 아니라면. 그러나 그녀는 조용히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창공에게 그러한 부탁을... 명령을 받았으니까.
[네가 날 독점한다면 다른 애들한테 욕 좀 먹겠지만... 그건 이미 익숙하잖아?]
그때 창공이 륀에게 했던 말. 륀은 무참할 정도로 배려심 없는 말을 곱씹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덕분에 자신은 다른 여인들이 받지 못하는 기쁨을 잔뜩 받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게 좋았다. 뜻이 분명하지 않던 고대 언어 낱말을 자신의 힘으로 알아내는 게 좋았다. 새로운 마법 공식을 유도해 내어 논문에 싣는 게 좋았다. 평민이던 자신이 마법 교수로서 귀족들과 왕실 인사들에게 인정받는 게 좋았다.
단지 그것들이 전부일 줄로 알았건만, 요새 그녀는 다른 기쁨에도 눈을 뜨고 말았다.
창공에게 엉덩이를 두드려 맞으며 용서를 비는 게 좋았다. 그에게 머리를 짓밟히며 자신을 비하하는 게 좋았다. 더러운 구멍을 능욕당하며 쾌락에 몸부림치는 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칭찬해 마지않던 고운 머릿결을 정액을 닦는 걸레로 쓰이는 게 좋았다. 가슴으로, 겨드랑이로, 허벅지로 창공에게 봉사하는 게 좋았다.
또... 목줄이 채워지고 창공에게 개처럼 끌려다니는 게 좋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 그녀는 알몸으로 밤 산책을 하고 있다.
"하아... 하아아..."
긴장감과 걱정, 하면 안 될 행동을 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숨이 거칠어진다. 서서히 밤공기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네 발로 기는 건 힘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니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륀이 늦어진다면 창공은 배려라고는 하나도 없이 그녀의 목에 채워진 목줄을 거칠게 당겼다.
처음 그녀가 알몸 밤 산책을 나섰을 때엔 도무지 정신이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몇 번 경험을 하고 나니,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가라앉은 밤공기가 맨 피부에 닿았을 때 사포처럼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젖꼭지는 아플 정도로 꼿꼿하게 서서 그녀를 괴롭혔다. 사타구니는 축축이 젖어들어 어서 남자를 받아들이고 싶다 아우성을 쳤다.
륀은 자신의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애액 한 줄기를 느꼈다. 처음엔 자신이 이런 취급을 당하며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자괴감은 오히려 흥분을 더해주는 조미료가 되고, 비참하게 추락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지경까지 된 것이다.
실룩거리는 엉덩이 사이를 잘 보면, 하트 모양으로 조각된 마개가 눈에 띈다. 산책을 나갈 때면 그녀는 항상 플러그를 뒷구멍에 스스로 꽂아야 했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려웠지만, 요새는 많이 능숙해져 창공이 명령하면 손쉽게 집어넣을 수 있었다.
조이려 하는 괄약근과 반대로 밀어내려 하는 플러그. 움직일 때마다 배 안쪽을 자극하는 압박감. 거기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륀으로 하여금 더욱 산책을 즐기도록 만들었다. 물론 자신을 거칠게 범하는 창공의 자지와 비교할 수는 없다.
"저... 주인님?"
"왜."
"오줌 마려워요... 싸게 해 주세요."
그리고 륀은, 여기까지 추락해 버린 자신을 관조하며 미세한 절정을 느끼는 것이다.
"음..."
창공이 망설이자 그녀가 재촉한다.
"싸게 해 주세요, 네? 주인님 앞에서 오줌 누고 싶어요."
"이리 와."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밤에는 특히 그러한 마을 외곽을 따라 산책을 했다. 마을 외곽에는 보통 숲이나 밭이 있다. 산책 시간은 자정이 넘은 1시 정도로 정하니 더욱 사람들과 마주칠 가능성을 줄어든다. 륀이 느끼는 흥분은 줄어들지 않지만.
창공은 그녀를 마침 근처에 있던 밭으로 이끌었다. 순무를 키우는 밭이었다.
"엎드리지 말고 쪼그려서 한 번 해 보자."
"네, 주인님."
그녀는 쪼그려 앉아 양팔을 접고 제 가슴에 바짝 붙였다. 산책을 하다가 창공이 발걸음을 멈추면 륀이 취해야 하는 동작이었다.
"그래도 사람 지나다니는 길에다가 하면 안 되니까. 거름도 줄 겸 밭에다가 싸야지. 안 그래?"
"주인님 말씀이 맞아요."
"그럼 이제 일 봐."
"감사합니다, 주인님."
곧이어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여자의 신체 구조상 아무리 힘을 줘도 앞으로 멀리는 안 나가고 겨우 몸 앞에 떨어질 뿐이기에, 륀은 적당히 힘을 조절해야 했다. 그래야 몸에 튀지 않으니까.
시이이이...
수치스러운 소리가 났다. 소변 줄기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도. 그리고 창공이 이 모든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처녀로서, 여자로서 겪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일.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런 사실조차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삼고 있었다.
이윽고 물줄기가 잦아들고... 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창공은 주머니에서 천 한 장을 꺼내 그녀의 가랑이를 닦아 주었다.
"계속 가자."
"네."
그의 손에서 떠난 하얀 천은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두 남녀는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륀. 아까 닦아줄 때 유독 축축하던데, 그건 왜 그렇지?"
"주인님께 박히고 싶어서... 잔뜩 젖어버렸어요..."
이제 그녀는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창공이 자신의 병세를 고백하자, 어떨 때엔 은근히 처녀를 바치고 싶다는 어필까지 해 왔다. 남자가 죽기 전에 씨를 받고 싶다는 본능 때문이었을까.
"뒷보지에 박히고 싶다고?"
"아뇨, 주인님. 보지에, 앞보지에 박히고 싶어요."
"그래도 거기로 하면 더 이상 처녀가 아니게 되는데."
"이젠 상관없어요... 아뇨, 오히려 주인님께 처녀를 드리고 싶어요..."
"전엔 싫어했잖아."
"아아... 용서해 주세요. 그땐 륀이 미련했어요. 바보 같았어요. 제발 륀을 용서해 주세요. 네?"
"싫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창공은 연거푸 거절했다. 굳이 쌍둥이의 처녀를 한 번에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라거나 처녀를 따는 건 많이 해 봐서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녀를 지키고 싶다는 여자를 능욕하는 건 여러 번 해 봤지만, 처녀를 따이고 싶다는 여자를 능욕하는 건 그도 해 보지 못한 신박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니까. 이런 건 돈 주고도 못 한다.
"주인님 미워요..."
"미워하면 어쩔 건데?"
"나중에 주인님이 거동하시지 못할 정도로 불편해지게 되면 두고 보세요. 제가 그때가 되면 제 고향에 모실 거라고 했죠? 다른 암컷들은 접근 못 하게 할 거예요. 륀이 얼마나 무서운 암컷인지 보여 드릴 거라고요."
"하! 마음대로 하던가."
창공은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덕분에 죽는 맛은 나겠다고.
이제 그들은 숲 외곽길을 걷고 있었다. 마을 외곽 중에서도 외곽인 터라 집에서 대놓고 이쪽을 바라보더라도 잘 보이지도 않을, 그런 곳이다.
"위치 좋네. 륀이 울부짖어도 고양이 우는소리처럼 들릴 거고."
"드디어 범해 주실 건가요?"
"맞아. 플러그 빼 봐. 손은 쓰지 말고."
"네, 주인님."
그녀는 창공에게서 뒤돌아 땅바닥에 엎드렸다.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위로 들어 엉덩이가 잘 보이도록.
"흐읏..."
귀엽게 힘을 주는 소리가 들린다. 륀의 부들부들 떨리는 엉덩이와 다리가 달빛 아래에서 하얗게 빛난다. 천천히, 조금씩 항문에서 밀려 나오는 애널 플러그. 문득 장난기가 든 창공은 그녀의 가랑이에 손을 뻗어 클리를 간질였다.
"하으응!?"
모습을 드러내던 플러그는 다시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주, 주인님! 그러시면 안 돼요..."
"싫어. 난 내 할 일 할 테니까 너는 너대로 일 봐."
"크흥... 으읏!"
부들부들 떨며 다시 힘을 주는 륀. 귀엽게 고개를 내민 돌기를 간질이는 창공의 손 위로 애액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다.
"허리 슬슬 빼네? 도망가지 말고."
"아, 안 되는데헤... 히잇...!"
륀의 사투는 한동안 이어졌다. 앞뒤로 느껴지는 쾌락에 머릿속은 곤죽이 되었지만, 동시에 플러그를 빼라는 창공의 명령을 필사적으로 수행한다.
퐁!
앞뒤로 움찔거리던 플러그가 빠져나오고, 륀이 땅바닥에 쓰러져 거칠게 호흡한다.
"하아... 하아... 주, 주인님... 하아... 해냈... 해냈어요..."
"일어서서 나무 짚어."
"네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