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6화 (6/156)

〈 6화 〉 생존본능 (5)

* * *

내가 팔려는 정보.

그것은 이 도시와 내 앞길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퍼시발 스미스의 정보를 팔겠다.”

“퍼시발 스미스……. 잠깐, 그 이전에 당신 이름이 뭔데.”

“퍼시발 스미스.”

이야기를 들은 남자의 눈이 멍해졌다.

“미친놈이야?”

“그런 셈이지.”

“하… 어디 그 잘난 정보 한 번 들어보도록 하지. 말해봐.”

쯧. 눈앞의 남자가 한차례 혀를 차고서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정보들을 요구해왔다.

남자의 요구에 나는 친절하게 내가 아는 고급 정보들을 하나씩 풀어주기 시작했다.

물론 정보들의 출처는 내 머릿속의 미래계획이었다.

“퍼시발 스미스. 그는 개쩌는 정보상인이야.”

“오, 그렇군. 아주 대단해. 그리고?”

“게다가 고급 정보만 파는데 아무한테나 정보를 팔지 않아.”

“오, 그래. 그 다음엔?”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퍼시발은 이번에 이 도시에 사무실을 차리기로 마음을 먹었지.”

이름 빼고는 모든 것이 거짓뿐인 정보들의 향연.

이야기를 듣던 남자는 이제 반쯤 해탈한 듯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엄청난 정보상인이 나한테는 왜 파는데?”

“당신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그런 말도 안되는 정보를 대체 누가 사? 아무도 관심이 없을텐데.”

“당신이 사야지.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당신에게 살테고.”

남자는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리만을 찾아온 것이었다.

리만은 이 도시의 외곽지구에서도 유명한 정보상인이다.

누군가 정보를 사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리만의 이름을 떠올릴 만큼, 그의 이름은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물며 앞으로 내가 벌이려는 것은 높은 확률로 상대가 뒷조사를 시도해올만한 일들이다.

내가 지금 말한 내용이 리만의 사무소에서 가치 없는 싸구려 정보라고 판정받더라도, 어떻게든 정보가 일부분이나마 흘러나간다고 한다면 절반 이상은 성공한 일이었다.

“10크레딧 주지. 이걸로 나가서 밥이나 사먹던지.”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10크레딧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내가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정보에 10크레딧이라니, 이곳에 오기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아무래도 남자가 미친놈에게 선심쓴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돈을 내어준 것 같았다.

사실 10크레딧 정도야 받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내가 돈을 아예 받지 않으면 남자가 정보 그 자체의 의도에 대해 의심할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남자가 내민 10크레딧에 손을 가져가면서, 금액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잠깐, 보험 상담 사은품도 이것보단 더 쳐주지 않나?”

“이것도 적선하는 심정으로 주는거야. 싫으면 그 대단하신 정보 들고서 보험회사로 꺼지시던지.”

“수천크레딧은 벌어들일 정보를 알려줬는데, 반응이 너무 야박한거 아닌가 모르겠네.”

“수천크레딧? 지금 준 10크레딧도 내 사비니까 당장 꺼져!”

이어진 남자의 축객령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접견실을 떠났다.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 * * * * *

짧은 기간동안 여러차례 마주한다면 인연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처음의 만남이 그랬던 것처럼, 두번째의 재회 역시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다.

크로스 네트워크에서의 일을 마치고 거주하던 호텔로 돌아가는 길.

번화가를 걸어서 지나가던 나는 골목길의 사이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현상금 사냥꾼 시넬 클로버블룸.

그녀가 골목길에 쪼그려 앉은 채로 한손에 사료봉지를 안고 있던 것이었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별 우연이 다있군. 뭘 하는 중이지?”

나는 시넬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인사를 건넸다.

사료봉지를 든 시넬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걸친 채로 눈을 반짝이며, 고양이가 사료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넬의 근처에 있던 고양이들 중 일부는 내 접근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달아났다.

고양이가 달아나는 모습에 시선을 돌린 시넬이 나를 알아보고 손을 살짝 흔들어왔다.

“아, 퍼시발 씨. 고양이들 밥을 주고 있어요.”

“돈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디서 현상범이라도 잡은 모양이야?”

“저번에 받은 돈에 약간 여유가 있어서요.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샀어요.”

안그래도 얼마 없는 돈을 쪼개서 고양이 사료를 구매하다니.

밥을 먹는 고양이를 보고 웃던 시넬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어지간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시넬 본인의 수중에 그다지 돈이 없는 이유가 어느정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했다.

나는 시넬의 사료 봉지에서 한 움큼을 꺼내 눈앞의 고양이에게 내밀며 물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나봐?”

“그야 귀여우니까요.”

새카만 털을 가진 고양이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내 손바닥에 있던 사료를 받아먹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제법 익숙해진 녀석인가보다.

아니면 밥을 주던 시넬의 옆에 있기에 신뢰하는 모양이거나.

손에 있던 사료를 전부 먹어치운 검은 고양이는 이내 시넬의 옆에 조용히 엎드렸다.

“이 아이의 이름은 까망이에요. 그 옆에 있는 아이는 하양이고요.”

“직관적인 네이밍이네. 그럼 저기 있는 시커먼 고양이는 이름이 뭐지?”

나는 구석에 멀리 떨어져있던 검은 고양이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시넬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까망이에요.”

“아니, 그럼 방금 이 녀석은 뭔데.”

“그 아이도 까망이에요.”

“……그 옆은?”

“그 아이는 누렁이에요.”

“…….”

까만색이라서 까망이고, 하얀색이라서 하양이.

고양이가 무슨 하나의 이름으로 묶인 군집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시넬에게서 이름을 한차례씩 받아보았을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누렁이쯤 되면 무언가 고양이 이름보다는 강아지에게 더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시넬의 파멸적인 네이밍 센스에 감탄하며 나는 한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흐음. 이름이 이상한가요?”

“그냥 동명이인, 아니, 동명이묘가 너무 많아서 놀랐을 뿐이야.”

“나름 고심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나저나 이런 짓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지?”

“아마, 6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6개월이라면 제법 꾸준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식비도 많이 나가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더니, 자신의 식비를 줄여가며 여기에 돈을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길고양이에게 지속적으로 밥을 주는 행동은 장소에 따라 불만이 나올 수도 있는 행동이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선 시넬과 고양이들을 번갈아보았다.

“그렇게 좋아하면, 데려가서 기르면 되는거 아닌가?”

“살고 있는 곳이 너무 비좁아서요. 이 아이들도 밖에서 자유롭게 사는걸 좋아할거에요.”

“하나쯤은 데려가도 괜찮을텐데. 손도 많이 타서 익숙해진거 같으니.”

시넬은 주위에 있던 고양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옆에 엎드려있던 까망이 1호에게 눈이 고정되었다.

“그래도 되는걸까요?”

“이렇게 많은데 하나쯤은 괜찮겠지.”

“그렇겠죠? 하나쯤은 데려가도 괜찮겠죠?”

나에게 확인을 받아내듯이 몇차례 되물은 후, 시넬이 옆에 있던 까망이 1호로 추정되는 녀석을 끌어안았다.

냐옹.

힘껏 끌어안아진 까망이는 허공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까망아. 같이 집에 가자.”

“냥! 냐아앙!”

“응. 너도 좋아하는구나.”

시넬은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악하는 까망이를 보며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의 어디가 좋아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이 만족한 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그러나 품에 안긴 까망이의 입장은 그게 아니었던 것일까.

계속해서 시넬과 실랑이를 벌이던 녀석은 이내 시넬의 품을 빠져나와 골목 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저기 도망가는군.”

“아…….”

“안쫓아가도 되나?”

“까망이가 걱정되네요. 쫓아가야해요. [헤이스트].”

골목의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차도가 나타난다.

고양이가 걱정된 것인지 헤이스트를 사용한 시넬은 곧장 그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추격전의 결과가 궁금해진 나 역시 바닥에 놓여진 사료봉지를 챙겨들고서는, 시넬이 나간 방향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해 전력으로 뛰어가는 그녀를 내 속도로 쫓아갈 수는 없다.

그러니 그냥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따라가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느린 발걸음으로 골목 밖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빠앙!

경적소리와 함께 둔탁한 충돌음이 내 귓가를 뒤흔들었다.

“까망아!”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시넬의 목소리.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면, 트럭이 멈춰선 앞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까망이가 있었다.

상황을 보건데 시넬을 피해 도망치다가 달려오는 트럭에 치인 모양이었다.

“상태는 괜찮나?”

“……잘 모르겠어요. 까망이는 죽은걸까요.”

시넬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까망이를 안아들고선 말했다.

내가 수의사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면밀하게 관찰한다면 생명활동의 여부정도는 확인이 어렵지 않았다.

나는 시넬의 손을 살짝 옆으로 치우고서는 까망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군.”

“까망아, 까망아!”

“병원에 데려가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빠르게 옮겨주는 편이 좋을 것이다.

동물병원에 데려간다면 알아서 맞는 조치를 해줄테니 말이다.

하지만 시넬은 내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더욱 어두운 얼굴이 되어 까망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축 늘어진 고양이를 안고 멍때리는 시넬의 모습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마법을 사용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본능과도 같은 직감이 스스로의 행동을 부추기고 있었다.

최대한 가늘고 귀여운 목소리로 토해내는 구조요청.

나는 머릿속에서 조잡하게 만들어낸 그것을 시넬에게 들려주었다.

­ “나를 구해줘라 냥…….”

“……!”

그리고 그것을 들은 시넬이 무언가 결의에 찬 얼굴이 되었다.

잠시동안 가만히 고민하던 시넬은 이내 결심을 세운 것인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

갑작스럽게 나를 사장님이라 부르며 올려다보는 시넬.

그 두서없는 모습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넬은 내 두손을 붙잡고서 물었다.

“월급은 혹시 가불이 가능한가요.”

“…….”

“사장님?”

“혹시 그… 병원비가 없나?”

“네.”

기회라는 것은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오는 모양이다.

나는 왠지 모르게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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