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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9화 (19/156)

〈 19화 〉 Clover Bloom (3)

* * *

대마법사. 그 단어가 전쟁도시에서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눈앞의 소녀는 도시의 어둠속에 도사리고 있는 괴물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런 괴물이 이번에는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내밀어왔다.

“나는 스피넬 클로버블룸. 당신은 누구야?”

“마천루인가. 시넬의 가족인줄은 몰랐군.”

스피넬의 이름을 끝까지 들은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하니 시넬과 가족이었을 줄이야.

‘전쟁도시’속에서 스피넬의 성은 따로 언급되지 않는다.

오로지 마천루라는 그녀의 이명만이 이름과 함께 언급될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스피넬의 입으로 직접 듣기 전까지, 그녀의 성이 클로버블룸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나를 알고있구나?”

“이 야만적인 도시는 소식이 느려서는 살아남기 힘든 곳이지. 만나서 반갑군. 퍼시발 스미스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서 악수를 받아들였다.

그녀의 손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공기의 분위기가 뒤바뀌며, 거대한 압박감이 피부를 통해 전해져왔다.

대마법사정도 되면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마력을 움직여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가능했다.

일명 프레셔. 물리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적당한 위압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퍼시발 스미스. 그런 이름이구나.”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나?”

“아쉽게도 그런 기억은 없는걸.”

“그렇겠지. 그나저나 생각보다 불쾌한 기분이니, 이런 짓은 좀 봐줬으면 하는군.”

스피넬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붙잡은 손아귀에 힘을 준다.

스피넬은 자신이 인정한 상대가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상대를 자극하고는 했다.

그녀가 불쾌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수준에서 힘을 불어넣으면, 스피넬이 흘려보내던 기운을 갈무리했다.

프레셔를 거두어들인 스피넬은 붙잡혀있던 손을 빼내고서는 나에게 물었다.

“간단한 테스트니까 별로 신경쓰지마.”

“방금 말했을텐데. 나는 시험당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거 아니었어?”

재미있다는 눈으로 스피넬이 나를 바라보았다.

스피넬 클로버블룸. 그녀는 치안대가 반쯤 통제를 포기한 특급 수배범이다.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을 다루는 데에는 그에 걸맞은 취급방법이 있다.

이 도시는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세계다.

괴물을 상대로 밑천을 드러내는 순간, 감추어져있던 포식자의 송곳니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필요하다면 달갑지않게 여기고 있던 암흑상인의 이름이라도 이용해야만 했다.

“물론 잘 알고있지. 지금 어디에 속해있는지부터, 누구의 명령을 듣고 있는지까지 전부.”

“생각보다 자세하게 알고 있는 모양인걸.”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이해하고 있겠네.”

“여기서 해설이라도 늘어놓길 원하는건가? 그 유명한 절름발이의 행방이나 계승자의 생각에 대해서?”

내 이야기를 들은 스피넬의 눈빛이 바뀌었다.

스피넬의 전신이 새파란 마력광으로 뒤덮히는 것과 동시에, 은빛의 칼날들이 그녀의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계승자를 따르고 있는 결사의 간부 중 하나다.

도시의 어둠을 움직이는 진정한 흑막에 대한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도 당연했다.

“혹시 지금 죽고 싶은거야?”

“여기서 날 죽이겠다고 했나?”

“시넬을 믿고있는거라면, 그런 기대는 접어두는게…….”

“그건 너 자신의 독단인가, 아니면 네 뒤에 있는 계승자의 뜻인가.”

“…….”

“마켓에서 소란을 일으킬 생각이 아니라면 무기는 집어넣어라. 궁금한 이야기가 있다면 천천히 어울려주지.”

제아무리 막무가내인 스피넬이라고 하더라도, 흑막의 눈치정도는 보는 편이었다.

그리고 결사의 간부들중에는 그나마 말이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허공을 부유하던 칼날들이 다시 케이스 안으로 되돌아갔다.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던 행인들 역시 자신의 용건으로 복귀했다.

주변이 어느정도 잠잠해지자, 나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면서 스피넬에게 말했다.

“따라와라. 가는 동안 대답해줄테니.”

터벅, 터벅.

다른 코너를 향해 움직이는 내 뒤를 시넬이 곧장 따라왔다.

가만히 서있던 스피넬 역시 시넬의 뒤를 쫓아 나를 따라왔다.

허공에 떠올라 내 옆자리까지 다가온 스피넬은 잿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말했다.

“물어볼게 있어.”

“질문은 서로 한번씩이다.”

“뭐?”

“대가없이 제공하는 정보는 없다. 그게 정보상인의 원칙이니까.”

이건 주정뱅이라 불리는 정보상인 잭슨이 가지고 있는 원칙이다.

잭슨의 원칙은 이 도시의 정보상을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스피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상인이었구나. 알았어.”

“궁금한게 뭐지.”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어?”

“나는 정보상이다. 중요한 정보를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것쯤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아무런 쓸모가 없는 대답이네.”

그녀의 말대로 별로 의미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제외하고는 마땅히 둘러댈 말도 없었기에, 나는 뻔뻔하게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스피넬에게 내가 빙의했고 책에서 봤는데 그런 내용이더라, 라는 이야기를 사실대로 늘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다. 시넬과는 사이가 좋지 않나?”

무기코너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내가 물었다.

이런 질문을 꺼낸 이유는 단순했다.

스피넬과 마주한 시넬의 반응이 그녀를 반기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스피넬이 다소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기껏 나를 두고 하는 질문이 그거야?”

“정보에 관해서라면 이외에 원하는 내용은 없다.”

“그냥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둘중에 하나가 타협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거야.”

“어느쪽이 타협하는게 나아보이지?”

“물론 시넬이 그러는게 좋겠지. 그러면 이 언니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용돈도 많이 줄텐데 말이야.”

“그런가.”

시넬이 아니라 나한테 그래줬으면 좋겠다.

그런 소박한 바램을 내버려두고 블랙마켓의 무기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진열되어있는 총기들은 대부분이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었지만, 가끔은 레서트 인더스트리에서 만들어낸 양품도 보였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내가 원하던 물건들 역시 눈에 들어왔다.

“그럼 다시 내 차례네. 우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

“결사에 한해서라면 아마 어떤 정보상인보다도 많이 알고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나는 그를 자극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천외천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계승자라고 부르는 도시의 흑막은 그런 말이 어울리는 존재였다.

작품의 주인공인 어셔 헤이즈가 나중에 그에게 도전하기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도시가 반쯤 망한 상태였다.

가능하다면 그를 자극하지 않은 채로 현상유지를 하는 편이 나았다.

그게 아니라면 무슨 수작을 부리기 전에 처리하던가 말이다.

“그 말은 믿어주기 어렵겠는걸.”

“너무 많은걸 알고있어서인가?”

“천리안이라도 너만큼 알고있지는 않을거야. 그 정보가 우리에게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정보상은 그저 돈을 받고 정보를 판매할 뿐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 그에 대한 정보를 살만한 재력가가 있는지는 의문이군.”

무슨 일이 있어도 계승자에 대한 정보만은 팔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직후 무기코너에 있던 연막탄을 집어들었다.

내 텔레파시가 가지는 이점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잘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 어떤 마법이라도 6서클에 도달하게 되면, 그 방향성을 유지한 채로 상당히 위협적인 능력이 된다.

이건 미래를 생각해도 괜찮은 물건이었다.

다만 손에 감기는 부피와 무게감을 생각하건데, 너무 많이 들고다니기는 힘들어보였다.

“연막탄? 이런 물건도 사는거야?”

“그것도 질문인가?”

“…….”

스피넬이 불만스러운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이렇게 보니 반말하는 시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둘의 사이가 어떻든간에 자매라서 그런가, 닮은 점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농담이다. 현상금 사냥도 겸하고 있다보니, 이런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건방진 면이 조금 있네.”

“그래서, 여길 나가면 죽일 생각인가?”

“아니. 죽이지는 않을거야.”

“말하는 투를 보아서는 불만이 많아보이는데.”

마천루의 마법사는 자신이 인정한 자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일련의 대화는 전부 스피넬이 나를 거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다행히 스피넬은 나에 대한 생각을 어느정도 고쳐먹은 것인지, 블랙마켓의 룰을 제외하고도 나를 죽이지 않겠다 선언했다.

당분간은 창문을 깨고 날아오는 칼날에 암살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불만이 많은거야 사실이지만, 당분간은 당신을 지켜볼 생각이거든.”

“꽤나 관대한 처분이시군.”

“무엇보다도 당신을 죽이면 시넬이 백수가 되어버리잖아?”

“……스피넬.”

시넬의 무표정한 눈이 스피넬을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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