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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9화 (9/156)

〈 9화 〉 강철의 암살자 (3)

* * *

조금씩 가구가 채워져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많이 허전해보이는 사무실의 안.

저렴한 가격으로 내용물을 채우고자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져보고 있으면, 한구석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

아직 출근한지 사흘밖에 되지 않은 시넬이다.

혹시나 벌써부터 내 경호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비어있는 소파에 앉아 진중하게 고민하는 시넬에게 물었다.

“시넬. 왜 그러고 있지?”

"사장님.”

“그래. 뭔가 문제라도 있어?”

“손님이 없어요.”

시넬의 입에서 나온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이야기였다.

사무실에 손님이 없다.

손님이 없어서 지루하다는 이야기보다는, 아무래도 회사에 대한 걱정이 앞서있는 모양새였다.

그야 당연하겠지.

일부러 외진 곳에 사무실을 마련해놨는데, 나를 보겠다고 손님이 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걱정하는 시넬을 달래기 위해 나는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나는 아무나 손님으로 받지 않아.”

“그러네요. 사장님은… 그 유명한 암흑상인이니까요.”

“…….”

“사장님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분명 손님으로 올 수 없는거겠죠.”

아직까지 직전의 일을 잊지 못한 시넬이었다.

암흑상인. 듣기만 해도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명.

반복해서 듣다보니 나 자신이 진짜 암흑상인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기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형 모니터의 리모컨을 주워들었다.

“듣다보니 좀 이상한 기분인데. 기왕 이야기가 나온거, 이번 일이 끝나면 처리할 일거리나 찾아보도록 하지.”

나는 모니터를 켜서 현상수배중인 범죄자의 목록을 띄웠다.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범죄자가 있다면, 벨리언트와의 일이 끝난 뒤에 시넬을 데리고 현상금 사냥을 나서볼 계획이었다.

그에 모니터에 떠오른 수배목록을 본 시넬이 말했다.

“현상수배자 목록인가요?”

“그래.”

“제가 가지고 있던 것보다 사람이 훨씬 많네요.”

블랙마켓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등급별로 정리된 현상수배범의 목록을 보여준다.

여기에 게재된 현상범들의 현상금은 치안대에서 공식적으로 게재한 현상금뿐만이 아니라, 암흑가의 조직들이나 기업에서 비공식적으로 내건 현상금도 포함된다.

다만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현상금에 대해서는 등급별로 어느정도 액수가 정해져있는 상태였다.

3급은 네자릿수, 2급은 1만 이상의 크레딧.

1급은 평균적으로 3~5만 크레딧.

마지막으로 특급 수배범에는 10만 크레딧을 상회하는 액수의 현상금이 걸려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간단하게 현상금 사냥을 나서볼 생각이야. 물론 현상범을 잡으면 충분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줄 생각이고.”

“……인센티브.”

“그래서 말인데, 평소에 쫓던 녀석들은 어떤 부류지?”

“특급이나 1급 수배범들을 쫓고 있었어요.”

“그동안 못잡은 이유를 알 것 같은데.”

특급 수배범을 하나 잡아들이는 경우에는 막대한 양의 크레딧을 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어지간한 수준이 아니라면, 특급 수배범들은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들은 ‘전쟁도시’의 주인공인 어셔 헤이즈마저도 직접 상대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존재들이었으니까.

먼치킨이라고 여겨지는 주인공마저 상대하는 것을 꺼린다.

그만큼 그들 개개인의 능력은 전투에 특화되어 있었다.

애초에 오랫동안 현상수배가 걸려있다는 것부터 그동안 수많은 추격자들을 뿌리쳤거나, 그들 전부를 처리하고서 숨어있다는 증거였다.

시넬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을 마주치지 못한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던 것이다.

“그런가요.”

“특급을 잡는건 좀 더 이후의 일이야. 충분한 수준의 사람이 모이고서,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만 해.”

특급 수배자들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돈을 들여 좋은 용병을 사용한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현상금 액수를 감안하더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아쉽네요. 단번에 많이 벌고 싶었는데.”

“그런 경우는 흔치 않은 법이지. 합을 맞추려면 일단은 3급이나 2급부터 잡아보는게 좋겠어.”

“3급이나 2급인가요.”

“일단은 이 레넌이라는 녀석부터…….”

터벅, 터벅.

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나는 말을 끊고 시선을 돌렸다.

겉으로 무기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 숨겨놓은 것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무리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중에는 지난번에 마주했던 익숙한 얼굴들도 존재했다.

“손님이 온 모양이야.”

“그러네요.”

“그동안 기다리던 손님들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이곳을 찾아올만한 사람은 없었다.

분명 내 뒷조사를 끝마친 미스터 트릴로가 벨리언트의 정예들을 이끌고 찾아온 것이다.

이제서야 나와 거래를 할 결심이 선 것일까.

복도에 정렬한 채로 기다리고 있던 부하들을 지나쳐, 미스터 트릴로가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의 주인인 나에 대한 배려인 것인지, 사무실에 들어오는 그의 부하는 극히 일부 뿐이었다.

“오랜만이군, 암흑상인. 사무실이 너무 외진 곳에 있는데다가, 자네 명성에 비해 초라한 느낌인데.”

“너무 복잡할 필요는 없거든. 손님이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니까.”

“그런가. 잠시 반대편에 실례하도록 하지.”

데려온 부하들을 뒤에 세운 미스터 트릴로는 내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고급스럽게 생긴 것을 중고거래로 사들인 물건인데, 미스터 트릴로의 반응을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화려하게 찾아온걸 보면, 거래를 할 생각이 든 모양이야?”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더라면 자네 사무실에 찾아오지도 않았지.”

내가 벨리언트에 찾아갔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나와 시넬이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미스터 트릴로가 나에게 어느정도의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를 마주한 미스터 트릴로는 곧장 부하에게 지시해 들고 있던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도록 했다.

벨리언트의 조직원은 가방을 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그 안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헤러넌트 은행의 수표들로 가득 차있었다.

“요구했던 금액인가?”

“선금으로 4만 크레딧을 지급하지.”

“선금?”

“물론 자네가 대단한 정보상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 하지만 처음 하는 거래인데다가, 정보의 진위여부도 모르는데 전부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야.”

요컨데 돈을 나누어서 지급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완전히 후불로 내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닌데다가, 절반이 넘는 액수를 나에게 가져온 상태다.

거절하기에도 제법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그럼 나머지는?”

“현장에서 녀석을 확인하면 바로 건네주도록 하지. 물론 녀석을 잡는 일은 우리쪽에서 할테지만 말이야.”

어차피 전투는 벨리언트 쪽에서 치를 것이다.

벨리언트가 2급 수배범 하나를 못이길 규모도 아니고, 작중에서의 일은 미스터 트릴로가 암살당해서 벌어졌던 만큼 별 문제는 없어보였다.

자신과 시넬은 단지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혹시나 문제가 생긴다면 경호원으로 고용한 시넬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다.

“좋아. 그럼 원하던 정보를 말해주지.”

“…….”

“철갑의 데이거스 필립. 한손에 철판을 덧댄 건틀릿을 착용하고 다니는데, 그게 워낙 인상적이라 철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양이더군.”

“데이거스 필립. 그런 이름이었나.”

“녀석은 4서클의 ‘샤프니스’ 유저야. 마법 자체는 그다지 위협적인 편이 아니지만, 청부업을 하는걸 보면 나름 자신은 있는 모양이겠지.”

사실 데이거스의 실력이 어느정도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2급 수배범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과, 4서클의 마법사라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사기적인 마법을 가진 주인공에게 순식간에 쓰러지다보니, 제대로 된 전투장면이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다만 데이거스가 2급 수배범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암살이 아닌 정면대결에 있어서는 그리 강하지 않을거라고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녀석의 은신처는?”

“외곽지구의 8구역. 거기에는 에더리스라고 불리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지. 그 건물의 2층에 데이거스가 숨어있을거야.”

“곧장 부하들을 보낼 예정이다. 따라갈 생각이 있나?”

기왕이면 추후에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직접 내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나는 벨리언트로부터 받은 돈가방을 정리하면서 답했다.

“이것만 좀 정리하고 바로 따라나갈 생각이야. 그동안은 다들 밖에서 기다려줬으면 좋겠는데.”

“1층에서 기다리도록 하지.”

고개를 끄덕인 미스터 트릴로가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물결처럼 밀려들어왔던 벨리언트의 조직원들 역시 아랫층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적막해진 사무실의 안.

나는 4만 크레딧 어치의 수표가 담겨있는 돈가방을 보며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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