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진리규명 (1)
* * *
온갖 무기들이 진열되어있는 치안대 본청의 한 사무실.
치안대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금발의 청년은 자리에 앉은 채로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청년의 눈앞에서는 보고라는 명목으로 불러놓은 치안대의 특별 감시관, 네이 테르도스가 불만이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미스릴이라. 확실히 골치아픈 문제가 될뻔했네.”
상임위원, 아벨 테르도스.
그는 도시의 운영방침을 결정하는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여덟명의 위원들중 하나다.
또한 상임위원회의 규칙에 따라 도시의 집행기관 중 하나인 치안대장의 직책을 겸하고 있기도 했다.
아벨은 계속해서 자신을 노려보는 네이를 지켜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물건은 확실히 회수한거지?”
“일단은 수사를 위해 치안대에서 보관중입니다.”
“미스릴로 그런걸 만들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 사람이야. 그냥 차고 나가기만 해도 범죄의 표적이 될텐데.”
“그렇네요.”
얼핏 보면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벨에게 있어서는 남보다 더 차가운 가족의 모습에 불과했다.
수 년 전에 아벨이 어떤 사건의 수사를 중단시킨 이후부터, 여동생인 네이와의 냉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의 수준이 점점 정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네이가 가문의 힘을 빌어 치안대에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들어온 것도 아벨의 결정에 대한 반발의 일환이었다.
얼굴을 마주하며 치고받을수록 둘 사이에 쌓인 앙금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나저나 보고를 듣기로는 어셔 헤이즈와 함께 잡았다고 되어있는데 말이야.”
그럼에도 네이와 아벨이 만나는 경우는 잦은 편이었다.
정확히는 아벨이 계속해서 네이를 불러들였다.
이번 보고 역시 사건에 대한 개요를 들은 아벨이 네이를 호출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벨의 앞에 선 네이는 최대한 냉정한 모습을 가장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고대로입니다. 코드 E172가 하나를 사살하고 물건을 회수했습니다.”
“그럼 이 니콜라스라는 녀석은 왜 놓친거지?”
“이미 보고를 드린 내용이지만, 억제장치의 제한거리 때문에…….”
억제장치는 지속적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치안대의 서버에 전송한다.
아무리 네이라고 해도 억제장치에 대한 부분을 거짓으로 무마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네이가 생각하기에 아벨은 여러모로 믿을 수 없는 가족이다.
그런 이유로 최대한 정보상인에 대한 부분을 빼놓은 채로 보고하려던 네이였지만, 아벨은 그런 네이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네가 생각하기에 이상하지 않아?”
“그건…….”
“너답지 않네. 말이 안맞는 구석도 많고,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려는 느낌인데.”
“…….”
“내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는 모양이야?”
아벨의 날카로운 시선이 네이의 녹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아벨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치판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능구렁이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네이만 곤란해질 뿐이었다.
네이는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쥐고 있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달아오른 머리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충동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아벨. 해결했으면 됐잖아.”
“해결했으면 된거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치안대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어리광같은 대답이지만, 아벨 테르도스는 그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네이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반기는 편이었다.
지위도 세력도 경험도 전부 아벨쪽이 우위에 있다.
테르도스 가문의 사람들마저 네이보다는 아벨을 따르고 있었다.
지금의 네이로서는 아벨을 이길 수단이 없었다.
더 이상 그를 상대하는 것에 질려버린 네이가 아벨로부터 몸을 돌렸다.
“보고는 이걸로 끝이야. 이만 나가볼게.”
다른 이라면 문책을 받고도 남을만한 행동이다.
하지만 아벨이라면 결코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네이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네이는 입술을 깨문 채로 사무실의 문을 향해 다가갔다.
“네이.”
어느새 문앞에 도착한 네이를 아벨이 불렀다.
“또 무슨 일이야.”
“아직도 치안대를 그만둘 생각은 없는거야?”
“……그 이야기라면 이제 그만해.”
“분명히 너는 약속대로 꾸준히 실적을 올리고 있어. 하지만 오빠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여동생이 범죄자와 자주 맞닥뜨리고 있는건…….”
언제나 가식적이다.
걱정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는 주제에, 네이 자신을 여동생으로 보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 생각이 네이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되어 네이의 입밖으로 터져나왔다.
“그만하라고 했잖아!”
“……네이.”
“나는 내 방식대로 움직일 뿐이야. 네가 대체 뭘 감추기 위해서 움직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진실에 도달하겠어.”
콰앙.
강하게 문을 닫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네이 테르도스가 사무실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사무실에 홀로 남은 아벨은 네이가 사라진 문을 잠시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여전히 고집불통이네.”
사람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감춰져있던 진실이 전부 드러나는 날, 자신의 여동생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기대감을 가진 아벨의 녹색 눈동자가 사무실의 천장을 비추었다.
* * * * * *
사건이 끝난 다음날.
네이 테르도스는 어셔를 동반한 채로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
나에게 밀린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이번 방문의 목적이었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에 그녀가 잠시 모습을 비운 사이, 나는 창가에 기대어 연초를 태우는 어셔에게 물었다.
“그쪽 아가씨가 기분이 별로 안좋은 모양이던데.”
“최근에 싫어하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혹시 그게 나인가?”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네가 그 정도는 아닐거다.”
“그럼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군.”
네이는 자신의 오빠인 아벨과 사이가 좋지 않다.
좋지 않은 것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둘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내막이 숨어있지만, 어느쪽이든 깊게 파헤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았다.
다투는 둘의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취해야하는 포지션이었다.
“네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는 모양이지?”
치익.
어셔가 타다남은 연초를 재떨이에 비비며 말했다.
네이 테르도스에 대한 정보라.
작품의 메인 히로인이니만큼 자세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그대로 말하자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되어버린다.
나는 적당히 대답을 얼버무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적어도 아는 만큼은.”
“나도 너처럼 아는게 많았으면 좋겠군.”
“글쎄.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나을 때도 있겠지.”
때마침 통화가 끝난 것인지, 밖으로 나갔던 네이가 다시 사무실 안으로 돌아왔다.
연초를 전부 태운 어셔 역시 네이의 옆자리에 자리잡았다.
들고 있던 가방을 테이블에 올린 네이는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대단한 정보상인이라 들었던 것 같은데. 사무실이 생각보다 외진곳에 있네.”
“월세가 저렴해서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생활하기도 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는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명문가 아가씨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내 대답에 무안한 기분이 들었던 것일까.
네이는 앞에 놓여있던 커피를 들어 목을 축이고서는, 테이블에 놓은 가방을 나에게 내밀었다.
“약속했던 크레딧이야. 확인해봐도 좋아.”
철컥.
가방의 잠금장치를 열어 내용물을 잠시 확인해본다.
가방 안의 내용물은 일전에 미스터 트릴로에게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부 헤러넌츠 은행의 수표로 가득 차있었다.
아무래도 내용물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나는 가방을 도로 닫고서 테이블 아래에 내려놓았다.
“확인했다. 아무 문제가 없어보이는군.”
“당연히 그렇겠지. 정보상인에게 도움을 받다니, 치안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그래도 물건은 지켰으니 다행일텐데.”
“그거야 그렇지만… 당신은 조금 의외네. 당신 혼자 녀석들을 잡고 조용히 미스릴을 가져가는 편이 8만 크레딧보다 훨씬 이득 아니야?”
네이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었다.
미스릴의 가치는 8만 크레딧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액면가만 생각하면 그녀의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다만 미스릴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었다.
미스릴의 가격 자체가 지나친 희소성에서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런 물건은 가져가봤자 사용할 수도, 제대로 처분할 수도 없다. 차라리 치안대에게 맡겨두는게 나은 선택지겠지.”
너무나도 희귀한 물건은 그 자체로도 눈에 띈다.
내가 이전에 신세를 졌던 고물상의 제임스라고 해도, 미스릴이 들어간 물건을 처분하기는 쉽지 않을터였다.
처분에 실패해 그 물건을 내가 직접 사용하더라도 문제였다.
누군가 미스릴을 알아보고서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는 순간, 치안대가 되었든 범죄자가 되었든 분명 추적자가 붙을 것이다.
내 자세한 설명에 네이가 질렸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역시 약삭빠른 인간이네.”
“그래도 덕분에 테르도스의 아가씨에게 신뢰를 얻지 않았나.”
“신뢰는 무슨. 나는 아직 당신을 믿지 않아.”
미스릴이야 어찌되었든, 8만 크레딧은 적지 않은 돈이다.
적어도 백화점에서 지출했던 장비값은 충당하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필요하다면 적당한 용병을 잠시 부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오늘의 손님을 바라보았다.
“뭐, 아쉽게 됐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