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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미친 짓 (28/112)

28. 미친 짓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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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동안 시후는 겨울의 해괴한 행동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일부러 머리를 산발하고 나와 밥을 꾸역꾸역 먹는다든지, 데이트하는데 이상하게 화장하고 나와 욕을 걸쭉하게 뱉는다든지. 시도 때도 없이 업무 중에 전화를 걸기도 했고, 코가 마비될 만큼 향수로 샤워를 하고 숨 가쁘게 재잘거리기도 했다. 물론 타격감은 제로. 시후는 그런 겨울이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에 웃음이 나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이혼을 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입꼬리가 잦아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전부 고개를 끄덕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16550878251251.jpg-죄송해요…….

휴대전화로 걸려온 희수의 전화를 받은 시후의 눈썹이 세차게 올라갔다.

16550878251251.jpg-조금 전에 클럽 안에서 겨울이를 놓쳤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요.

16550878251259.jpg“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16550878251251.jpg-그게…… 트러블이 좀 있었어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희수는 고등학교 동창들이라는 세 여자와 있었던 소동을 털어놓았다. 그녀들이 겨울에게 했던 폭언들부터 핸드폰을 일부러 가방 안에 넣어놓고 누명을 씌우려던 일까지. 그 이야기를 듣는 시후의 이마에는 핏줄이 세차게 곤두섰다. 짓씹은 잇새 사이로 험악한 욕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16550878251259.jpg“그 사람들 이름은 압니까?”

16550878251251.jpg-통성명을 안 해서 잘 모르겠어요……. 겨울이가 알지 않을까요?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짙은 숨이 쏟아졌다. 겨울에게 누구냐고 물어봐야 알려주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를 건드는 인간은 누구든지 전부 매장해버리고 싶었다. 가까스로 화를 누른 시후는 일단 급한 일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16550878251259.jpg“그래서, 지금 그 클럽이 어디입니까?”

이미 3시간 전부터 주위의 온갖 클럽이란 클럽은 다 뒤지고 있는 찰나였다. 핸드폰에 한껏 열이 오를 때까지 겨울의 휴대전화로 내내 통화를 걸어도 그녀는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6550878251251.jpg-강남에 엑시즘이에요.

무식하게 몸으로 뛰던 중, 던져진 단서에 시후는 핸들을 빠르게 U자로 돌렸다. 엑시즘이라면 집에서 가까운 청담의 클럽이었다.

16550878251251.jpg-지금 저랑 주형이랑 계속 찾고 있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요.

16550878251259.jpg“제가 겨울이 찾아서 집으로 잘 데리고 갈 테니 두 분은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세요.”

16550878251251.jpg-네? 그렇지만…… 찾기 힘드실 텐데요?

16550878251259.jpg“괜찮습니다. 찾을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시후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사람이 수십 명이든 수백 명이든, 앞이 캄캄해서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이든, 시후는 그 속에서 겨울을 단번에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녀는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제 시선을 빼앗는 여자였으니까.

16550878251259.jpg“드디어 찾았다.”

……이렇게. 클럽에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후는 곧바로 현란한 사이키 조명 속에 푹 파묻혀 있는 하얀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서 술을 얼마나 들이켠 건지 위태롭게 비틀거리는 겨울은 주위의 수컷들이 개떼처럼 달려드는데도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와 툭 부딪혔는데도 말없이 가려는 겨울의 손을 확 휘어잡자 그제야 몽롱한 고개가 위로 올라왔다. 시선이 맞부딪혔으나 잠깐이었다. 겨울은 시후의 손을 뿌리치고 또다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완전히 취기에 젖은 듯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겨울의 주변으로는 알코올과 성욕의 노예가 된 놈들이 제 몸을 붙여대며 치근댔다. 도저히 저 꼴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시후는 무작정 팔을 뻗어 겨울을 안아 들었다. 놀란 듯 커다란 동공이 발작하며 흔들렸다.

16550878251259.jpg“도대체 어디까지 삐뚤어질 작정이지.”

저를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취기에 젖어 희뿌연 것을 보자 일순 꼭지가 돌았다.

16550878251259.jpg“화나게 하려는 게 목적이면 성공했어.”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이던 겨울은 이내 놓으라며 세차게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16550878279905.jpg“이거 놔……!”

16550878251259.jpg“가만히 있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마시다니, 그것도 어떻게 하면 여자를 제멋대로 요리할지에 대한 궁리밖에 없는 짐승 새끼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치밀어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눌렀다. 오늘 하루 저만큼이나 힘들었을 겨울에게 쏟아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어디 팔려 가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발버둥 치던 겨울의 팔다리는 클럽 입구를 빠져나오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시원한 바깥 공기를 맡자 그제야 속이 트인 듯이 일그러졌던 겨울의 표정이 평온해졌다. 잠이 들은 듯 제 품 안에 축 늘어진 몸을 뒷좌석에 조심히 앉힌 시후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각이었기 때문에 도로 위는 차 한 대 없이 한산했다. 뒷좌석에서 자고 있는 겨울을 배려해 느리게 운전했지만,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능숙하게 차를 주차한 시후는 뒷좌석 문을 벌컥 열고 세상 모르게 잠든 겨울을 다시금 안아 들었다. 집에 도착해 겨울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자 겨울이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굴과 흑갈색 머리카락,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후가 작게 한숨 지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뺨 위를 드리운 머리카락을 치우자 고운 얼굴이 환히 드러났다. 세상모르게 잠든 겨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후가 살며시 입술을 벌렸다.

16550878251259.jpg“함겨울.”

16550878279905.jpg“……으음…….”

그 부름에 반응하듯 굳게 닫힌 눈꺼풀이 파르르 떨며 열렸다. 취기에 젖은 눈이 소리 없이 굴러 시후에게로 꽂혔다. 지그시 시선을 마주하며 시후는 내부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음성을 내었다.

16550878251259.jpg“넌…….”

서늘한 기운이 폐부를 깊이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16550878251259.jpg“내가 그렇게 끔찍하게 싫어?”

문득 저도 모르게 던진 질문이었다. 스스로 물으면서도 심장이 부서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그녀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 사랑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짝사랑이란 것도, 이 관계가 제 고집으로 유지하고 있는 일방적인 관계란 것도 알고 있었다. 손을 놓으면 언제든지 그녀는 달아날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16550878279905.jpg“싫어…….”

지그시 눈을 감은 겨울이 끊어질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자그마한 소리였으나 온 신경이 그녀에게 집중된 시후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심장에 날붙이가 날아와 꽂히는 기분이었다. 욱신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에게 치가 떨리도록 미움받는다는 건, 지옥에 빠진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16550878279905.jpg“자꾸…… 날 흔들어놔서 싫어…….”

겨울은 그렇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날개처럼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위로 올라갔다. 몽롱하게 뜨여진 눈동자로 물기가 젖어 들기 시작했다.

16550878279905.jpg“나는 무서워…….”

16550878251259.jpg“뭐가 무서운데.”

16550878279905.jpg“기억이 전혀 돌아오지 않는 이 상황도 무섭고…….”

술기운에 잠식된 겨울은 맥이 탁 풀린 목소리로 힘없이 말을 이었다.

16550878279905.jpg“미워해야만 하는 강시후가…… 나한테 잘해주는 것도 무섭고…….”

16550878251259.jpg“…….”

16550878279905.jpg“……이제는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게 제일 무서워…….”

커다란 눈가로 촉촉한 이슬이 고여 들었다.

16550878279905.jpg“나 같은 거 하나 없어도, 세상은 달라질 게 없으니까…….”

16550878251259.jpg“왜 달라질 게 없어.”

손을 뻗은 시후가 겨울의 눈가에 애처롭게 달린 물기를 느릿하게 닦아냈다. 눈 밑을 보듬는 손길에 겨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16550878251259.jpg“네가 없으면 내 세상은 무너지는데.”

지그시 감긴 눈꺼풀 위를 쓸어내리며 시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16550878251259.jpg“난 너 아니면 안 돼.”

이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16550878251259.jpg“너 하나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달려왔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그럴 거야.”

덤덤하게 뒷말을 덧붙였다.

16550878251259.jpg“함겨울, 네가 날 버리고 떠난다고 해도.”

16550878279905.jpg“……아니.”

괴로운 음성이 겨울의 입술을 타고 흘렀다.

16550878279905.jpg“버려지는 건 나일 거야…….”

16550878251259.jpg“…….”

16550878279905.jpg“결국 비참하게 버려지는 건 나일 거야. 후회하는 것도 나일 거고.”

16550878251259.jpg“……왜 그렇게 생각하지.”

잠시 침묵한 겨울이 한참 뒤에 끊어질 듯이 답했다.

16550878279905.jpg“어렸을 때…… 이미 오빠는 날 한 번 버렸잖아…….”

그 말에 시후는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숨이 턱 틀어막히고 관자놀이가 총에 맞은 듯이 욱신거렸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자 텅 빈 방 안으로 고요가 흘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을 뚫고, 눈을 감고 있던 겨울이 슬며시 말문을 텄다.

16550878279905.jpg“날 정말…… 좋아해?”

16550878251259.jpg“……사랑해.”

16550878279905.jpg“그런데 나한테 왜 그랬어……?”

16550878251259.jpg“…….”

16550878279905.jpg“왜 나한테…… 등을 돌렸던 거야? 왜 그렇게 악독하게 말을 했어……?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봤는데……?”

알코올에 잠식된 입술은 그동안 건네지 못했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16550878279905.jpg“나는…….”

커다란 눈망울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16550878279905.jpg“이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오빠만은 내 편일 거라고 믿었어…….”

16550878251259.jpg“…….”

16550878279905.jpg“강시후만은…… 내 곁을 지켜줄 거라고 믿었다고.”

울먹거리는 겨울을 심연을 응시하는 시후는 한없이 무참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까만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시후는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았다.

16550878251259.jpg“미안해.”

길게 호흡한 그의 눈가로 겨울의 눈물이 어른거렸다.

16550878251259.jpg“……정말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여린 가슴에 상처를 두고 보기만 해서, 너를 위한답시고 내 입으로 직접 네 심장에 칼을 꽂아 넣어서. 그리고……. 그런데도 염치없이 너를 사랑해서.

16550878251259.jpg“미안해, 겨울아.”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라 미안해.

16550878279905.jpg“……이제 와서 그렇게 말하지 마.”

겨울이 입술을 살며시 벌렸다.

16550878279905.jpg“나는 오빠가 불편해.”

묽은 액체가 눈가로 번지며 겨울은 제 얼굴을 한 손으로 덮었다.

16550878279905.jpg“또 망가질까 봐 무서워…….”

16550878251259.jpg“……내가 널 망가뜨려?”

시후의 목울대가 크게 진동했다. 어둠에 젖은 겨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6550878279905.jpg“다시 사랑하게 되는 게 무서워.”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시후의 동공이 텅 비었다.

16550878279905.jpg“……그건 과거의 나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16550878251259.jpg“…….”

16550878279905.jpg“난 옛날에 오빠가 등 돌렸을 때…….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하기도 했고…….”

그 말에 시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온몸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16550878279905.jpg“그때 오빠가 했던 말들……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

겨울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던 엄지가 우뚝 굳었다.

16550878279905.jpg“그러니까 우리 여기까지만 해…….”

여린 목소리가 적막 속에서 길게 번졌다.

16550878279905.jpg“이건 미친 짓이야.”

그 말을 끝으로 겨울은 다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잠든 후로도, 시후는 한참 동안 굳은 채로 가만히 겨울을 내려다보았다. *** 내일 없는 사람처럼 술을 마셨지만, 애석하게도 겨울에게는 내일이 찾아왔다.

16550878279905.jpg“……미친.”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아침, 술이 깬 겨울은 자신이 전날 어떤 추태를 부렸는지 하나하나 전부 떠올렸다. 하필 이럴 때는 필름도 끊기지 않았고, 어제의 겨울이 부린 꼬장에 대한 수치심은 온전히 오늘의 겨울 몫이었다.

16550878279905.jpg“아 쪽팔려, 진짜……!”

술은 왜 그렇게 많이 마셔서!

16550878279905.jpg“진짜 내일이 없는 사람도 아닌 주제에…….”

당장 토요일인 오늘도 오후 1시까지 클레르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하던 겨울은 일단 샤워를 하기 위해 침대에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곧장 방에 딸린 욕실에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 거실로 나가 강시후를 마주할 차례인데…….

16550878279905.jpg“하, 씨…….”

어제 있는 대로 술주정을 부려놔서 그의 얼굴을 보기가 머쓱하고 꺼림칙했다. 하지만 이따가는 출근도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나 방 안에서 죽은 듯이 있을 수는 없는 법. 비장하게 문고리를 잡은 겨울은 크게 심호흡하고 살며시 문을 열었다.

16550878251259.jpg“일찍 일어났네.”

기다렸다는 듯 다이닝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50878251259.jpg“와서 밥 먹어. 어제 과음해서 속도 안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음성에서는 어떠한 분노도 경멸도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똑같이 무던한 태도를 한 시후는 겨울의 의자를 빼주며 고갯짓했다. 식탁 위에는 아주머니가 전날 해놓고 가신 된장찌개와 밥, 반찬들이 골고루 차려져 있었다. 흘끗 시후의 눈치를 살핀 겨울이 슬그머니 앉아 조심스럽게 수저를 들었다.

16550878279905.jpg“잘 먹을게요.”

16550878251259.jpg“그래. 맛있게 먹어.”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식탁 위로는 그저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만 고요히 울릴 뿐, 시후는 전날에 있었던 일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바짝 긴장했던 겨울이 한숨 돌리며 제 가슴을 쓸어내릴 찰나였다.

16550878251259.jpg“밥 먹고 잠깐 얘기 좀 하자.”

시후의 말에 흠칫 놀란 겨울의 어깨가 들썩였다.

16550878279905.jpg“……얘, 얘기요?”

16550878251259.jpg“응.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건가. 왜 그렇게 만취한 채로 행패를 부렸냐고 화를 낼 생각인 건가? 아니면 이러나저러나 왜 유부녀가 클럽에 갔냐고 따질 예정인 건가? 다시 바짝 긴장한 겨울은 체할 것 같은 기분으로 마저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그렇게 뒷정리까지 마치고, 시후와 겨울은 거실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

16550878279905.jpg“그래서…… 할 말이 뭐예요?”

겨울이 슬며시 묻자 시후가 식탁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차분하게 입가를 적신 그가 비스듬히 고개를 들었다. 두 시선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시후는 겨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술을 벌렸다.

16550878251259.jpg“우리 이혼하자.”

겨울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16550878251259.jpg“이혼,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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