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강철의 암살자 (4)
* * *
허름한 건물들이 늘어서있는 8구역의 빈민가.
그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골목의 중간에는 손님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레스토랑이 있다.
슬쩍 보아도 위생이 의심되는 가게를 둘러싸고서, 벨리언트의 조직원들은 주인에게 반강제에 가까운 협조를 받아내었다.
덩치가 큰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 하는 부탁을 거절하는 간 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소란이 일어나는 순간 건물의 윗층에 있는 데이거스가 눈치챌 것이기에, 주변의 포위부터 2층으로의 진입까지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길이 좁네요. 조금 뒤쪽으로 빠지는 편이 좋을까요.”
“그 편이 낫겠군.”
하지만 8구역의 건물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 건물 역시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늘어설 만큼 복도가 넓지 않았다.
거기에 나와 시넬은 상황을 확인하러 온 게스트에 불과한 상황.
어차피 오래 걸리지도 않을 일이다.
전투에 직접 참여할 필요가 없는 우리가 굳이 문에서 가까운 자리를 차지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일부러 문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섰고, 데이거스가 숨어있을 방을 완전히 포위한 벨리언트의 간부가 지시를 내렸다.
“뜯어내라.”
미스터 트릴로를 대신해서 찾아온 벨리언트의 간부.
분명 리암이라는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잠겨있는 문을 확인한 리암의 과격한 지시에 일부 조직원들이 공구를 들었다.
벨리언트는 도시의 규칙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범죄조직이다.
해결방식이 과격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8구역은 도시의 외곽지구 안에서도 제법 낙후된 구역이었다.
이런 어두침침한 곳에 치안대가 오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가급적 빨리 일을 끝내려는 모양인지, 벨리언트의 조직원들이 문고리를 뜯어내기 위해 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커헉!”
타앙!
닫혀있는 문 너머에서 총성이 울리는 것과 함께, 문앞에 서있던 남자가 쓰러진 것이다.
총성이 울려퍼진 직후에 사람이 쓰러졌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방금 문의 뒷편에서 발사된 총알이 두터운 철문을 뚫고서 밖으로 날아온 것이다.
“무슨 일이야!”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벨리언트의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잠시.
문 안쪽에서 시작된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탕! 타앙!
현실감 없는 총소리가 나며 두어명이 더 쓰러진 후에, 굳게 잠겨있던 철문이 떨어져 나갔다.
문짝이 떨어져나가며 안에서 나온 것은 견갑을 입은 채로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남자였다.
철갑, 데이거스 필립.
문을 밀어내며 빠져나온 청부업자는 기울어진 문을 엄폐물 삼아 밖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나는 이쪽을 바라보는 데이거스와 눈이 마주쳤고,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시넬이 빠르게 나를 자신쪽으로 잡아당겼다.
“사장님.”
타앙!
총성과 함께 날아간 탄환이 사선에 있던 리암을 꿰뚫었다.
총에 맞은 리암이 비틀거리며 자리에 쓰러졌고, 나는 시넬의 손길을 따라 데이거스가 보이지 않는 모퉁이로 이동했다.
“……고맙다, 시넬.”
시넬이 아니었다면 내가 표적이 될 수도 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나는 품속에 있던 권총을 꺼내 들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모퉁이에 위치한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던 찰나, 귓가에 데이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프니스].”
말을 마친 그가 다음 발을 격발하고서, 벽의 왼쪽에서 소리가 났다.
파각! 벽을 뚫고 나온 탄환 하나가 건너편 벽에 커다란 탄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데이거스에 대한 평가를 머릿속에서 수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물건의 절삭력을 올리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강화된 탄환은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뚫고 날아왔다.
이런 위력이라면 간단히 쏘아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방탄장비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마법의 탄환이었다.
“쳇, 실패했나.”
저격에 실패한 데이거스는 혀를 차며 아쉬운 소리를 냈다.
복도와 1층에는 아직 벨리언트의 조직원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
이대로 시간을 끌면 밑에서 합류한 조직원들이 데이거스의 숨통을 옥죄어올 것이다.
데이거스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그는 곧장 난간의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지형지물들을 밟아 기상천외한 루트를 타고는 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탕! 탕! 타앙!
아래에 있던 벨리언트의 조직원들이 수차례 사격했지만, 그는 무사히 포위망을 뚫고서 빠져나갔다.
도주한 데이거스를 어떻게 해야할까.
갑자기 발생한 변수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시넬. 녀석을 잡아야겠어.”
“저희가 잡는건가요?”
아무래도 벨리언트가 철갑을 잡겠다는 약속을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범죄자에게 얼굴을 보이고 놓쳤다는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리스크였다.
“놓치는 것보다는 더 챙겨주겠지. 현상금도 걸려있는 녀석인데.”
데이거스는 자신을 쫓던 우리의 모습을 확인했다.
자신의 적을 확인한 암살자다.
그냥 보내줬다간 복수를 하러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지금 당장 제거하지 않으면, 언젠가 후환이 되어 찾아올 것이다.
“알겠어요. [헤이스트].”
고개를 끄덕인 시넬이 마법을 쓰면서 난간아래로 뛰어내렸다.
나는 시넬을 뒤따라가기 위해서 난간을 향해 다가갔다가, 이내 난간 아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내가 뛰어내릴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내 경우에는 그냥 계단으로 가는게 맞는 것 같았다.
‘[텔레파시].’
마찬가지로 마법을 사용하고선 계단의 아래를 향해 빠르게 달린다.
계단의 난간을 붙잡은 채 내달려 1층에 도착하자, 데이거스의 뒤를 쫓아 움직이는 벨리언트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의 뒤를 내가 따라가봤자 잡을 녀석도 못 잡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그들과 반대편에 위치한 길에서 달려가며 시넬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지금부터 이 방식으로 지시하겠다.”
이미 조율이 끝난 상대라면 시야에 보이지 않더라도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시넬로부터의 연락수단이 없기에 대답은 듣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다음부터는 시넬에게 무전기라도 사서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데이거스가 움직일 경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마법을 가지고 있는 3서클의 마법사라고는 해도, 자신에게는 남들보다 특출난 전투능력이 없었다.
내가 시넬보다 앞서 데이거스와 마주해봤자 정면승부에서 이길 가능성은 적어보였다.
오히려 순식간에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니 승패는 제쳐두고 단순한 시간끌기나 해볼 생각이었다.
나는 데이거스의 동선을 확인하며 뛰면서, 그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의 건물을 찾아 들어갔다.
“하아, 하……!”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숨이 거칠다.
사격을 할 수 있을만큼 트인 난간에 도착하고선, 곧바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체력을 분배해.”
“표적을 계속 쫓다보면 회색건물이 나올거다. 가능한 발을 묶어둘 계획이니, 그 방향으로 유인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여.”
시넬의 헤이스트는 분명 빠르다.
아무것도 없는 직선코스에서의 추격전이라면 시넬이 금방 데이거스를 따라잡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이 근처의 지형을 꿰고 있는 암살자다.
게다가 헤이스트 상태에서 시넬이 소모하는 체력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시넬의 체력의 전부 떨어지기 전에 추격전을 끝낼 필요가 있었다.
“후우…….”
품에서 권총을 꺼내고는 자세를 잡는다.
데이거스에 대한 내 예측이 들어맞았던 것인지, 골목을 돌아가는 그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차오르던 숨을 죽이고 데이거스를 향해 권총을 조준했다.
거리가 생각보다 멀다. 나는 달려나가는 데이거스의 조금 앞을 겨누고 총을 발사했다.
탕! 노리고 쏜 첫발이 그를 아슬아슬하게 빗겨지나갔다.
그에 도망가던 데이거스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
빗나간 것은 아직 첫발뿐이다.
나를 조준하려면 녀석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탕! 다음의 탄환을 쏜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샤프니스].”
이쪽의 모습을 본 데이거스가 건틀릿을 끼고 있던 팔을 들어올렸고, 그 직후 내가 쏜 탄환이 그의 철판에 가로막힌 것이다.
카각! 철판에 가로막힌 탄환이 조각나며 사라졌다.
그의 초인같은 반응과 마법이 어우러져 벌어진 광경이었다.
경악스러운 상황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도망치는 데이거스의 모습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나는 데이거스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사이렌 소리를 내며 탄환을 장전했다.
위이이이이잉,
사이렌 소리를 들은 데이거스가 당황해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이내 빠르게 판단을 내린 것인지, 달려나가던 방향의 반대편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치안대가 등장한 것으로 착각한 데이거스가 내 앞을 다시 스쳐지나간다.
나는 데이거스를 향해 장전을 마친 총을 다시 조준했다.
계속 내 행동을 지켜보며 달리던 데이거스는 내가 다시 그를 조준하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건틀릿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당해주는 것은 처음뿐이다.
탕!
타앙!
총성을 만들어내 한차례 페인트를 준다.
그와 동시에 생긴 자그마한 빈틈.
첫번째 총성을 들은 데이거스가 움찔거리며 건틀릿을 움직이는 동시에, 내 총은 그보다 살짝 옆을 노리고 쏘아졌다.
“크악……!”
달려나가던 데이거스가 어깨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이중음과 함께 쏘아져나간 총은 데이거스의 왼팔에 보기 좋게 명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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