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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38화 (38/156)

〈 38화 〉 레서트 인더스트리 (1)

* * *

“고양이 이름이 뭐야?”

“까망이에요.”

“까망이… 귀여운 이름이네.”

외진 골목에 위치한 사무실의 안.

사무실로 돌아온 시넬이 어떻게 타협했는지 머리에 까망이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전화를 하는 대상이야 당연히 윌슨이었다.

검성과는 계약서까지 전부 작성한 상태였으니, 이제는 그녀의 무기를 고쳐야만 했다.

레서트 인더스트리는 도시 제일의 군수산업체다.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선임연구원인 그라면 검성의 무기를 고치는데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윌슨에게 도움을 받는게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게 가능한 사람을 소개받는 정도는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 “윌슨입니다. 무슨 용건이신가요?”

어느새 전화의 발신음이 멈추고, 수화기 너머로 윌슨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몇차례 통화를 하기는 했지만 그리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서 상당히 낯선 목소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어느정도 마음의 빚이 남아있을거란 생각으로, 나는 윌슨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퍼시발 스미스다. 오랜만이군, 윌슨 엘데어.”

­ “아, 은인이시군요.”

“요새는 잘 지내고 있나?”

­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계속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괜찮으시면 이번에야말로 저녁이라도…….”

“저녁을 같이하는 것도 괜찮지. 그런데 최근에 동료가 갖고있던 장비에 가벼운 문제가 생겼거든.”

스펠홀더는 결코 가벼운 장비가 아니다.

입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물건이다.

어느정도 금액이 깨지는 것을 감안하고서 하는 제안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윌슨이 나에게 되물어왔다.

­ “장비와 관련된 문제요?”

“마침 그런 분야에 있어 전문가가 있으니까, 괜찮다면 만나는 김에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

­ “제가 가능한 부분이라면 물론 도와드려야죠.”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윌슨.

윌슨의 말에 나는 일에 대한 서두를 꺼냈다.

“도움을 준다면 내 쪽에서 한끼 대접하도록 하지. 혹시 스펠홀더를 고칠 줄 아나?”

­ “스펠홀더…….”

“동료가 사용하던 스펠홀더가 망가졌는데,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 꼭 고치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고민하는 듯한 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울려퍼졌다.

짧은 침묵.

잠시동안 상념에 잠겨있던 것인지, 조용한 채로 있던 윌슨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일단 저희쪽에서 취급하는 품목이기는 하니까요. 제가 수리 담당은 아니라지만, 어느정도는 도울 수 있을겁니다.”

“다행이군. ”

­ “스펠홀더가 쉽게 바꿀 수 있을만한 물건은 아니죠. 소중한 물건이라면 더더욱 고치고 싶은 것도 이해합니다.”

다행히 문제는 쉽게 해결된 것 같았다.

윌슨이 직접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니,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품을 구하는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면 말이다.

“시간이 나는 때를 알려준다면, 우리가 직접 찾아가도록 하지.”

­ “필요한 설비를 사용할 수 있을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런 식으로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도움에 감사하지. 그럼 연락을 기다리겠다.”

나는 그 직후 통화를 끊었다.

연결되고있던 전화를 끊자, 근처에서 까망이를 구경하고 있던 검성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황금빛 눈동자가 지나칠정도로 눈앞에서 반짝거렸다.

검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레서트 소속의 연구원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정말? 레서트에서 도와주는거야?”

“레서트에서 도와주는건 아니겠지. 어디까지나 도와주는건 연구원 개인이다.”

“그래도… 레서트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잘 고쳐주겠지?”

아무리 내가 미래의 일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대한 기업 하나를 마음대로 움직일 힘은 없었다.

윌슨에게서 도움을 받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적어도 블랙마켓에서 물건을 떼어먹는 녀석들과는 확실히 다를테니까 말이다.

이제는 윌슨에게서 올 연락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검성을 보며 고민하던 나는 옆에 있던 서랍을 향해 손을 뻗었다.

드르륵. 책상에 달려있던 서랍을 열자, 시넬과 함께 백화점에서 구매했던 검은색의 이어셋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꺼내 검성에게 내밀었다.

“선물이다, 신입.”

“무슨 물건이야?”

“통신장비다. 레서트 인더스트리에서 만든거다.”

“고마워, 사장… 아니. 뭐라고 부르면 돼?”

감사인사를 멈춘 검성이 나에게 물었다.

시넬과 같이 사장님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녀의 컨셉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기존에 있던 곳에서는 어떻게 불렀는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크로스 네트워크에선 레델을 뭐라고 불렀지?”

“불러본적 없어.”

“……내키는대로 불러라.”

“알았어, 퍼시발.”

“…….”

깔끔하게 이름으로 부르는 검성이었다.

어차피 사장 대접 받으리라고는 기대도 안하고 있었다.

용병에 현상금 사냥꾼이라고 해봤자 전부 제멋대로 살아가는 인생들 뿐이다.

이 바닥의 일이 전부 그런거 아니겠는가.

“그게 이름 맞지?”

“마음대로 해라.”

* * * * * *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건물들은 크고 화려했다.

3구역에 위치한 넓은 부지 전체에,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온갖 시설들이 늘어서있었다.

그렇게 늘어선 수많은 건물들 중에 하나.

그 중에서도 복잡한 설비가 자리잡은 자그마한 방 하나가 나와 윌슨이 만나게 된 장소다.

사정상 검성이나 시넬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나와 윌슨만이 들어와있는 상태였다.

“이게 말씀하셨던 물건인가요?”

부러진 검성의 검을 마주한 윌슨이 물었다.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검성의 검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스펠홀더에도 장갑이나 권총과 같은 다양한 모양새의 물건들이 존재하지만, 검 모양의 스펠홀더는 그에게도 처음인 모양이었다.

마치 검성을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개조한 듯한 외관이었다.

“어딘가에서 파는 물건은 아닌 모양이더군.”

“일단은 분해를 해봐야겠네요.”

그는 깨져나간 검신과 그 아래의 짧은 손잡이를 보더니, 이내 공구를 꺼내 손잡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끼릭, 끼릭.

철컥.

분해가 진행될 수록 검의 안쪽에 숨겨져있던 정밀한 장치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자그마한 부품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있다.

전문가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손톱만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물건이었다.

공구를 이용해 손잡이에서 검신을 완전히 분리한 윌슨은 안경을 고쳐쓰고서 검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안쪽에 음각이 되어있군요. 고대문자로 보입니다.”

“무언가 의미가 있는 주문이라도 되는건가?”

“글만 적는다고 마법적인 효과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1구역에 있는 ‘위대한 지성’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렇군. 읽을 수 있겠나?”

“거기까지는 제 영역이 아니라서. 읽으려면 번역기가 필요할 것 같네요.”

윌슨은 휴대전화를 꺼내 검에 적혀있는 글자를 입력했다.

고대문자라고 말해도 단순히 옛날 문자에 불과한 것들이다.

네트워크의 번역기를 사용하면 얼마든지 번역이 가능한 문자였다.

번역기를 이용해 번역을 마친 윌슨이 손에 있는 휴대전화와 검신의 글자를 번갈아보았다.

번역된 내용을 읽던 윌슨은 이내 눈을 커다랗게 뜨고선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내용이지?”

“나의 딸 유엘에게. 동경하는 꿈을 담아, 브루노 리트리어로부터.”

“…….”

윌슨의 말을 들은 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는 그녀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을 뿐, 검성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새겨져있는 글귀가 사실이라면 상황이 제법 복잡해진다.

검성. 그녀의 아버지는 희대의 학살자였다.

“브루노… 리트리어…….”

절름발이 브루노.

도시 전역을 뒤흔들었던 공포의 상징.

그리고 이 도시 어딘가에 숨어있을 7서클의 마법사.

격동하는 이야기에 흐름을 불어넣을 존재가, 자신의 동료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 이름을 여기서 보게 될줄이야.”

“동료분이 브루노의 딸이었습니까?”

“……사실여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되나?”

“어떤 부탁인지는 알 것 같네요.”

절름발이 브루노가 만든 스펠홀더다.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경우, 검성의 처지가 상당히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원작에서도 검성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동료가 된 이상 그녀를 그렇게 놔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조용히 검을 수리하고 싶다.”

“은인의 부탁이니까요. 오늘은 아무것도 못본걸로 하겠습니다.”

윌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브루노의 이름을 팔기는 했지만, 그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가 스펠홀더로 사용하던 지팡이는 토벌 이후 비싼 가격으로 경매에 팔려나갔다.

몸을 지지하는 지팡이를 땅에 짚고서, 가만히 선 채 주변의 모든 것을 양단하던 괴물.

그에 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산더미처럼 있을 것이다.

“일단 이 글귀는 지워내도록 하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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