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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첫눈에 반한 거야 (62/112)


62. 첫눈에 반한 거야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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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씻어?”

저도 모르게 툭 벌어진 입에서 군침이 흐를 뻔했다. 시후의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린 겨울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앉아 있던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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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씨, 씻어야지.”

어수선한 움직임으로 황급히 욕실 안으로 들어가 샤워했다.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미지근한 물로 식혔으나 자꾸만 머릿속에서 시후의 나체가 떠올라 진정을 할 수 없었다.

어영부영 몸을 씻은 뒤 타월로 물기를 닦은 겨울은 뭘 입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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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을 입으면, 위에 속옷도 입어야 하나……?”

안에 아무것도 안 걸치고 나가는 건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

고민 끝에 속옷을 입기로 한 겨울이 떨리는 손으로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가운을 걸치고 끈을 풀리지 않도록 꽉꽉 동여맨 뒤 빼꼼히 욕실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시후는 야경을 향해 놓여 있는 길쭉한 소파 한쪽에 앉아 팔을 기댄 채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침을 꼴깍 삼킨 겨울이 그에게 주춤주춤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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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 다 씻었어.”

단정하던 시후의 눈이 조금 커졌다.

당연히 잠옷을 입고 나올 줄 알았던 겨울이 가운 하나만 걸치고 나온 탓이었다.

아직 촉촉하게 물기가 서린 뽀얀 피부와 가운 아래 뻗어진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에 시후의 입이 바싹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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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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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여기 앉아. 너도 한 잔 줄게.”

살짝 당황한 시후가 어수선하게 말하자 겨울이 시후의 바로 옆에 붙어 앉았다.

흘끗 겨울을 돌아본 시후가 그녀의 하얀 어깨 위로 언뜻 보이는 분홍색 브래지어 끈을 발견하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 막기가 힘들어 그저 와인만 내리 삼켰다.

숨 막히게 야릇한 분위기 속에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던 겨울이 자그마한 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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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빠네 회사 게임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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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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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모바일로도 할 수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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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이번에 히어로 체이스 모바일 버전 출시했는데 해볼래?”

겨울이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시후가 제 휴대전화를 겨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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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진짜 오랜만이야.”

성인이 되어서는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 없었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였다.

가볍게 튜토리얼을 마친 겨울은 비장한 각오로 게임을 시작했다.

그렇게 약 세 판을 내리 달린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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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후가 감탄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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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못하는데.”

겨울이 째릿 시후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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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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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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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게임 이렇게 어렵게 만들래! 나 이거 납득 못해. 한 판 더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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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맘껏 해.”

어렸을 때처럼 또 승부욕을 보이는 겨울이 귀여워서 시후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

히어로 체이스는 비대칭 서바이벌 게임으로 4명의 빌런들이 1명의 히어로에게 쫓기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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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앗, 잡히겠다! 안돼!”

4번째 판에도 역시 첫 번째로 히어로에게 붙잡혀 죽음을 면치 못한 겨울이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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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죽었어. 히어로한테 또 잡혔어.”

도끼눈을 뜬 겨울은 이 게임의 창시자를 째릿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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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해. 피드백해. 인간적으로 너무 어렵게 만든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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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만들면 아무도 플레이 안 하지.”

픽 웃은 시후가 겨울의 이마에 제 이마를 콩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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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겨울 같은 바보도 할 줄 알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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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발끈한 겨울이 통통한 입술을 삐쭉 내민 채로 꿍얼거리다가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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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안 해! 와인이나 한잔 더 줘.”

겨울이 빈 와인잔을 내밀었으나 시후는 웃으며 제 잔에 담긴 와인을 마실 뿐이었다.

불만스럽게 뚱한 얼굴로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데, 이내 확 끌어당기는 손길에 겨울의 턱이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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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순식간에 입을 맞춘 시후가 겨울의 턱 끝을 엄지로 누르며 닫힌 입술을 벌렸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틈으로 꿀꺽, 꿀꺽, 와인이 넘어가는 야릇한 소리가 귓가를 질척하게 적셨다.

끈적한 타액과 뒤엉킨 와인이 식도를 타고 흐르고 놀란 겨울이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시후의 가운 자락을 움켜쥐었다.

와인을 전부 넘겨주고도 모자란다는 듯 시후는 겨울의 입안을 무자비하게 훑고 빨아들이며 오래도록 탐닉했다.

하아, 한참 만에 입술이 떨어지자 겨울이 거칠어진 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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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야……. 창피하게, 진짜.”

투덜거리는 분홍색 입술을 할짝할짝 혀로 핥은 시후가 낮게 웃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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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아.”

나지막한 음성에 겨울이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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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가 왜 좋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겨울의 숨이 우뚝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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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날 좋아해?”

그렇게 묻는 시후의 눈매가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커다란 동공을 굴리던 겨울이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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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아나?”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겨울을 사랑스럽게 보며 시후가 입술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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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도 나 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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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인생에 단 하나뿐인 첫사랑이었다.

사랑할 때도, 원망할 때도, 미워할 때도 시후는 365일 겨울의 머릿속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였다.

감정의 형태는 계속 달라졌지만,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다는 것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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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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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기엔 네가 처음 나 봤을 때 했던 말이 이상했는데?”

시후가 픽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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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첫눈에 반한 상대한테 삼촌 있냐고 묻나.”

그렇게 묻는 눈동자에서 애절한 떨림이 읽히자 겨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게 입꼬리를 들어 올린 겨울이 시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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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처음부터 좋아했던 거 맞아.”

뜨거운 시선이 몸을 달구는 것을 느끼며 겨울은 떨리는 심장을 안고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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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책에서 봤는데, 첫눈에 반한다는 건 나중에 깨닫는 거래.”

조심스럽게 뻗어진 하얀 손이 시후의 뺨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이름만으로도 내게 설렘을 안겨주었던, 강시후.

날 살게 하려고 모진 말로 상처를 주었던, 강시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서 미안하다던, 강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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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그 사람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으면…… 그게 첫눈에 반한 거라고 하던데.”

그 세글자는 단 한 번도 내 머릿속에서 잊힌 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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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난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거야.”

겨울은 가만히 굳어 있는 시후와 눈을 맞추며 햇살처럼 속삭였다.

환하게 미소 짓자 이내 숨소리처럼 웃음을 터뜨린 시후가 밀려왔다.

다시금 입술이 겹치고 시후는 겨울의 안을 가르며 들어와 열정적으로 그녀를 헤집었다.

격렬하게 이어지는 키스에 겨울은 가슴이 간질거려 참을 수 없었다.

온몸의 솜털이 삐쭉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섬유 틈으로 파고든 커다란 손의 감촉에 놀란 겨울이 몸을 움찔 떨었다.

쓸어내리는 손길을 따라 등줄기에 관능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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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아끼고 아껴서…….”

시후의 손이 겨울의 쇄골 아래를 살살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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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입에 넣으려고 했는데.”

살짝 움켜쥐는 손길에 겨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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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참을 수 없잖아.”

그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며 시후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유혹하는 손길에 겨울의 심장이 고장 난 듯 쿵쿵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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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돼.”

겨울은 끊어질 것만 같은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고 벽에 걸린 LED 시계를 흐릿하게 바라보았다.

시간은 자정을 10초 남긴 11시 59분이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숫자를 바라던 겨울이 손가락으로 카운트 다운을 했다.

5, 4, 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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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정확히 자정이 되자마자 겨울은 해맑게 웃으며 커튼을 젖혔다.

몰래 뒤에 숨겨 놓았던 선물 상자를 들고 시후의 품에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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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 오빠.”

12월 1일은 1년에 하루뿐인 시후의 생일이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생일을 내색한 적 없었지만, 겨울은 어린 시절부터 그의 생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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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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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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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비싼 건 아니고…… 오빠는 딱히 부족한 거 없겠지만, 그냥 넘어가긴 뭐해서.”

겨울이 볼을 긁적이며 히죽 웃었다.

그 밝은 미소를 한번 본 뒤, 시계를 내려다보는 시후의 눈빛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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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들어? 별로면 같이 교환하러 가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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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진짜 맘에 들어.”

가슴이 거센 풍랑에 맞은 듯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겨울의 정성이 숨 막히게 기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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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겨울아.”

무작정 팔을 뻗은 시후가 겨울을 꽉 끌어안아 제 품으로 쏙 넣었다.

하얀 볼에 쪽 입맞춤을 남긴 시후가 청량하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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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분만 안고 있자. 이게 나한텐 제일 큰 선물이야.”

물기 어린 듯 끈적끈적하고 한없이 다정한 속삭임이었다.

고요한 수면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 듯, 겨울의 가슴에 파동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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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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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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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진짜 선물 남아 있어. 기다려봐!”

겨울이 입 밖으로 튀어 나갈 것처럼 뛰는 심장을 누르며 벌떡 소파에서 일어났다.

허둥지둥 커튼 뒤로 쏙 모습을 숨긴 겨울이 미리 준비해둔 리본을 머리에 주섬주섬 감았다.

엉성하게 리본을 묶은 겨울이 에라 모르겠다, 속으로 외치고는 커튼 밖으로 확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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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생일 선물은 바로 나, 함겨울!”

창피함을 무릅쓰고 꽃받침을 하며 예쁜 척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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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뒤를 잇는 것은 숨 막히는 적막뿐,

썰렁해진 분위기에 겨울의 얼굴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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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희수가 분명히 이거 먹힌댔는데……!’

창피해진 겨울이 꽃받침을 어정쩡하게 거두며 속으로 쥐구멍을 외쳤다.

잠시 멀뚱멀뚱 겨울을 바라보던 시후의 입에서 한줄기 웃음이 픽 터져 나왔다.

이내 큰 소리로 터진 웃음은 점점 더 커지더니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그 반응에 견딜 수 없이 창피해진 겨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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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웃지 마. 바보야!”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웃는 시후에 겨울이 씩씩거리며 머리 위의 리본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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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거 다시 하나 봐!”

그 손을 부드럽게 쥐어 끌어당긴 시후가 겨울을 소파에 도로 앉혔다.

삐진 듯 툭 튀어나온 입술에 쪽 뽀뽀하자 겨울의 입술이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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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귀엽냐. 너.”

나지막이 웃으며 겨울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시후가 이내 턱을 비틀며 부드럽게 입술을 삼켰다.

통통하게 부푼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며 윗입술을 핥던 시후가 겨울의 등허리를 가깝게 끌어당겼다.

부드럽게 키스하며 오른손으로 겨울의 머리 위에 묶인 리본을 느슨하게 풀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흥분되고 짜릿한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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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뒤엉킨 입술이 멀어지자 미끌미끌한 액체 늘어지고 가느다란 실선이 자리했다.

창피함에 촉촉해진 제 입술을 말아 삼킨 겨울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 뛰었다.

몰려오는 흥분에 흥건해진 입안을 꿀꺽 삼키자, 하얀 목덜미 위를 시후의 숨결이 함빡 적셨다.

가느다란 목덜미 위로 흐르는 혈관을 타고 뜨거운 입술이 흘러내렸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감각에 겨울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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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아.”

제 허리를 지분거리는 커다란 손의 감각에 겨울의 입술 틈으로 야릇한 소리가 흘렀다.

그 숨결을 입으로 틀어막은 시후의 길쭉한 손가락이 잘록한 허리를 단단하게 옥죄었던 가운 끈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입술을 뗀 시후가 잠시 멈칫했다.

이성과 본능 사이에 갈등하는 시후를 바라보며 겨울이 마른침을 삼켰다.

떨리는 입술을 움직여 시후의 귓가에 갖다댄 겨울이 자그마한 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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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도 돼.”

달콤한 향기를 품은 입술이 시후의 귓가를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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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잖아.”

굳게 지켜오던 인내심이 끊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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