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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벗겨주고, 씻겨 주고, 재워도 줄게 (61/112)


61. 벗겨주고, 씻겨 주고, 재워도 줄게
2022.05.01.


카페로 들어선 희수는 티슈를 돌돌 말아 코 양쪽에 찔러 넣은 채로 뚱하게 허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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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최악이다…….’

풀메이크업을 하고 옆에는 영앤리치한 남자를 낀 채 도도한 모습으로 마주해도 모자랄 판에…….

전 남자 친구 앞에서 쌍코피를 터뜨린 데다가, 말실수로 코 수술한 것을 스스로 까발리는 얼간이 같은 행동을 했다.

쥐구멍이 있으면 파고 들어가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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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괜찮아?”

머쓱하게 서 있던 재환이 희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재환의 물음에도 희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카페의 벽면만 노려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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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이나 하나 줘. 나중에 코에 문제 생기면 연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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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잠깐만.”

어리숙하게 가방 안을 더듬거리던 재환이 명함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예리하게 재단된 명함 하나를 받아든 희수가 목을 가다듬으며 흘끗 시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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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 나 소개…… 아니, 약속 상대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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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약속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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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희수가 뻔뻔하게 눈웃음 지으며 답했다. 소개팅을 나온 거니 남자 만나는 거 맞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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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엄청 심각하게 압도적으로 잘생긴 남자. 그러니까 그 사람 오해하지 않게 얼른 일어나 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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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았어.”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 재환이 뒤를 돌더니 슬그머니 바로 그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 행동에 미간을 좁힌 희수가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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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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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기에서 약속 있어. 이 카페에서.”

재환의 대답에 희수의 입가가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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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약속 있다고?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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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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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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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진짜 심각하게 압도적으로 예쁜 여자.”

떨떠름해진 희수의 표정이 썩은 감자처럼 쪼그라들었다.

그냥 무시하고 제 소개남이나 기다리기로 한 희수가 코에 박힌 휴지를 팽, 풀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나 약속 시간에서 10분이 지나도 소개남은 오지 않았고, 의아함을 느낀 희수가 전화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길게 늘어지고, 고개를 아래로 내린 희수의 시선 끝에 문득 테이블 위에 올려둔 재환의 명함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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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게임즈?’

심장이 쿵 내려앉음과 동시에 희수의 동공이 거칠게 뒤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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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여보세요?”

희수의 전화를 받고는 연신 ‘여보세요’를 외치던 재환이 문득 희수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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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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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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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한 정적이 묵직하게 뒤를 이었다.

상황 파악을 마친 두 사람의 입술이 떡 벌어졌다.

졸지에 전 애인과 소개팅을 하게 된 남녀의 동공에는 다시금 지진이 일어났다.

그렇게 얼마나 멍하니 서로를 끔뻑거리며 바라보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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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심각하게 압도적으로 잘생긴 남자랑 약속 있다며?”

넋 놓고 있던 희수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소리소문없이 다가온 재환이 제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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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신재환 너도 진짜 심각하게 압도적으로 예쁜 여자랑 약속 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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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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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쓱해진 둘은 서로 할 말이 없었다. 고요한 침묵만이 테이블 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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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시후 씨랑 아는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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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대학 때 같은 과에 진짜 잘생긴 놈 있다고 했잖아…… 같은 동아리 하는 애. 걔가 시후였어.”

슬쩍 눈치를 살핀 재환이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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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겨울 씨랑 어떻게 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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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리엘 에스테틱 다닐 때, 같이 일하는 애 중에 진짜 예쁜 애 있다고 했었잖아. 그게 겨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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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어색하게 답한 재환이 시선을 들어 올리며 희수를 흘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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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좁네. 하하…….”

헛웃음 치는 재환의 입술을 바라보는 희수의 가슴이 소리 없이 욱신거렸다.

그와 헤어진 지 무려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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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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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지, 뭐. 오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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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뭐…… 잘 지냈어. 일만 하면서 지냈지.”

희수는 재환의 말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침묵으로 일관하자 재환이 의자를 뒤로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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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일어날까?”

그렇게 말하는 입술이 마치 6년 전 그날을 떠올리게 하였다.

헤어지던 날, 이별을 통보했던 내게 조금의 미련도 없이 그는 그렇게 대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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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자.”

 

카페를 나온 희수는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재환의 호의를 뒤로하고 도망치듯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퇴근하는 인파들로 인해 복잡한 역사 안은 마치 지금 희수의 어지러운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듯했다.

멍하니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희수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파고드는 것은 오래전의 기억이었다.

재환과 희수는 17살 때 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풋풋하게 썸을 타고 연애를 시작했었다.

학교 뒤뜰에서 늘 몰래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이야기했고, 감정의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화르르 타올랐다.

그 무더운 감정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졌고, 그렇게 4년을 서로에게 몰두하며 열정적으로 연애했다.

그러나 재환이 23살에 군대로 떠나게 되면서부터 굳건한 줄 알았던 둘 사이에는 균열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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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생활은 어때? 뭐 특별한 거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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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별일 없었어……. 늘 똑같지.’

의무적으로 하는 통화에서는 조금씩 침묵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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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랑 통화하는 거 재미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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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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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내 얘기만 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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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니까 왜 자꾸…….’

말과 말 사이에 부쩍 한숨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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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그냥 끊자.’

단순히 대화를 나누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계속 어긋나기 시작했다.

행복하고 달콤했던 과거의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희수는 잠깐 겪다가 사라질 감기 정도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연인이라면 권태기를 겪는 건 당연하다고.

그러나 재환이 휴가를 받아 데이트할 때도 이 꺼림칙한 분위기는 변함이 없었다.

함께 카페를 가도 재환은 계속해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고, 말도 잘 하지 않았으며, 희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재미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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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내 얘기 듣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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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듣고 있어.’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계속 다른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그 무심한 태도에 상처받은 희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결국 재환이 제대한 뒤, 처음으로 한 데이트에서 희수는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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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축하해, 오빠.’

눈이 내리는 시린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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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 오빠가 걱정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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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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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지자. 나 말고 좋은 사람 만나.’

그 말에 한참 동안 침묵하던 재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단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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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만 일어날까?’

만남은 뜨거웠고 이별은 초라했다.

무려 6년이라는 긴 시간의 연애는, 그렇게 형편없이 막을 내렸다.

희수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재환을 찼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눈빛으로, 행동으로, 재환은 계속해서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

한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겨울과 시후는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바로 향해 칵테일을 두세 잔쯤 마셨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화려한 오션뷰의 호텔에 체크인한 겨울과 시후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 겨울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신나게 룸으로 올라갔으나 카드키로 문을 열자마자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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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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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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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베드룸인 거 아니었어?”

룸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커다란 침대 하나에 당혹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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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침대가 하나야?”

충격에 뒤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시후가 소리 없이 입꼬리를 밀어 올렸다.

능글맞은 웃음소리와 함께 시후가 겨울을 향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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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왜일 것 같아?”

흠칫한 겨울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돌연 시후가 성큼성큼 제게 걸어오는 탓이었다.

깜짝 놀란 겨울이 저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멀어질수록 점점 더 밀착하며 다가오는 거대한 육체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끌어당기는 손길에 겨울의 몸이 딸려가 시후의 가슴으로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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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창 신혼이잖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사적이었던 남자의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이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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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침대에서 자야지, 부부인데.”

숨 막히게 섹시한 목소리가 고막을 침범하며 함빡 적셨다.

겨울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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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게…… 꺅!”

순식간에 겨울의 허리를 끌어당긴 시후가 겨울을 침대에 흐드러지게 눕혔다.

졸지에 야릇한 자세가 되어버리자 당황한 겨울이 일어나기 위해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나 곧바로 제 위로 올라타는 단단한 남자의 몸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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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 겨울아?”

내려다보는 까만 눈동자에서 기절할 만큼 아찔한 관능이 느껴졌다.

느슨하게 허리를 굽힌 시후가 겨울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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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옷도 벗겨주고…….”

붉은 혀가 동굴처럼 까만 입안에서 질척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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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겨도 주고.”

니트의 네크라인 안으로 파고드는 길쭉한 손가락에 겨울의 입술이 툭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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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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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아랫배까지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장에라도 집어삼킬 것처럼 정염에 타오르는 눈빛에 온몸을 적시자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었다.

세상 어느 여자라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치명적인 색기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겨울은 결국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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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꼬닥.”

작게 죽는 시늉을 하자 시후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귀여워도 너무 귀여운 여자…….

시후는 겨울을 한입에 쏙 넣고 오물거리고 싶은 걸 참으며, 찹쌀떡 같은 하얀 뺨을 잡아 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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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곰이야?”

핑크빛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자 겨울이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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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척하면 통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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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편한테는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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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너무 순수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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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툴툴거리는 겨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 시후가 굽혔던 허리를 일으켰다.

거센 욕망을 표출하던 몸이 떠나갔으나, 겨울은 시후가 여전히 자신을 위해 욕구를 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코트를 벗으며 겨울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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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기는 아쉬우니까, 씻고 와인이라도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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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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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먼저 씻고 나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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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겠어.”

보통의 연인들은 다 이런 기분을 한 번쯤 겪고 살아갔던 걸까. 왠지 어색하고 뻘쭘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창피해하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시후는 그대로 꼭 안아버리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참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커다란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두리번거리던 겨울은 한쪽 벽에 걸린 LED 시계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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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2시까지는 시간이 좀 있네. 그럼 그때까지 빨리…….’

벌떡 일어난 겨울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미리 준비해온 것들을 조심스럽게 세팅했다.

얼마 가지 않아 샤워를 마친 시후가 욕실에서 나오고 멈칫한 겨울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하얀 가운을 무심하게 걸쳐 입고 나온 시후는 충격적으로 선정적인 모습이었다.

벌어진 가운 틈으로 보이는 넓은 가슴 근육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전신의 근육은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단련되어 있었다.

마치 강에서 목욕을 마친 한 마리의 백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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