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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2화 (12/156)

〈 12화 〉 암흑상인 (1)

* * *

치안대에 위치한 취조실.

데이거스의 죽음으로 이상해진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네이를 따라온 나는 지금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시넬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온 네이가 이번에는 나를 신문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어지간하면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말에 그냥 넘어갈 법도 하건만, 네이는 다른 무언가를 노리는 것인지 계속해서 우리를 붙잡아두고 있었다.

“시넬이라는 여자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

“그래서?”

“나는 네가 정확한 정보를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몇번이고 말했을텐데. 현상금 사냥꾼이라고.”

내 시선이 그녀의 뒤로 향한다.

거기에는 문에 기대어 이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어셔의 모습이 있었다.

뒤에서 나를 보고 있는 어셔만 아니라면 무언가 수작이라도 부려보겠는데, 저렇게까지 감시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힘들었다.

“벨리언트의 조직원들이 단체로 8구역에 몰려왔다는 정보가 있었어.”

네이의 말을 들은 나는 슬쩍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네이가 임의로 나를 붙잡아둘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녀가 원하고 있는 정보는 아마도 벨리언트에 관한 것.

작품에서 주인공이 철갑과 엮이던 시간대를 생각해보면, 네이가 지금 벨리언트를 쫓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갔다.

‘전쟁도시’에서의 철갑도 어셔의 손에 쓰러지니까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나?”

“그리고 너는 암흑상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보상이네.”

“……치안대라도 그런 것까지는 모를텐데.”

슬슬 익숙해져가기 시작한 이명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리만쪽의 라인에 흘렸던 정보가 이상한 형태로 확산되었다.

원래 목표로 하던 결과물은 이런 수준이 아니었다.

내부에서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 누군가와 미스터 트릴로의 정보가 섞인 모양인데, 이렇게까지 파급력이 크면 일을 맡긴 나로서도 심히 당혹스러웠다.

거짓이 진실이 되는데에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이제는 내가 그 이름에 걸맞는 세력을 갖추는 순간, 진정한 의미에서 이 도시의 암흑상인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야 평범한 치안대원이랑은 조금 다르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정보상이란게 의외로 털면 잘 걸려드는 직업이거든.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골치가 아프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눈앞의 아가씨가 나를 얌전히 내보내줄까.

얌전히 휘말리고 있는 것은 도무지 성미에 맞지 않았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생각하면, 나는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만 만족하는 성격이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지.”

“무슨 이야기인데?”

“우선은 뒤에 있는 저 사람부터 밖으로 내보냈으면 좋겠군.”

나는 네이의 뒤편에 있는 어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이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가, 이내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어셔쪽이 나보다 더 무서운거야? 어셔도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니까, 그럴만은 하네.”

“너와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다. 너도 이런 이야기가 퍼져나가는건 마음에 들지 않을테지.”

어셔가 아닌 네이에게 부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셔 헤이즈.

그는 제7특수기동대 소속의 대원이다.

명백하게 치안대 소속으로 분류되어있지만, 그의 신분은 네이같은 치안대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가 목에 차고 있는 억제장치가 그 증명이었다.

치안대는 도시에 도사린 범죄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사냥개라고 불리는 제7특수기동대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제7특수기동대의 구성원은 전부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범죄자 출신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범죄자들을 이용해 범죄자를 잡는다는 계획이며, 하나를 잡을 때마다 그 1할에 해당하는 기간을 감형해준다.

어셔는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수십명의 사람들을 도륙하고서 제7특수기동대에 배정되었다.

다시 말해서 어셔는 목줄이 채워진 치안대의 사냥개이며, 그런 그의 목줄을 잡고 있는 것이 눈앞의 네이라는 감시관이었다.

“어셔, 나가봐.”

“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됐으니까 나가. 기껏해야 정보상인데, 무슨 일이 있겠어.”

그는 네이의 명령에 거스를 수 없다.

어셔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취조실 밖으로 향했다.

자리를 차지하던 어셔가 밖으로 빠져나가자, 네이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아까의 질문을 반복했다.

“어디, 그 재미있는 이야기가 뭔지 들어볼까.”

“나는 네 생각보다 도시의 어둠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있다.”

“……?”

원하던 것과 다른 내용이 나와서일까.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네이였다.

하지만 나는 네이가 원하는 답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

방금 했던 말대로 나는 이 도시의 뒷편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벨 테르도스에게 연락을 넣어줘. 이번 기회에 빚을 하나 지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너…….”

“왜, 부담스럽나? 그렇다면 지금 당장 현상금이라도 쥐어서 보내주는 편이 좋아.”

“으읏…….”

상임위원, 아벨 테르도스.

그녀는 자신의 이복남매에 대한 이야기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그도 그럴것이, 테르도스 가문은 이 도시 안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명문가였으니까.

그러나 아벨과 네이의 사이는 적대관계에 가까웠다.

“어떻게 할거지, 네이 테르도스.”

“당신, 그 녀석이랑 무슨 사이야.”

“글쎄. 어떤 사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이건 사실이었다.

지금 나와 아벨의 사이에는 아무런 인연도 놓여있지 않았다.

최소한 ‘지금’은 말이다.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적어도 그가 나를 환영하리라는 사실은 분명해보이는군. 그러니 이제부터 네가 행동하기에 달려있다.”

아벨 테르도스는 인재를 구하는데 발품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충분히 치안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암흑상인이라는 남자가 조력하게 된다면?

암흑가의 구석에 틀어박힌 범죄조직 하나를 찾는답시고, 위협이 될지도 모를 적을 늘리는 것은 그녀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나는…….”

­ ♩♬

이야기는 더 들어볼 것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귓가에 잔잔하면서도 슬픈 노래를 재생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 듣고서 무언가 감상에라도 젖어있으면 된다.

사람의 감성이라는 것은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법이니까.

“그럼 현상금을 부탁하지.”

짧은 요구사항.

그 직후 나는 네이를 지나쳐 취조실을 빠져나왔다.

* * * * * *

“피곤한 하루였군.”

하암. 짧은 하품을 하면서 걸어가는 내 뒤를 시넬이 따라왔다.

얼굴에 튀었던 피는 치안대에서 전부 닦아낸 것인지, 시넬의 얼굴은 아까와는 다르게 말끔해진 상태였다.

나는 헝클어진 시넬의 머리카락에 손을 얹고서 물었다.

“시넬, 어디 불편한 곳은 없나.”

“불편한 점은 없어요. 다만…….”

“다만?”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줄 알고 걱정했네요.”

전투의 여파로 인해 다소 헝클어진 시넬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선, 다시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치안대원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무기까지 들었던 그녀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네?”

“어떤 일이 있어도 너는 나만 지키면 되니까.”

그러기 위해 비싼 돈 주고 고용하는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시넬이 보여준 모습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름이 있는 회사에 가고싶다고 말하던 그녀의 모습은 진작에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당연한 일이에요.”

“후, 그런가.”

“사장님이 주는 월급은 소중하니까요.”

“…….”

결국은 돈이다.

세상은 돈으로 움직이는 법이었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시넬을 바라보고 있으면, 멀리서 고급스러운 세단 하나가 다가왔다.

어두컴컴한 도로를 달리던 차량은 이윽고 바로 옆에서 멈춰섰다.

멈춰선 차량의 창문이 열리며, 뒷좌석에서 미스터 트릴로가 나를 바라보았다.

“타라.”

짧은 한마디.

어딘가에 태워다주려는 기색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단지 차 안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시넬을 향해 눈으로 신호를 보내고서는, 뒷문을 열고 미스터 트릴로의 옆에 앉았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창문을 등진 시넬이 주변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고생이 많았군.”

“아무렴, 고생이 많았지.”

흥. 코웃음을 친 미스터 트릴로가 옆에 있던 재떨이에 담배를 던져넣었다.

그의 미적지근한 반응과는 반대로 내가 고생했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들고 있던 담배를 정리한 미스터 트릴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일에 대해서 물어봐도 되나?”

“얼마든지.”

“부하들이 실패하고 철갑 녀석이 도망쳤다고는 들었다만. 그 다음은 어떻게 됐나.”

리암이라는 이름이었던가.

미스터 트릴로가 보낸 벨리언트의 간부는 데이거스의 손에 쓰러졌다.

이후의 사건이 그에게 온전히 전달되었을 리가 없었다.

“잡긴 잡았는데 나도 치안대에 잡혔지. 데이거스 녀석은 치안대의 사냥개한테 목이 달아났고.”

“치안대의 손에 죽었나. 아쉽게 됐군.”

제 손으로 데이거스를 죽이고 싶어하던 미스터 트릴로다.

그렇기에 그는 상당히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였다.

벨리언트의 조직원들도 꽤 잃어버린데다가, 그토록 고대하던 철갑마저 잡지 못했으니 그에게는 제법 뼈아픈 하루일 것이다.

“녀석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제쳐두고, 우리의 밀린 거래는 정산해야지.”

“물론. 오히려 추가금을 내밀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걸 꺼내라.”

“알겠습니다, 보스.”

트릴로의 지시에 운전석의 남자가 가방을 꺼내 내밀었다.

가방을 완전히 열어젖혀 내용물을 확인해보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헤러넌츠 은행의 수표로 가득 차있는 모습이었다.

“잔금으로 남아있던 4만이다. 어차피 현상금도 받았을테니 이 정도로 넘어가지.”

“4만. 나쁘지 않군.”

9만 크레딧. 그리고 화려하다 못해 요란스러운 이름.

그것이 이번 일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것들이었다.

손에 잡힌 돈가방의 묵직한 감각과 함께, 하루종일 쌓여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아쳐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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