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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8화 (8/156)

〈 8화 〉 강철의 암살자 (2)

* * *

­ “세기의 정보상인 퍼시발이 여기에 찾아오다니.”

­ “암흑상인 퍼시발 스미스……. 그는 아무에게나 정보를 팔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흠, 좋아. 알아주는군.”

왜냐면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거만한 얼굴로 미스터 트릴로를 바라보았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헛소리에 정신이 나간 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제법 유명한 모양이군. 좋아, 어디 이야기를 들어주지.”

기선제압이 확실하게 먹힌 모양인지, 미스터 트릴로의 부하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권위라는 것은 그것을 휘두르려는 이의 저명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 법이다.

하물며 정보상인이란 사람들의 신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기반이 없는 나로서는 이런식으로나마 자신의 권위를 만들어낼 필요성이 있었다.

미스터 트릴로의 반응을 살핀 나는 조심스럽게비즈니스 이야기의 서두를 꺼냈다.

“벨리언트에서 지금 철갑을 쫓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래. 지금 당장 그 개자식을 쳐죽이지 못해서 안달난 상황이지.”

“나는 철갑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까득.

미스터 트릴로의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벌겋게 물든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던 미스터 트릴로는, 이내 한숨을 내쉬더니 나에게 물었다.

“이봐. 암흑상인이라고 했나.”

“퍼시발 스미스다.”

암흑상인이라는 단어는 그저 즉흥적으로 내뱉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스터 트릴로는 그런 내용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인지, 꿋꿋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 어떻게 부르는지가 뭐 그리 중요하겠나. 지금 중요한 것은 하나밖에 없지. 나는 사람의 은원을 가지고 돈을 벌어먹으려는 장사치들을 좋아하지 않아.”

“…….”

“그러니 본론만 말해라. 길게 얼굴을 마주하기도 싫군.”

불만스러운 것처럼 말하는 미스터 트릴로지만, 아무래도 거래를 고려해볼 의향은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를 복잡하게 돌릴 생각이 없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가 바라는대로 곧장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길 바란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묻도록 하지. 7만 크레딧을 지불할 의향이 있나?”

7만 크레딧.

그게 내가 벨리언트의 규모와 철갑에 대한 정보의 수준을 취합해 내린 결론이었다.

철갑은 치안대에서 2급 수배를 내걸고 있는 현상범이다.

복수를 원하는 미스터 트릴로의 입장에서도 그렇게까지 부담되는 금액은 아닐 것이다.

정확한 금액을 듣고 고민하던 미스터 트릴로가 나에게 물었다.

“녀석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이름. 마법. 은신처. 당신이 지금 원하고 있던 내용 전부.”

‘전쟁도시’는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때마다, 치안대 안에서의 정보를 취합하는 수사기록이라는 파트가 있다.

그 수사기록은 간단하게나마 주인공이 마주했던 범죄자에 대해 정리한 정보를 알려주고는 했다.

내 머리가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기억속에서 찾아낸 특징적인 단어들을 조합해 완전한 정보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은 미스터 트릴로는 제법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놀랍군. 다른 정보상들은 녀석에 대해서 별 시답잖은 이야기만 늘어놓고는 했는데.”

“워낙에 잘 숨어있으니까. 작정하고 찾는게 아니라면 흔적도 발견하기 어렵겠지.”

“하지만 그만큼 상세한 정보라면 의심도 드는군. 철갑이라는 녀석과 처음부터 아는 사이가 아니었는지 말이야.”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이만 퇴장하고.”

“……조금 고민을 해보도록 하지.”

아쉽지만 바로 거래가 받아들여지는 일은 없었다.

미스터 트릴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고민을 해보겠다고 대답하며 선택을 미뤘다.

전하려는 이야기도 전부 꺼냈겠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를 찾지못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락처를 남기고 갈테니, 거래할 마음이 들면 연락해.”

“그럴 결심이 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

미스터 트릴로의 뒤에 서있던 조직원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 종이와 펜을 건네왔다.

나는 그에게서 필기구를 받아 내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번호를 적은 종이를 돌려주는 것과 동시에, 미스터 트릴로에게 경고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의 정확성은 떨어질거야. 남아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명심했으면 좋겠군.”

그렇게 말한 나는 등을 돌리고서 곧장 건물 밖으로 걸어나갔다.

뒤에서 나를 지키고 서있던 시넬 역시 내가 움직이자 조용히 내 뒤를 따라나왔다.

나와 시넬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들어올 때 마주했던 보초가 나를 보며 웃었다.

“용건은 다 끝났나?”

“그래. 돌아갈 생각이야.”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용건이었나봐?”

나는 눈앞의 남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안으로 들어갈 때 맡겼던 물건을 돌려받을 차례였다.

“내 총. 그리고 단검도 줘야지.”

“잊고 있었군. 내어줘라.”

보초를 서던 조직원들은 내 권총과 시넬의 단검을 돌려주었다.

그들에게서 받은 권총은 곧바로 품속에 집어넣었다.

시넬은 단검을 되찾자 안심이 된 모양인지, 애착이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이만 가도록 하지.”

벨리언트의 본거지를 떠나 사무실로 되돌아가는 길.

돌려받은 단검을 확인하며 뒤따라오던 시넬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암흑상인…….”

“…….”

“사장님은 굉장한 분이었네요.”

암흑상인.

그 짧은 단어에 무언가 꽂힌 것인지, 미스터 트릴로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는 시넬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넬의 말을 대놓고 부정할 용기가 없었다.

“……그냥 옛날일이야. 밥이나 먹으러 가지.”

입밖으로 내뱉은 것은 자신이다.

그에 따른 부끄러움은 당연히 스스로가 감내해야만 했다.

* * * * * *

천리안, 리만 캐버런트.

그는 크로스 네트워크의 정보상들 중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인물이면서, 도시의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정상까지 올라온 인물이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보다 많은 정보라는 그의 신념에 따라 리만의 사무소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모이고는 했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얻어내기 위해, 리만의 사무소에는 매일 고객들로부터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미스터 트릴로에게서 온 긴급요청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얻어낸 정보들을 취합하고 있던 리만.

그런 그에게 전화를 받던 부하가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해왔다.

긴급요청은 추가적인 요금을 부담하는 대신에, 최대한 빠르게 정보를 요구하는 주문이었다.

고객의 정체를 들은 리만은 금세 머릿속에서 누군가를 떠올렸다.

미스터 트릴로. 벨리언트라는 범죄 조직의 보스인 그는 자신의 심복을 죽인 암살자를 쫓고 있었다.

“미스터 트릴로? 벨리언트의 보스잖아. 보나마나 또 철갑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거겠지.”

“그게 아니라… 암흑상인 퍼시발 스미스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합니다.”

“퍼시발 스미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긴급요청의 내용은 리만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을 찾는 주문에, 자리에서 일어난 리만이 사무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혹시 누구 퍼시발 스미스에 대해 아는 녀석 있냐?”

모든 정보를 전부 리만이 관리할 수는 없는 만큼, 리만의 사무소에는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리만의 조수들 중 하나, 브라이언이 리만의 질문을 듣고 몸을 움찔했다.

며칠 전에 그를 찾아왔던 불청객의 이름에 깜짝 놀란 것이다.

그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리만은 브라이언을 향해 걸어가면서 물었다.

“브라이언. 퍼시발에 대해 좀 알고 있는 모양이야?”

“아…….”

“빨리 말해봐. 이번에도 정보를 안주면, 미스터 트릴로가 성질을 낼 것 같단 말이지.”

“그, 그게…….”

브라이언은 리만의 사무소에서도 제법 경력이 있는 조수였다.

리만은 브라이언의 반응을 보고서, 그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대충 이해했다.

브라이언이 정보를 알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

대부분 정보의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거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의 정보가 모이지 않은 경우였다.

“나도 처음 보는 이름인데, 자세한 정보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간단한 정보라도 알려준다면 보너스를 주지.”

깜빡. 깜빡.

리만의 요구에도 망설이며 눈을 굴리던 브라이언은, 리만에게서 보너스 이야기를 듣고선 곧장 입을 열었다.

“어…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상관없어. 그래, 퍼시발 스미스가 뭐하는 녀석이지?”

“퍼시발 스미스… 그는 개쩌는 정보상인입니다.”

리만은 조수의 천박한 어휘에 감탄하면서도, 평소 정보를 수집한다며 뒷골목을 떠돌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넘겼다.

암흑상인, 퍼시발 스미스.

방금 들은 그의 정보들만 따져보아도 생각보다 거물처럼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는 대단한 정보들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한테나 정보를 팔지 않는답니다.”

“아, 그래? 그런데 왜 나는 처음 듣냐?”

잠깐의 정적.

머리를 쥐어짜내며 고심하던 브라이언은 자신이 들었던 헛소리의 뒷부분을 떠올리고는 겨우 대답했다.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사업을 일군 퍼시발이지만, 이제는 이 도시에 정착할 생각으로 사무실을 구했다는군요.”

“이국에서 이름을 날리던 정보상인이라. 모를만도 하군.”

“그럴겁니다.”

“수고했어. 약속대로 보너스는 챙겨주지.”

리만은 브라이언의 어깨를 다독이고선, 곧장 미스터 트릴로가 전화를 걸어온 수화기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직원으로부터 수화기를 빼앗아 직접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트릴로.”

­ “오랜만? 네놈이 하나도 아는게 없으니까 자주 못만나는거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암흑상인 퍼시발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알아왔으니 말입니다.”

­ “흥. 그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면, 나는 잭슨에게 가서 네놈 욕이나 하루종일 했을거다.”

미스터 트릴로의 농담을 들은 리만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주정뱅이 잭슨. 그는 크로스 네트워크에 입주해있는 리만의 경쟁자 중 하나였다.

비록 리만에게 밀려 만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세지만, 그가 운영하는 정보망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기분나쁜 경쟁자를 떠올린 리만은 입근육을 씰룩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이내 차분해진 목소리로 미스터 트릴로를 달랬다.

“뭐, 너무 화내지만 마시고 들어보십시오.”

­ “그래서, 퍼시발 스미스는 뭐하는 놈이지?”

“제 정보에 따르면, 그는 상당히 대단한 정보상인인 모양입니다.”

­ “그러니까 암흑상인이라는 이름이 붙었겠지. 그리고?”

“손님을 따로 가려받는 편이며, 취급하는 정보의 중요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 “나름 굉장한 녀석인 모양이군. 그런데 왜 지금까지 내가 모르고 있었지?”

앞부분만 들어서는 확실히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할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리만은 다행히도 신뢰하는 부하인 브라이언에게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듣고 온 직후였다.

“그는 주로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활동했다더군요. 이 도시에 온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니, 모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 “역시 천리안의 리만이야. 이런 정보는 잘 알고 있군.”

“저희는 남들과 다르니까요. 이 정보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다행히 정보를 들은 미스터 트릴로가 만족하는 모양이었기에 리만은 안심할 수 있었다.

당분간은 그로부터의 클레임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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