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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모두의 미래 (90/112)


90. 모두의 미래
2022.08.10.


시후가 수술실에 들어가고 겨울은 도무지 이성을 되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그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터질 것처럼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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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수술을 마친 의사가 수술실을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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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 부위의 주위 혈관과 조직에 약간의 손상이 있지만, 다행히 다른 장기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후 경과만 좋으면 며칠 내로 퇴원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손으로 마스크를 내린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겨울에게 말했다. 그제야 긴장으로 경직되어 있던 겨울의 몸에 힘이 풀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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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병실로 이동 후 수술 경과 관찰하도록 하겠습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기를 천만다행이었다.

아직 제대로 의식을 차리지 못한 시후의 배드 옆에 앉아 그를 바라보는 겨울의 눈가에 촉촉하게 물기가 서렸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숨만 몰아쉬는 그녀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대체 누가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한 건지를 떠올려보면 정답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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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쓰레기 같은 인간…….”

억세게 맞물린 이가 뿌득 갈렸다.

비자금에 관한 실마리를 찾아내자 친자식인 시후의 목숨까지 앗아갈 생각을 한 게 틀림없었다.

울컥한 겨울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시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산산이 부서지고,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져 숨을 쉬기가 버거웠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그런 악독한 같은 인간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시후에게 말로 채 이룰 수 없는 죄책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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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곁에 있어서, 오빠가 이런 일까지 당한 거겠지.’

역시 우리는 서로에게 독만 되는 게 아닐까?

물과 기름처럼 영원히 함께 섞여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불안감이 또다시 메마른 가슴을 뚫고 고개를 내밀었다.

조금 전 수술실 앞에서 서른아홉의 강시후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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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었던 과거에는 이런 사고 따위 없었다고…….’

그는 칼에 찔리는 미래 따위 원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겨울의 행동 변화로 인해 정해져 있던 미래가 바뀐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칼에 찔린 채 베드에 누워 있는 시후는 그 움직임의 결과물이었다.

미래를 바꾸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오히려 더 안 좋은 쪽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던 걸까…….

역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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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렀다.

서른아홉의 강시후에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미래를 바꿔나가겠다고 선언한 게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시후의 다친 모습을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고 굳게 다잡았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겨울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죽음을 맞는 미래는 두렵지 않았다.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마저도 이겨낼 만큼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세상을 떠나는 미래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건 저 자신이 이 세상을 등지게 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두려운 일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시후의 손을 붙잡은 겨울은 소리 죽여 흐느꼈다.

투명한 눈물이 그의 손등 위로 후드득 떨어지고, 그저 그가 무사히 일어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그때, 겨울의 뺨으로 따스한 온기가 부드럽게 와닿았다.

놀란 겨울이 눈물 젖은 눈을 크게 떴다.

의식을 차린 시후는 겨울의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엄지로 문질러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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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아.”

나지막이 부르는 음성에 커다란 동공이 눈물을 머금고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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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입술을 벌리자 형편없이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사히 의식을 되찾고 제 이름을 불러주는 시후를 보자 울음이 더욱 크기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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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많이 놀랐지?”

손을 뻗은 시후가 겨울의 뺨을 감싸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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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예쁜 얼굴 다 붓겠다.”

다정하게 달래는 말에 겨울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아이처럼 눈물을 터뜨렸다.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창백하게 질린 모습을 보자 시후는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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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빨갛게 부어오른 눈가를 어루만지며 속삭인 시후가 겨울의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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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도 그게 제일 무서웠으니까.”

그 말에 겨울의 얼었던 가슴이 하염없이 녹아내렸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증발하였다.

……이렇게 자신을 한없이 사랑해주는 남자를 두고,

또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말았다.

잠깐이나마 흔들렸던 의지를 다시 굳게 되새기며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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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내가 오빠 잘못되는 거 두고 볼 줄 알고?”

반달처럼 부드럽게 휜 눈가에서 맑은 눈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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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오빠 곁에 있을 거야. 아침마다 오빠 얼굴 보면서 눈 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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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참 안심되네.”

장난스럽게 속삭이며 시후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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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거야?”

겨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처럼 뚝뚝 흐르는 눈물을 아무렇게나 닦았다.

시후는 그런 겨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더없는 안도감과 기쁨을 느꼈다.

빨갛게 물든 눈가가 예쁘고 사랑스러워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었으나 복부의 통증 때문에 몸을 일으키기가 어려웠다.

대신 여린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갈증을 대신했다.

겨울을 다시 만나게 해준 운명의 신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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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흐르고 찾아온 아침.

겨울은 시후가 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필요한 짐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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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아홉의 강시후였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만히 서서 자신을 지켜보는 겨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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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이제 알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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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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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꾼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 말에 겨울의 가슴이 아릿하게 옥죄어 왔다. 여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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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뜻대로 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굴러가지 않을 거라는 것쯤 이제 잘 알았을 거야.”

질리도록 느끼고 또 느꼈다. 운명이란 것이 얼마나 크고 거대한 적인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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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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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이 맞아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우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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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를 포기할 수 없어요.”

나와 지금쯤 병실에 누워 있을 2022년의 강시후, 그리고 눈앞의 이 가엾은 남자.

모두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현재의 그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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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의 비밀은 갖지 않을 거예요. 현재의 당신에게 전부 털어놓고 함께 이겨낼 거니까.”

고요하게 흔들리는 까만 눈동자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겨울은 차분한 목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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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날 살려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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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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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강시후만이 날 지켜줄 수 있다고 믿어요.”

느릿하게 손을 뻗은 겨울이 시후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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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로 이렇게 날 살리러 왔잖아.”

멀고 먼 8년 후의 미래에서 오로지 나 하나만을 살리겠다고 시공간을 초월해 찾아온 남자였다.

이미 미래는 오래전부터 조금씩 바뀌고 있었고, 존재하지 않았던 겨울의 미래도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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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원래 살던 미래로 돌아가면, 그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쪽일 거라고 확신하지도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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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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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 최선을 다할게요.”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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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돌아가요.”

단단한 음성이 시후의 고막을 깊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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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미래의 나와 행복하게 잘 지내요.”

그 말에 흔들리던 동공의 진동이 멎고 시후가 나지막한 웃음을 터뜨렸다.

손을 뻗은 그가 겨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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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는 함겨울 너를 당해낼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제 곁에 있어 주겠다고 씩씩하게 외치는 사랑스러운 여자를 더는 밀어낼 재간이 없었다.

2022년의 그녀가 모두에게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없었지만, 그래도 한 단계 성장한 듯 보이는 과거의 그녀를 굳게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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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거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어. 두 달이 지났고, 더는 2022년에 머무를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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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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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이제 난 내가 살던 8년 후의 시대로 돌아갈 거야.”

미래로 돌아가면 바뀌어 있을 미래가 두렵고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일은 과거의 자신과 겨울이 온전히 힘을 합쳐 풀어나가야 할 문제였다.

결심한 시후는 옆에 내려두었던 가방을 들어 겨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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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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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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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네가 사망했던 사건의 조사 기록과 죽기 직전 네가 차고 있었던 시계야.”

놀라 쿵 떨어졌던 겨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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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겨울이 제 곁을 지키는 선택을 하리란 것을 이미 예감했던 그는 미래로 돌아가기 전에 그녀에게 남겨야 할 물건들을 미리 챙겨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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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지금 네 곁에 있는 2022년의 나한테 전해줘.”

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시후가 자그마한 USB를 꺼내 겨울의 손에 쥐여주었다.

자그마한 손을 꽉 붙잡은 그가 결연하게 표정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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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선택을 믿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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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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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지켜줄 수 있고, 네가 날 지켜줄 수 있다고.”

우리는 함께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다고 믿을게.

원래 살던 미래로 돌아가면, 함겨울 네가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고 있을 거라고 믿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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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서른아홉 살의 강시후로서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갈 테니까…….”

말끝을 흐린 시후가 두 팔을 벌려 겨울의 여린 몸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어쩌면 겨울의 얼굴을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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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물기 젖은 음성이었다. 그동안 숨기고 또 숨겼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랑하지만, 사랑하기에 자신을 떠나라고 수없이 반복하며 소리쳤었고, 그녀에 대한 마음은 한 번도 입 밖으로 표현한 적 없었다.

겨울이 숨소리처럼 웃으며 그런 시후의 등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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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줘. 미래의 나한테 매일매일.”

나지막이 속삭인 겨울이 예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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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에서 다시 만나.”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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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의 강시후가 돌아간 뒤, 홀로 남은 겨울은 지금 병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에게 전해줄 물건을 챙긴 뒤 차에 올라탔다.

바쁘게 바뀌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겨울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내가 솔직하게 다 말해도, 오빠는 지금처럼 나를 보며 웃어줄까?

오빠를 살리려다 대신 죽는 미래를 알아도, 지금처럼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털어놓아야 할 이야기였다.

그저…….

내가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가 부디 내 곁에 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미래를 향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자고 속삭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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