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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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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그것은 여러가지 초능력을 가진 초인들이 나와 전투를 벌이는 장르다.
내가 왜 갑자기 이능력배틀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
바로 내가 읽고 있던 이능력배틀물 ‘전쟁도시’의 엑스트라, ‘퍼시발 스미스’의 몸에 빙의했기 때문이었다.
빙의했을 때부터 생각했던 이야기지만, 나는 퍼시발이라는 녀석에게 빙의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쟁도시’는 선혈이 난무하는 액션 스릴러 배틀물이다.
하지만 빙의한 이 몸, 퍼시발 스미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전투계통이 아닌 텔레파시 능력이었다.
무엇보다 사람 이름이 어떻게 퍼 시발
“아. 하나 지나가네.”
나는 상념을 멈추고 지나가던 남자 하나를 바라보았다.
퍼시발의 몸이 되고 오랜 시간의 연구 끝에, 나는 텔레파시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힌 것이다.
비록 집도 없고 무일푼에다 제대로 된 전투도 불가능한 퍼시발이지만, 남들은 할 수 없는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지나가던 사람에게 멀리서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다.
나는재빠르게남자를 향해 생각해두었던 내용을텔레파시로 전달했다.
“힘이, 필요한가.”
굵게 가라앉으면서도, 가슴속을 울리는 묵직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남자가 제자리에 멈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누구야?”
“힘을 원한다면 나와의 계약을 받아들여라.”
“너 누구냐고! 뭐하는 놈이야?”
“다시 한 번 묻겠다. 힘이 필요한가?”
남자의 물음을 전부 무시한 채로, 나는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자라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분명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내 목소리를 듣던 남자는 결국 정체를 알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나에게 물었다.
“힘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할건데.”
“그렇다면 나와 계약해라.”
“계약을 하라고?”
“그래. 나와 계약해라. 그렇게 한다면 절대적인 힘을 네게 주마.”
“계약을 하려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된다면 사실상 다 넘어온 것이다.
그 다음은 내가 원하는 댓가를 말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원하는 댓가는 대부분 금전이었다.
물론 돈을 내놔라, 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안된다.
상대가 의심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대한 고상하게, 그리고 기괴하게 이를 전달해야만 했다.
나는 일주일간의 단련으로 만들어낸 비장의 돌려말하기 기술을 남자에게 선보였다.
“제단을 만들어라. 그리고 7일간 하루 한 번씩 제단을 찾아라.”
“제단?”
“강대한 맥이 흐르는 위치를 알려주마. 이곳에 촛불을 세우고 금 5kg와 사파이어, 소의 피, 양의 머리로 제단을 만들어라.”
“금과 소, 그리고 양의 머리…….”
“할 수 있겠나?”
남자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이야. 계약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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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나는 남자가 만들어둔 제단에서 금과 보석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이것이야말로 텔레파시 능력자에게 허락된 궁극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게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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