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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31화 (31/156)

〈 31화 〉 진리규명 (4)

* * *

일분. 혹은 그보다 약간 짧은 시간.

조용히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스피넬은 다시 눈을 뜨고서 나에게 말했다.

“거래를 하자, 암흑상인.”

“거래?”

“그곳에 대한 기억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줄게. 대신 내가 원하는 정보를 넘겨.”

스피넬이 꺼낸 제안은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기억을 지키는 방법.

아직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게 있다면 확실히 시험에 대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스피넬에게 건네줘야하는 정보에 문제가 있지만 않다면 말이다.

“어떤 정보를 원하는거지?”

분명 아무 정보나 나에게 물으려는건 아닐 것이다.

내가 모르는 정보에 대해서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정보는 다른 정보상인을 통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굳이 나에게 중요한 정보를 넘기면서까지 들을 이유가 없다.

그녀가 진심으로 원할만한 것은, 이 세계의 사람들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정보다.

“정보를 물어보는건 지금이 아냐.”

“빚을 지워두겠다는 생각인가?”

“응. 그런거지.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때에, 네가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알려주면 충분해.”

“수상한 사람이라더니, 나를 믿어도 상관없나?”

방금 전에 그런 이야기를 한 직후다.

내가 스피넬을 향해 간단한 농담을 던지면, 스피넬은 다 마신 콜라캔을 내려놓고서 말했다.

“정보에 관해서는 신용해도 좋겠지. 떼먹으면 어떻게 될지는 잘 알고있잖아?“

“알겠다. 빚을 달아두도록 하지.”

스피넬이 어떠한 정보를 요구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스피넬이 말한 정보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분명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앞을 가로막던 커피를 옆으로 치웠다.

“좋아. 방법을 알려줄게.”

간단하게 구두계약이 성립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스피넬이 허공에 떠올라 나를 향해 다가왔다.

스피넬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앉아있는 나보다 부유하고 있는 스피넬의 시선이 높았던 탓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 전에 하나 묻지. 기억을 유지한다는게 어떤 뜻이지?”

“신비의 대행자는 시험이 끝나면 그곳에서의 기억을 지워. 그러니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 편법을 알려주겠단거야.”

“들어보도록 하지.”

“쉬운게 있고 어려운게 있어. 어느게 편해?”

처음부터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다.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라.

왠만하면 어려운 방법이 확실할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재능이 없다면 쉬운 쪽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양쪽 다 들을 수 있나?”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첫번째는 뭐지?”

“쉬운 방법은 마법을 사용해 정보를 기록하는거야.”

“마법을 쓴다고?”

“잠들어있는 상태에서도 마력은 움직이니까. 그걸 이용해 물리적으로 내용을 기록하는거지.”

지속적으로 외부에 텔레파시를 보내 시험의 내용을 저장한다.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이었다.

시넬이 밤새 깨어있어야 한다는게 전제지만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음 방법을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두번째는?”

“두번째 방법은 말이야…….”

스피넬이 두번째 방법을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그 직후, 나는 멍한 기분이 되어 스피넬을 바라보았다.

* * * * * *

2번째의 시험을 치른 다음 날.

지난 밤의 일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시험을 통과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험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소득이었다.

꿈속에서 신비의 대행자를 마주하고 나서, 시험이 끝나기까지의 기억이 온전히 머릿속에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스피넬이 말해준 두번째 방법이란게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까망아. 말 잘 들어야해?”

“냐앙.”

고양이 한마리가 추가되어 조금은 소란스러워진 아침의 풍경이 나를 반긴다.

고양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지만, 까망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생각보다 얌전하게 지내고 있었다.

들떠있는 분위기 속에서 고양이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시넬을 바라보며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다음 시험에서 유효한 성과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좋은 것은 머릿속에 들어오는 잡다한 사념들을 필터링해내는 것이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보다 나은 방법이 있을 터.

일단은 그를 위한 계산이 필요했다.

톡, 톡.

펜을 들고 고민하고 있으면, 시넬의 옆에 있던 까망이가 날아들어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

“냐아.”

나를 바라보며 우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본다.

손에 닿는 푸슬푸슬한 털의 감각이 기분좋게 다가온다.

쓰다듬는 손길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모양인지, 까망이는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에 시넬이 내 앞으로 따라와 무릎에 앉은 까망이를 바라보았다.

“까망이가 사장님을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잘모르겠군.”

“……제가 쓰다듬으면 곧장 도망가거든요.”

시넬에게서 도망치다가 사고가 났던 까망이다.

시넬을 무서워하더라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사무실에 들어온 이후, 시넬이 쓰다듬는 것을 허락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왜 나에게만은 이렇게 온순한건지 의문이었다.

나는 시넬에게 그럴듯한 충고를 대충 하나 만들어내어 던졌다.

“조금씩 다가가는 연습을 해보면 되겠지.”

“그런가요?”

“처음부터 능숙한 사람이 어디있겠나. 나만 해도 눈앞의 직원에게 몇번이나 퇴짜를 맞았는데.”

“그 당시에는 돈이 많이 필요했거든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네요. 지금도 많이 힘들어요.”

축 늘어진 시넬의 머리에 손을 뻗어 쓰다듬는다.

손에 걸리는 잿빛 머리카락의 감촉이 생각보다 기분좋았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시넬을 보고있자니, 마치 고양이가 두 마리 있는 기분이었다.

내 앞에 서서 얌전히 쓰다듬을 받고 있던 시넬은 내가 손바닥을 내리고 나서야 나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백화점 사건 이후로 며칠동안 안나가시네요.”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기다리는 것도 있으니깐 말이지.”

“기다리는 일이요?”

“마침 연락이 왔군.”

지이잉. 지잉.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가 격렬하게 울린다.

휴대전화를 꺼내 연락을 받으면, 스피커 너머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야, 브라이언.”

통화의 주인공은 이전에 만났던 정보상인 중 하나이자, 암흑상인 전설의 일등공신인 브라이언 레일이었다.

그는 리만 캐버런트의 밑에서 오랫동안 조수로 일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은 리만의 사무소를 나와 외진 골목에 자신만의 사무실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그가 리만의 곁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사무실을 열게 되면 나에게 연락을 달라고 이야기를 남겼었다.

이제서야 연락이 오게 된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사무실 단장이 제법 오래걸린 모양이었다.

“슬슬 사무실 정리는 끝난 모양이군.”

­ “혼자서 가게 하나를 준비한다는게 제법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가끔씩은 예전 사장님이 그리울지도 모르겠어.”

“리만과는 잘 해결했나?”

­ “처음에야 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거기에 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기야, 리만에게 부하직원이 제법 많기는 하지.”

브라이언 역시 리만의 조수 중 하나였을뿐, 리만은 여전히 수많은 조수와 직원들을 휘하에 두고 있는 정보상인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리만과는 달리 브라이언은 지금 돈이 급하다는 것이다.

그가 리만의 사무실을 나왔다고는 하지만, 리만을 대신해 정보를 수집하던 정보선은 대부분 살아있을 터다.

브라이언이 정보를 다루는 분야에만 맞는다면, 까다로운 절차 없이 각종 정보를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가격 역시 리만에게서 사던 것보다 싸게 받아올 수 있을 것이다.

­ “그래서, 옮기면 연락하라던 약속은 지켰는데. 따로 구하려는 정보라도 있는거야?”

“정보를 팔고 싶어서 급한 모양이군.”

­ “가게 연지 얼마 안됐으니까, 손님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파리만 날리거든. 아쉬운대로 하나라도 붙잡아야지.”

“그렇다면 매출을 좀 올려주는게 맞겠지.”

마침 조만간 현상금 사냥을 나서려는 생각이 있었다.

어셔와 함께 1급 수배범에 해당하는 녀석들을 잡기는 했지만, 그건 어셔가 만들어낸 것이지 시넬과 나의 공적이 아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충분한 전투경험치가 필요했다.

브라이언에게 현상범에 대한 정보를 부탁한다면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아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그 전에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대신 정보를 사기 전에 부탁 좀 하나 하지.”

­ “부탁?”

“밖에서 급하게 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있을거다. 그런 경우에는 정보료를 달아두면 나중에 따로 지급하도록 하지.”

­ “지금 정보를 후불로 달라는거야?”

“그래. 걱정되면 금액제한정도는 달아두도록. 급한경우에는 다른 정보상인을 통해서 정보를 받아와도 상관없다.”

­ “지금 내가 찾아오는 손님 가릴 신세는 아니니까. 알았어. 명색이 암흑상인인데 떼먹지는 않겠지.”

이로서 밖에서 정보를 빠르게 수급할 수단이 생겼다.

브라이언과의 연결은 급하게 상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경우, 나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흔쾌히 후불요구를 받아들인 브라이언은 그 직후 재촉하듯이 나에게 물었다.

­ “후불문제는 해결했고, 형씨가 사려는 정보는 뭐야?”

“2급 이상의 수배범들 중에, 근접전투에 특화된 녀석들의 정보를 사고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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