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 꿈에서 현실로 (3)
* * *
"하아... 우으음..."
작은 욕실 안에 가득 찬 아린의 거친 숨소리. 두 팔을 뒤로 돌려 창공의 목을 껴안고, 고개는 잔뜩 뒤로 젖혀 창공의 입술을 얌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불편한 자세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입맞춤 탓에 제대로 숨쉬기가 힘들어 보였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창공과 혀를 섞었다.
사실 지금의 입맞춤은 아린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창공이 살아있음을, 자신은 그런 창공과 함께 있음을 증명하는 키스. 창공의 목뒤로 깍지 껴진 그녀의 두 손은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처럼 보였다.
두 입술이 맞닿은 곳에서는 쮸웁, 쪼옥, 하고 계속해서 자그마한 물소리가 났다. 그것은 10분이 넘도록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린은 약간 거친 창공의 입술과 강하게 제 입안을 유린하는 혀, 그리고 미약하게 느껴지는 담배 냄새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
"푸하아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키스가 끝나고, 가늘고 투명한 실이 두 남녀의 입을 이었다가 사라졌다. 키스는 끝났지만 아린은 그 자세 그대로 창공의 얼굴을 비스듬히 올려다보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탓인지 머리가 약간 멍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오빠."
"왜."
"진심은 담겨있지 않아도 좋으니까...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해줄 수 있나요?"
몽롱한 아린의 표정. 평소의 곧은 마음과 꺾이지 않는 이지 따위는 엿보이지 않는, 온전히 사랑에 빠진 여자의 표정. 창공은 잠시 동안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그대로 내려다보았다.
"네?"
"생각해 보고."
"오빠 바보. 그런 것도 심사숙고를 해야 되나요?"
하잘것없는 작은 소원.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린은 행복했다. 창공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은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전부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창공의 손길이 손목에서부터 시작해 아래로 쓸고 내려가자, 찌꺼기처럼 남아있던 약간의 서운함마저 사르르 녹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가녀린 손목을, 매끄러운 팔뚝을, 보드라운 팔 안쪽 살을, 말랑말랑한 겨드랑이를 스칠 때마다.
"우읏..."
그대로 주욱 내려갈 것만 같던 창공의 손길은 아린의 겨드랑이에서 잠시 머물렀다. 살짝 누른 채 빙글빙글 돌리고, 손끝으로 간지럽히기도 하면서. 간지러웠던 탓에 창공의 목에 두른 손깍지를 풀어버릴 뻔했지만 아린은 그가 겨드랑이를 계속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거기가... 으힛...! 그, 그렇게... 좋... 아요...?"
그녀는 웃음기를 잔뜩 억누른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다른 여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창공의 취향에 대해서 말할 때가 이따끔씩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오는 공통적인 취향이 바로 겨드랑이에 대한 묘한 집착이었다.
때로는 지금 하는 것처럼 직접적으로 만지기도 하고, 때로는 절로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싶어질 만큼 빤히 바라보기도 한다는. 나유는 일부러 사정당할 때마다 겨드랑이를 보여준다는 말까지도 했었다.
그런 취향은 아린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창공과의 섹스 경험이 한 손으로 꼽을 만큼 적은 그녀였기에 그와 알몸을 맞대는 것이 아직까지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이렇게 겨드랑이를 직접적으로 공략당하는 것은 평소의 배가 넘는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
처음에 드는 부끄러움. 자기 몸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것 같다는 수치심. 미묘한 치욕. 불쾌감이 들 법도 했지만, 어쩐지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흐으읏... 오, 오빠아아... 거기... 안... 돼요..."
아린의 목소리에 자그마한 열락이 섞이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의 일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겨드랑이에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창공의 손이 그곳을 괴롭히자 점차 가슴속에서 용암처럼 뜨겁고 끈적한 불길이 슬며시 고개를 치밀었다.
검고 묵직한 열락의 불길. 심장에서 뻗어져서, 척추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자궁까지 닿은 그것은 절로 아린의 한숨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상해요오오... 이런... 이거 아닌데헤..."
"변태 엄마네."
창공이 아린의 귀에 살며시 속삭이자, 아린은 눈앞에 불똥이 튀는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아니, 실제로 폭죽이 터져버려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고작 겨드랑이 만지는 걸로 느끼는 거야? 다른 여자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 여인을 안으면서 입으로는 다른 여인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린에게 여자로서의 수치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지만, 지금 그녀는 그런 수치심마저 느낄 정신이 없었다. 당혹감, 다시 당혹감. 거기에 부정하고 싶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끈적끈적한 열락과 쾌락.
"하늘이가 다 보고 듣는다며. 엄마가 이렇게 변태인 걸 알면 실망하겠는데."
"지, 지금은 하늘이 잠자고 있으니까하..."
자신의 아이를 밴, 임산부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더욱이 그 임산부가 명백히 쾌락을 느끼는 상황은 창공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까지 겨드랑이 자체가 성감대인 여자는 안아보질 못한 탓이다.
물론 겨드랑이가 성감대인 사람이 결코 비정상은 아니다. 하다못해 귀나 발이 성감대인 경우도 있는데 민감한 부위로는 손꼽히는 겨드랑이가 그렇게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린의 경우 벌써부터 상당히 개발된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벌써부터 이 정도라면 나중에는 어떤 반응을 보여 줄까. 처음부터 거의 완성되어 있던 자궁구의 성감처럼 개발된다면...
창공은 자신의 품 안에서 미약하게 몸부림치는 아린을 기특하게 바라보다가,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사랑해."
"흐으으으읏!?"
진심 따위는 물론 담겨있지 않았다. 아린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기쁨에 겨워 떨었다. 이미 젖혀져 있던 목에 힘이 들어가며 한계까지 젖혀지고, 반대로 무릎과 발목은 한계까지 펴지고, 질은 씨앗을 받아들일 때처럼 잔뜩 수축했다.
"아으윽... 잉그으으읏...!"
절정했다.
겨드랑이와 목소리만으로.
"말도 안 대해애애..."
힘없이 부정해도 소용없었다. 그녀 스스로도 이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창공에게는 감출 수 없었다. 이윽고 창공의 손길이 가슴으로 향하자,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찌릿찌릿한 전류가 젖꼭지에서 느껴졌다.
오르가즘이 쾌락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응읏... 우으웃... 히잇...!"
귀엽게 솟아오른 아린의 유두를 쥔 창공의 엄지와 중지. 살짝씩 잡아당겨질 때마다 쾌락에 저항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굽혀지는 아린의 허리. 등허리는 들어가고, 흉곽은 부푼다.
유두가 아직까지는 그리 민감하지 않았던 탓에 방금 전과 같은 절정은 없었다. 하지만 뇌와 자궁을 찌르는 찌릿찌릿한 감각 만으로도 아린이 제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흐흐흑... 으아아앙..."
아린의 트레이드 마크인 흐느끼는 듯한 신음 소리. 남자로 하여금 그녀를 억지로 범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그녀의 신음 소리는 작은 몸과 겹쳐서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인 배덕감을 주었다.
150cm를 간신히 넘는 작은 체구. 울음소리와 구분하기 어려운 신음 소리. 임산부.
나유의 늘씬하고 탄탄한 몸, 퐁파두르 쌍둥이의 마시멜로 같은 부드러운 몸과는 차별화되는 아린만의 매력. 그녀는 단순히 가슴과 골반의 크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입증하고 있었다.
"흑... 으흐흑... 오빠아아... 그, 그마한..."
"난 계속하고 싶은데."
"빨... 테니까... 그만해 주세요... 흐앙... 아하아앙..."
아린은 오랜만의 쾌락에 저항하기 어려운 듯 그렇게 제안을 해 왔지만 창공은 그것을 순순히 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뭘 빨아. 손가락?"
"자... 지히이잇...! 오빠 자지 빨게요... 으흐흐흐흑..."
"싫은데."
가슴을 괴롭히던 그의 손이 다시 겨드랑이로 넘어가자, 아린은 다시 고개를 잔뜩 젖혔다.
"오빠아아아아... 오빠아아아...!"
절정의 징조가 다시금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창공은 아린이 완전히 절정하기 전 손을 떼고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흐으읍...! ...음. 우움... 푸하...!"
두 번째 입맞춤이 끝나고, 창공의 몸에 등을 완전히 기대고 축 늘어진 아린. 잠시 동안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좁은 욕조 안에서 낑낑대며 몸을 돌려 창공을 마주 보았다.
"...후우! 오빠."
"응."
"사랑한다고 한 번만 더 말해주면 안 돼요? 한 번만요. 네?"
"싫어."
단호한 거절. 이에 아린은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쳇. 기대도 안 했네요. 일어나 봐요. 이제는 내 차례니까."
창공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일어났다. 다소곳이 무릎을 꿇은 아린의 얼굴 앞에 내밀어진 그의 성기. 우뚝 솟아있다. 이제 곧 그녀를 무자비하게 꿰뚫을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처럼.
"으아아..."
몇 번 보긴 했지만 아린은 아직까지 창공의 것에 적응을 할 수 없었다. 이런 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몸이 신기하기만 했다.
"시, 시작할게요..."
자그마한 두 손이 뜨거운 기둥을 움켜쥐어 각도를 조절하고, 귀여운 입이 귀두 끝을 살짝 물었다. 부드러운 혀가 귀두 끝을 살짝 스치자 자지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오랜만의 자극이었던 탓이다.
"벌써부터 그렇게 좋아요?"
"혼난다."
"지금은 내 차례라구요."
다른 여인들은 펠라치오를 할 때 창공의 자지를 전부 삼키곤 했고, 나유는 목구멍 깊숙이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아린은 워낙에 입이 작아 능숙하게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손으로 최대한 만회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기둥을 앞뒤로 문지르고, 불알을 살며시 주무르고. 사실 이 정도야 다른 여인들도 다 하는 기술이었고 나유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다만 아린의 가장 큰 무기. 작은 체구에서 오는 배덕감.
평소라면 조금 부족했겠지만 앞서 말했듯 오랫동안 사정하지 못한 지금의 창공에겐 충분하기 그지없었다. 단단했던 자지가 더욱 단단해지고, 귀두가 더욱 부풀었다. 고환도 위로 붙어 정액을 내보낼 준비를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린은 딱 입을 떼버렸다.
"여기까지 할게요. 나 힘들어요."
"...혼난다."
전과 똑같은 말.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감정이 실린.
하지만 그녀는 싱긋, 웃음 지을 뿐이었다.
"침대에서 마음껏 혼내 주세요,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