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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2화 (2/156)

〈 2화 〉 생존본능 (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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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노력을 통해 막대한 금전을 손에 넣은 나는 그것을 환전하기 위해 장물아비를 찾아야만 했다.

환금성이 높은 금과 보석이지만, 혹여나 추적을 당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아무곳에서나 쉽게 처분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유로 나는 원작 소설 ‘전쟁도시’에서 자주 등장하던 장물아비인 고물상 제임스를 찾아왔다.

고물상에 들어가자 외알안경을 낀 노인, 제임스가 나를 마주했다.

제임스는 작품 내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장물아비로, 그가 세탁한 돈은 100퍼센트의 안전성을 자랑하고는 했다.

“무슨 일이오.”

“물건을 좀 처분하려고 왔는데.”

나는 제임스의 앞에 금붙이와 보석을 쏟아부었다.

적지 않은 양의 현물이었지만 제임스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역시 일류의 장물아비다운 모습이었다.

“내게 물건을 처분하러 왔단 말이오?”

“그래.”

“굳이 나한테 팔러온 것을 보니 뒤가 구린 물건일테고, 누구한테 소개받았소.”

제임스는 곧장 물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을 소개해준 사람을 캐물었다.

그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뒷세계에 발을 들인 인간들이다.

이렇게 신중하게 거래상대를 고르는 것도 의아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들키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이름을 꺼냈다.

“브루노.”

“호오. 절름발이를 아시오?”

“그가 살아있을 때 언뜻 들었지. 영감한테 빚을 지워뒀다던가.”

절름발이 브루노.

과거 도시 전체를 헤집고다닌 최악의 범죄자다.

그는 전쟁도시의 스토리 라인에 있어 꽤나 비중이 큰 인물이었다.

직접 등장은 하지 않고 행적으로만 언급되는 인물이지만, 그의 영향만은 아직까지 이 도시에 남아있었다.

내가 브루노의 이야기를 꺼내자, 이야기를 들은 제임스의 얼굴이 변했다.

둘만의 이야기를 내 입으로 꺼냈으니 그가 놀랄만도 했다.

“절름발이에게 소개받았다는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오.”

“그래서, 급하게 처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쪽이 수수료가 쎄다는 사실은 알고 있소?”

“알다마다. 더럽게 많이 쳐먹기로 소문났으니까.”

탁, 타닥.

금괴를 보며 계산기를 두드린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54000 크레딧. 불만이 있으면 다른 곳에 가도 좋소.”

“그거밖에 안나온다고?”

“수수료 4할을 제한 값이오.”

“허.”

이곳에서 금의 가치는 현대의 지구만큼 높지 않았다.

그러니 어느정도 적은 금액이 나오리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수료를 떼자 54000 크레딧, 한화로 짐작해보자면 5400만 가량의 금액이 나왔다.

일주일 벌이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팔겠소? 아니면 그냥 가겠소?”

입맛을 다시고 있는 내 모습에 제임스가 고개를 들이밀며 캐물었다.

제임스의 입장에서는 전혀 아쉬울 것이 없는 장사다.

결국 온전히 수중의 돈이라고 여겼던 내 인식의 잘못일 것이다.

“돈으로 바꿔줘.”

“현명한 선택이오.”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던 나는 제임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 * * * *

소설, ‘전쟁도시’의 세계관은 다소 특이한 편이다.

아득히 먼 옛날, 마법사들의 시대를 지나온 세계는 나날히 발전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과거 번성했던 은밀하고 강력한 마법들은 전부 전설이 되어 사장되었다.

옛 시대의 위대했던 아크메이지들도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은 몸에 마력회로를 각성해 단 하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인스턴트 메이지들이다.

깊이도 없고, 넓이도 없다.

대신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기적만이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인스턴트 메이지들은 도시의 치안에 여러가지 문제를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힘을 휘두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범죄에 악용되기 쉽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인스턴트 메이지는 마냥 희귀한 존재가 아니다.

퍼시발 스미스, 지금의 나 자신이 3서클의 텔레파시 유저인 것처럼 말이다.

마법을 각성한 인스턴트 메이지들은 ‘전쟁도시’의 사회 전반에 깊숙히 뿌리박혀 있으며, 그 능력을 악용하는 범죄자를 마주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이, 거기 멈춰봐.”

내가 지금 골목에서 마주하고 있는 패거리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어두운 밤중에 보란듯이 손에 불을 피우며 나를 마주보고 있는 남자가 하나.

그리고 그 뒤로 길을 가로막듯이 서있는 남자가 둘.

멀리서 보면 라이터로 착각할 수도 있을만한 작은 불빛이지만, 가까이에서 본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무언가의 마법이었다.

“나를 부른거냐?”

남자의 부름에 나는 최대한 건들거리는 자세로 멈춰섰다.

마음같아서는 3대 1의 상황에 겁을 먹고 도망가고 싶지만, 내가 등을 돌리는 순간 저 불덩이가 나를 노리고 다가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럴바에야 나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는 편이 좋을 터였다.

게다가 나는 태권도 1단, 주짓수 2단, 던전앤파이터 결투장 2단을 합쳐서 도합 5단의 유단자 출신이었다.

뒷골목의 강도들 따위에게 쉽게 주눅들 몸이 아닌 것이다.

“그래, 너. 내가 돈냄새를 좀 잘맡거든.”

남자의 말을 들은 나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마침 제임스에게 금괴를 처분하고 건네받은 크레딧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정말 돈냄새를 맡는게 가능하기라도 한 것일까.

나름대로 적합한 타겟을 골랐다고 할 수 있겠다.

“뭐, 그래서 돈이라도 나눠달라고?”

“나눠달라니, 무슨 섭섭한 소리를. 전부 다 주셔야지.”

“주지 않으면 어쩔 생각이지?”

“그럼 오늘 시체가 하나 생기는거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

그리고 때마침 지나가는 행인이 드문 저녁이다.

눈앞의 남자가 여기서 무슨 일을 벌이던간에, 주변이 잠깐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돈을 넘겨주고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었다.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군.”

하지만 돈을 준다고 해서 내 신변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었다.

여기서는 상대에게 맞서 싸우는 것만이 정답이었다.

나는 재빨리 시선을 움직여 싸우기 위한 주변의 지형지물을 탐색했다.

이곳은 거주밀도가 높은 골목길.

건물의 외벽들 사이로 밀폐되고 밀집된 창문의 모습이 보인다.

게다가 지금 시각은 대부분이 잠들어 있을 야심한 밤이다.

텔레파시 능력자에게는 텔레파시 능력 나름대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너, 지금 죽고 싶은거냐?”

“너희야말로 모르는 모양이군.”

“뭘 모른다는거야. 너 지금 혼자잖아?”

“혼자라고 했나? 정말 우스운 말이야. 이곳에는 내 부하들이 잔뜩 숨어있다. 죽기 싫으면 알아서 기도록.”

“부하가 있다고? 하하하!”

내 말을 들은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남자의 옆에 있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야, 초라한 행색의 행인에게 부하가 있다고 한다면 누구라도 의심할 것이다.

사실 내가 저들의 입장이었어도 믿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없는 부하도 만들어내야만 했다.

“쯧. 진실을 알고 실성한건가. 얘들아, 나와라.”

나는 허세를 부리는 것과 동시에 남자들을 제외한 골목 전체에 울려퍼지도록 텔레파시를 보냈다.

원룸들이 밀집한 골목에 보내는 텔레파시의 내용이야 뻔했다.

누구나 밤에 들으면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음악이었다.

­ “굿모닝.”

­ 띵띵띵.

­ “굿모닝.”

­ 빠빠빠빠빠빠빠빠빠 굿모닝.

­ 빠빠빠빠빠빠빠빠빠 굿모닝.

­ 빠빠빠빠빠빠빠빠빠 뷰티풀데이.

­ 잇츠 어 뷰티풀 데이.

와창창.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며 골목의 이곳저곳에 불이 켜졌다.

열린 창문 틈새로 고함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자던 도중에 모닝콜을 들었으니 누구라도 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뭐야! 어떤 새끼야!”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이런, 시발!”

­ “어떤 자식들이 우리 형님을 건드려!”

고함의 틈새로 남자들에게 텔레파시를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방에 불이 켜지며 계속해서 고함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들이 당황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주위에 시선을 향했다.

“이, 이게 아닌데…….”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모양이군.”

“아, 아니, 저희는 몰랐습니다. 여기가 당신의 아지트라고는……!”

“무지에 대한 대가는 목숨으로 충분하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텔레파시를 하나 더 보냈다.

­ 위이이이잉.

­ “치안대에서 나왔다. 경고한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다면…….”

“이런. 결국 치안대에게 흔적을 잡히고 말았나.”

내가 안색을 굳히며 이야기하자, 남자들은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마무리를 잊지 않는 사람이다.

제임스에게서 구매한 고스트건을 품에서 꺼낸 나는 도망치는 남자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탕!

모닝콜이 울려퍼지는 골목에서 총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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