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환락의 밤 2022.05.08.
이성과 본능 사이에 갈등하는 시후를 바라보며 겨울이 마른침을 삼켰다. 떨리는 입술을 움직여 시후의 귓가에 갖다 댄 겨울이 자그마한 소리로 속삭였다.
“……풀어도 돼.”
달콤한 향기를 품은 입술이 시후의 귓가를 핥았다.
“선물이잖아.”
굳게 지켜오던 인내심이 끊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강한 힘에 의해 잘록한 허리를 감싸고 있던 가운 끈이 단번에 풀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곧바로 겨울의 목덜미에 갈급하게 입술을 묻은 시후는 하얀 살결에 키스하며 겨울의 옆구리를 따라 골반을 쓸어내렸다. 연약한 몸을 가리고 있던 천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겨울은 떨리는 눈을 감았다. 이내 꽃잎처럼 갈라진 섬유 틈으로 시후의 숨이 가쁘게 날아들었다.
“아…….”
뜨거운 숨결이 심장을 촉촉하게 적시자 겨울이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시후가 턱을 벌려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달콤한 보디로션과 겨울의 살냄새가 뒤섞여 시후의 후각을 아찔하게 자극했다. 이성이 끊긴 시후는 연한 살점을 핥으며 움찔거리는 겨울의 몸을 단단히 붙잡아 끌어당겼다. 시후의 뜨거운 입김이 겨울의 살결에 닿아 부서졌다. 겨울은 소리 없는 비명을 깨물며 시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오빠…….”
반쯤 풀린 겨울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번졌다. 말랑한 귓불을 만지작거리던 시후가 겨울의 입술에 키스하며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놀란 겨울이 시후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푹신한 침대의 매트리스에 뒷머리가 닿고, 곧바로 여린 몸 위로 올라탄 시후가 다시 한번 격정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정신없이 입맞춤을 받아내고 있는데 일순 등 뒤에서 툭, 하고 풀리며 느껴지는 해방감에 놀라 겨울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거 알아?”
느릿하게 떨어진 시후의 촉촉한 입술에서 들끓는 숨이 터져 나왔다.
“내 머릿속에서…….”
소리 없이 흘러내린 가운이 침대 아래로 툭 떨어졌다.
“넌 옷을 입고 있었던 적이 별로 없어.”
겨울의 가슴 속 파동이 거칠게 꿈틀거렸다. 숨 막히게 야한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린 겨울이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왜 그런 말을…….”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시후의 무릎이 겨울의 허벅지 사이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폭발할 것처럼 팽창한 근육이 아찔하게 살결을 비비자 겨울의 심장이 벌렁거렸다.
“오늘은 재우지 않을 거니까…….”
머리부터 허벅지까지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에 겨울의 척추로 전율이 일었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새하얀 육체 위를 덮은 시후가 허리를 일으켜 제 가운을 벗었다. 하얀 섬유 아래 가려져 있던 단단하고 야성적인 근육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자 겨울의 입술이 툭 벌어졌다. 흥분으로 부푼 근육들은 조각이라도 한 것처럼 뚜렷한 경계를 자랑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킨 겨울이 손을 뻗었다. 파르르 떨리는 가느다란 손이 시후의 가슴을 훑으며 내려가다가 배꼽 근처에서 흠칫하며 물러났다. 어, 아, 음……. 저를 향하는 욕망을 정면에서 마주한 겨울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며 얼굴만 붉혔다. 시후가 픽 웃음을 흘리며 겨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떨려?”
그렇게 속삭이며 심장 부근을 어른거리는 손길에 겨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몰라……. 그런 거 묻지 마.”
창피해진 겨울이 뾰로통하게 쫑알거리자 시후가 겨울의 뺨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나는 떨려.”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뻗은 시후가 겨울의 얼굴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널 전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녀린 손을 끌어당긴 시후가 제 가슴 위에 그녀의 손을 지그시 눌렀다.
“심장이 말을 듣지 않아.”
쿵, 쿵, 쿵. 빠른 속도로 박동하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겨울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제 심장의 박동과 다르지 않은 그의 달콤한 고동 소리에 호흡이 거칠어지며 달뜬 흥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빠…….”
작게 그를 부르자 허리를 내린 그가 겨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키스를 퍼부으며 천천히 오른손을 내린 시후가 하얗고 보들보들한 배를 문질렀다. 달콤하게 살결 위를 헤집는 손길에 가느다란 허벅지가 긴장으로 움찔거렸다. 겨울의 가슴이 엄청난 속도로 쿵쾅거렸다. 야성적인 숨결이 뽀얀 살결 위로 아무렇게나 쏟아졌다.
“예뻐…….”
시후는 겨울의 뽀얀 살결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입술을 벌렸다.
“미치겠네.”
여린 몸 구석구석 전부 탐해버릴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시선에 겨울은 살갗마저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마…….”
겨울이 입술을 옹송그려 물었다. 겁먹은 아기 고양이처럼 움츠러든 그녀가 귀여워 웃음을 흘린 시후가 그대로 겨울의 가느다란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꺅!”
놀란 겨울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얀 발끝에 입을 맞춘 시후가 그녀의 발등, 종아리, 무릎을 타고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이어지는 집요한 정성에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 겨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오빠아……. 잠깐만…….”
말로 채 형용할 수 없는 아찔한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몰캉몰캉하고 부드러운 감각에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고 허리가 절로 비틀렸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찌르르 번져오는 감각에 겨울은 필사적으로 시트를 움켜쥐며 가슴을 들썩였다. 그런 겨울의 반응을 즐기며 한참 동안 풋풋한 살점을 탐닉하던 시후가 입술을 모아 가볍게 키스했다.
“나 미칠 것 같아, 오빠…….”
겨울이 숨을 헐떡이며 달싹이는 입술을 움직였다. 이러다가 정말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귀여워…….”
섹시하게 속삭인 시후가 겨울의 살결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웃었다.
“침대 위에서 더 예쁜 줄 몰랐네.”
……아. 정신을 못 차리겠어……. 숨 막히게 야한 말에 눈앞이 아찔해진 겨울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흘끗 고개만 들어 겨울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도 야릇해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그 반응을 즐기며 시후의 입술은 겨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키스를 퍼부으며 정성을 쏟아냈다. 몸의 곡선을 따라 피아노라도 치듯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입술에 겨울의 발끝이 뻣뻣하게 오므라들었다.
“이, 이상해…….”
무서울 정도로 생경한 감각이 온몸을 지배하자 겨울이 칭얼거렸다. 손끝만 닿아도 자지러질 만큼 예민해진 몸을 파르르 떨며 얼굴을 붉혔다. 그런 겨울의 허리를 끌어당겨 달래듯이 키스한 시후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긴장하지 말고…….”
가느다란 허벅지를 쥔 시후가 뜨거운 입술로 겨울의 이마에 조인을 남겼다.
“몸에서 힘 빼.”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누르고 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팔을 뻗은 겨울이 시후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눈을 질끈 감고 가늘게 숨을 몰아쉬던 겨울이 느껴지는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그런 겨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는 까만 눈빛에서는 무자비하게 찢고 휘두르고 싶은 어둑한 욕망이 느껴졌다. 하지만 정작 행동은 거울이 깨지기 직전의 유리라도 되는 양 조심스러웠다. 겨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시후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었다. 시후의 체향이 코끝에서 강하게 풍겨오고 거대한 몸의 움직임에 따라 겨울이 밀려났다.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선홍빛으로 부풀어오른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그 위를 부드럽게 덮어 빨아당긴 시후가 여린 몸을 달래듯이 끌어안았다.
“내 이름 불러줘, 오빠…….”
겨울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친 숨을 터뜨린 시후가 겨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겨울아.”
“아…….”
이내 어긋나기 시작한 박자에 맞춰 호흡이 뒤틀렸다.
“함겨울.”
겨울의 머릿속이 표백한 듯 새하얗게 물들었다. 이불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야릇한 소리가 일정하게 귓가를 두드렸다. 느릿하게 시작한 호흡이 이내 시간을 갖고 점점 더 빨라지자 겨울의 눈앞이 아찔해졌다. 미쳐버릴 것만 같은 감각에 두 눈을 질끈 감자 시후가 낮은 음성이 고막을 축축하게 적셨다.
“눈 떠…….”
거친 숨을 토해낸 시후가 겨울을 내려다보았다.
“눈 뜨고 나 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비스듬히 눈을 뜬 겨울의 시야로 야성적으로 흔들리는 우람한 근육들과 정염으로 타오르는 까만 눈동자가 들어찼다.
“미치겠어…….”
거세게 겨울을 안으며 속삭이는 남자의 입술에 겨울은 더 이상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었다.
“네가 좋아서 미치겠다고.”
사랑의 열락에 취한 겨울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나도…… 좋아…….”
시후가 몰아붙이는 대로 겨울이 물결치고 한껏 피어오른 가슴이 들썩였다. 아득하니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오로지 쾌락만이 남은 듯한 착각이 일었다.
“사랑해, 겨울아.”
시후는 겨울의 이마에 맺힌 여린 땀을 핥아내며 속삭였다.
“평생 네 곁에서…….”
눈가에 아롱아롱 맺힌 물기로 내려간 입술이 가녀린 떨림을 거둬갔다.
“너를 지켜줄게.”
그 말에 시간을 멈춰버리고 싶을 만큼 온몸에 행복한 전율이 일었다. 다시는 어린 시절처럼 저를 두고 떠나가지 않겠다는 약속……. 평생 지켜주겠다는 그 따뜻한 속삭임. 밀려오는 감동에 겨울의 눈가에는 맺힌 물기가 또르르 볼을 타고 굴러떨어졌다. 사랑하는 남자와 하나가 되는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겨울은 대답하는 대신 시후의 어깨에 달뜬 숨을 토해냈다. 길고 긴 환락의 밤은 끝날 기미 없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침대 위를 흠뻑 적셨던 달빛이 물러나고 해가 어스름하게 떠오르는 아침. 눈꺼풀을 떠올린 겨울은 옆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몽롱한 고개를 돌렸다.
“잘 잤어?”
아침부터 제 몸을 어루만지며 웃고 있는 시후에 겨울이 얼굴을 붉히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 까무룩 잠이 든 건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이성보다는 본능만이 남은 밤이었었다. 처음에는 배려 넘치게 겨울의 속도에 맞추어 움직이던 시후였지만, 나중에는 들끓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겨울을 몇 번이고 안아 완전히 녹초로 만들었다.
“새벽까지 안 재워놓고는 잘 잤냐니…….”
입술을 뾰족하게 내민 겨울이 투덜거리자 시후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작게 웃음을 터뜨린 시후가 천천히 손을 뻗어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돈해주고는 하얀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진짜 어떻게 돼버리는 줄 알았다고.”
창피해진 겨울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웅얼거렸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무자비한 쾌락에 홍콩을 넘어 아주 저 멀리 안드로메다까지 갔다 오는 기분이었다. 소리를 사정없이 내지르다가 결국엔 그의 품에 안긴 채 반쯤 기절하고 말았던 전날 밤의 잔상이 떠오르자 새삼스럽게 부끄러움과 어색함이 몰려왔다. 하릴없이 커다란 동공만 이리저리 굴리다가 그대로 꼼지락거려 침대 아래로 툭 떨어졌다.
“뭐해?”
“……가운 입을 거야. 여기 보지 마.”
“이미 밤에 전부…….”
“아아아! 말하지 마!”
못 견디게 부끄러워진 겨울이 빨갛게 물든 얼굴을 이불 밖으로 쏙 내밀고 소리쳤다. 그런 겨울이 귀여워 어깨를 으쓱한 시후는 열심히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는 겨울을 가만히 구경했다. 그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이불 안에서 주섬주섬 움직여 대충 가운을 걸친 겨울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운의 끈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기에 양손으로 가운을 여미고 걷는데, 전날 밤의 여파로 꼭 갓 태어난 사슴처럼 다리가 떨렸다. 뒤에서 나지막한 웃음 소리가 들려오자 발끈한 겨울이 뒤를 돌아 시후를 흘끗 노려보았다.
“왜 웃어!”
“너 걷는 폼이 귀여워서.”
여유롭게 답한 그는 마치 포식을 마친 맹수처럼 침대 위에 느른하게 누워 겨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당당하게 누워 있는 모습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겨울의 시선이 어딘가에 닿아 거칠게 흔들렸다.
“……오빠의 오빠는 왜 또 그렇게 된 거야?”
“글쎄. 아침부터 이상한 방법으로 유혹하는 아내 때문에?”
“이상한 방법은 무슨…… 꺅!”
갑자기 다가온 시후가 겨울의 몸을 달랑 안아 들자 놀란 겨울이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내려줘!”
창피해진 겨울이 발버둥 치며 시후의 어깨를 투덕거렸으나 여린 몸을 안은 팔은 세상 굳건했다.
“내가 씻겨 줄게.”
겨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한 시후가 나지막이 웃었다.
“우리 여보…….”
이른 아침부터 타오르는 시선이 겨울의 얼굴을 뜨겁게 감쌌다.
“구석구석 예뻐해 줘야지.”
겨울의 얼굴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아침부터 섹시를 팡팡 터뜨리며 들이대는 남편의 어둑한 눈빛에서 음흉한 의도가 읽혔다. 덩달아 아랫배가 뻐근해진 겨울이 붉게 물든 얼굴을 두 손으로 폭 가렸다. ……아. 이걸 어떡해. 남편이 너무 섹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